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빔 레코즈 인터뷰: 세 DJ가 말하는 선율과 공간

디제잉을 시작한 계기부터 가장 그리운 클럽까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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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AOMG가 산하 레이블 솔라빔 레코즈의 출범 소식을 알렸다. 소속 아티스트는 엘라이크, DJ 코커(코커), 그리고 스프레이.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이미 신에서 공고한 경력을 쌓은 디제이 겸 프로듀서라는 것이다. 마이크 대신 조그 휠을 잡는 이들로 구성된 레이블이라는 점에선 이례적일 수도 있겠지만, 코커는 그런 특징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 낳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 아티스트는 2021년부터 AOMG 디제이 믹스 콘텐츠인 AOMIX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였지만, 디제이 신의 존재를 상기시켜 주기엔 충분했다. 셋의 역사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팬데믹 훨씬 이전, 한국에 언더그라운드 클럽 신이 급성장하던 무렵부터 셋은 서로의 곁을 지키며 이태원의 밤을 이끌고 있었다. 

스프레이는 비보이로, 코커는 디제이로, 엘라이크는 프로듀서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셋의 시작점은 달랐지만 그 목적지만큼은 늘 분명했던 셈이다.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 

<하입비스트>가 솔라빔 레코즈 아티스트를 만나 그들의 여정에 대해 물었다.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디제잉을 시작한 계기가 된 사운드는?
  2. 최근 가장 자주 트는 곡은?
  3. 2024년 클럽에서 유행할 사운드는?
  4. 아직 반응이 미미하지만, 꾸준히 밀어붙이고 싶은 사운드는?
  5. 한때 많이 틀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틀지 않는 사운드는?
  6. 평소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7. 남몰래 자주 듣는 음악은?
  8. 프로듀싱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9.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곡은?
  10. 처음으로 플레이를 한 공간은?
  11. 가장 기억에 남는 플레이는?
  12. 무대에 오를 때 가장 즐겨 입는 옷은?
  13. 지금은 없어졌지만,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베뉴는?
  14. 어떤 관객이 있으면 신나나?
  15. 음악 틀다가 가장 난감했던 경험은?
  16. 해외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베뉴를 추천한다면?
  17. 내가 클럽을 차린다면, 이것만큼은 있어야 한다?

스프레이

서울의 디제이 겸 프로듀서, 스프레이는 비보이로 처음 무대에 섰다. 하지만 이제 그는 댄스 플로어에서 춤을 추는 대신, 스테이지의 관객들을 움직인다. “처음엔 훵크와 재즈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들었을 때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드럼 패턴을 좋아해요.” 그는 장르가 아닌, 자기만의 기준으로 곡을 해석한다. 종종 그가 공유하는 복합적 스크래치 루틴 영상과 꾸준히 발매되는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이 바로 그 증거다. 그렇다면 스프레이의 목표는 무엇일까? “서울의 영향력이 커지고 국가 간의 경계도 사라진 만큼, 이젠 세계로 나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1. 특정 드럼 브레이크를 가지고 놀다가 디제잉을 시작했다.
  2. 올리브 $의 ‘Doin’ Ya Thang’. 하우스 음악의 모범 사례와도 같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3. 최근 주목받은 아티스트인 핑크팬서리스가 댄스 음악의 여러 요소를 미니멀하게 풀어내는 것처럼, 장르를 불문하고 잘 섞고, 잘 만든 음악이 유행할 것 같다.
  4. 이젠 없다. 관객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거든. 특정 사운드를 밀기보다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나만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5. 각종 클럽 에디트. 팬데믹을 기점으로 유행하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클럽 에디트가 많아진 느낌이다. 
  6. 마이 아날로그 저널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밀리 맥키의 바이닐 셋. 그가 트는 사이키델릭한 무드의 퍼커션 덥을 듣고 덥 장르에 대해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7. 준비하고 있는 개인 EP 앨범과 강아지가 좋아하는 음악 20시간 믹스.
  8. 이전엔 작업 과정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면, 이젠 결과론적으로 생각한다.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을 만드는 쪽으로.
  9.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The Low End Theory>의 ‘Jazz(We’ve Got)’와 ‘Excursions’. 처음 들었을 때 여러 방면에서 충격적이었다. 샘플링 방식과 사운드 배치는 물론, 갱스터 랩이 한창 유행일 때 그저 자기 얘기로 가사를 채웠으니 말이다. 
  10. 이태원 베뉴. 디제이를 하루에 딱 한 명 쓰는 특이한 공간이었다. 덕분에 첫 데뷔부터 서너 시간을 틀고 왔다.   
  11. 바야흐로 2021년 10월 30일, 혼자서 모데시에서 롱 세션을 가졌을 때. 주변인을 부르지 않고 혼자서 틀면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 궁금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 
  12. 옷은 티셔츠 한 장보단 후디나 지퍼가 달린 재킷을 선호한다. 신발은 오래 틀 땐 러닝화, 행사에선 고급진 느낌의 슈즈.
  13. 소프. 내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틀기 시작한 공간이자, 하나의 끈끈한 커뮤니티이기도 했다. 
  14. 음악이 나오니까 신난 게 아닌, 진짜로 음악을 즐기고 있는 사람.
  15. 강남 지역 클럽은 디제이 부스에 VIP 고객이 올라갈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한 번은 VIP 부스에 있던 나이 지긋한 사람이 부스 위로 올라와 느린 음악을 틀어달라고 했다. 그것도 반말로. 다행히 내성이 있어서 잘 대처했다.
  16. 바이닐을 좋아한다면, 미국 마이애미의 바이닐 리스닝 바인 단테스 하이파이를 추천한다. 아직 안 가봤지만, 영향력 있는 디제이들이 많이 플레이하는 등 주목할 이유가 많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17. 제대로 즐겨주는 사람들. 인테리어가 멋있지 않더라도, 좋은 사람들로 가득찬 공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엘라이크

“주목해야 할 신예 프로듀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엘라이크를 수식하는 말이었다. 지금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신예라는 말의 강세는 해가 지나며 약해졌을지언정, 그는 여전히 디제이 부스보다는 작업실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그의 강점이기도 하다. “디제이로서의 제 노래를 틀 수 있고, 어떤 노래든 저만의 사운드로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엘라이크의 따스한 선율 위에선 능청맞은 염따목소리도, 텁텁한 오이글리벌스도 모두 귓가에 맴도는 몽글몽글한 사운드로 변한다.

  1. 시작한 건 줄리안 퀸타르트의 추천. 본격적으로 디제잉에 재미를 붙인 계기는 내가 만든 노래를 클럽에서 직접 틀었을 때. 
  2. Slow Dance’와 ‘It’s On Me’. 모두 내 곡이다.
  3. 아마피아노와 아프로비츠. 둘 다 최근 작업 요청을 가장 많이 받은 장르다.
  4. 아마피아노. 지난 6월에 파리에서 열린 블록 파티에서 아마피아노를 듣고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꼈다. 그런 분위기가 한국에서도 나왔으면 한다.
  5. 이름에 ‘퓨처’라는 단어가 붙는 장르. 
  6. N.E.R.D.의 ‘Things Are Getting Better’.
  7. 티베트 명상 음악.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더라.
  8. 사운드와 밸런스도 중요하지만, 최근 1순위는 나의 감을 믿는 것이다.
  9. 존 메이어의 ‘Neon’. 고등학생 시절, 존 메이어의 노래가 음악을 하기로 결심한 계기였다.
  10.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태원에서 경리단길로 올라가는 골목에 있던 한 클럽.
  11. 2018년에 소프에서 연 나의 첫 파티. 디제이는 물론, 기타와 보컬 라이브 세션도 있는 파티였다. 혼자서 디렉팅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만큼 나에게 의미도 있고, 기억에 남는 이벤트였다.
  12. 소매가 길지 않는 옷과 편한 운동화. 요즘엔 ‘꾸안꾸’ 느낌으로 가려고 해서 크롭탑을 주로 입는다.
  13. 재밌었기도 했고, 사람들과의 추억도 유독 많았던 소프. 
  14. 제대로 음악을 즐겨주는 사람들. 특히 눈을 감고 춤추고 있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다.
  15. 어떤 사람이 1만 원권 지폐를 건네면서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을 때. 5만 원권이었으면 모를까…
  16. 파리의 SILENCIO라는 공간. 멋진 사람들도 많고, 앞에서 우직하게 함께 노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17. 디제이에 대한 배려가 녹아있었으면 좋겠다. 디제이가 신나야 사람들도 신이 나기 마련이니까.

코커

코커는 헨즈 클럽에서 본격적으로 데뷔한 디제이다. 그의 강점을 꼽는다면 넓고 깊은 음악 스펙트럼일 것이다. 그는 2020년 영국 그라임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채워진 EP 앨범, <SOUNDBWOY>(2020)를 발매하며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에는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Samulnor.E>(2022)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시선은 또다시 다른 대륙으로 옮겨가 있다. “남아공의 아마피아노나 꼼 장르 특유의 압도되는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해요. 현지에서 많이 쓰는 이펙터를 쓰거나, 부스 위에 친구들을 잔뜩 올리는 식으로요.” 그가 여는 파티가 매번 기대되는 이유다.

  1. 360 사운즈데드엔드 크루. 20대 초반엔 어딜 가든 EDM 사운드가 주로 흘러나왔는데, 이들은 내가 평소에 이어폰으로만 듣던 힙합 음악을 틀더라. 그렇게 디제이 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2. 코커와 레이디 라이크즈의 ‘Up’.
  3. 뉴진스가 음악에 저지 클럽이나 드럼 앤 베이스 장르를 접목한 것처럼 댄스 음악의 요소를 섞은 케이팝 곡이 유행하지 않을까.  
  4. 아마피아노와 꼼. ATS 런던 파티에서 들은 아마피아노 장르의 압도감이 기억에 남는다.
  5. 비록 트랩 힙합을 들으며 디제잉을 시작했지만, 이젠 다른 장르가 더 눈에 들어온다. 
  6. 폴 블랑코가 부른 화요비의 ‘그런 일은‘. 
  7. 자기 전에 듣는 빗소리 음악.
  8. 클럽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시그니처 사운드와 비트 드롭 직전의 이펙터 소리에 유독 신경 쓴다. 
  9. 염따의 ‘존시나‘에 샘플링되기도 한 ‘JONNAGO’. 이 곡을 낸 이후로 사람들이 나만 보면 “X나 가자”라고 외치더라. 아무래도 이 곡이 내 이미지의 일부가 된 것 같다. 
  10.  취미였던 디제잉에 욕심이 생겨 헨즈 클럽에서 레지던트 디제이로 시작했다.
  11. 6 ~ 7년 전, 데드엔드 파티에서 얼떨결에 틀게 된 날. 플라스틱 키드의 USB가 고장 나는 바람에 대타로 투입됐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디제잉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것도 이때였다.
  12. 요즘엔 축구 유니폼에 꽂혀 있다. 
  13. 런던의 프린트워크스. 멋있어 보여서 꼭 가보고 싶었는데 폐업했다.
  14. 특정 클럽이 유명해서 오는 사람들보다는, 소위 말하는 ‘진짜배기’들. 의도한 곡에서 환호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 이 사람들은 내 셋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15. 웰컴 레코즈에서 열린 이벤트에서 틀기 직전에 갑자기 배가 아팠을 때. 틀기 5분 전까지도 화장실에 있다가 나왔는데, 트는 내내 내 집중력을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
  16.  베뉴는 아니지만, 노팅힐 카니발이 열릴 때의 런던을 방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17. 사람들 간의 교류. 디제이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약속이 없어도 편하게 갈 수 있는 놀이터 같은 장소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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