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프리즈 가이드: 입문자를 위한 지침서
‘진짜’ 프리즈를 즐기길 원한다면.

9월, 서울의 공기가 달라진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갤러리가 되고, 모든 시선은 단 하나의 이름, ‘프리즈 서울(Frieze Seoul)’로 향한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강남 코엑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세계적인 아트페어는 다시 한번 서울을 아시아 미술의 심장부로 만든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2025년 프리즈 서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전 세계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해 동시대 아시아 미술의 최전선을 선보이는 가운데, 거장과 신예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한다. 국제갤러리가 선보이는 단색화와 백남준의 유산부터 가고시안의 무라카미 타카시, 데이비드 즈워너의 쿠사마 야요이, 화이트 큐브의 안토니 곰리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프리즈 서울을 통해 대거 공개된다.
전시장 내부를 가득 채운 작품의 향연, 도시 곳곳을 밝히는 갤러리 나이트,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특별한 협업까지. 9월의 서울은 ‘프리즈 위크(Frieze Week)’라는 이름 아래 잠들지 않는다.
이 거대한 축제 앞에서 어디서부터 발걸음을 떼야 할지 막막한 것은 당연하다. 길을 잃고 우연히 마주하는 작품이야말로 프리즈의 진짜 매력이라지만, 단 한 번의 경험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당신을 위해 <하입비스트>가 준비했다. 프리즈의 핵심 섹션부터 작품 구매 방법, 그리고 코엑스 밖에서 반드시 경험해야 할 이벤트까지. 이 가이드 하나면 충분하다.
입장부터 현명하게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티켓 예매부터 긴장될 수 있다. 현장 구매도 가능하지만, 사실상 온라인 예매가 필수다. 얼리버드 티켓은 금방 매진되니 서두르는 게 좋다. 현장에서 남은 티켓을 구한다 해도 원하는 시간대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만 7세 미만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지만 보호자 동반이 필요하다. 프리즈 일반 관람은 9월 4일 목요일 15:00부터, 또는 9월 5일 금요일, 6일 토요일 11:00부터 당일 입장 가능하며, 일반 관람은 80,000원, 학생은 55,000원에 프리즈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교통편은 어떨까? 코엑스 주차장은 늘 만석이니 대중교통이 가장 안전하다. 전시장 안팎은 하루 종일 걸어 다니게 되므로, 편한 신발은 필수 중에 필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할까?
프리즈 서울은 방대한 규모 때문에 어디서부터 볼지 고민하는 순간 이미 지쳐버릴 수 있다. 이 한 가지만 기억하자. ‘거장에서 신예로, 과거에서 현재로’라는 흐름을 따라가 보자.
먼저 입장하자마자, 가장 주목받는 국제 갤러리들의 부스인 ‘Galleries’부터 공략한다.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 큐브, 하우저 앤 워스 같은 갤러리는 세계 미술 시장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무라카미, 쿠사마, 틸만스 같은 작가들의 대표작을 마주하는 순간이 바로 프리즈의 첫인상이 된다.
다음으로는 ‘프리즈 마스터스’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고대 유물부터 20세기 후반의 작품까지 한 자리에서 보며, 현재 미술이 과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커스 아시아’로 이동하면 신진 작가들의 가장 실험적이고 신선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큰 그림을 본 뒤, 가장 날카롭고 생생한 현재의 감각으로 마무리하는 동선을 추천한다.
프리즈 섹션은 어떻게 구분되나? (Galleries / Frieze Masters / Focus Asia)
Galleries
메인 섹션에는 세계를 대표한 8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아라리오, 조현화랑, PKM 갤러리 등이 참여하며, 서도호, 양혜규, 하종현 같은 작가들이 중심에 선다. 글로벌 갤러리로는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 큐브, 페이스 등이 있다. 이들의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블루칩 작가들의 시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국제적 네트워크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Frieze Masters
프리즈 마스터스는 ‘시간의 아카이브’다 고대 도자기부터 르네상스 보석, 단색화와 모노하까지. 수천 년의 예술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학고재는 달항아리와 백남준을, 가나아트는 단색화를, 레정뤼미뉘르는 중세 필사본을 가져온다. 올해는 일본 코타로 누카가와 중국 스퍼스 갤러리가 합류해 아시아적 시선을 강화했다. 이곳에서는 예술이 어떻게 시대와 지역을 넘어 연결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가나아트(Gana Art)
- 학고재(Hakgojae Gallery)
- 갤러리 신라(Gallery Shilla)
- 레정뤼미뉘르(Les Enluminures)
- 마졸레니(Mazzoleni)
- 량 갤러리(Liang Gallery)
- 코타로 누카가(Kotaro Nukaga Gallery)
- 어 라이트하우스 콜드 카나타(A Lighthouse Called Kanata)
- 스퍼스 갤러리(Spurs Gallery)
Focus Asia
포커스 아시아는 프리즈의 심장이다. 서울 드로잉룸은 임선구의 도시적회화를, 도쿄 콘 갤러리는 요코테 타이키의 붕괴된 구조물 설치를, 타이페이 PPT 스페이스는 크리스틴 티엔 왕의 인터넷 풍자 회화를 선보인다. 인도네시아 코헤시 이니셔티브는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의 식민 기억 작업을, 상하이 린시드는 량푸의 우주적 회화를, 서울 상히읗은 정유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조각을 전시한다. 포커스 아시아는 미래의 미술사를 현재형으로 목격할 수 있을 것.
- 백아트(Baik Art), Seoul, Jakarta – 추미림 Mirim Chu
- 콘 갤러리(CON_), Tokyo – Taiki Yokote
- 드로잉룸(drawingRoom), Seoul – 임선구 Sun Goo Im
- 카나 카와니시 갤러리(Kana Kawanishi Gallery), Tokyo – Hideo Anze
- 코헤시 이니셔티브(kohesi Initiative), Yogyakarta – Timoteus Anggawan Kusno
- 린씨드(Linseed), Shanghai – Liang Fu
- 파셀(Parcel), Tokyo – Side Core
- 갤러리 플래닛(Gallery Planet), Seoul – 양승원Seungwon Yang
- PTT 스페이스(PTT Space), Taipei – Christine Tien Wang
- 상히읗(Sangheeut), Seoul – 정유진Eugene Jung
작품은 어떻게 구매하나?
프리즈에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수백 점의 작품들. “이거 사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터. 그에 대한 답은 ‘Yes’다. 프리즈는 작품을 감상을 할 수 있는 곳이자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부스에 상주하는 갤러리스트에게 직접 문의하면 된다. 가격은 현장에서 바로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화가 필수. 초보 컬렉터라면 작품의 가격대, 작가 이력, 작품 운송과 설치까지 꼼꼼히 질문해야한다. 특히 갤러리스 부스에서는 거장의 작품이 억 단위에 거래되기도 하지만, 포커스 아시아 같은 섹션에서는 신진 작가의 합리적인 가격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어떤 브랜드들이 후원에 참여했나?
프리즈의 또 다른 재미는 브랜드들이 꾸리는 특별한 공간이다. LG OLED는 박서보를 기리는 라운지를 운영하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김재용 작가의 도넛 조각과 함께한다. BMW는 프리즈 뮤직을 통해 크러쉬, Baby Don’t Cry, DJ 소울스케이프의 공연을 준비했다. 아디다스, 로에베, 샤넬 등의 패션 브랜드와 더불어 노루페인트와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참여하며, 스톤아일랜드는 포커스 아시아를 후원에 젊은 갤러리들의 참여를 지원한다.
코엑스 외 공식 행사는 어떤 것들이 있나?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전시장을 중심으로 열리지만, 주요 행사들은 서울 곳곳에서도 이어진다.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등 갤러리 밀집 지역에서는 ‘프리즈 나잇’이 열린다. 이 기간 동안 갤러리들은 늦은 밤까지 운영되며, 도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만날 수 있다. 각 지역 행사는 9월 1일(월) 을지로, 2일(화) 한남, 3일(수) 청담, 4일(목) 삼청 순으로 진행된다.
서울 전역에서는 다양한 전시도 함께 열린다. 리움미술관의 이불 개인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마크 브래드포드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의 김창열 회고전이 대표적이다.
올해 새로 문을 여는 약수동의 ‘프리즈 하우스 서울’도 주목할 만하다. 첫 전시 <UnHouse>는 ‘집’을 퀴어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계단, 창, 복도 같은 일상의 구조들이 전시의 일부가 되는 실험적 공간으로 구성된다.
- 리움 미술관, 서울 – 이불
-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서울 –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 <마크 브래드포드: Keep Walking>
- 아트선재센터, 서울 –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
- 호암 미술관, 용인 –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김창열 회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