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 인터뷰: 한국에서 온 체구 작은 여자 아이

“확실한 거? 애매한 건 딱 싫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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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입비스트>가 믹스테잎 ‘Yours Truly’로 돌아온 카모를 만났다. 언제나 솔직하되 무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그의 대답처럼 이번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 본 카모는 솔직하고, 투명하고, 올곧은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챙길 여유도 없이 그저 하루를 살아내기 바쁜 요즘 현대 사회에서도 그는 본인을 면밀히 내다보며 기꺼이 중심을 잡아냈다. 그토록 사람들이 카모에게 열광하는 것도 단단한 내면에서 비롯된 이유 있는 자신감이 전해졌기 때문일 터. 그런 카모와의 인터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카모 인터뷰: 한국에서 온 체구 작은 여자 아이

재킷은 닙그너스, 톱과 팬츠는 모두 604서비스, 부츠는 발렌시아가, 네크리스와 링은 모두 바이더네임오프, 선글라스는 pln.

작년 첫 데뷔 앨범 <Pressure Makes Diamonds>가 빌보드 2023 ’25 Best K-Pop Albums’에 선정됐다. 먼저, 축하한다.

뉴진스 다음이었다 내가(웃음). 빌보드에 선정됐다는 기록은 평생 남는 거니까 아직도 꿈같다.

최근 그래미 어워드 엔지니어 데이비드 영인 킴의 앨범 수록곡 ‘No Lowkey’도 참여했다. 어떻게 시작됐나?

데이비드 영인 킴은 내게 가족과도 같다. 앞서 말했던 데뷔 앨범 <Pressure Makes Diamonds> 믹싱도 담당했고, 평소에는 파티도 함께 다닐 만큼 친하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프로듀서로 데뷔하기 위해 앨범을 제작한다고 하길래 흔쾌히 참여했다. 가족 일은 다 제쳐두고 해야지.

이번 믹스테이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Yours Truly’는 어떤 믹스테잎인가?

‘Yours Truly’는 편지에 쓰는 마지막 인사말이다. 작년에 공개한 데뷔 앨범은 감정적이고 힘든 상태를 담아냈다면 이번 믹스테이프는 과거와 달라진 내 삶에 적응하고 많은 것들이 변한 내 태도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과거의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새로운 나’로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리고 이제 사랑 노래는 안 만들 거다.

카모 인터뷰: 한국에서 온 체구 작은 여자 아이

사랑 노래를 만들지 않는다는 건 충격 발언이다. 이유가 있나?

재미없다. 쓸 수 있는 주제가 많은데 사랑에만 점철돼서 쓰는 건 이제 지겹다. 내 사랑 노래를 좋아해주는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새로운 내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 솔직히 사랑이 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믹스테이프 속 사랑 노래는 상상해서 쓰기도 했다.

경험담을 바탕으로 주제를 잡고 곡을 만들던 카모에게 큰 변화가 아닐까.

맞다. 원래는 ‘무조건 내 이야기만 써야 한다’라는 고집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솔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거와 현재는 물론 아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미래에 느껴보고 싶은 감정까지도 담아냈다.

가사를 쓸 때는 어떻게 쓰는 편인가?

최대한 담백하게. 책을 읽을 때도 미사여구가 잔뜩 붙어 있는 책은 오글거려서 안 읽는다. 짧아도 울림이 있는 글이 좋다. 짧막한 문장에 내 마음을 내포시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써두고 나면 그만큼 멋스러운 게 없다. 그래서 항상 연구한다. 어떻게 하면 짧은 글에 내 모든 걸 담을 수 있을지.

그런 이유에선지 이번 믹스테이프는 직관적인 제목들이 인상 깊다. 타이틀곡 ‘K-PACK’은 ‘K-문화’를 주목했다고?

상반기에 새롭게 꾸게 된 꿈이 힙합의 본고장에 가서 한국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싶다는 거다. 한국에서 온 체구 작은 여자아이의 힘을 보여주고 싶달까.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한국 아티스트라는 걸 알 수 있는 대표곡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치’ 등 여러 가지 한국적인 요소를 넣어 곡을 만들었다.

뮤직 비디오도 김치 공장에서 찍었다. 기존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기획이다.

실제 김치 공장을 빌려서 찍었다. 예전부터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한 번 스케일 크게 찍어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하게 됐다. 영화처럼 스토리 라인도 짜고, <브레이킹 배드>에서 영감받은 연출도 넣어서. 어느 김치 공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짧은 느와르 영화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뮤직비디오 속에 홍진경도 등장했다. 절묘한 캐스팅이 아닐까 했다.

김치하면 ‘홍진경’이지 않나. 심지어 홍진경 님의 ‘더 김치’는 오랫동안 내가 먹어왔던 김치이기도 하다. 연이 없어서 어떻게 섭외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우리 회사 대표님의 어머니가 홍진경 님 회사와 연이 있었다(웃음). 세상이 참 좁다.

이번 섭외에는 홍진경의 딸 ‘라엘’이의 적극 서포트가 있었다고 하던데?

당시에는 홍진경 님이 나를 모르고 계시던 상태였다. 거기다 스케줄이 굉장히 바쁜 시기셔서 처음에는 고사하셨는데, 이 소식을 들은 홍진경 님의 딸 ‘라엘’이가 “엄마 이거 안 하면 바보야!”라고 했다고(웃음). 해외 출장으로 한국에서 딱 하루 비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찍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바로 출국하셨다. 그리고 김치도 그날 십 킬로를 가져오셨다. 라엘이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카모 인터뷰: 한국에서 온 체구 작은 여자 아이

재킷은 써저리, 톱과 팬츠는 모두 604서비스, 부츠는 발렌시아가, 네크리스와 링은 모두 바이더네임오프, 선글라스는 pln.

뮤직비디오 외에 피처링 진도 화려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모든 아티스트들이 좋은 벌스를 남겨줘서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 pH-1과 함께한 ‘Butterflies’는 2년 전에 피처링을 받아둔 곡이다. 이번에 곡을 낸다고 이야기하니 엄청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라(웃음). 그리고 ‘Only You’와 ‘Don’t Text Me’ 두 곡에 참여한 릴러말즈도 기억에 남는다.

릴러말즈와 이번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나는 곡 작업이 끝나면 우리 팀에게 공유하기도 전에 (릴러말즈)오빠한테 먼저 보낸다. 이번에 함께한 싱글 ‘Only You’도 그랬다. 곡을 보내자마자 전화 와서 “나 이거 (참여)해도 돼? 지금 작업실 간다”라고 하더니 두 시간 만에 녹음본을 보냈다.

과거 인터뷰에서 릴러말즈는 카모에게 매일 최고라고 말해준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람들이랑 음악적으로 교류하는 걸 딱히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주변에 음악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라곤 우리 회사 팀원들 뿐인데 릴러말즈 오빠는 유일하게 나와 음악적으로 교류하는 아티스트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에 대해 의심할 때도 항상 확신을 준다. “카모 너가 최고야, 잘하고 있어!”라고. 릴러말즈 오빠는 내 음악 생활의 한 줄기 빛이다.

카모 인터뷰: 한국에서 온 체구 작은 여자 아이

10월 11일 단독 콘서트 일정에 맞춰 카모의 믹스테잎을 공개했다. 이유가 있나?

스케일이 큰 릴리즈 파티다. 믹스테잎이지만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었다.

평소 연습을 하지 않는 카모가 이번에는 리허설까지 준비했다고.

맞다. 평소에는 연습도 리허설도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콘서트를 위해 술도 줄였다. 혼자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전반적인 연출과 라이브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니까.

이번 단독 콘서트에서 가장 신경 쓴 점이 있나?

한국 콘서트 처음으로 ‘Meet & Greet’ 이벤트도 진행했다. 해외에서는 몇 번 진행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더라.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에 팬 한 분 한 분 얼굴 보며 인사도 드렸다. 팬들과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었다. 아! 식사권 이벤트도 있다.

식사권 이벤트?

추첨 이벤트 당첨 상품이 ‘식사권’이다. 당첨된 팬들과 만나서 친구처럼 밥도 먹고 수다도 떨 생각이다. 나는 내 팬들이 솔직히 친구 같고 그들이 주는 사랑이 너무 값져서 아직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음악을 할 수 있는게 내 팬들의 덕이기에 그걸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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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디와 선글라스는 모두 pln, 네크리스와 링은 모두 바이더네임오프.

믹스테이프, 콘서트 외에도 새로운 행보가 있나?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조만간 제대로 갖춰진 스튜디오가 처음 생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생겨난 새로운 이야기들을 담아낸 음악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그리고 정규 2집 앨범은 미국 대형 레이블과 계약한 후에 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아마 정규 2집 앨범은 미국 데뷔 앨범이 되지 않을까?

다음 앨범을 위해 요즘 자주 듣는 곡이 있나?

레퍼런스 없이 곡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작업을 위해 음악을 듣는 편은 아니다. 최근에 다시 듣고 있는 곡을 말하자면 릴 웨인의 ‘롤리팝’.

15년 전에 발매된 꽤 옛날 곡을 언급한 건 의외다.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자’ 이게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릴 웨인의 ‘롤리팝’은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멋이 오롯이 담긴 음악이다. 아무리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전혀 촌스럽지가 않다.

카모 인터뷰: 한국에서 온 체구 작은 여자 아이

촌스럽지 않게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에너지. 나라는 사람 자체가 본능적이고 원초적이라서 무식하게 음악하는 편이다. 그냥 냅다 들이박는 스타일. 그래서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그 힘이 곡 안에 고스란히 들어가는 거니까. 프로덕션의 사운드 자체와 탑라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했을 때 순수하고 클래식한 음악이 나온다고 느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대화하며 느낀 카모는 자기 취향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거다. 카모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의 장점은 뭔가?

확실한 거? 애매한 건 딱 싫다. 그래서 썸도 잘 못 탄다(웃음). 호불호가 정확하고 확실한 게 내 장점이지 않을까. 언제나 솔직하되 무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다. 한 달 뒤에는 수능이 다가오고 있는데 과거 수능을 7개 틀린 카모가 수험생들을 위해 조언을 하자면?

불안하고 외롭겠지만 가장 영광스러운 1년을 보내고 있다는 걸 기억하길. 살다 보니까 오롯이 나에게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그때밖에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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