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파슨스 인터뷰: A24 최연소 감독
‘백룸’을 만든 21살 키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힌다.
케인 파슨스는 이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아니다. 21세의 나이로 A24 최연소 감독 타이틀을 달고 장편 영화 ‘백룸’을 완성한 그는 과거 ‘케인 픽셀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동명의 유튜브 시리즈를 직접 제작해왔고, 해당 프로젝트는 인터넷 호러를 대표하는 세계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백룸’은 형광등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복도와 비어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인터넷 호러 세계관이다. 케인 파슨스는 16세 당시 블렌더를 활용해 해당 공간을 구현했고, 이후 공개된 시리즈는 약 7천8백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는 당시 제작했던 디지털 파일을 영화 세트 디자인 과정에도 직접 활용했다.
영화 속 백룸 공간은 캐나다 밴쿠버의 한 오피스 단지 내부에 약 3만 제곱피트 규모로 제작됐다. 복도와 천장, 형광등 구조 대부분이 실제 세트로 구현됐으며, 블루스크린과 VFX 의존도를 최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파슨스는 “세트 구조를 눈을 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다”고 설명했다.
촬영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천장 구조물이었다. 제작진은 처음에 검은 페인트를 뿌린 목재 판으로 천장 타일을 구현하려 했지만, 촬영 직전 구조물이 위로 휘어지기 시작하면서 실제 타일로 전면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진짜 타일을 사용하게 돼 다행이었다. 세트를 철거할 때는 상실감까지 느껴졌다”고 전했다.
영화는 Y2K 감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전형적인 공포 영화와는 거리를 둔다. 음악 사용은 극도로 절제됐으며, 과도한 고어 연출 대신 공간이 주는 공허함과 정적으로 긴장감을 만든다. 파슨스는 “공포 장르라기보다 SF적인 접근에 가까웠다. 무언가가 벌어진 순간, 사람이 그 방 안에 서 있다면 어떤 감각일지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주요 인물 클라크 역시 백룸 공간에 점점 동화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현실 세계에서 이미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며, 백룸은 그러한 감정을 더욱 강화하는 장소처럼 작동한다. 파슨스는 “그는 결국 건축의 가장 근원적인 장소로 돌아간 셈. 그곳이 오히려 집처럼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백룸에 대해 “현실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 클라크의 자아를 방해할 만한 모든 사회적 자극을 제거한 공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클라크에게 그 공간은 두려움의 장소이자 동시에 현실로부터 벗어난 안식처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파슨스는 클라크를 옹호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어릴 적부터 너무 잘 알아서 그들의 논리가 어떻게 삶을 안에서부터 조금씩 무너뜨리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친구를 대하듯 그를 바라본다. 자신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클라크의 모습에는 분명 비극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차원에서 그는 끝내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어낸 셈이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파슨스는 홀로 세트장에 남아 백룸 공간 안에 앉아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만든 공간이 실제로 어떤 감각을 주는지 직접 체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이 가장 집처럼 느껴지는 공간”이라고 말하며, 영화와 원작 유튜브 시리즈를 하나의 연장선 위 프로젝트로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4년의 시간, 유튜브 조회수 7800만 회, 그리고 한 편의 장편 데뷔작을 지나온 지금, 파슨스는 자신의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열여섯 살에 만들었던 에피소드들의 어설픈 VFX, 본인조차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대사들 역시 모두 지금 안에 존재한다고.
스물한 살이 된 지금 훨씬 완성도 있게 구현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계속해서 덧쌓고, 보강하고, 하나의 연속된 타임라인 안에 들어맞는 이야기로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한다. 열여섯 살에 만든 시리즈와 영화는 결국 같은 프로젝트이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금 케인 파슨스의 위치를 이해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렇다. 그는 한 가지 크리에이티브에 5년 째 집착한 남자이자 이전의 어설픈 버전을 지워버리는 대신, 각 버전이 다음 버전을 비추게 하는 법을 배운 사람. 스물한 살에 웬만한 감독이 평생에 걸쳐 겨우 구축해낼까 말까 한 세계관을 그보다 더 많이 지어 올린 감독.
케인 파슨스의 <백룸>은 오는 5월 29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