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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러말즈 인터뷰: 랩과 삶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인생은 한번이야’가 정규 1집이면 좋겠어요.”

무대에서 입을 법한 근사한 옷부터 로브까지, 다양한 옷을 입고 호텔 곳곳을 쌩쌩 누볐어요. 오늘 촬영은 어땠나요?

재밌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스타일이라 생각하는데, 그게 잘 담긴 것 같달까.

SNS에 헝클어진 머리에 안경을 쓰고 초췌한 모습을 올리기도 했죠. 한편으로 멋진 척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결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누구나 멋진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을 거예요. 저도 그렇고요. 한편으로 고민이 됐어요.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스타일도 결국 내가 어디서 본 것일 수도 있는데, 그게 과연 내 것일까?’라는. 그래서 마음을 내려놓고 위트 있게 일상 사진을 올렸더니 사람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멋진 래퍼가 되고 싶고, 스타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요. 자주 가는 슈퍼 아주머니에게 요즘 어떤 음악 듣는지 묻기도 하고, 택시 기사님께도 물어요.

가장 나다운 순간은요?

음악을 만들 때. 진공 상태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온전히 작업에 집중한 상태거든요.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안 보이고 안 들려요. 작업하다 다음 가사나 멜로디가 떠오르면 설레요. 너무 좋아서.

그럼 어떤 순간에 가장 나답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음악 만들 때예요.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거든요.

릴러말즈에게 음악을 빼면 뭐가 남나요?

죽음이죠. 그만큼 제게 음악은 중요해요.

그런 마음이 다작으로 이어진 걸까요? 6년간 2백30여 곡을 발매했어요.

문득 든 생각인데, 음악을 창작하는 것과 발매하는 건 다른 일 같아요. 창작은 혼자 할 수 있지만 발매는 여러모로 부지런해야 하거든요. 저스디스, 식케이 등 주변에 멋지다고 생각하는 뮤지션들을 보면 미발매 곡이 수백 개쯤 쌓여 있어요. 매일 작업하고요. 그 곡들을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선보일 건지 골몰하죠.

지난달 발매한 <인생은 한번이야>는 어떤 선택인가요?

사실 <릴러말즈>라는 제 이름을 건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는 바이올린을 켜다 힙합을 하게 됐는데, 지금까지 래퍼로서 제 연대기나 이야기를 상세하게 표현한 음반이 없더라고요. <릴러말즈>는 그런 앨범이에요. 그렇게 작업도 거의 다 해뒀는데, 어느 순간 그런 얘기를 세상에 선보이는 게 부담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안 냈어요. 너무 진지하잖아요. 재미없더라고요. 그러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 <인생은 한번이야>로 이어진 거예요.

그래서 <인생은 한번이야>의 라이너 노트에 ‘민겸아(릴러말즈의 본명)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한 줄이 적혀 있군요?

맞아요. 그걸 앨범명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쉽게 인생은 한 번이라는 말에 꽂혔죠.

‘한 개도 몰라’, ‘이쁜 여자가 좋더라’ 등, <인생은 한번이야>의 얄궂은 곡명을 보며 어쩐지 릴러말즈답다 생각했어요.

하하하. 그런가요? 저는 그게 오타인 줄도 몰랐어요. 입에 더 감겨서 그런가?

<피식쇼>에 출연해 ‘이쁜 여자가 좋더라’를 부르는 영상에 ‘A급 멜로디에 C급 가사’라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동의하나요?

정확한데요? 일면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저는 팬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게 좋아요.

음악을 만들 때 가사와 멜로디 중 어떤 게 먼저인가요?

동시에 진행해요. 멜로디와 가사, 주제 등을 동시에 연상하고 일정 부분을 완성하면 주변 뮤지션에게 들려줘요. 괜찮다고 하면 녹음실로 들어가서 마이크에 뱉는 식이죠.

주변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편인가요?

음악을 만들 때는 우주에 저만 남은 진공 상태와 같은데, 완성하고 나면 주변에 최대한 많이 들려주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 남다른 사연이 있는 곡을 꼽는다면요?

불평불만’이라는 곡. 절반 먼저 녹음해두고, 남은 벌스를 발매 일주일 전에 완성했거든요. 미룬 건 아니고, 피처링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못 받게 됐어요. 결국 남은 벌스도 제가 하게 됐죠.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예요?

음악의 본질에 대해 종종 생각해요. 저는 클래식부터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해봤잖아요. 음악은 언어보다 먼저 의사소통의 도구로 쓰였다는 말도 있고, 멜로디가 흥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바이올린을 오랫동안 진지하게 했던 사람으로서 얘기할 수 있는 건 클래식은 이제 특정한 사람들만 듣는 음악으로 수요가 더 줄었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꽤 신나는 음악이라 다 같이 듣고 춤췄다면 요즘은 시대도 변했고 다른 장르의 음악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죠. 그래서 저는 음악을 만들 때 타깃을 먼저 정해요. 어떤 사람들이 좋아할 노래를 만들지에 대해서요. 제 음악은 대체로 10대, 20대에 맞춘 음악이에요. 젊은 사람들이죠. 이후 그런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말투, 단어 등을 고려해 곡을 만들어요.

다작하는 뮤지션인만큼 전략보다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들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가요? 작업실 안에서의 제 생각과 모습이 진짜고, 집 밖에서는 뮤지션으로서 ‘쇼’도 해야 하니까요. 물론 저는 뮤지션으로서의 저와 실제 저를 구분하진 않아요.

그렇다면 가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예요?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작업하긴 하는데, 저는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나오거든요. 그래서 가사를 잘 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가사를 쓰려면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래퍼에게 가사는 곧 삶이니까요. 경험한 것밖에 못 쓰는 거고, 기술적으로 문장을 만드는 것보다 경험이 더 중요한 거죠. 그리고 저는 요즘 가사를 잘 안 써요.

가사를 안 쓴다고요?

네. 물론 써야 한다면 잘 쓸 자신 있죠. 평소 멋지다 생각하는 미국 래퍼들은 대체로 가사를 안 쓰고 녹음실에 들어가서 프리스타일로 뱉거든요. 랩이 삶의 일부라 비트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랩이 나오는 거죠. 그들은 평소 하는 말에도 리듬이 있다는 걸 깨닫고, 그걸 랩으로 이어가는 식인데, 저도 이 방식에 더 가까워지려 하고 있어요. 비트에 즉각 반응하고 랩을 뱉는 아티스트로.

데뷔 7년 차에요. 돌아보면 릴러말즈는 계획대로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앰비션 뮤직과 사인하기 전까지는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요. 그 이후로는 1백 퍼센트 계획대로 왔고요. 미국에서 유학하다 더 콰이엇 형 덕에 한국 힙합 신에 들어왔고, 그때부터 바이올린보다 랩에 더 몰두하게 됐고요.

힙합의 어떤 면에 끌렸나요?

래퍼들이 가사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영화나 책은 몇 시간을 봐야 서사를 다 알 수 있는데, 랩은 몇 분이면 곡의 메시지를 알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그리고 랩을 처음 접한 당시 학생이던 제 삶은 꽤 특별했고, 그런 삶을 음악에 담고 싶었어요.

어떤 점이 특별했나요?

바이올린을 매우 잘했거든요. 영재였고요. 게다가 죽을 만큼 열심히 했어요. 그런 제 삶을 랩에 담으면 누군가는 궁금해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가사를 쓰기 시작했죠. 사실 저는 바이올린만 하다 힙합으로 넘어온 게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병행했죠. 선생님도, 부모님도 래퍼가 되는 걸 말렸지만 랩이 너무 좋아서 멈출 수 없었어요. 랩 실력이 수준 미달이라 주변에서 놀리기도 했는데, 괜찮았어요. 좋아했으니까.

그런 과거로부터, 현재는 뮤지션으로서 어떤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사람들도 진짜 제 모습을 오해 없이 봐주는 것 같고, 저도 하고 싶은 말을 음악에 담아 전달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고 보고요. <인생은 한번이야>는 음악적으로도, 가사에 담은 제 삶도 모두 만족스러워요. 어렸을 때 ‘내 첫 정규 앨범은 이 정도 수준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게 현실이 된 기분. 그래서 이 앨범이 제 첫 정규 앨범이면 좋겠어요. 이 앨범을 내기까지 뮤지션으로서 커리어를 탄탄히 만들기 위해 감내한 게 많거든요. 루키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단계였고요. <인생은 한번이야>는 제가 하고 싶고, 원하던 걸 맘껏 한 음반인데, 그 자체로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기뻐요.

<인생은 한번이야>의 성과도 만족스러웠나 봐요?

멜론에서 발매 스물네 시간 안에 1백만 번 이상 재생된 앨범은 ‘멜론의 전당’에 들어가는데, <인생은 한번이야>가 거기에 이름을 올렸더라고요. 래퍼들 중엔 빈지노 형과 저밖에 없어요.

유튜브에 ‘릴러말즈 감성 노래 모음’이라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 영상 여러 개가 수십만 건의 재생을 기록하는 등 인기예요. 이런 관심은 어떻게 다가오나요?

이 얘기는 좀 복잡해지는데・・・. 음. 한국 힙합 좋아하세요?

18년째 국내 래퍼들의 새 음반을 찾아 듣긴 합니다.

그럼 한국 힙합만의 ‘사운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한창 자주 듣던 음악인 소울 컴퍼니 소속 래퍼들의 서정적인 음반들이 대번 떠오르긴 합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서정적인 멜로디에 랩을 하는 것도 한국 힙합의 사운드라 생각하거든요. 미국과 한국은 문화와 환경이 달라요. 미국 래퍼들은 총 들고 마약을 하는 게 가까운 삶일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미국 래퍼들의 몇몇 가사는 공감이 잘 안되기도 해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래퍼들의 험난한 삶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니 그게 통하는 거죠.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떨까요? 그 정도로 알려진, 상용화된 힙합 음악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다이나믹 듀오가 있겠죠. 소울 컴퍼니도 있을 거고요. 맥락은 달라도 ‘통하는’ 면에서라면 일리네어 레코즈도 빼놓을 수 없고, 저스트 뮤직과 하이라이트 레코즈도 있어요. 요지는 특정한 사운드보다 어떤 족적을 남겼냐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랩은 힙합이 아니다’라는 의견은 어떻게 다가와요?

안타깝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그게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에 대해 언젠가 깨달을 거라 생각해요. ‘싱 랩’은 랩에 멜로디를 더한 건데, 그걸 단순히 노래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래퍼들은 좋은 ‘탑 라이너’를 찾는데, 그게 아니거든요. 랩에 멜로디를 붙인 거면 어쨌든 랩인데, 기본기가 충실해야 하고, 매일 벌스를 쓰며 기술적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노래를 연습하니까 랩 수준이 떨어지는 거예요. 랩은 모든 장르를 통틀어 가장 트렌드에 민감해요. 매년 유행하는 플로우가 바뀔 정도죠. 래퍼라면 가장 최신의 랩을 해야 하는데, 싱 랩을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니 문제인 거예요. 장담하건데, 랩 제대로 안 하고 노래만 부르는 래퍼들 3년 안에 다 망한다는 것에 제 왼팔을 걸 수 있어요.

래퍼로서 요즘 한국 힙합 신은 어떤 것 같아요?

만화 <원피스> 보셨어요? 거기서 세계 전역에서 모인 해적들이 험난한 바다를 지나 소수만이 신세계로 가기 위해 위대한 항로에 도착하잖아요. 저는 지금 한국 힙합이 그런 단계라고 봐요. 여전히 멋진 선배 래퍼들도 있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고 초신성들의 기세도 엄청나죠. 무엇보다 지금 한국 힙합 왕좌가 비어있다고 생각해요. 왕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왕은 왕이니까, 그 자리를 어떤 래퍼가 차지할지 두고 봐야죠.

어쨌든 힙합 신 안에 속한 아티스트로서, 발매한 앨범 중 노력에 비해 성과가 아쉬운 음반도 있나요?

<L>이라는 앨범. 당시 제가 앨범을 자주 발매할 때였는데, 반응이 예상과 많이 달라서 아쉬웠어요.

예상과 달리 반응이 좋은 앨범은요?

<VIOLINIST>요. 그중 ‘Trip’의 반응이 유독 좋았거든요. 당시 저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여행을 갈 수 없으나 떠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방에서 열심히 부른 건데, 사람들이 좋아해 주더라고요.

남은 올해 계획은 뭐예요?

싱글 앨범을 두 장 더 발매하려고 해요. 그 외에는 완성 단계인 앨범이 다섯 장쯤 되는 것 같아요. 한번 보실래요?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이건 000와(과) 협업한 앨범이고, 이건 전작 000의 연장선이고, 이건 얼마 전에 진행한 송캠프에서 만든 곡들이고・・・.

수백 곡이 쌓여 있네요. 음악이 그렇게 재밌어요?

너무 좋아요. 제가 쓴 가사처럼 살게 되거든요. 제 첫 정규 앨범 <Y>의 마지막 트랙이자 동명의 곡 가사를 보면 우울해요. 내용 중 무언가를 찾아 더 나은 삶을 살 거란 뉘앙스의 가사가 있는데, 실제로 이뤄졌어요. 저, 잘 살고 있거든요.


Credits
포토그래퍼
Seunghoon Jeong/Hypebeast
스타일리스트
Kwak Sky
헤어/메이크업
Jooyoung Han
Location
Mondian Hotel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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