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가리타 릴라 로사 박사가 바라는 건 미술계의 ‘비상업적 리얼니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역사학자이자 미술 평론가가 동시대 미술에 더 많은 시와 더 적은 소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약
'State of Art'는 동시대 미술을 형성하고 있는 아이디어와 담론, 문화적 변화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도록 아티스트, 큐레이터, 컬렉터 그리고 각 분야의 대표적인 인사들을 초대하는 HypeArt의 신규 연재 시리즈이다. 보다 밀도 높은 질문과 개별적인 추천을 통해 지금 미술계를 들뜨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게 될지를 한층 가까이에서 조망하도록 기획된 시리즈다.
Dr. Margarita Lila Rosa는 동시대 미술을 연구하는 역사가이면서, 이를 형성하는 문화적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할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공 학자이자 독립 큐레이터, 미술 평론가인 그는 아프로라틴계, 라틴계, 흑인 대서양 역사에 주력하며 이주와 기억, 정체성, 디아스포라의 경험이 오늘날 동시대 미술에 어떻게 여전히 울림을 남기는지 추적한다.
이러한 시각은 미술계가 중요하다고 여겨 온 것을 그저 따라가는 일에 대한 Rosa의 관심을 덜어놓는다. 그는 정서적으로 오래 남거나 익숙한 서사에 도전하고, 현재를 이해할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작업과 전시를 찾는다. 때로는 Bony Ramirez의 조각 세계에서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고, 때로는 휴대전화가 꺼진 채 베니스 비엔날레를 헤매다 낯선 이들의 녹음된 사과를 들으며 뜻밖의 위안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Hypeart의 State of Art 최신 편에서 Rosa는 Ramirez의 「El Cielo Del Mar」부터 고(故) Koyo Kouoh가 이끈 베니스 비엔날레까지, 2026년 한 해 자신에게 오래 남은 미술을 돌아본다. 그는 후자가 왜 전시라기보다 ‘찬양의 춤(praise dance)’처럼 느껴졌는지, 동시대 미술에 왜 더 많은 시와 더 적은 소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또 이를 둘러싼 세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미술계에 A+를 준 이유를 이야기한다.
올해 상반기에 본 전시 가운데 지금도 계속 생각나는 전시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Bony Ramirez의 「El Cielo Del Mar」는 여전히 나를 사로잡고 있다. 브루클린 Green-Wood Cemetery의 Historic Chapel에서 선보인 대형 조각 설치 전시로, 탁월한 Anne-Laure Saives가 큐레이션을 맡고 Elvin Tavarez가 음악을 만들었다. Ramirez의 조각 작업은 내 생각을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새롭게 재구성한다. 대개 기하학적이거나 원형인 그의 모듈형 목재 조각은 시골집을 이루는 단순한 나무 판자를 본뜨도록 만들어졌다. 그의 작업에 나는 완전히 감탄하고 있다. Ramirez는 사슴 같은 눈매로 양식화한 시골 사람들의 아름다운 초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베이비 블루색 나무 판으로 조각적인 ‘초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Ramirez의 인물 형상에는 초현실적인 면모가 있어, 우리 모두가 아름답지만 불완전한 여러 부분의 결합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한다.
올해 실제로 무언가를 느끼게 한 작품이 있었나, 아니면 모든 것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나? 있었다면 어떤 작품이었는지, 처음 마주했을 때의 경험과 함께 들려 달라.
베니스에서의 마지막 날, 나는 Arsenale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길을 잃고, 연결이 끊긴 상태를 즐기고 있었다. 여러 소리가 뒤엉킨 가운데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성거리는 듯한 속삭임을 들었을 때는 휴대전화가 이미 완전히 꺼진 뒤였다. 커튼을 열고 들어선 곳에는 검은 프리즘 52개가 매달려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스피커였다. 귀에 대면 사과의 메시지를 읽어 주었다. “답장을 못 해서 미안해. 모성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그랬어.” Taus Makhacheva의 「Dear R., R., K., S., M., A., C., S., K., I., G., L., A., A., L., P., G., E., J., D., M., C., B., O., F., F., R., D., M., E., L., I., F., L., A., M., T., K., K., L., P., F., V., A., L., L. (2018/2026)」였다. 나는 어지러운 기분으로 스피커 사이를 옮겨 다니며 모든 메시지를 들었다. 모두가 똑같이 지쳐 있다는 사실, 전쟁과 상실, 부모가 되는 일의 여파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일은 마음을 차분하게, 거의 제자리로 돌아오게 했다. 과도하게 연결된 세상에서 우리 모두에게 더 많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는 휴대전화가 꺼진 채 홀로 타인의 사과를 듣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길을 잃고 연결이 끊긴 채 이곳에 있는 일을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내일의 미술계에서는 시를 보고 싶다. Lindsay Adams의 시 같은 시를.”
올해 남은 기간 중 달력에 표시해 둔 전시가 있다면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고(故) Koyo Kouoh가 큐레이션한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어쩌면 이제껏 존재한 마지막 미술 전시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나는 괜찮을 것 같다. Arsenale과 Giardini의 벽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처럼 다시 나를 사로잡을 전시가 앞으로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미술 전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찬양의 춤이었다. 하나의 헌사이자, 최선이면서 마지막인 헌사였다. 베니스 곳곳에서 나는 흑인 국제주의에 대한 깊은 감각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및 팔레스타인 예술가들과의 진한 연대감을 온몸으로 느꼈다. 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온몸으로 느꼈다. 가장 강하게 느낀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Giardini에 전시된 BigChief의 비즈 장식 의상이었을까? Giardini의 들보에 매달린 Kennedy Yankyo의 거대한 조각 설치였을까? 매달린 전화기에서 흘러나온 음성 메시지가 방 안을 가득 채우던 Taus Makhacheva의 아찔한 공간이었을까? 아니면 Rose Solane의 영화 Mercurial New York(2026)이었을까? 언제 가장 강하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모두가 하나였다. 그것은 찬양의 춤이었다.
지금 2026년 미술계에 성적을 매긴다면 몇 점을 주겠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파시즘이 부상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요즘 미술계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흐름 한 가지와 더 많이 보고 싶은 흐름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Hyperallergic에 실린 Damien Davis의 에세이 「Manufacturing “Black Fatigue” in the Art World」가 흑인 미술을 둘러싼 불필요한 소음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휙! 그건 사라졌으면 한다. 내일의 미술계에서는 시를 보고 싶다. Lindsay Adams의 시 같은 시를.
지금의 미술계를 정확히 세 단어로 요약한다면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비상업적 리얼니스.
오늘 밤 어떤 예술가와든,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술이나 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하겠는가? 그리고 가장 먼저 무엇을 묻겠는가?
많은 사람은 Basquiat를 꼽겠지만, 나는 Jean-Michel이라고 하겠다. 그는 아이티계이자 푸에르토리코계였고, 꽤 어색하고 너드 같은 사람이었다. 아마 우리는 잘 통했을 것 같다. 그에게 세계 지도를 그려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어떤 기호를 선택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