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로리언 DMC-12가 장우혁의 인생 마지막 올드카인 이유

“이 차를 사고 올드카 수집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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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 <백 투 더 퓨처>에는 들로리언 DMC-12(이하 DMC-12)가 타임머신으로 등장한다. 공개 당시부터 많은 사람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차량의 인기는 영화 개봉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DMC-12의 실제 출시 과정은 험난했다. 제조사 들로리언 모터 컴퍼니(이하 DMC)는 큰 돈을 투자한 영국 정부의 압박 때문에 시제품 차량을 출시해야 했고, 그런 DMC-12에서는 물이 새거나 걸윙 도어가 고정되지 않는 등의 결함이 발견됐다. 여기다 CEO 존 들로리언이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되며 DMC는 문을 닫았다. 그는 최종 판결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사라진 회사를 살릴 순 없었다.

그러던 2007년 사업가 스티븐 와인은 들로리언 공장의 모든 부품을 사들이고 회사를 새롭게 경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새로운 DMC는 기존 DMC-12의 부품을 활용해 새로운 차량 3백 대를 재생산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DMC-12가 다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그 DMC-12가 대한민국에 단 한 대 있다. 차주는 SF 영화와 미래에 대한 관심을 여러 차례 밝혀온 장우혁이다. 그는 DMC-12를 자신의 꿈이자, 올드카 수집의 최종 종착지라고 말한다.

한국에 단 한 대뿐인 DMC-12를 갖고 있어요. 이 차에 관심이 생긴 이유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인생 마지막까지 가져갈 차량으로 여겨왔어요. 사실 DMC나 DMC-12는 브랜드 가치가 높거나 성능이 뛰어난 차량은 아니에요. DMC는 파산을 겪었고, 차량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됐죠. 그렇지만 <백 투 더 퓨처>를 실시간으로 본 제 세대라면 누구나 맘속에 DMC-12를 품고 있을 거예요.

차를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하나요?

친구들에게 “눈이 좀 이상해진 기분이다. 비현실적이다. 이게 말이 돼?”라고 말했어요. 만나기까지 굉장히 노력했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거든요. 이 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보고 ‘신기하다’라고 말해요. 근데 저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신기했어요.

차량 상태는 어땠나요?

완벽에 가까운 차를 샀어요. 그걸 더 완벽하게 꾸미고 싶었죠. 하체부터 배터리, 핸들 등 많은 부품을 바꿨어요. 올드카 마니아들은 보통 독창성을 조금 훼손하더라도 자신의 취향을 차에 더하는 쪽과, 원본을 유지 혹은 복원하는 부류로 나뉘어요. 저는 후자를 더 좋아해요. 차를 공장에서 갓 나온 듯이 만드는 것에 가치를 느껴요. 그래서 외관은 거의 바꾼 게 없고, 내부도 최대한 유지했어요.

리스토어 과정이 까다롭진 않았나요?

리스토어가 안 되는 차는 없어요. 부품 생산처를 찾아 주문하면 돼요. DMC는 지금도 텍사스에서 차량과 부품을 생산해요. 벤틀리, 람보르기니처럼 럭셔리카 브랜드가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죠. DMC에서 팔지 않는 부품은 전 세계를 뒤져서 주문했어요.

차량의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중 어디가 특히 마음에 드나요?

차체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점이 가장 특별하죠. 이 차에 대해 몰라도 알아볼 수 있잖아요. 걸윙 도어도 빼놓을 수 없어요. 럭셔리카를 빼면 이런 구조의 차량은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비싼 차가 아닌데도 슈퍼카처럼 느껴져요. 일반적으로는 효율을 위해 앞에 두는 엔진이 뒤에 있는 것도 재밌어요. 덕분에 뒤가 굉장히 멋지게 각져있죠.

실제 주행도 가능한가요?

그럼요. 오래된 차다 보니 운전할 때 사각도 많고, 수동변속기 조작이 까다로워서 스틱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어려워요. 클러치도 빡빡하고 변속도 까다롭죠. 차량 특성이 이렇게 분명한데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저뿐이니 누구에게도 차를 빌려주거나 맡길 수가 없어요. 가다 멈춰서 견인으로 올 때도 있는데, 견인도 특수한 차량만 가능해요.

승차감은 어때요?

차량에 따라 승차감의 정의가 다르잖아요. 포르쉐나 람보르기니의 차는 서스펜션이 딱딱하죠. 일반 도로에서 타면 하체가 보도블록이나 굴곡에서 오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요. 근데 그걸 승차감이 나쁘다고 말할 순 없죠. 도로가 아니라 트랙에서 타기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반면 렉서스처럼 서스펜션이 물렁물렁한 브랜드의 차는 웬만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DMC-12의 승차감은 굉장히 안 좋아요. 승용차도 아니고, 스포츠카도 아닌데 어느 관점에서 봐도 별로예요.

이동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크지 않네요.

방해가 되면 됐지, 도움이 되진 않아요. 하지만 애초에 타려고 산 차가 아니었어요. 제 음악과 브랜드 아이엠더퓨처의 세계관을 단단하게 하는 작품이죠. 제 세계관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타임머신이고, DMC-12는 바로 타임머신 그 자체잖아요. 이 차가 있기에 저는 음악에서도, 브랜드에서도 과거와 현재를 섞고, 미래를 그릴 수 있어요. 10월에 나오는 새 싱글 ‘I Feel Hope’는 ‘I Feel Coke’라는 1980년대 일본 코카콜라 광고를 현재에 맞춰 재해석한 곡이에요. 그 광고 속 등장인물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죠. 지금 입고 있는 뉴에라 협업 제품도 제가 10대 때 본 N.W.A.의 이지이의 모습을 반영했어요. 당시 이지이가 시카고 화이트삭스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자주 입었거든요. 그렇게 과거의 세계를 DMC-12를 타고 넘어가 현재로 끌어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올드카를 수집해왔어요. 요즘도 모으나요?

여러 차를 운용하다가 DMC-12를 정착지로 삼았어요. 티코를 1백50만 원 정도에 사서 완전 새 차를 만든 적도 있어요. 당시 전국에 있는 부품을 다 찾아다녔어요. 올드카를 좋아하려면 노력이 필수예요. 차를 정말 좋아해야 해요. 차를 수리하고, 엔진이나 도장을 잘 다루는 업체를 찾는 수고도 재밌게 여겨야 하죠.

올드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엄청난 기술을 탑재한 신차들은 사는 동시에 감가가 되잖아요. 반대로 올드카는 노력과 시간이 더해질수록 가치가 올라가요.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차를 노력으로 부활시키는 과정이죠. 그러면서 애정과 즐거움이 커지고요.

올드카를 사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올드카를 꾸미고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나를 제대로 만들려면 전국을 뒤져야 하죠. 하지만 고생이 끝나면 세상이 가치를 인정해 줘요. 차를 하나부터 만들어 가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라요.

DMC-12를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면, 어느 곳으로 가고 싶나요?

떠나고 싶은 곳도 중요하겠지만, 매일 이 차를 타고 싶어요. 말 그대로 꿈 같은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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