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 아일랜드 인터뷰: 고독을 태워 빛으로 만드는 법

Flyin’ to your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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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아일랜드의 커리어에는 흔히 말하는 ‘예열’의 시간이 없었다. <고등래퍼> 이후 그는 곧바로 신(scene)의 중심에 놓였고, 앰비션 뮤직이라는 가장 안정적인 시스템 안에서 성공의 공식을 빠르게 체득했다. 하지만 모든 성공은 언젠가 질문을 남긴다. 이 궤도를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궤도를 다시 그릴 것인가.

애쉬 아일랜드는 안전한 답을 버렸다. 그는 이미 증명된 보호막을 벗고, 선택의 결과를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1인 레이블 ‘미드나잇 레코즈’를 택했다. 성공 이후에 찾아온 이 결정은 도전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 행위에 가까웠다. 그 과정에서 그의 삶은 또 한 번 급격히 흔들렸다.

아티스트 이전에 ‘아빠’가 되면서다. EP <BURN>은 그 선택의 결과물이다. 불안을 소비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결정을 밀어붙이는 에너지. 애쉬 아일랜드는 과거를 태워 없애기보다, 그 잔재 위에서 더 빠르게 달리는 방법을 택했다. 보호받던 소년은 사라졌다. 지금의 애쉬 아일랜드는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자리에서, 그의 불꽃은 가장 선명하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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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최근에 올리신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챤미나 씨와 함께 부른 ‘OST’ 셀프 축가 영상도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영상을 봐주시고,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소중하고 사적인 순간이었는데, 그 장면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의미가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딸아이의 아빠가 되신 이후,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맞아요. 확실히 제 일을 대하는 태도는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느껴요. 그렇다고 해서 음악 스타일이 갑자기 바뀌었다거나,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음악을 대하는 마음의 무게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제 감정 안에서 출발하고 끝나는 음악이었다면, 지금은 이 감정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닿을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도 어떤 의미로 남을지까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돼요.

아버지가 됐다고 해서 일부러 더 좋은 말만 하거나 밝은 음악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제 감정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생긴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제 자신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곡을 쓰고 무대에 서지만, 그 솔직함 안에 담기는 시선이나 깊이는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고 느껴요.

음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어떤 결심으로 학업과 음악 사이에서 선택하게 됐나요? 

당시에는 음악을 향한 제 길에 대한 확신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단순히 “하고 싶다”는 감정이 아니라, 이 길이 아니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 선택에 책임을 지고 싶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부모님께는 가장 불안한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제 음악뿐만 아니라, 제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체를 존중해주시고, 누구보다 많이 응원해주고 계십니다. 그 응원이 지금의 저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고,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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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 이후 앰비션 뮤직에 합류하며 느꼈던 부담감은 어땠나요?

솔직히 말하면 부담이 정말 컸어요. 당시 앰비션뮤직은 이미 확고한 색과 팀워크를 가진 레이블이었고, 저는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많지 않았으니까요. ‘내가 여기에 어울릴 수 있을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같은 고민을 혼자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건 회사가 고민할 문제고, 너는 음악만 잘하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고, 이후로는 괜히 겁먹기보다는 음악으로 제 존재를 증명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에 더 몰입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이후 ‘Deadstar’ 등을 통해 멜로딕한 싱잉 랩 스타일로 애쉬 아일랜드만의 색을 확립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떤 스타일로 전환해야겠다고 명확하게 계획했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원래부터 속사포 랩(?)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그때그때 제가 듣고 있던 음악이나 느끼던 감정, 좋아하는 사운드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음악으로 흘러왔습니다.

다만 분명했던 건, 그 당시 한국에서는 아직 많이 보이지 않던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제 왼팔을 레터링 타투로 채운 것도 비슷한 이유였고, 음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감정과 사운드로 저라는 사람을 세상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2024년 앰비션 뮤직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1인 레이블 ‘미드나잇 레코즈’를 설립하셨습니다. 독립을 결심하게 된 가장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앰비션 뮤직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제 음악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감사한 마음도 큽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애쉬 아일랜드로서 다음 단계, 다음 챕터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어요. 음악적으로도, 삶의 태도에서도 스스로를 조금 더 낯선 환경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선택이 결국 독립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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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레이블을 운영하며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음악적으로는 훨씬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대표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아져서 오히려 더 신중해졌어요. 하나의 선택이 음악뿐만 아니라 사람과 팀, 그리고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계속 체감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실무적인 부분은 저보다 훨씬 잘해주시는 분들이 함께하고 계셔서, 저는 아티스트로서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독립 여부와 상관없이, 제가 만든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여전히 가장 큰 보람입니다.

여러 시상식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큰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이러한 인정이 음악 작업에 영향을 주는 순간도 있었나요?

저는 음악을 명예나 상을 목표로 시작한 적은 없어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제 목소리를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음악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을 받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작업에 대한 태도나 책임감이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여전히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담과 재미, 그리고 행복을 동시에 느끼고 있고, 그 감정들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애쉬 아일랜드의 음악은 솔직한 감정과 멜로디로 젊은 세대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곡을 만들 때 감정의 진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감정을 잘 포장하는 것보다 숨기지 않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멋있어 보이기 위해 감정을 정리하거나, 일부러 예쁘게 표현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순간 제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최대한 솔직하게 담으려고 해요. 제 음악을 듣는 분들이 있다면, 세상이 늘 괜찮은 모습만 요구하더라도 스스로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 노래가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대신 말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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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처음으로 아시아와 북미를 아우르는 월드 투어를 진행하며 전 세계 팬들을 만났습니다. 해외 공연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어느 나라든 제 무대를 정말 진심으로 즐겨주시고, 뜨겁게 호응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인이어를 뚫고 들어올 만큼 떼창이 컸던 게 기억에 남고, 일본에서는 제 곡의 감정선을 굉장히 집중해서 느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표현 방식이나 언어는 달라도, 음악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감각은 모두 같았던 것 같아요. 그 경험이 앞으로 음악을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으로도 이어졌습니다.

10대에 데뷔해 어느덧 20대 중반을 지나며 많은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지금의 애쉬 아일랜드가 데뷔 초의 자신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어린 시절의 저에게는, 너무 빨리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지금도 스스로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계속 되새기고 있고, 결국 그 시간들마저 제 삶이 되고 음악이 되면서, 지나온 모든 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지금 음악을 시작하는 어린 아티스트들에게는, 스스로를 믿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그 믿음을 놓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결국 오래 음악을 하는 사람은, 자기 안의 어떤 믿음을 끝까지 지켜내고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뷔 초 갑작스러운 인기와 함께 악플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돌아봤을 때,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고 그 경험이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사실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어떤 한 시기를 딱 잘라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매 순간이 쉽지 않고, 저 스스로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극복했다’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끄럽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힘들었던 모든 순간들 역시 결국 저 자신이었고, 그 시간들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경험들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기보다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해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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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도 관심이 많아 직접 ‘X:ORDINARY’ 를 론칭하기도 하셨죠. 패션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제가 스스로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 저는 이상하게 새로 사도 결국 늘 입고 쓰던 것들만 입게 되다 보니, 제 취향이 자연스럽게 담긴 옷을 직접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직접 옷을 제작하고 선보이는 작업은 음악과는 또 다른 창작 과정일 것 같습니다. 패션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가요?

사실 음악과 패션은 뗄래야 뗄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꼈던 혹은 느끼고 있는 감정들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음악이라면 그 음악을 시각화하는 게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제가 패션을 통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현재 또는 과거 또는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제 라이프가 패션에 투영된다고 생각해서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패션에 접목시켜 표현하고 싶은 바가 가장 큰 것 같아요.

타투도 애쉬 아일랜드의 아이덴티티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러 타투들 중에서 특히 남다른 의미를 지닌 타투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의미가 큰 타투는 제 왼팔에 있는 타투들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말들과 곡들, 그리고 제 아이덴티티가 가장 많이 담겨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타투에 대한 생각은 어릴 때부터 있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언젠가는 제 몸을 타투로 채우고 싶다고 말하곤 했고, 그만큼 자연스럽게 제 일부처럼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지금은 예전처럼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타투 역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천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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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이룬 뒤에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된다고들 말합니다.  애쉬 아일랜드로서 앞으로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나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애쉬 아일랜드로서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요. 언젠가는 제 음악만으로 더 큰 무대에 서는 날도 오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제가 만든 음악이 오래 기억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제 노래가 누군가의 인생 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 있는 커리어라고 느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애쉬 아일랜드의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항상 제 음악을 기다려주시고, 묵묵히 들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제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음악을 하든 곁에서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됩니다. 이번 앨범과 콘서트,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모든 무대에서 조금씩이라도 더 성장한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오래 음악 하는 아티스트로 남고 싶어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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