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주목할 시대를 정의한 인물 10
모더니즘의 뮤즈부터 동시대 아이콘까지, 인간의 몸을 통해 한 세기의 미술사를 들여다본다.
인간의 몸은 결코 살과 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를 통틀어 예술가들은 전쟁과 소외, 소비주의, 정체성, 욕망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낳은 시대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몸을 탐구해 왔다. 소더비 홍콩이 모던 및 컨템퍼러리 아트 경매 시즌을 준비하는 가운데, 지난 한 세기 미술사에 남겨진 10점의 작품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전통과 현대성의 조우(1910년대~1950년대)
20세기 전환기의 핵심은 규칙을 완전히 폐기하는 데 있지 않았다. 기존의 규칙을 분열시키는 데 있었다. 아시아 전역의 예술가들은 새로운 형태의 현대성과 마주하며 동서양의 철학, 양식, 기법을 융합했다. 중국 화가 창위에게 이는 인체를 가장 본질적인 요소로 되돌리는 일이었다. 1950년대작 「무릎을 끌어안은 누드, 정면 I」에서는 해부학적 형태가 추상으로 사라지고, 절제된 선과 서예적인 곡선이 인물을 규정한다. 마이 쭝 투의 1950년작 「멜로디」는 한층 더 향수를 자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당시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작가는 절제된 색채와 친밀한 구도로 음악가를 그려, 고향과 기억, 그리고 바다를 건넌 연결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고지마 젠자부로의 1925~1928년작 「슈미즈를 입은 여인」 역시 양식을 유희적으로 다룬다. 서구적 포즈에 일본 우키요에 특유의 짙은 색채와 평면적인 공간감이 만난다. 인물은 서구 초상화에서 흔히 보이는 대면의 시선을 피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해 있다. 앙리 마티스의 1915년경 작품 「나부」 또한 관능성과 온기에서 저항의 태도를 발견한다. 제1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도 오달리스크 전통의 포즈를 취한 인물은 희망과 만족의 등불처럼 빛난다.
팝 아이콘과 Y2K 이전의 불안(1960년대~1990년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대담한 표현과 구상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를테면 톰 웨슬먼은 미국 소비문화와 연관된 시각적 과잉을 통해 고전적인 여성 신체를 새롭게 해석한다. 1999년작 「오달리스크와 검은 금붕어가 있는 정물」에서는 마티스풍의 욕망이 광고, 핀업, 대중매체의 밝고 유혹적인 언어와 조우한다.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와 이시다 데쓰야에게 인물은 사회적 불안의 초상이 된다. 나라의 1994년작 「선물」에는 칼을 단단히 움켜쥔 아이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 냉전 이후의 재편과 고조되는 핵 불안을 배경으로 성큼 걸어가는 이 인물은 작지만 강인한 기세로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힘에 맞선다. 반면 이시다의 1996년작 「더 이상 날 수 없다」는 펑크적인 기질 대신 마비된 감각을 택한다. 이시다의 다른 회화들처럼, 이 작품은 버려진 놀이공원 놀이기구 위를 날아가는 한 남성을 포착하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낳은 심리적 권태와 경제적 격변을 비춘다.
균열된 정체성(2000년대~)
21세기의 여명과 함께 인물은 변화하는 자아 관념이 교차하는 장소가 된다. 조지 콘도의 2013년작 「움직이는 인물들」은 그만의 ‘심리적 큐비즘’을 온전히 구현한다. 빽빽하게 모인 신체들은 이내 서로 경쟁하는 인격과 정신 상태가 뒤엉킨 열병 같은 꿈으로 변한다. 함께 있다는 감각은 축제 같으면서도 혼란스럽다. 몸들은 서로 분리해 낼 수 없을 만큼 얽혀 있는 동시에 각자의 생각 속에 갇혀 있다.
역사적 초상에 애착을 보여 온 아드리안 게니는 2016년작 「리드리스 아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반 고흐의 초상에 겹쳐 그린다. 그 시선은 ‘퇴폐 미술’을 겨냥한 나치의 숙청, 베이컨을 연상시키는 제스처의 강렬함, 톨킨의 사우론을 향한 참조까지 트라우마를 굴절시킨다. 이곳에서 정체성은 긁히고 흐려지며, 주인공은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예고하는 존재가 된다. 마지막으로 에르난 바스의 2014년작 「2014 미스터 제너럴 아이디어 페이지언트」는 보다 연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제너럴 아이디어의 캠프 미학과 화려함을 끌어온 멤피스풍 세트는 정체성과 변신의 코드로 충전된 퇴폐와 에로티시즘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가오는 소더비 홍콩 경매 시즌은 4개 경매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루이스 컬렉션 소장 푸지타 작품전 「더 푸지타 렉시콘: 루이스 컬렉션 소장품」(9월 28일 오후 6시), 모던 및 컨템퍼러리 이브닝 경매(9월 28일 오후 6시 30분), 모던 데이 경매(9월 29일 낮 12시), 컨템퍼러리 데이 경매(9월 29일 오후 3시)다. 연계 전시는 9월 22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더 많은 주요 작품은 소더비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