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2025’에 첫 발을 내딛은 갤러리 10 

처음 한국을 찾은 국가부터 ‘서울’의 로컬 스페이스까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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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는 걸 날씨보다 먼저 실감나게 하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달력을 넘기자마자 돌아왔다. 올해로 4회를 맞은 <프리즈 서울 2025>은 30여 개국과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해, 올해의 9월도 다시금 삼성동을 서울과 세계 미술 지형을 연결하는 가장 감도 높은 교차로로 각인시켰다.

<프리즈 서울 2025>는 이번에도 68.1%라는 높은 재참여율로 굳건한 신뢰를 입증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건 과감히 첫발을 내딛은 갤러리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이번 무대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10곳을 조명했다. 처음 한국을 찾은 국가의 갤러리부터, 서울을 기반으로 한 신선한 로컬 스페이스까지. 이들이 만들어낼 첫 장면이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확인해보자.

새롭게 참여한 국가

‘프리즈 서울 2025’에 첫 발을 내딛은 갤러리 10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튀르키예, 그리고 인도네시아. 올해 <프리즈 서울 2025>를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네 개의 갤러리가 있다. 모두 ‘첫 도전’이라는 공통점을 품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쌓여있다. 

기술과 기억을 탐색하는 미디어아트, 회화적 층위를 확장하는 페인팅, 사회적 맥락과 교차하는 설치, 드로잉과 오브제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까지 한데 모였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단 몇 걸음만 거닐어도 그 나라만의 고유한 예술세계를 체감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메리트일 터. 일단 아르헨티나로 먼저 떠나보자.

W-갤러리아ㅣW-galería (아르헨티나 / Buenos Aires & Pueblo Garzón)

라틴아메리카 개념미술을 선구적으로 다뤄온 W-갤러리아는 2016년 ‘Walden Gallery’로 출발해 현재는 아카이브와 리서치, 에디토리얼을 기반으로 한 전시 기획으로 독창적인 시각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아르헨티나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하이메 다비도비치의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비디오와 테이프 매체를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통해 ‘기억과 기술이 얽히는 장면’을 제시하며, 라틴아메리카 미디어 아트의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두아르트 스퀘이라ㅣDuarte Sequeira (포르투갈 / Braga, London & Seoul)

2019년 브라가에서 출발한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올해 서울 한남동에 3층 규모의 새 공간으로 이전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플랫폼으로 강화했다.

이번 부스는 톰 하우스, 앙드레 부처, 에드먼드 브룩스-벡먼 등이 참여하며 ‘회화의 현재’를 압축해 선보인다. 다층적인 회화의 접근법을 그룹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보여주며, 서울에서 곧장 유럽 미술 신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디리마트ㅣDirimart (튀르키예 / Istanbul & soon London) 

2002년 이스탄불 니산타시에서 문을 연 디리마트는 지역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사유하는 전시 기획으로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올해로 창립 23주년을 맞이한 이 갤러리는 이제 런던 메이페어 신규 공간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단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과감한 선택을 했다.

<프리즈 서울 2025>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아이셰 에르크멘의 설치 작품은 일본의 종이접기 기법에서 영감받아, 천장에 매달린 쌀 종이와 나무 막대의 구조물로 공간 지각을 교란한다.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며 ‘비움과 균형’의 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코헤시 이니셔티브ㅣkohesi Initiatives (인도네시아 / Yogyakarta)

욕야카르타에 자리한 이 젊은 컨템포러리 플랫폼은 ‘전통과 동시대, 지역성과 세계를 잇는 다리’라는 모토로 활동하고 있는 코헤시 이니셔티브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의 부리가 긴 조류 형상의 모티브가 돋보이는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그는 정치적 분열, 대규모 검열, 문화적 기억의 폭력적 재편으로 특징지어지는 인도네시아의 격동기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구체제에서 신체제로의 전환기 동안 수많은 문화적 산물이 금지되거나 사라지거나 의도적으로 지워졌던 역사적 현실을 영화의 언어를 활용해 예술로서 승화시켰다.

처음으로 참여한 서울의 갤러리

‘프리즈 서울 2025’에 첫 발을 내딛은 갤러리 10 

프리즈 ‘서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매년 서울을 대표하는 여러 갤러리들이 코엑스에 모여들지만, 올해는 그 가운데에서도 야심차게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은 로컬 스페이스들이 있다.

국제적인 흐름과 교차하며 정체성을 확립해온 갤러리부터 실험적인 신생 공간까지, 서울 곳곳에서 저마다 자리매김해온 여섯 곳의 갤러리는 이번 <프리즈 서울 2025>를 통해 꾸준히 지향해온 비전을 보다 넓은 무대에서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는 갤러리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니, 지금 바로 살펴보자.

이유진 갤러리ㅣ Lee Eugean Gallery (서울 / Cheongdam-dong)

2011년 강남에서 문을 연 이유진 갤러리는 국제 작가와 신진 한국 작가를 아우르는 교차점으로 기능하며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갤러리의 개관 초기부터 꾸준히 소개해온 정수진 작가의 솔로 부스를 선보인다.

부스에는 코로나 시기 뉴욕에서 작가가 그 어떤 때보다 집중하며 그려냈던 회화를 비롯해 한국에서 작업한 신작들로 구성됐다. “회화가 아닌 다른 매체의 작업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라던 작가의 말처럼, 그가 평생을 고집해온 회화의 촘촘한 색채 레이어와 시선의 얽힘이 마치 정제된 조각처럼 펼쳐진다.

더 페이지 갤러리ㅣThe Page Gallery (서울 / Seongsu-dong)

2011년 서울 성수동에서 출발한 더 페이지 갤러리는 공공성과 컨템포러리를 잇는 복합 전시 공간으로, 회화와 조각, 사운드, 퍼포먼스까지 동시대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왔다. 이번 프리즈 서울 마스터스 섹션에서는 한국 단색화의 구조적 미학을 새롭게 조망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마련했다.

반복되는 붓질과 차분한 화면의 결로 구성된 단색화 1세대 최명영의 회화는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로 하여금 한없이 응시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다. 최소한의 언어로 꺼내놓은 화면이 이처럼 깊은 울림과 강렬한 여운을 지닌다는 건 한국 단색화가 오늘날 미술의 담론에도 유효한 언어임을 확인시킨다.

디스위켄드룸ㅣThisWeekendRoom (서울 / Hannam-dong)

한남동을 기반으로 한 디스위켄드룸은 회화, 오브제, 텍스타일을 아우르는 전시로 ‘지금의 감각’을 응축해온 독립 갤러리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첫 프리즈 서울 참가에 나선 이들은 김서울, 김진희, 박신영, 최지원 네 명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그간 갤러리가 지향해온 방향성과 비전을 국제적 무대에서 선보인다.

김서울은 붓질의 크기와 방향, 강도를 탐구하며 색의 질감과 에너지를 화면 위에 구축하며, 김진희는 인물화에 빛의 스펙트럼을 입혀 평범한 일상을 극적인 장면으로 전환하고, 정체성과 소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박신영은 현실 풍경을 비현실적 차원으로 비틀고, 최지원은 블라인드 같은 상징적 포털로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세계를 탐색한다.

피비 갤러리ㅣPIBI Gallery (서울 / Samcheong-dong)

피비 갤러리는 삼청동이라는 동네 특성에 걸맞게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신진이 엮이는 회화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해왔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등 총 13인의 작가들을 폭넓게 소개하며, 갤러리 프로그램의 스펙트럼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중 런던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릴리안 토마스코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공간과 의식 상태에 집중하며, 캔버스 위의 선과 유기적 형상들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추상회화를 공개했다. 작가는 사적 공간인 침대를 중심으로 인간의 정서가 반영되는 개인적이고 친밀한 공간을 탐구하며 의식 아래 잠재된 깊은 감정과 욕망, 두려움의 영역을 추상적 언어를 통해 드러낸다.

상히읗 sangheeut (서울 / Haebangchon)

2021년 해방촌에서 출발한 상히읗은 강렬한 퍼포먼스와 섬세한 큐레이션, 디지털 기반 콘텐츠로 존재감을 확립해온 ‘실험적 전시 인큐베이터’다. “갤러리가 어떤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고민해온 이들은 프리즈 서울 무대를 단순한 세일즈의 장이 아닌, 갤러리의 성격과 메시지를 드러내는 기회로 삼았다.

정유진 작가는 고철을 실어 나르는 차량에서 착안해 파괴와 재생, 해체와 재구성이 반복되는 동시대의 순환을 은유하며, 조각을 통해 불확실한 세계 속 물질의 흔적을 기록했다. 다양한 질감과 드로잉이 결합된 설치 작업은 공간 전반에 긴장감 있는 풍경을 펼쳐내며, 변화하는 사회 속 예술의 지속성과 그 울림을 묻는다.

드로잉룸ㅣdR (서울 / Nuha-dong)

드로잉이라는 개념을 확장해온 드로잉룸은 회화와 오브제의 경계를 허무는 큐레이션으로 실험적 시선을 제안해왔다. 이번 프리즈 서울 포커스 아시아 섹션에서는 임선구 작가의 솔로 부스를 선보이며, 드로잉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한다.

임선구 작가는 종이와 흑연을 이용해 본인의 사적 기억과 공적 사건이 얽히는 다양한 층위의 드라마를 구축한다. 작업 방식 역시 종이를 잘게 으깨고 여과한 뒤, 흩어지기 쉬운 흑연을 끌어모아 견고한 형태로 응집시키는 과정을 통해 물성과 평면의 경계를 재고하게 하며, ‘드로잉의 또 다른 모습’을 체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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