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협 인터뷰 - 선과 점으로 그리는 파형의 아름다움

아티스트 윤협 혹은 “101가지 기술의 핑거보드 선수” 김윤협.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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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일을 10년 동안 파고들면 그 분야의 전문가 반열에 들어설 수 있다. 윤협은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스케이트보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전시장에까지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다닌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윤협, 그가 7년 만의 개인전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선과 점을 이용한 작업 방식은 무려 15년 전인 2004년부터 지금까지 윤협이 고수해 온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다. 또한, 나이키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펼쳐온 그는 수많은 팬을 거느린, 미술계의 슈퍼스타에 다름 없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선과 점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라 말하며, 퍽 얄미울 정도의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에서 만난 그와 처음 나눈 이야기는 다름 아닌,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스케이트보드가 채택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후 그는 마치 아끼는 장난감을 자랑하는 다섯 살 꼬마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으로 작품설명에 나섰다. 유쾌하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윤협의 모습에서 그 순수함 속에 담긴 어떤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려 7년만에 한국에서 갖는 개인전이다. 

rm.360에서 열린 팝업 개인전 이후 뉴욕으로 돌아갔을 당시에는, 한국에 이렇게 가끔 오게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지내온 것 같다. 처음에는 개인 스튜디오도 없었을 뿐더러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처리하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있을 때마다 계속 그림을 그려왔고, 조금씩 대중에게 내 그림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작업 영억은 이후 팝업이나 그룹전시, 벽화 그리고 브랜드 협업으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니 작업에 매진하며 지낸 것 같다.

페이스북, 나이키, 허프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함께 작업해왔다. 무엇을 함께 했나?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메디콤 패브릭, 치넬리, 그리고 허프 등의 브랜드와 진행한 제품 협업이고, 다른 하나는 랙앤본 휴스톤 스토어, 페이스북 NY, 와이덴 케네디 NY, 나이키 오레곤 본사 등에 설치된 벽화 프로젝트다. 제품 협업도 즐겁지만 벽화 프로젝트의 경우는 해당 도시를 방문하면서 얻게 되는 에너지와 영감이 있어 매우 매력적이다. 한편, 이탈리아의 자전거 브랜드 치넬리와는 싸이클링에 필요한 레이싱 캡을 만들었고 현재 새로운 제품 협업도 진행 중에 있다. 허프와의 협업 제품은 아쉽게도 한국에서 소개되지 않았지만 압구정동 팔팔 스케이트에서 소량으로 만나볼 수 있다.

윤협 인터뷰, 전시 'LINE AND DOT' 선과 점으로 그리는 아름다움,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협업 프로젝트에서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장기적인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 커머셜 프로젝트와 같은 브랜드 협업은 개인 작업과 유사한 맥락 안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시장성이 있다는 이유로, 또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나의 정체성과과 동떨어진 제품에 작위적인 스토리를 붙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고 있다.

혹시 러브콜을 보내고 싶은 브랜드가 있는지?

종종 내가 먼저 제안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다만 아주 가끔 커다란 항공기에 내 작품이 그려진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윤협 인터뷰, 전시 'LINE AND DOT' 선과 점으로 그리는 아름다움,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VENICE BEACH’

전시 제목을 <LINE AND DOT>으로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내 작품은 ‘선과 점’만으로 채워진다. 이런 작업 방식은 2004년, 디제이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라이브 페인팅으로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그만큼 의미가 큰 ‘선과 점’이 나에게 있어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를 전시에서 차근차근 설명하고 싶었다. 익히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진부할 수 있지만 내 그림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렇다면, 윤협에게 선과 점이란 무엇인가?

직접 본 풍경이나, 형상은 없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에너지를 선과 점을 이용해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한다. 따라서 선과 점은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도시나 풍경 혹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감상이 된다. 나아가 선과 점이 즉흥적으로 이동하며 느껴지는 속도감과 구성, 그리고 리듬은 내 모든 그림의 DNA라고 볼 수 있다.

윤협 인터뷰, 전시 'LINE AND DOT' 선과 점으로 그리는 아름다움,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ARE YOU THERE’

도시와 해변 풍경을 담은 작품이 유독 눈에 띈다.

이미 여러 번 소개했듯이, 내 삶과 작품은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때문에 수많은 스케이터가 모이는, 베니스 비치의 방문은 나에게 굉장한 영감을 선사했다. <Venice Beach>는 그곳의 야자수와 넓은 스케이트보드 파크 그리고 공기의 흐름과 분위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한편 <Are you there>에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의 밤 풍경을 담았다. 도시의 현란한 네온사인과 불빛,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이동하는 움직임과 소리, 그 사이를 용하게도 비집고 지나가는 오토바이… 즐거웠던 추억들이 머문 도시의 밤 풍경은 그 시절을 함께했던 오랜 친구들을 떠오르게 했다. 일상에서 본 사물을 최소한의 표현으로 담은 <Simplicity> 시리즈 또한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나는 모든 그림을 그릴 때 스케치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정 도시 형태를 그릴 때는 그 도시에서 축적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머릿속에 큰 레이아웃을 구성한 뒤, 캔버스의 중심부터 차근차근 지변을 넓혀가며 작업을 진행한다. 일정한 속도로 앞뒤 관계를 고려하다가도, 형태를 무시한 즉흥적인 페인팅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나의 작품을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흘러가는 느낌 혹은 즉흥적인 성격이 강한 재즈에 비유하는 이유다.

윤협 인터뷰, 전시 'LINE AND DOT' 선과 점으로 그리는 아름다움,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SIMPLICITY’

작은 점과 선을 이용한 작업 방식이 일종의 노동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

타의에 의한 것은 노동이 될 수 있겠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불거진 표현은 노동과 정반대로, 무언가에서 완화된 해방감을 선사한다.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에는 외부의 자극에서 멀어지고, 시간이 가는 것조차 잊을 만큼 몰입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그려도 지루하거나 짜증이 나지 않는 이유다. 랙 앤 본 벽화 작업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며 물과 페인트가 다 얼어붙을 정도였지만,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업에 몰두했던 기억이 있다.

스케이트보드와 마찬가지로 윤협 작가에게 음악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음악이 주는 영감은 내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힙합 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펑크와 재즈를 즐겨 듣는다. 예를 들어, 제임스 브라운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열기는 내게 과감한 선과 흐름으로 작용하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화음은 다양한 색상의 조화를 떠오르게 한다.

최근 자주 듣는 노래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바비 허처슨(Bobby Hutcherson), 밥 제임스(Bob James), 칼 체이더(Cal Tjader), DJ 크러쉬(DJ Krush), DJ 쉐도우(DJ Shadow),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넬류(Nelue) 등 너무나도 많아 여기서 이야기하기엔 끝이 없을 것 같다. 90년대 붐뱁 힙합과 당시의 뉴욕을 좋아하는데 ‘The Stretch Armstrong and Bobbito Show’는 언제나 최고다.

본인에게 영감을 주는 대표적 인물은 누가 있나?

퓨투라(Futura), 스태쉬(Stash), 돈 펜들턴(Don Pendleton), 하로시(Haroshi), 그리고 백남준.

윤협 인터뷰, 전시 'LINE AND DOT' 선과 점으로 그리는 아름다움,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당신에게서 스케이트보드를 뺏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선생님이 ‘스케이트보드 금지령’을 내린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어떻게든 계속 탔던 것 같다.

10년 전에 꾸었던 꿈과 현재의 모습은 얼마나 비슷한가?

10년 전에는 딱히 꿈이랄 게 없었다. 거창한 목표 의식을 가졌다기보다는 좋아하고, 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 게 나름의 소원이었다. 현재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언어를 꾸준히 탐구하며 오래오래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 예나 지금이나 그냥 계속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것 같다.

그렇다면 10년 후에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고,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면서 살아왔다. 왠지 앞으로도 계속 그러지 않을까 싶다.

 

*윤협 작가의 개인전 <LINE AND DOT>은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에서 6월 30일까지 열린다. 오는 5월 25일에는 그가 직접 참여하는 토크 세션이 진행되며, 그의 작품이 담긴 굿즈가 함께 출시될 예정이다.

에브리데이몬데이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48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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