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마닐라까지, 아시아 패션의 지형을 새로 그리는 세대

한국 브랜드 LEJE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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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을 맞은 패션 아시아 홍콩은 ‘10 아시안 디자이너 투 워치’ 플랫폼을 지금껏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형태, 바로 런웨이로 확장했다. 첫 ‘Asian Designers To Watch Fashion Show and Award Presentation Ceremony’는 9월 3일 홍콩 패션 페스타 갈라와 함께 열렸으며, 피크 갤러리아에서는 9월 13일까지 전시가 이어졌다.

미야오의 가원은 수상 브랜드 DISAYA와 LEJE의 룩을 입고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쇼의 중심에는 중국 본토, 홍콩, 태국, 한국, 필리핀 출신 디자이너 10명이 있었다. 이들은 공예, 기억, 그리고 냉철한 사업적 계산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뚜렷한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하입비스트>가 디자이너 10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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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én Sifān(Sifan Chen), 중국 본토

Sifan Chen은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읽은 책과 여행 중 수집한 단편들에서 영감을 얻는다. 국제적 시스템을 겨냥해 디자인하는 데는 신중하며, 대신 거리를 관찰하는 쪽을 택한다. 그가 상하이에서 지켜보는 행인들에 관해 말하듯, “스트리트 스타일은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러한 일상성을 향한 감각은 전시의 대표 작품에도 이어진다. 손으로 짠 데님 재킷은 실제로 캐시미어와 리넨 섬유를 사용했으며, 구이저우의 오래된 기계로 수작업 직조해 데님의 통상적인 뻣뻣함 대신 부드럽고 통기성 좋은 감촉을 구현했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바이어와 고객이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게 하는 일이다.

그는 각 제품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하나씩 설명하며 이를 풀어낸다. 5년 후를 묻자 거창한 포부는 손사래 친다. 대신 “서구 시스템 안에서 바라본 아시아나 동양의 환상이 아니라, 더 다채로운 아시아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여전히 되새기는 말은 Central Saint Martins에서 석사 과정을 이끌었던 Fabio Piras에게서 들었다. “나는 내 단순함을 믿어야 한다.” 그는 이 조언을 통해 깔끔한 실루엣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회상한다.

DISAYA(Disaya Sorakraikitikul), 태국

Disaya Sorakraikitikul은 언제나 공예 기법에서 시작한 뒤, 이를 실루엣이나 패턴에 새롭게 적용할 방법을 찾는다. 그에게 문화는 그대로 복제할 대상이 아니다. 전통 모티프를 직접 재현하는 것보다는 제작 과정에 깃든 감정과 인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트렌드는 방향이라기보다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장인정신을 패션의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젠더는 원단 자체에서 경계를 허문다. 자수와 레이스에 구조적인 테일러링을 대비시켜, “섬세하면서도 강하고, 관능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옷을 만든다. 그가 따르는 신념은 “패션이 당신이 누구인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탐색할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에 선보인 작품은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베스트셀러, 크리스털 마크라메 진이다.

손뜨개 마크라메를 한 조각씩 데님에 고정한 이 제품이 “힘을 뺀 듯 자연스럽고,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여러 젠더와 상황에 어울리길” 바랐다. 사업에 관해서는 솔직하다.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입니다.” 5년 뒤에는 단순한 태국 브랜드가 아니라, 뚜렷한 관점을 지닌 브랜드로 인식되게끔.

KINYAN LAM(Kinyan Lam), 홍콩

Kinyan Lam에게 트렌드라는 질문은 핵심을 비껴간다. 그가 주시하는 것은 고객이다. “지금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보다 우리의 타깃 고객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고객층이 젊은 시장이 아니라면, 이미 확보한 고객을 잃으면서까지 젊은 감성의 패션을 좇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브랜드를 시작한 지 3년, 그는 돈이 우선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브랜드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현금 흐름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공급망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일상복에 집중하고, 좀 더 몽환적인 아트 피스는 보류한다. 일상복을 우선하는 데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우리 옷이 사람들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으면 합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색감과 디테일이 드러나는 옷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브랜드에 영향을 준 인물을 묻자, 염색 사업을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준 업계 관계자들을 꼽는다. LABELHOOD의 Tasha와 Joyce의 Judy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들의 피드백이 옷의 핏과 소재 조달 방식을 다듬는 데 “브랜드에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LEJE(Yangmo Je와 Juhyeong Kang), 한국

한국 듀오 LEJE는 이름 자체에서 출발한다. ‘자아’를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가져온 이름이며, 리서치 이야기가 나오면 특히 열의를 보인다. 이들은 “흥미로운 요소를 습관적으로 수집한다”고 말하며, 컬렉션마다 열어보는 아카이브 속에는 아직 열지 않은 서랍도 많다고 설명한다. 이들에게 헤리티지는 의상이 아니라 방법론이다.

“전통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자개 상감이나 금속공예를 현대적인 실루엣으로 풀어내는 이유다. 전시의 중심 작품은 ‘아름다운 사람’을 뜻하는 MEIN(美人) 시리즈에 속한다. Daenggi Dress는 미혼 여성이 땋은 머리에 매던 리본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약 10m 길이의 끈을 재해석한 조선 왕실 모티프로 한 올 한 올 손으로 비딩했다.

예술과 수익 사이의 오래된 긴장에 대해서는 간단명료하다. “예술적 독창성과 상업적 실용성의 조화를 이루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이들은 이 지역을 바꾸겠다는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5년 뒤에는 자신들만의 목소리로 한국의 헤리티지를 표현하는 브랜드로 알려지길 바란다.

Maligaya Clothing Co.(Roko Arceo), 필리핀

Roko Arceo는 원단에서부터 역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대부분 단 하나뿐인 제품으로 구성된 컬렉션에 관해 그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그래서 먼저 소재를 찾습니다”라고 말한다. “모든 셔츠는 XS부터 XL까지 나옵니다. XS나 2XS를 입는 여성도 남성용 제품 일부를 입을 수 있다는 뜻이죠.”

전시 작품은 ‘Found Treasures’라는 컬렉션에서 나왔다. 앤티크 도일리를 천연 염색하고, 산호와 해양 생물의 형태로 빚어낸 작업이다. 그가 인정하듯, 모든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다.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둔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은 패션 디자이너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5년 안에 Maligaya가 패셔너블함과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멘토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옆을 가리킨다. “Athena, Ashanti, Dale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라고 본인의 동료들에게 전했다.

NOVEL(Prince Padilla), 필리핀

Prince Padilla는 소재가 작업을 이끌게 둔다. “무엇보다 소재 연구가 출발점이고, 그것이 제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결정합니다.” 패션 교육을 받기 전부터 이어진 순수미술 배경이 이 감각의 근원이다. 남성복에서 출발한 그에게 유니섹스 디자인은 그저 기본값이다. 옷은 “대개 그저 옷일 뿐”이라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전시에서는 자수 밀도가 높은 룩을 의도적으로 안감 없이 선보였다. 안쪽의 거친 스티치와 비즈 장식이 그대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순수미술을 하며 그는 덜어내는 것의 가치도 배웠다. “제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말하는 편이 제게는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이 레이블은 팬데믹 시기 거의 우연히 시작됐기에, 그는 미래에 대해서도 여유롭다. 마닐라의 젊은 신에 더 많은 컨템퍼러리 디자인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잘 모르겠다”고 편안하게 말했다.

NULLUS(Li Gao, Yue Ming, Benjamin Tao), 중국 본토

중국 본토 출신의 남성복 팀 NULLUS는 팝 컬처를 순환하는 것으로 본다. 스쳐 지나가는 유행 아래에 있는 오래된 고전적 아이디어를 파고든 뒤, 그것이 자신들에게 맞는지 판단한다. 젠더에 대한 이들의 접근은 구조적이다. 어깨를 느슨하게 하고 허리선을 여유롭게 풀어 남성복에 내재한 공격성을 완화한다.

쇼에서는 2026년 가을, 겨울과 2027년 봄, 여름, 두 시즌에 걸쳐 포켓을 재고했다. 이들은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한다. “원단은 옷의 피부와 같고, 실루엣은 골격이며, 포켓은 수납함과 같습니다.” 남성은 가방을 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에 포켓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10명 가운데 가장 노골적으로 큰 포부를 드러내기도 한다.

“아시아를 진정으로 대표하고 세계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중국 남성복이 그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얼마나 드문지 짚으며 한 말이다. 이들의 길잡이는 Rei Kawakubo다. 그들은 “그녀는 패션에는 관심이 없고, 이전에 존재한 적 없는 옷에만 관심이 있다”고 기억한다.

SEAN SUEN(Sean Suen), 중국 본토

Sean Suen은 한 인물을 상상한 뒤 그를 위해 디자인한다. 그가 무엇을 읽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묻는 식이다. 이번 시즌은 ‘Daydream’이 됐고, 그는 그 시작을 담담히 설명한다. “초여름 오후, Debussy의 음악을 듣다가 공상에 잠긴 순간에서 출발했습니다.” (중국어 표준어 번역) 헤리티지에 관해서는 손쉬운 접근법을 경계한다.

“문화적 배경은 피상적인 상징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자라며 몸에 밴 것이죠.”그래서 그는 노골적으로 민족성을 드러내는 작업은 피하고, 트렌드는 따르기보다 탐색할 대상으로 여긴다. 창의성과 상업성은 시간이 흐르며 계속 서로를 시험하고, 결국 시장이 어떤 아이디어가 오래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되지 않는 일이다. “브랜드가 틀에 박힌 이미지로 규정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보는 이가 한눈에 자신의 옷임을 알아보길 바란다.

Tigerstrolling(Tiger Chung & Tiger Chung), 홍콩

홍콩 레이블 Tigerstrolling을 이끄는 두 Tiger는 젠더에 관한 선언을 만들기 위해 앉아 논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날카롭다고 느껴지는 것을 만들고, 그 옷을 입을 사람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둔다. 전시장에서는 발레 튀튀를 트랙 수트에 결합해 무심한 표정의 토털 룩으로 선보였다. 이들이 브랜드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하이와 로우의 충돌이다.

창의성과 상업성이 대립한다는 생각에는 반발한다. “아주 창의적일 수는 있지만, 그 아이템은 사용하기 쉽고 입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괜찮아요.” 5년 뒤에는 ‘Tiger’라는 단어가 말로는 완전히 포착하기 어려운 감각을 뜻하길 바란다. 오래 남은 조언은 지난 3월 파리에서 들었다. 첫 레디투웨어 쇼가 끝난 뒤 Susie Bubble이 이들을 따로 불러 말했다.

“Tiger, 너희는 창의성이 정말 풍부해.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소유하고 싶어 할 피스를 몇 개 더 만드는 일은 꼭 생각해야 해.” 이 한마디가 레이블을 운영하는 방식을 바꿨다.

WMWM(Xiaolin Song), 중국 본토

상하이 여성복 레이블을 10년째 이끌고 있는 Xiaolin Song은 영국의 페어아일 모티프에 중국식 핫픽스 라인스톤과 수작업을 더하며, 로컬과 외부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섞는다. 트렌드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단호하게 답한다. “우리는 언제나 약간의 유희성을 지닌 앤드로지너스 빈티지 스타일의 브랜드였고,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그 스타일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런웨이에서는 남성 모델에게 플로럴 룩을 입혀 젠더리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남성이 우리 플로럴을 입으면 또 다른 종류의 앤드로지너스한 분위기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출발은 유난히 순조로웠다. 졸업 컬렉션이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Lane Crawford에 입점한 것이다. 다만 소비자 직접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이후 진짜 과제는 소재와 옷을 실제로 입었을 때의 편안함이 됐다고 말한다.

10개 레이블, 5개 시장, 그리고 하나로 묶을 수 없는 스타일. 그럼에도 분명한 공통점은 있다. 이번 세대는 이번 주 피드가 좇는 유행보다, 무언가가 어떻게 그리고 왜 만들어지는지에 더 관심을 둔다. ‘10 Asian Designers To Watch Exhibition’은 9월 13일까지 Peak Galleria에서 열린다. 데님, 도일리, 포켓, 마크라메, 그리고 10m 길이의 리본을 제작자들이 의도한 그대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주최하고, 문화관광국 산하 문화창조산업진흥국이 주관 및 후원하며, 홍콩디자인센터(HKDC)가 주관하는  패션 아시아 홍콩  (Fashion Asia)은 아시아 전역의 디자인 인재와 업계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아 패션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고, 홍콩을 국제적인 패션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패션 아시아는 홍콩 패션 페스티벌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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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Caraan Managing Editor

Sophie Caraan is the Managing Editor at Hypebeast, where she sets the editorial direction, standards, and output strategy for the HQ team. With a decade of editorial experience, she brings both a storyteller's instinct and a strategist's eye — spotlighting the figures and movements that shape the culture across a multitude of lanes. Her tenure is marked by high-impact conversations with the likes of RZA, Mads Mikkelsen, CORTIS, Erling Haaland, Kasing Lung, NIGO, an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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