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밍 타이거 인터뷰 - 즐거운 짬뽕 배달부

산얀, 병언 그리고 ‘호미’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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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의 ‘잊지마’ 커버 영상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다. 우스꽝스러운 콘셉트와 그에 반하는 음악성은 가히 충격적이다. 혹자는 그를 히트 싱글의 영향력에 편승하려는 셀럽 지망생 정도로 평가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영상 댓글 창을 도배하는 단어는 ‘천재’다. 그런 그가 마침내 고국으로 건너와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자신만큼 색깔이 짙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말이다. 그 집단의 이름은 바밍 타이거.

바밍 타이거는 리더이자 프로듀싱 총괄 산얀(Sanyawn), 래퍼 병언, 비트 메이커 노 아이덴티티(No Identity), 디제이 어비스(Abyss), 필르머 잔퀴(jan’qui) 그리고 그래픽 디자이너 으니(euni), 총 여섯 명의 예술가로 구성되었다. 이 크루가 올해 믹스테잎 <Balming Tiger vol.1 : 虎媄304>를 첫 작업물로 공개했다. 장르를 정의하기 어려운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왜 타지에 있던 병언을 필요로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심상치 않은 바밍 타이거에 대한 호기심을 풀기 위해 ‘하입비스트’가 나섰다.

크루인가, 레이블인가?

산얀(이하 S): 지금은 크루다. 좋은 기회가 생기면 레이블이 될 수도 있지만, 앞으로 몇 년은 크루 형태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그 사이의 애매한 위치가 되고 싶다. 우리 여섯 명이 아닌 크루 밖의 사람이나 새로운 멤버도 우리를 통해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병언(이하 B): 바밍 타이거는 레이블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거다.

팀 이름의 의미는?

B: 재밌고 몽환적인 느낌의 이름으로 가자고 했고, 두 시간 동안 치열하게 얘기하다가 ‘호랑이 연고’ ‘타이거 밤(Tiger Balm)’이 떠올랐다. 그걸 거꾸로 읽으면 ‘바밍 타이거’다. 의미는 ‘뭘 발라주는 호랑이’?

S: 말장난에 가깝고 큰 의미는 없다. 팀 이름 자체에 의미나 목적을 부여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재밌게 짓고 싶었다.

바밍 타이거 인터뷰 <호미304> 2018 산얀 병언 balming tiger interview sanyawn byungun homie

멤버들은 어떻게 만났나?

S: 처음에는 어비스, 노 아이덴티티와 파티 크루를 만들어보려 했는데 흐지부지됐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까 우리에게 플레이어가 없더라. 음악을 사람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색하던 중 밀릭이 나에게 병언을 소개해줬다. 같이 해보라고 소개해준 건 아니고, “나 이런 사람이랑 작업할 거야”라고 했는데 내가 몰래 접근해 같이 작업하자고 했다.

B: 한국에 친구가 없어 바로 크루에 들어왔다.

S: 그렇게 병언을 만난 뒤 순차적으로 한 명씩 영입했다.

각자 어떤 삶을 살아왔나?

S: 부산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성인이 되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이태원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 뒤로 음악 작업도 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하이그라운드에서 A&R 일을 했다. 예전에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이하 SCR)에 믹스셋을 만들어 보냈는데, SCR에서 내게 레지던시 방송을 부탁했다. 그렇게 디제잉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 또 거기서 어비스 누나를 만났다. 어비스 누나와 노 아이덴티티와 셋이 바밍 타이거의 전신인 마인드씨어터(Mindtheater)를 만들었다.

B: 태어나자마자 바로 미국으로 갔다. 그다음은 캐나다. 평생 유학을 한 거다. 캐나다의 시골에서 계속 지하방에 살았다. 거기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가족은 다 한국에 있고 혼자 캐나다 시골에 있으니까 아주 외로웠다. 그 외로움에서 유튜브 콘텐츠가 나온 것 같다. 뭐라도 올리고 관심을 받고 싶었다. 유튜브에 통기타 영상을 올릴 때는 나름의 엉뚱한 콘셉트가 있었다. 치열하게 취미 생활을 하는 이미지. 타지에서 홀로 지내는 게 혼란스럽고 우울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건 역시 힘들다. 내가 아무리 미국에서 자랐어도 여권을 보면 한국 사람이니까. 언젠가 돌아가는 시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명은 유병언이 아니라고?

B: 본명은 장석훈이다. 캐나다에서 너무 쓸쓸했고 나 혼자 도망친 느낌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기에 세월호 참사가 어떤 사건인지조차 제대로 몰랐다. 우연히 한국 뉴스를 봤는데, 그 사람을 공개 수배하고 있길래 ‘항상 도망 다니고 숨어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게 도피 중인 것 같은 내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후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고 개명의 필요성을 느껴, 지금은 Byung-Un으로 활동 중이다.

잊지마’ 커버 영상의 반응이 좋았다.

B: 사람들이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반응이 있을 거라는 것도 예상 못 했고, 그 조회 수가 한국에서는 높은 편이라는 것도 몰랐다. 여기 와서야 그걸 다 알게 됐다. ‘잊지마’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많이 받았다. ‘와 한국에도 이런 게 있구나’. 그래서 커버 영상을 만들었고, 그때부터 계속 한국에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크루 멤버 잔퀴는 ‘잊지마’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B: 나는 잔퀴가 내 커버 영상을 본지도 모른 채 크루에 들어왔다. 요즘은 한국 음악 신이 생각보다 작은 세계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외국에서는 강남 스타일, BTS, ‘잊지마’ 등을 볼 때 큰 시장 같은데, 막상 와서 보니까 한국의 음악 세계가 좁다는 걸 깨닫고 있다.

S: 잔퀴는 ‘잊지마’ 커버 영상을 코홀트 멤버들과 같이 봤다.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충격과 공포.

커버 영상으로 유명해졌는데, 작곡과 작사도 하나?

B: 하와이의 유스 심포니에서 프렌치 호른을 연주했다. 그렇게 공식적인 음악 교육도 있었고, 피아노곡을 작곡해서 아버지께 들려드리기도 했다. 기타를 칠 때는 혼자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부터 취미로 통기타 싱어송라이터 같은 음악을 해왔다.

어떤 음악에 영향을 받나.

B: 펑크 록같이 시끄럽고 삐딱한 걸 주로 들었는데, 캐나다에서 외로운 시기가 올 때쯤 일상에서 나한테 힘이 되는 긍정적인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케이팝도 많이 듣고. 중고등학생 때 힙합을 듣긴 했는데 나한테 크게 힘이 되는 음악은 아니었다. 다만 호기심은 항상 있었고, 언제부터인가는 힙합도 많이 듣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동양인으로 살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항상 느꼈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음악을 듣는 습관도 그걸 상징한다.

랩을 잘한다. 랩도 꾸준히 해온 건가?

B: 별로 안 했다. 대학생 때 재미로 잠깐 한 적은 있는데, 쭉 해오던 건 아니다. 음악을 많이 들었을 뿐이다. 산얀과 노 아이덴티티가 이렇게 한번 해보면 어떠냐고 해서 나름대로 노력해봤다.

본인의 정체성은 뭔가? 싱어송라이터? 래퍼? 유튜버?

B: 바밍 타이거의 딴따라 병언.

앨범 제목 <虎媄(호미)304>를 보고 ‘homie’가 떠올랐다.

B: 나도 그 ‘호미’인 줄 알았다.

S: 홍대 호미화방 건물 304호가 노 아이덴티티의 작업실이고, 모든 곡이 거기서 나왔다. 녹음, 믹싱, 마스터링까지 다 해서 우리에겐 의미 있는 곳이다. 이중적으로 ‘우리는 homie다’라는 의미도 있어 그렇게 지었다.

앨범 뒷면에 만화가 그려져 있다. ‘바밍 타이거 코믹스’라고?

S: 우리가 구축해나가는 세계관을 어떻게 하면 쉽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만화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또 음악만 듣고 ‘커버 예쁘네’ 하고 그냥 넘기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스토리가 있으면 사람들이 더 재밌어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앨범이 얼마나 만들어질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첫 번째 볼륨으로 믹스테잎이 나왔고, 이렇게 멤버들이 함께 만드는 컴필레이션 앨범의 경우 스토리텔링을 항상 가져갈 생각이다. 세계관은 작품을 통해 확인해달라.

‘CHEF LEE’ 뮤직비디오는 다소 기괴하다. 연출 의도는?

S: 잔퀴에게 처음 콘셉트 얘기를 들었을 때, 내포하는 의미보다는 연출 자체의 신선함과 충격적인 소재라는 것에 동의했다. 잔퀴도 고뇌하며 심오한 메시지를 담으려 한 건 아니었다. 사운드와 함께 비주얼적, 공감각적 충격을 주려고 했고 소리의 질감을 비주얼로 표현하려고 했다. 초저예산이다 보니 조금 더 기발한 연출을 하려고 노력했다.

B: 그럼 해낸 건가?(웃음)

S: 해낸 거다(웃음).

유일한 피처링으로 김심야가 참여했다.

S: 병언의 솔로 프로젝트가 아니니까 모든 곡에 그만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예를 들어 ‘CUT’이라는 트랙은 병언의 스타일이 아니라서 부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는데, 그 첫 번째가 김심야였다. XXXFRNK와 노 아이덴티티가 고교 동창이다. 둘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같이 해온 친구들이라 FRNK를 통해 김심야에게 피처링을 부탁하며 트랙을 듣고 판단해달라고 두 곡을 보냈다. 다행히 김심야가 들어보고 마음에 든다고 두 곡 다 참여하겠다고 했다. 난항을 겪지 않고 1순위가 바로 돼서 행복했다.

바밍 타이거 인터뷰 <호미304> 2018 산얀 병언 balming tiger interview sanyawn byungun homie

다양한 사운드를 섞는 시도가 신선하다.

B: 믹스테잎의 사운드는 우리의 실제 상황에서 나온 거다. 나는 서양에서 쭉 자라면서 오히려 한국에 적응하고 싶어 멜론에 뜨는 것만 계속 들었다. 반대로 산얀과 노 아이덴티티는 한국에서 자라면서 음악을 해온 분들이라, 미국 음악에 관심을 많이 가진 것 같다.

S: 우린 서로 좋아하는 게 너무 다르다. 병언은 발라드, 케이팝을 좋아하고, 나는 1960~1970년대 사이키델릭 음악을 좋아하고, 노 아이덴티티는 익스페리멘털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각자 추구하는 걸 계속 어필하게 된다. 그렇게 이것저것 다 넣다가, 결국 조금씩 빼고 깎아내며 ‘바밍 타이거’스러운 특이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B: 짬뽕 같은 거다.

#JoyfulDelivery.

S: 바밍 타이거가 원하는 모토다. 많은 생각과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는 음악이 아니라, 즐겁고 신나는 음악을 전달하고 싶다. 우리도 재밌게 작업을 하고.

B: 나는 그 해시태그를 보고 짬뽕 배달이 생각났다.

S: 우리가 만든 게 짬뽕이니까 짬뽕을 배달하는 거다.

바밍 타이거 인터뷰 <호미304> 2018 산얀 병언 balming tiger interview sanyawn byungun homie

병언은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S: 병언은 올해 안에 입대할 예정이다.

B: 산얀을 만난 뒤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면서 입대가 점점 밀리고 있다.

병언의 입대 이후 바밍 타이거는?

S: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올 수도 있고 그들의 앨범이 나올 수도 있다. 병언의 작업물을 모아놨다가 그들과 무언가를 함께 낼 수도 있고. 좀 더 크게 봐줬으면 좋겠다. 우리 여섯 명만 하는 팀의 느낌이 아니라 새로운 비트 메이커, 래퍼, 싱어 등 언제든 들어와서 같이 작업할 수 있다. 그가 해놓은 벌스 위에 다른 사람이 노래를 한다든지. 자유로운 레이블 형태의 크루가 되고 싶다.

B: 애초에 파티 크루를 생각했던 것처럼 어떻게 보면 지금도 여러 사람이 왔다 갈 수 있는 파티다.

바밍 타이거 인터뷰 <호미304> 2018 산얀 병언 balming tiger interview sanyawn byungun homie

앞으로의 계획은?

S: 여름 안에는 병언과 작업한 것이 나올 것 같다. 아마 새로운 얼굴의 음악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짧은 목표다. 길게 보면 바밍 타이거 코믹스의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 정규 앨범이 목표다. 올해 말 안에는 정규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 앨범의 플레이어는 병언 혼자가 되진 않을 거다. 피처링 아티스트도 더 많아질 거고.

해외도 바라보고 있다. 이 앨범을 만들면서도 그렇고, 앞으로 계획을 짜면서도 그쪽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올해 말쯤 나올 정규 컴필레이션의 경우 그런 의도가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 서양인이 들어도 좋고 한국인이 들어도 재밌는 음악.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로 그런 시도를 많이 할 거다. 거창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작업물을 세계에 알렸을 때 ‘한국에도 이렇게 또라이 같은 애들이 있구나, 좁은 나라에도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 케이팝이랑 ‘잊지마’ 말고도 더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싶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B: 더 즐겁고 짜릿한 음악을 기대해달라. 다음 파티에 놀러 와라.

다음 파티?

S: 다음 파티 안 잡혔는데, 지금 혼자…(웃음).

B: 파티를 하면 놀러 와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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