Essentials: 한국의 모즈 ‘강병역’

“나는 ‘반쪽’짜리 모즈다.”

패션
1.3K

모즈는 ‘쿨한 외관, 뜨거운 중심’이라는 가치관으로 살아갔던 1960년대 영국 노동 계층 청년 문화다. 노동 계층임에도 고급 양복을 맞춰 입고, 베스파 혹은 람브레타를 타고 몰려다니며 ‘있는 척’을 하는 게 그들의 에티튜드다. ‘더 후’, ‘더 잼’ 등 영국 록 밴드 음악을 향유하고 프레드 페리, 벤셔먼을 즐겨 입는 이들은 당시 영국 서브컬쳐의 중심이 됐다.

그들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모즈 ‘강병역’은 스스로를 ‘반쪽’짜리 모즈라고 칭한다. 그는 1960년대 모즈 문화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본인은 21세기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기에 결코 완전한 모즈는 될 수 없다며 겸손히 스스로를 낮췄다.

‘반쪽’짜리 모드 타겟 로고가 반기는 그의 카페 ‘지미지미’는 부산 전포동에 위치한 다섯 평 정도의 자그마한 공간이다. ‘영화 <콰드로페니아>의 주인공 지미가 좋아할 공간을 만들자’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이곳은 모드와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영국 밴드들의 오리지널 포스터와 굿즈 등 쉼없이 수집해온 희귀한 아이템들이 즐비했다.

가게에서는 영국 기반 밴드 음악만이 흘러나왔고, 밴드 사운드 역시 몸과 귀를 울릴 만큼 크게 느껴졌다. 이에 대해 강병역은 “가끔 손님들이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실 때가 있지만, 죄송하게도 타협은 없다”라며 본인의 소신을 뚜렷이 밝혔다.

<하입비스트>는 지속된 취향과 고집의 연장선으로 가득 채워진 ‘지미지미’에서 한국의 모즈 ‘강병역’을 만났다. 그가 사랑하는 ‘오아시스’의 2009년 내한 포스터부터 프레드 페리와 ‘피터 블레이크’가 협업한 한정판 PK 티셔츠까지, ‘강병역’의 에센셜 아이템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레드 페리 x ‘피터 블레이크’ 한정판 PK 티셔츠

‘피터 블레이크’는 ‘비틀즈’, ‘더 후’, 그리고 ‘라이브 에이드’ 포스터를 디자인한 영국의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다. 이건 그와 프레드 페리가 협업한 2011년도 한정판 제품이다. 전 세계에서 1천 장만 발매된 희귀한 제품인데, 운 좋게 내 몸에 딱 맞는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구했다. 구매 후 자주 실착한 걸 가장 후회하는 셔츠다. 아끼던 셔츠가 낡아지다 보니 퍽 씁쓸해서 이전보다 작은 사이즈를 어렵게 구해 지금은 관상용으로 보관하고 있다. 그래도 이 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이 프레드 페리 서브컬쳐 공식 계정에도 게시되어 기분은 좋다.

프레드 페리 유니언잭 트랙 재킷

내가 사랑하는 프레드 페리와 유니언잭의 조합이라니. 이건 무조건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본 걸까? 친구가 운영하는 빈티지 숍 ‘베이스’에서 좋은 가격에 구매했다. 평소에도 애정하는 친구였지만 그날 이후로 애정이 더 커졌다(웃음).

프레드 페리 x 코토리 헤드폰

지난 2013년, 커스텀 헤드폰 브랜드 코토리와 프레드 페리의 협업 헤드폰이다. 구매 직후 자주 애용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닳는 게 아까워서 케이스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다.

<콰드로페니아> 북미 투어 볼캡

<콰드로페니아>는 더 후의 1973년 록 오페라 앨범으로, 1979년에는 앨범 전개 스토리대로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 모자는 2012년 ‘콰드로페니아’ 북미 투어 당시 굿즈로 발매됐던 모자다. 투어 굿즈 모자라 그런지 내 일상에서도 이 모자가 자꾸 투어를 다닌다(웃음). 서울에서 한 번 잃어버렸는데 가까스로 찾았고, 부산에서도 분실했는데 겨우 다시 내 품에 돌아왔다. 이젠 이 모자가 투어를 그만 다니기를 바란다.

<콰드로페니아> 레이저 디스크

레이저 디스크(이하, LD)는 LP와 CD 사이에 출시됐던 저장 매체다. 과거에는 LP와 CD 사이에 LD가 존재했다. LP의 사이즈와 CD의 질감을 겸한 LD는 영상과 음향 모두를 즐길 수 있는 당시 최고의 매체였다. 다만 높은 가격과 CD의 편리함에 밀려 자연스레 잊혀졌지만, 그 점이 내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008년 ‘더 후’ 플래그 굿즈

모즈를 상징하는 밴드 ‘더 후’가 2000년대에 발매한 플래그다. 가게에 걸어두면 멋질 것 같아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얇더라. 지금 가게 앞에 걸어둔 지 5년 정도 됐는데 많이 상했다. 그래서 추후 상할 것을 우려해 똑같은 새 제품 다섯 개를 더 구매했다.

‘오아시스’ 러시아 우표

러시아 투바 공화국에서 발매된 ‘오아시스’ 우표다. 난 가끔 정말 쓸모없는 것이 보이면 이상한 동정심이 들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이 우표가 그 예시다. 이 우표도 정말 쓸모없어 보여서 하나둘 구매하다 보니 어느새 32장을 모았다. 오피셜 굿즈는 아니지만 2016년, ‘오아시스’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도 아카이브로 올라온 걸 보니 그들도 꽤나 흥미로웠던 모양.

2009년 ‘오아시스’ 내한 포스터

나도, 당신도 기다리고 있을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이 올해 개최된다. 그 이전 2009년에 진행됐던 마지막 내한 공연의 포스터다. 간절하게 갖고 싶은 마음에 수십 번 디깅했는데도 도통 구할 수가 없었다. 근데 최근 ‘천사’ 같은 어른을 만나 선물처럼 내 품에 오게 됐다. 싸우고 화해하길 반복하는 ‘갤러거 형제’인 만큼 만약 이번에도 싸워서 2025년 내한 공연이 취소된다면, 이 포스터는 앞으로도 마지막 내한 포스터로 남겠지. 그렇다고 싸우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웃음).

하만카돈 CL 헤드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을 맡은 <데몰리션>이다. 작중 주인공이 착용하던 헤드폰인 하만카돈 ‘소호’ 모델을 갖고 싶었는데, 착용해 보니 온이어 형태가 내겐 조금 작았다. 오버이어 형태인 ‘CL’ 모델을 중고로 두 개를 구입해서 지금도 잘 애용하고 있다. 하나는 러닝할 때만 사용하는 ‘전투용’, 또 다른 하나는 외출 나갈 때만 쓰는 ‘멋내기용’. 마치 군복처럼 나눠 사용 중이다.

모드 타겟 팬던트 넥크리스

원래 동일한 디자인의 목걸이를 고무로 만들어 착용했었는데 분실했다. 그런 나를 딱하게 여긴 친구가 직접 은공예로 만들어 선물해 준 뜻깊은 목걸이다. 그 친구와 지금은 멀어졌지만, 항상 목걸이를 볼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들곤 한다. 이 선물을 받았던 게 2018년인데, 7년 동안 단 한 번도 뺀 적이 없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케이트 링

‘영국의 음악사에도 깊이 관여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제품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지’라는 생각으로 구매한 반지다. 집에서 잠시 편의점을 나갈 때도 무조건 끼고 나간다. 거의 씻을 때 빼고는 항상 내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다 보니 많이 찌그러지고 스크래치도 더러 생겼다. 사람처럼 늙어버렸지만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문신 같은 반지.

해밀턴 벤츄라 워치

나는 시계가 마치 서로를 재단하는 사치품 같다고 느끼곤 하는데, 해밀턴의 벤츄라 모델은 헤리티지가 남다르다. 이 시계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즐겨 차던 모델이라 로큰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명품 시계보다도 값지니까. 내가 손목이 굵은 편이 아니라 남성용은 조금 큰 감이 있어, 몇 년간의 디깅 끝에 나에게 꼭 맞는 여성용 모델을 구입했다.

산슈앤코 구두

지난 2014년, 산슈앤코 성수 쇼룸에 직접 가서 구매한 슈즈다. 진부한 표현처럼 들리겠지만 그 당시 혜성처럼 등장한 브랜드로 기억한다. 빈티지한 무드가 풍기는 매력적인 아이템들이 넘쳐났고, 만약 지금 그 쇼룸이 있더라도 말도 안 되게 멋있는 공간일 거다. 그래서 나도 참지 못하고 부산에서 서울 성수동으로 직접 찾아가 맞췄다. 어째서인지 현재는 이 브랜드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나는 중요한 날이면 이 구두를 꺼내 신을 만큼 아낀다.

지미 쿠퍼 레코즈 레코드 백

지미 쿠퍼 레코즈는 내 취향이 담긴 제품을 제작하는 비주기적 브랜드다. 개인 작업이라고 봐도 좋다(웃음). 이건 영화 <콰트로페니아>의 주인공 ‘지미’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기존 모드 타겟 로고와 달리 절반만 채색한 이유도 있다. 1960년대 모즈 문화를 사랑하지만, 결국 나는 21세기 현재의 한국을 살아가는 인물이니 오리지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 타겟의 절반을 지워 가방에 새겼다. 하지만 지미에 대한 공감과 동경은 타겟을 꽉 채울 만큼 크다.

Essentials: 한국의 모즈 ‘강병역’

더 보기

이전 글

키스 x 온 러닝 클라우드존 공개
신발

키스 x 온 러닝 클라우드존 공개

러닝에도 패션으로도 문제 없다.

베르디 x 휴먼 메이드 컬렉션 공개
패션

베르디 x 휴먼 메이드 컬렉션 공개

일본 패션 신 최전선에 있는 두 브랜드가 만났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 x 뉴발란스 991v2 ‘트리플 블랙’ 공개
신발

도버 스트리트 마켓 x 뉴발란스 991v2 ‘트리플 블랙’ 공개

올블랙 스니커를 찾고 있다면 주목.

알파 인더스트리 2025 봄, 여름 컬렉션 공개
패션

알파 인더스트리 2025 봄, 여름 컬렉션 공개

사막 전투복에서 영감받은 필드 재킷.

와코 마리아 x 리복 클럽 C 85 출시 정보
신발

와코 마리아 x 리복 클럽 C 85 출시 정보

곳곳에 사용된 레오파드 디테일.


미쉐린, 포르쉐 911 GT3 RS를 위한 고성능 타이어 출시
자동차

미쉐린, 포르쉐 911 GT3 RS를 위한 고성능 타이어 출시

랩타임으로 증명된 성능.

슈프림 x 나이키 에어 맥스 1 ’87 공개
신발

슈프림 x 나이키 에어 맥스 1 ’87 공개

2025 SS 컬렉션 룩북에서 포착됐다.

킴 카다시안의 스킴스 x 나이키 공동 브랜드 론칭
패션

킴 카다시안의 스킴스 x 나이키 공동 브랜드 론칭

나이키의 슬럼프를 극복할 대항마가 될까?

예스아이씨, 2025 봄, 여름 컬렉션 출시
패션

예스아이씨, 2025 봄, 여름 컬렉션 출시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앰부시 2025 가을, 겨울 시즌 컬렉션 공개
패션

앰부시 2025 가을, 겨울 시즌 컬렉션 공개

앰부시가 해석한 도쿄의 스트리트 스타일.

More ▾
 
뉴스레터를 구독해 최신 뉴스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