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리 위크 2026, 꼭 봐야 할 아트 쇼 9
페이스의 디올 뮤즈 린다 벵글리스가 선보이는 메탈릭 주름부터 타린 사이먼의 FBI에서 영감 받은 구겐하임 점령전까지. 뉴욕의 화려한 가을 귀환을 맞아 주목할 전시를 골랐다.
아모리 위크 2026, 꼭 봐야 할 아트 쇼 9
페이스의 디올 뮤즈 린다 벵글리스가 선보이는 메탈릭 주름부터 타린 사이먼의 FBI에서 영감 받은 구겐하임 점령전까지. 뉴욕의 화려한 가을 귀환을 맞아 주목할 전시를 골랐다.
8월 말의 휴가는 공식적으로 끝났고, 예술계 외지인들이 밀려드는 풍경은 뉴욕에 한 가지를 알린다. 가을 시즌이 시작됐다는 것. 2026 아모리 쇼를 향한 열기는 이미 무르익었으며, 갤러리들은 여름 비수기를 털고 아트페어 안팎에서 저력을 보여줄 채비를 마쳤다.
올가을 아트페어 시즌은 패션 위크, US 오픈과의 통상적인 일정 중복을 피하고 프리즈 서울 이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예년보다 늦은 이달 말에 시작됐다. 그렇다고 9월이 한가로웠던 것은 아니다.
아모리, Independent 20th Century, SPRING/BREAK, U-Haul Art Fair, Printed Matter Book Fair 등 5대 행사를 앞두고 갤러리 개관과 주요 미술관 전시가 눈부시게 이어졌고, 몇몇 굵직한 전시도 대기 중이다. 뉴욕 곳곳을 돌아보며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9개를 추렸다. 아트페어와 달리 다음 달까지 이어지니, 뛰지 말고 걸어서 즐길 것.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린다 벵글리스의 KNOTTING, TYING, FOLDING
패션 위크를 맞아 린다 벵글리스의 벽걸이 작업은 꼭 들러볼 만하다. 1989년작 「Toyopet Crown」과 1982년작 「Vega」 같은 작품이 지난 1월 조너선 앤더슨의 디올 오트 쿠튀르 데뷔 컬렉션에 영감을 주었고, 그 런웨이에는 작가의 금속 주름을 의상으로 해석한 룩이 등장했다.
벵글리스는 1960년대부터 이 유희적이고 대담한 정신을 발휘해 왔다. 그의 왁스 페인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포스트미니멀리즘과 나란히 부상하던 때였다. 그는 절제된 팔레트 대신 선명한 색채와 생생한 표면을 택했다. 첼시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50년간 제작한 조각들을 한데 선보이며, 재료 실험을 향한 작가의 끝없는 호기심을 비춘다. 초기작 「Sparkle Knot IV」(1972)부터 비교적 최근작인 「Elephant Necklace」(2017)까지, 그가 말하는 ‘색채와 질감의 극단’을 보여주는 마스터클래스다.
10월 24일까지 관람 가능.
Pace Gallery
540 W 25th St,
뉴욕, 뉴욕주 10001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열리는 조지프 예거의 Agita
조지프 예거의 그림을 보는 일은 영화 중간에 극장으로 들어서는 것과 같다. 익명으로 처리되고 일부가 잘린 인물들은 본래 있던 자리에서 멀어져 있다. 그럼에도 놀라거나, 흔히 억눌린 채 드러나는 이들의 고통에는 연민이 남는다. 그것이 관객을 붙잡는다.
Agita는 프라이버시와 욕망이라는 관념을 통해 작품을 풀어내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의 신작 연작을 소개한다. 젯소를 바른 리넨 위에 올린 수채화는 벨벳처럼 부드럽고 차분한 색조 속에서도 환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긴장은 고요한 것에서가 아니라 침묵당한 것에서 비롯된다. 너무 완벽히 억압되어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기억처럼.
10월 31일까지 관람 가능.
Gladstone Gallery
515 W 24th St,
뉴욕, 뉴욕주 10011
Chapter NY에서 열리는 알릭스 베르네의 Landmarks
표지판, 우연히 들은 대화, 기념물에서 떼어낸 언어의 아카이브는 알릭스 베르네의 콘덴서 코일 조각에서 정화의 힘으로 다뤄진다. 에어컨에서 가져온 알루미늄 핀을 풍성한 글자 형태로 다듬어낸 작가는 공기와 쾌적함을 관장하는 이 같은 산업 인프라의 무심한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 작업은 작가가 비상계단에 걸터앉아 건물 외벽과 글자 형태를 주조하던 시간에서 비롯됐다. 그는 먼지와 습기, 산화, 관리의 흔적, 오랜 세월의 노출이 쌓여 도시의 삶을 기록하는 에어컨 실외기 뒷면에 이끌렸다.
그저 간과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보이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기계 부품은 ‘baby’나 ‘boy’처럼 다정한 단어로 마감된다. 도시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장치들은 한층 연약한 성격을 띤다. 손상이 의도된 것인지 우연한 것인지는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조각은 기온 상승과 기후 정치가 빚는 긴장을 굳이 노골적으로 설명하지 않고도 품고 있다.
10월 17일까지 관람 가능.
Chapter NY
60 Walker St,
뉴욕, 뉴욕주 10013
뉴 뮤지엄에서 열리는 아서 자파의 I Am Tony
가장 기대했던 미술관 전시 중 하나였던 아서 자파의 뉴 뮤지엄 점령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술관 측 설명에 따르면 회화, 대형 비디오·필름 설치, 조각, 아카이브 오브제를 아우르며 30년이 넘는 그의 작업 세계 전반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첫 전시다. 대표작인 Love is the Message, The Message is Death(2016)와 The White Album(2018)이 중심을 이룬다.
자파는 경력 내내 흑인 미국인의 삶이 지닌 다층적인 면모를 추적해 왔다. 음악, 고전 영화, 만화책 캐릭터, 심지어 틱톡을 통해서도 그의 작업은 한 국가의 불편한 역사와 오늘날 우리가 ‘콘텐츠’에 집착하는 방식을 가차 없이 응시한다. 미술관 문을 나선 뒤에도 오래도록 마주하고 소화하게 만든다.
2027년 1월 3일까지 관람 가능.
New Museum
235 Bowery,
뉴욕, 뉴욕주 10002
125 Newbury에서 열리는 애셔 리프틴의 Recent Works
캐널과 워커 스트리트 모퉁이에서 125 Newbury 안을 들여다보면, 애셔 리프틴의 작품은 점묘 사진처럼 보인다. 창문에 비친 행인들의 거친 스냅사진, 꽃다발, 움직이는 기차 무리가 그러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점과 선은 흘러내리고 떨리며 때로는 터질 듯하다. 그제야 공들인 손길이 드러난다.
리프틴의 작품은 언제나 그의 것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예일대학교에서 미술과 인지과학을 전공한 그는 이미지 제작과 이미지 처리, 즉 눈속임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모든 드로잉과 회화에 담아낸다. 제목 그대로 최근작으로 구성한 이번 전시는 일상의 순간을 부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깊이 아끼는 방식을 찾아낸다. 작품 하나하나 감탄하며 들여다보는 데만 넉넉히 10분이 걸린다.
10월 31일까지 관람 가능.
125 Newbury
395 Broadway,
뉴욕, 뉴욕주 10013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리는 타린 사이먼의 Father Country, I Do Love You
타린 사이먼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들려줄 사람만 찾는다면, 미국은 지구상 최고의 이야기야.” 다소 혼란스러운 건국 250주년을 맞은 지금, Father Country, I Do Love You를 선보이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때가 있을까.
사이먼은 이름 없는 연방 요원 한 명의 삶을 추적한다. 서로 다른 42가지 색으로 구분한 42개 장으로 구성된 이 전시에서 그는 사진, 설치, 조각, 비디오를 활용해 음모론을 깨우고, 헌신과 폭력, 상실을 거치는 요원을 따라 미국 삶의 기이한 구석으로 거침없이 뛰어든다. 고도로 개념적인 작업이지만 추상적이지는 않다. 각각은 매우 구체적인 인물, 증언, 역사적 순간에서 출발하며, 전시장 벽면 글을 통해 그 배경이 상세히 설명된다.
「Kleroterion」(2024)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신작이다.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전시이기도 하다. 정부 기관 직원이었다가 핀볼 머신 판매업자가 된 아버지에게 헌정했으며,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과 맞서 싸운 과정을 닮도록 구성했다. 가장 큰 작품은 실제로 원형 전시장 전체를 뱀처럼 가로지르는 당구 코스다.
2027년 3월 14일까지 관람 가능.
Solomon R. Guggenheim Museum
1071 5th Ave,
뉴욕, 뉴욕주 10128
잭 셰인먼 갤러리에서 열리는 고든 파크스의 Voices in the Mirror
고든 파크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중 한 명이다.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의 내면 세계를 우선시한 그의 예술은 우리가 역사를 이야기하는 방식을 지금도 바꾸고 있다. 그는 한때 이렇게 말했다. “카메라가 빈곤과 인종차별, 온갖 사회적 부정에 맞서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카메라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했죠.”
작가의 이름을 딴 재단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잭 셰인먼의 트라이베카 공간에서 그의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 65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를 마련했다. Life에 ‘The Redemption of the Champion’이라는 연재물로 실렸던 무하마드 알리의 강렬한 초상으로 분위기를 여는 전시는, 특히 미국 남부의 흑인 미국인 삶이 지닌 아름다움과 평등을 위한 지속적인 투쟁을 포착한다. 피사체였던 인물들의 글과 에이바 듀버네이, 델마 골든 등의 기고도 전시장 곳곳에 함께 배치했다.
11월 6일까지 관람 가능.
Jack Shainman
46 Lafayette St,
뉴욕, 뉴욕주 10013
제프리 다이치에서 열리는 에디 R. 아파리시오의 Rubberneckers
러버넥은 반대편 차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이를 구경하느라 고속도로 교통이 느려지는 현상을 뜻한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에디 R. 아파리시오는 이를 대개 유리창이라는 안전한 경계를 통해 재난을 소비하는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은유로 본다.
제프리 다이치에서 열리는 아파리시오의 신작 전시는 로스앤젤레스의 한 단면, 특히 그 도시가 안고 있는 인프라 불평등을 뉴욕으로 가져온다. 도시 화재 이후 제작된 손바느질 작업, 고무나무 캐스트, 호박 조각, 회화를 선보이며 작가는 나무, 도시 시스템, 개인적 기념품, 토템적 형상에서 먼저 지나간 이들의 흔적을 찾는다.
전시장 중앙에는 Prospect.6를 위해 2024년 제작한 커미션 작품 「Muñecas de transmisión」이 솟아 있다. 가족의 옷을 입힌 인형들로 송전탑을 구성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노스할리우드에 맞춰 배치됐지만, 이제는 이튼 화재의 최초 발화 원인이 된 철거된 송전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0월 31일까지 관람 가능.
Jeffrey Deitch
18 Wooster St,
뉴욕, 뉴욕주 10013
하우저 앤 워스에서 열리는 이불의 The Anatomy of Every Setting Sun
마지막은 첼시의 하우저 앤 워스다. 이곳은 이불의 SF 세계로 들어가는 발사대이기도 하다. 거대한 은빛 비행선 「Willing To Be Vulnerable—Metalized Balloon」(2015–2016/2020)이 그 탈것이다. 한국 작가 이불은 1990년대 사이보그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수십 년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기술과 인간의 연약한 야망 사이의 긴장에 천착해 왔다.
지난해 갤러리 전속 작가가 된 뒤 처음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의 지속적인 세 연작, Untitled (Willing To Be Vulnerable – Velvet), Perdu,, CTCS.의 신작을 공개한다. 폭발하는 종말 이후의 풍경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깊은 벨벳 위에 자개로 새겨졌다. 높이 7피트의 스테인리스 스틸 사이보그 조각들은 앞쪽 갤러리를 점유한 채 날개, 혹은 부러진 패널 형태의 팔다리를 펼치고 있다. 부패와 통제를 탐구하는 이번 신작 전시는 자연을 앞지르려는 인류의 모습을 그려낸다. 한때 아득하게 느껴졌던 그의 미래는 문득 불안할 만큼 가까워진다.
10월 24일까지 관람 가능.
Hauser & Wirth
542 W 22nd St,
뉴욕, 뉴욕주 10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