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이 단독 인터뷰: POP IS CRYIN’
그래도 몸에 배있길 보우.

‘STIGMATA’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마스크가 존재감이 굉장히 뚜렷해서 저희가 꼭 찍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져와 달라고 요청드렸는데, 이걸 직접 제작하셨다고요?

마스크에 얽힌 비하인드가 있는데요. 사실 제가 피드백도 많고 워낙 예민한 편이라, 처음엔 소통이 잘 되는 한국 감독님이랑 작업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스케줄이 안 맞아서 결국 일본 감독님과 함께하게 됐어요. 아니나 다를까, 서로 바라보는 미감의 기준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면 뮤직비디오에 ‘데코토라’가 나오는데, 감독님은 그걸 별로 원하지 않으셨어요. 일본 사람들에게 그 트럭은 너무 흔하니까요. 이런 조율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넣고 싶었던 욕심에 비해 시각적인 재미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요. 그래서 막판에 ‘안 되겠다, 마스크라도 직접 만들자’ 하고 결심하게 된 거죠.

비주얼적인 아쉬움을 채우기 위한 돌파구였군요. 마스크의 구체적인 비주얼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어요?

이번 앨범 자체가 ‘다프트 펑크’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습니다. 전자적인 무드에 대한 갈증도 있었고, 성공한지는 모르겠으나 대중에게 확실한 캐릭터 하나를 각인시켜 주고 싶었어요. 앨범과 어울릴 만한 비주얼을 고민하다가 ‘하키 마스크를 반짝이는 재질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죠. 사실 다프트 펑크 스타일의 가면을 그대로 제작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레퍼런스를 찾으며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다 보니, 그 중간 지점에서 지금의 마스크가 나오게 됐습니다.

그런데 아까 마스크 촬영할 때 보니까 “이게 살인자 마스크니까 눈이 선하게 보였으면 한다”라고 요청하셨잖아요. 이건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요청하셨던 거예요?

이번 앨범에서 제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나는 선하다’가 아니라 ‘나는 선하지 않다’예요. 그렇다면 나의 선하지 못함을 겉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살인자 가면이 떠오른 거죠. 사실 저 가면은 원래 하키 마스크인데 영화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마스크로 더 잘 알려져 있잖아요. 그 인식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악한 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하게됐습니다. 아까 처음 물어보신 마스크 제작 이유에 더 덧붙일 수 있는 답변이 되겠네요.

마스크 얘기만 했는데도 앨범 하나 만들 때 진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공을 들였을지 느껴지네요.

앨범을 만들 때 담기는 내용과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명확한 이유를 정해놓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것들도 많아요. ‘이게 살인자 마스크니까 분명히 사람들은 오해할 거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왜냐하면 제가 2016~2017년도부터 소수의 사람들에게 ‘비와이는 적그리스도의 하수인이다’라는 식으로 모함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엡스타인이나 음모론 같은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니까, 그 사람들의 말에 힘이 실리는 거예요. ‘비와이도 입으로는 복음을 얘기하는 척하지만, 사실상 이런 심볼들을 넣어서 믿는 사람들을 미혹하려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저를 괴롭히는 거죠.

비와이 단독 인터뷰: POP IS CRYIN’

화이트 수트 셋업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는 앙팡 리쉬 데프리메. 아이웨어는 미우미우.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벨트 같은 걸 보고 일루미나티라고 하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죠?

네, 맞아요. 그런데 애초에 일루미나티가 내세우는 심볼은 ‘외눈’이잖아요. 하지만 제 벨트에는 눈이 여러개 있거든요 (웃음).

맹신의 무서움이죠.

미신인 거죠. 예를 들어 제가 눈이 간지러워서 손으로 가리고 있으면 그것도 악한 건가요? 그들은 모든걸 그런 식으로 끼워 맞춘다는 거죠. 무분별하게 음모론을 맹신하는 거예요. 이런 공격을 많이 받다 보니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그들의 자유니까요. 제가 직접 일일이 해명하는 것도 웃기고, 결국 제 중심은 하나님만 아시는 거니까요. 어쨌든 그 가면을 만든 것은 나의 악함을 시각적인 심볼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앨범에서 쭉 이야기하는 게 ‘내가 악하기 때문에 구멍 뚫린 손과 발이 필요하다’는 뜻이니까요.

<POP IS CRYIN’> 앨범이 나오고 그런 음모론적인 이야기가 더 많아진 것 같은데, 평소에 앨범 피드백이나 리뷰도 찾아보세요?

네, 다 찾아봅니다. 아마 제가 제일 많이 볼 거예요. (웃음).

그중에서 본인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요?

정확히 파악한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애초에 이 앨범의 결론을 제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제가 이번에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라고 평가하시는데, 그건 아니에요. ‘내가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다’가 저의 개인적인 결론이거든요. 해석들이 굉장히 다양해서 구체적으로 뭐가 틀렸는지는 다 기억나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다양한 반응들이 좋은 것 같아요.

댓글 중에 “이런 부분은 해석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사실 앨범에는 제가 적어놓은 명확한 답과 이유들이 다 존재해요. 그래서 완전히 ‘해석하기 나름’이라며 본질에서 벗어난 피드백을 보면 개인적으로 아쉽긴 하죠. 사람들이 아직 명확한 단서들을 다 찾아내지는 못한 것 같아서, 앞으로 더 다양한 방면에서 해석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일반 대중의 관점, 신학적인 관점, 그리고 심지어 정계에 계신 분들의 관점에서도요. 실제로 정치 쪽에 계신 분들도 이 앨범에 관심을 많이 가지시더라고요. 그분들의 시선에서 해석하는 걸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죠. 담긴 의미들이 단순하진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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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는 릭 오웬스. 셔츠와 벨트는 앙팡 리쉬 데프리메. 아이웨어는 미우미우.

아까 다프트 펑크 이야기를 하셨는데 사운드 이야기를 해볼게요. 앨범 전반의 사운드 메이킹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게 다프트 펑크인가요?

시작은 아니고요. 훵크라는 장르에 처음 입문하고 심화시켜 준 사람은 그레이 형이고, 맨 처음 접했던 건 프라이머리 형 같아요. 고등학교 때 아메바컬쳐가 대한민국을 정복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때 다이나믹 듀오 형들과 프라이머리 형의 음악을 들으며 훵키한 감성을 처음 느꼈는데, 그 신선한 충격이 너무 좋았어요.

그 후 군대 가기 전에 ‘훵크는 힙합의 뿌리니까 제대로 공부해 보자’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이 흥겨운 리듬을 워낙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032 Funk’ 앨범을 준비하면서 제임스 브라운을 듣기 시작했고, 옛날 미국의 모타운 음악이나 프린스 등 펑크 기반의 팝 음악들을 찾아 듣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평소에 정말 좋아하는 닥터 드레로 이어지더라고요. 닥터 드레가 펑크를 기반으로 ‘지 펑크라는 장르를 대중화시켰잖아요. 최근 미국에서 레이지 장르로 플레이보이 카티가 가장 유명하지만 그가 최초가 아닌 것처럼, 닥터 드레도 지펑크의 창시자는 아니지만 그 장르의 대명사가 됐죠. 저도 그들처럼 한국 힙합만의 고유한 소리를 만듦과 동시에, 이 오리지널리티를 한국적으로 화끈하게 로컬라이징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요.

비와이의 이전 음악들은 펑크보다는 칸예 웨스트처럼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이 강했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만들 때는 칸예 웨스트 음악을 거의 안 들었어요. 항상 제 마음속에 있는 아티스트지만, 이번엔 닥터 드레의 방법론과 접근 방식에 집중했죠. 이전에는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프로덕션을 좋아했고, 제가 새내기 래퍼일 때 그런 웅장한 트랩 음악이 유행했어서 그 DNA가 깊게 남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미지가 너무 고착되다 보니 ‘비와이 음악은 늘 비장하고 무겁다’라는 거리감을 대중이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변화를 주고 싶으셨던 거군요?

피드백을 확인하면서 제 부족한 점과 대중의 반응을 머릿속에 다 입력해 놨어요. ‘이 고정관념을 다 깨부수어야겠다’ 하고 준비한 거죠. 우선 스케일을 줄이고, 관현악 리얼악기 사운드를 아예 배제하기로 했어요. 오직 디지털로만 이루어진 프로덕션으로 만들어야 기존의 이미지를 완벽히 깰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그 방향성에 가장 가까운 아티스트를 찾다 보니 다프트 펑크나 저스티스 같은 프렌치 하우스 계열의 아티스트들이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게 된 거죠. 그런 사운드 하나하나의 선택에다 명확한 이유가 있었어요.

앨범 수록곡 중에 ‘배있길 보우’ 트랙이 인상적이었어요. 오케이션의 목소리가 들려서 반갑기도 했고요. 세간에는 비와이가 오케이션에게 복음을 전한 장본인이라는 소문이 있던데요?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웃음). 오케이션 형과는 오프라인 교류가 많지 않았는데, 온라인에서 저보다 더 기독교 콘텐츠에 ‘좋아요’를 많이 누르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종교라는 단어에서 벗어나려고 일부러 그런 것에 좋아요를 안 누르거든요. 이번 앨범도 종교적인 앨범이 아니라, 제 신앙이 담긴 앨범이에요. 비와이라는 이름에 ‘종교’라는 딱딱한 프레임을 묻히고 싶지 않아서요. 그런데 오케이션 형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길래 인스타그램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나중에 곡 같이하자”고 얘기가 됐어요. 그게 한 2년 전인데, 지금 시기에 딱 교집합이 되는 소재가 나와서 비트를 보냈고, 서로의 신앙이 잘 버무려진 곡이 완성됐습니다. 제가 복음을 전한 게 아니라, 형이 삶 속에서 예수님을 만난 것 같아 참 기쁩니다.

몰리얌과는 이번 릴리즈 파티 때도 함께하셨는데, 어떻게 인연이 이어지게 됐나요?

몰리얌은 ‘Burning slow’에서 바이럴될 때 제가 거의 첫 번째로 댓글을 달았을 정도로 초창기부터 눈여겨 보던 친구예요. 나중에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친구가 추구하는 음악적 노선이 제가 걷는 길과 같더라고요. 종교적인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자신의 개인적인 신앙을 음악 속에 멋지게 풀어내고 싶다는 숙제를 그 친구도 똑같이 안고 있었어요.

몰리얌도 크리스천이었군요?

네. 가사만 보면 잘 모를 수 있지만, 그 친구의 삶과 신앙에서 우러나온 가사들이거든요. 이게 바로 굳이 종교적인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이 진짜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번 앨범으로 확실하게 제 노선의 도장을 찍었고, 그 친구도 그런 부분에서 자극을 받은 것 같아요.

비와이 단독 인터뷰: POP IS CRYIN’

그리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랙으로 꼽는 곡이 바로 ‘악수’인데요, 그 곡에 대한 해석도 엄청나더라고요.

그 해석들은 대부분 맞는 것 같아요. 내용이 직관적이라 어려울 게 없거든요 (웃음).

당시에 힙합 씬의 대형 레이블 3곳의 제안을 거절하신 셈인데, 그런 결정을 내릴 때 어떤 마음이었어요?

사실 믿는 구석이 없으면 그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죠 (웃음). 당시 제 삶에는 너무 확실한 것들이 많았어요. 주머니도 엄청 두둑해졌고, ‘비와이’라는 브랜드의 파워가 가장 강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혼자서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그 이후에 제 레이블을 차리고 아티스트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었죠. 군대에서부터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으면서 ‘그때의 거절이 악수였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제안을 거절할 당시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던 24살의 어린 나이였습니다. 세금도 처음 내보고 재정에 대한 개념도 전혀 없던 때였으니까요.

그럼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결정을 번복하실 건가요?

아니요,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요. 이미 <POP IS CRYIN>이라는 앨범을 세상에 낸 상태니까요. 저는 이 앨범을 너무 사랑해요. 앨범을 만들면서 ‘내가 처음 듣는 힙합 팬이라면 이 음악의 팬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거든요. 결정을 번복하면 이 앨범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요. 사실 이 앨범을 만들 당시에는 과거를 후회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지만, 완성된 지금 시점에서는 번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팬들은 ‘악수’를 올해의 트랙으로 예상하기도 하더라고요.

대중이 가장 궁금해하던 이야기이니까요. 결말은 다들 알고 있지만 내부 사정은 모르는 이야기라 힙합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 그런 가려운 부분들을 최대한 해소해 드리고 싶었고요.

이번 앨범 가사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날카로운 소신을 밝히는 내용이 많아요. 요즘 사회 분위기가 검열과 통제가 심하다 보니 래퍼로서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당연히 두려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수님을 더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 메시지를 반드시 뱉어야만 했습니다. 저는 공산주의라는 개념을 정치적 이념으로 보지 않아요. 우리 삶 깊숙이 다가온 현실적인 위협으로 체감했거든요. 이 단어를 그저 이론으로만 바라보면 안 됩니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북한도 진정한 공산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 독재 국가일 뿐이죠.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산주의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아주 넓은 의미로 작용하고 있어요.

언어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잖아요. 인터넷의 발달로 새로운 단어가 사전에 등록되는 것처럼, 단어에는 시대성이 포함되니까요. 저는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제 삶과 커뮤니티 안에서 자유를 방해하는 거대한 흐름을 넓은 의미의 ‘공산주의’라는 단어로 표현한 거예요. ‘내가 외치지 않으면 누가 외치겠는가’라는 개인적인 사명감이요.

그런 단어들을 가사에 과감하게 쓰기까지, 역사 공부도 엄청 하셨겠어요.

역사적인 정보와 이념의 뿌리를 정확히 알아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니까요. 칼 마르크스로부터 시작된 사상의 열매들이 이미 우리 삶에 너무 많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철학적 이념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종교처럼 작용하고 심지어 교회 내부에서도 신앙과 교묘하게 하이브리드되어 주장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이걸 말 하지 않으면 진짜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수록곡 ‘공수레공수거’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우리 주변에 그런 현상들이 너무 많았고, 그것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영적인 상징이 제게는 ‘공산주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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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두려움은 없으신가요?

두려움보다 기쁨이 훨씬 크죠. 모르면 당연히 두려워요. 언제나 이기기 위해서는 알아야 돼요. 제가 공부하면 할수록 이 이념의 뿌리가 성경과 정반대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공산주의는 신이 없다고 믿는 유물론에 기반한 이념이기 때문에 크리스천인 저에게는 ‘적그리스도’라는 결론이 내려진 거죠. 이미 많은 크리스천분이 이에 대해 각성하고 목소리를 내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반공산주의’를 외치는 것과 반대로, 뮤직비디오는 사회주의의 중심지였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촬영하셨어요. 여기에도 연관된 메시지가 있겠죠?

러시아에 대한 여러 오해가 있지만 중요한 건 그 이념 자체가 시작된 역사적인 땅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상징적인 공간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이 시각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판단했어요. 실제로 제가 러시아 정치학 전공자분들께 “곡에서 공산주의를 비판해도 괜찮냐”고 물어봤어요. 왜냐하면 제가 한국보다 러시아에 팬이 더 많고 앨범 셀링도 훨씬 잘 되기 때문에 현지 반응을 파악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현지인들도 그 이념을 굉장히 싫어하고, 시원하게 표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촬영 당시 위험하거나 곤란했던 상황은 없었나요?

관광지인 국립박물관 근처에서 촬영하다 보니 경비들이 엄격하게 주시하더라고요. 저희가 정식 촬영 허가를 받은 게 아니어서 결국 경찰들이 왔고, 캠코더로 찍은 필름을 압수당했어요. 눈앞에서 다 삭제하라고 해서 필름을 빼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죠. 몰래 빼돌리다 들키면 정말 큰일 날 것 같아서 깨끗하게 포기했습니다 (웃음).

러시아 촬영 감독이 현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비켜달라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신고를 한 것 같아요. 사실 관광객들이 숏폼 영상 같은 건 자유롭게 찍는데, 저는 선글라스를 끼고 독특한 비주얼로 서 있으니까 연예인인 줄 알고 현지 아이들이 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하기도 하는 등 재밌는 해프닝도 많았습니다.

연예인이 맞으시잖아요 (웃음). 러시아 팬들에게 이번 앨범을 미리 들려주는 영상도 인상 깊었어요.

네, 투어 중에 앨범 수록곡들을 몇 곡 들려줬었죠.

댓글 중에 “러시아에서도 레이지 장르를 다루는 래퍼들이 인기인데, 불곰국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라는 평가가 있더라고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같아요. 레이지 장르의 소스를 부분 차용한 건 맞지만, 본질적으로 제 음악은 레이지가 아니에요. 러시아 팟캐스트에서 수록곡 ‘아비가’를 들려줬을 때, 현지 분들이 감탄한 포인트는 레이지 스타일의 리드신스 사운드가 아니라 훵키한 사운드가 가미된 베이스와 팜 뮤트 기타 세션의 조합이었거든요.그분들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흔한 레이지 사운드보다는 훨씬 더 신선하고 새로운 음악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고, 그 지점이 제대로 통한 것 같습니다.

비와이 단독 인터뷰: POP IS CRYIN’

재킷은 사카이. 팬츠는 릭 오웬스. 스니커는 버버리. 아이웨어는 프라다.

과거 <쇼미더머니>에서 선관위를 언급하신 이후 앨범이 바이럴되면서, 모든 상황을 예측한 듯 딱딱 맞 아떨어진다는 평이 많아요. ‘비와이의 선견지명’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세상과 국가가 흘러가는 흐름을 보면, 오히려 예측을 안 하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선견지명이라고 추앙받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당연한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거든요. 물론 그런 이슈들 덕분에 제 음악에 트래픽이 생기고 관심받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의도적으로 시기를 노린 건 아니다?

흐름을 예측하고 준비했다는 점에서는 노린 게 맞죠. 이런 사회적 상황에서는 다음 담론으로 반드시 이런 주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거라는 계산이 서니까요. 저는 이러한 예측이 신앙적인 접근을 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최근에 언급한 성별 붕괴 이슈 같은 경우도 제 기준에서는 오히려 늦게 언급한 편이에요. 이미 몇년 전부터 커뮤니티에서 계속 나오던 이야기인데 유명인이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거든요. 선관위 채용 비리 문제 역시 부정선거 이슈 이전부터 청년들이 취업난 속에서 분노하던 사안이었고요.

제 주변에서도 그런 부조리에 화를 내는 청년들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사실 <쇼미더머니> 가사는 그런 최근의 이슈들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전에 미리 써 둔 라인이었어요. 나중에 타이밍이 맞물려 무대에서 뱉기로 선택한 것뿐인데, 생각보다 사건들이 너무 빨리 터져서 저도 놀라긴 했습니다.

SPNS 팟캐스트 에서 언급하셨던 외압과 행사 취소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금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최근에 겪은 행사 취소 건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일반 기업이나 지자체 행사라면 논란을 피하고 싶어서 섭외를 번복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저도 감수해야죠. 하지만 군부대 공연 섭외가 번복된 것은 개인적으로 좀 충격적이었거든요.

원래 군부대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던 거군요.

군부대 구국성회 공연 요청이 와서 준비 중이었는데, 제 싱글 ‘SOUTHSIDE FREESTYLE’이 발매되고 나서 섭외를 취소했어요. 군대의 존재 이유 자체가 6.25 전쟁과 안보에 있는데,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 대항했던 역사적 인물의 육성과 안보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논란이라는 이유로 군대에서 거절했다는 게 너무 혼란스럽더라고요. 일반 기업의 취소는 100% 이해하지만, 군대만큼은 제 신념과 뜻이 같을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평소에도 국군의 날이나 현충일마다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마음을 표현해 왔기에 마음 상처가 좀 컸던 사건이었죠.

그리고 수록곡 ‘공수레공수거’가 교회 형과의 대화이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문자답처럼 들렸거든요. 실화 기반이겠죠?

실제로 제가 교회 커뮤니티 안에서 오랜 시간 지내오며 겪었던 수많은 대화와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에요. 제 안의 자문자답인 부분도 있고, 외부에서 저를 바라보던 시선들이 섞여 있죠.

“교회 다니는데 굳이 힙합을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식의 시선도 많이 받으셨겠어요.

엄청나게 많았죠. 가장 많이 받는 공격이 “어떻게 돈과 하나님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랩을 하느냐”는거예요. 하지만 저는 돈 또한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교회에서는 자꾸 돈과 신앙을 극단적으로 분리하려고 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부를 쌓는 것은 헛되다”, “어차피 죽으면 하나님 곁으로 갈 텐데 이 땅의 물질에 미련을 갖지 말자”라는 말씀의 본질적인 저의는 이해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노력하지 않거나 부자가 되지 못한 자신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합리화하는 걸 보았거든요. “돈은 유혹의 근원이니 멀리하는 게 지혜다”라며 뒤로 숨는 태도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 쓴 가사입니다.

비와이 단독 인터뷰: POP IS CRYIN’

화려한 유혹이 가득한 힙합 신에서, 문득 ‘내 자신이 과연 거룩한가?’라는 고민에 빠지진 않나요?

인간은 애초에 스스로 거룩해질 수 없는 존재예요.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내가 거룩할 수 없기 때문에 날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다고 고백하고 하나님 과 동행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적 사실을 지식으로 아는 게 아니라, “나는 나약하고 죄 많은 존재이기에 오늘도 예수님의 보혈이 필요합니다”라며 붙잡는 매일의 영적 싸움이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앨범을 관통하는 이야기군요.

네 그게 그게 앨범에서 얘기하는 게 그거예요. 이 씬이 있으면서 여러 것들을 보죠. 문화 예술계에는 성경과 반대되는 유혹들이 널려 있어요. 그렇다고 그들을 멀리하고 우리끼리만 고립되는 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 아니에요. 그들의 삶 속에 섞여 들어가 나에게 임하신 예수님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맡게 해주는 것, 그 냄새를 풍기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자 복음의 첫걸음이에요.

그래서 더 단단해 보이시는 것 같아요. 사람 자체가 되게 믿음으로 약간 무장돼 있는 느낌?

성경을 깊이 알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복음이 관념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실제 삶으로 실현되는 거니까요. 이 신에 남아서 조금이라도 선한 향기를 풍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가 힙합을 계속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많은 분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음악으로 증명하는 모습이 한국의 칸예 웨스트 같다”고 평해주시더라고요.

래퍼라면, 그리고 마이크를 잡은 MC라면 살면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하고 이겨내는 멋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자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이번 앨범은 인생의 큰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입니다. 제 행보가 후배 래퍼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팬을 잃거나 돈을 잃을까 봐 두려워서 안전한 말만 하거나 사리는 경향이 있잖아요.

복음이라는 메시지 자체가 ‘오직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뿐이다’라는 배타성을 띠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적이 생길 수밖에 없고 엄청난 리스크가 따릅니다. 하지만 제 본질인데 어떻게 말을 안 하겠어요. 저는 MC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제 진실을 외쳤고, 앞으로 후배들도 대중의 마녀사냥을 두려워하지않고 각자가 진실이라고 믿는 바를 조금 더 자유롭게 외칠 수 있는 건강한 판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물론 지금 세상을 보면 검열과 법적 규제가 심해져서 표현의 자유가 더 어려워질 것 같긴 하지만요 (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비와이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저도 다음 스텝이 어떻게 펼쳐질지 참 기대되는데요. 일단 이번 앨범이 만족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서사도 서사지만 당연히 사운드예요. 지금 시대에 대중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디지털 프로덕션 사운드를 듣기 좋게 웰메이드로 담아냈기에 제 커리어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고 자부합니다. 이 멋진 소리와 고유한 움직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지속 가능하게 전달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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