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킴 인터뷰 - 구찌와 마린 세레가 찾은 타투이스트

두 브랜드가 그에게 주목한 이유가 궁금하다면.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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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킴은 타투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동양화를 연상케 하면서도 어딘가 뒤틀린 듯한 감성을 담은 그의 그림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찌마린 세레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 역시 그러한 감성과 하우스의 색깔이 어딘가 맞닿아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터다. 여러 나라를 오가던 미키 킴은 코로나19로 비행기가 뜨지 않자 자신의 인스타그램 캡션을 ‘당분간 서울’이라 수정하고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당분간 서울’에 머무르며 어떤 일을 하고, 팬데믹이 끝난 후에는 또 어느 나라로 떠날까. 그를 만나 코로나19가 끝난 뒤 가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일에 관해 물었다.

미키 킴 인터뷰 - 구찌와 마린 세레가 찾은 타투이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마린 세레, 구찌 DIY 컬렉션, 타투이스트, 일러스트레이터, 하이츠 스토어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서울’에 머무르고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 타투이스트의 삶에 코로나19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일이 줄었죠. 그만큼 저는 위생에 신경을 쓰게 됐고요. 고객 분들도 손을 꼭 소독해달라고 요청하셔요. 원래 한국에서 일을 잘 안 하는데, 그동안 못 그렸던 그림도 그리고 못 해봤던 일들도 해보고 있어요.

원래 계획은 뭐였어요?

4월부터 일본에 가서 어학 공부도 하고 작업도 하려 했어요. 한국에서는 작업을 별로 안 하고 싶었거든요.

왜 한국에서 작업을 안 하고 싶었나요?

한국 타투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아요. 그게 싫었어요. 그리고 제 그림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재밌게 한 작업은 대부분 외국에서 했고요. 한편으로는 한국은 유난히 남 잘되는 모습을 못 보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타투가 불법이다 보니 맘에 안 들면 신고해버리는 경우가 제법 있더라고요. 시기와 질투를 좀 더 줄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도 더 작업을 하고 싶어질까요?

타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타투는 무서운 사람이 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느껴지는 시선이 긍정적이진 않아요. 앞으로 계속 바뀌겠지만, 타투이스트 분들도 작업할 때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서, 남의 것을 따라 하지 않고 좀 더 아트적인 걸 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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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히 킴’으로 활동하다가 이름을 미키 킴으로 바꿨어요.

제가 빈티지한 느낌으로 그려진 미키마우스를 되게 좋아했어요. 그렇다 보니 친구가 “너 미키마우스 좋아하잖아. 네 이름 ‘믹히’라고 해.”라면서 저를 믹히 킴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러다 자세히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이름을 미히 킴으로 바꾸게 됐어요. 말해도 괜찮은 이유도 하나 있는데, 외국 친구들이 믹히 킴을 못 읽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미키라고 부르라고 했죠. 제 이름이 일본어로 읽으면 미키기도 해요.

인스타그램일러스트 계정미키 킴 계정으로 분리한 이유는 뭔가요?

그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 사람들이 그림만 볼 수 있는 계정을 따로 만든 거죠. 본 계정에는 타투나 제 사진, 노래도 막 올려요.

타투보다 그림에 대한 욕심이 더 큰 것처럼 들려요.

타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요. 원래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타투를 시작한 거고요. 이제는 그림 쪽에 비중을 좀 더 두고 싶어요.

하지만 작가가 아니라 타투이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했잖아요?

저는 학원에 다녀본 적도 없고 대학교 전공도 그림과는 연관이 없었어서 그림 가지고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갈피를 못 잡고 할 수 있는 일만 하다가 어느 순간 ‘이게 내 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다 아는 분이 타투를 배워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때부터 그림과 타투를 계속 배웠어요. 터닝 포인트가 됐죠. 그때 인생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림의 주제는 주로 어디서 떠올리시는지 궁금해요.

뭔가를 많이 보려고 해요. 제 그림 중 사마귀가 교미하는 듯한 그림이 있거든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나온 캐릭터의 대사에서 따왔어요. 영화를 보다가 사마귀가 진짜 교미를 그렇게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정말이더라고요. 이걸 사람으로 치환해서 그리면 재밌을 거 같았어요. 이렇게 툭툭 튀어나오는 게 많아요. 그리고 제가 손이나 발에 애착이 있어요. 그리고 눈. 그런 신체 부위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많이 느껴요.

초창기와 지금의 그림체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초반에는 굵은 라인을 사용해 심플한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근데 그림이 쉬우니까 다른 분들이 많이 따라 하시더라고요. 어떤 사람이 저에게 “이거 미키 님 그림 같아요.”라고 제보 비슷하게 말씀해주시는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그래서 그림체를 저만의 위트나 살캐스틱한 감성을 넣어가면서 조금씩 바꿨죠.

지금의 그림체는 동양화의 느낌이 강하죠.

제가 동양 문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라서 그런 걸 원하시기도 해요. 색에서 동양풍의 느낌이 많이 드러나게 그리고 있기도 하고요. 제가 그림 그릴 때 영감을 받는 음악이나 영화 같은 것도 거의 동양 작품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

소라야마 하지메의 미래적인 느낌이나 타나미 케이치의 오브젝트처럼, 일본 작가들을 연상케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어릴 때 부산에서 살았는데요. 부산에는 일본 라디오나 NHK, V 채널 같은 일본 TV 채널이 나왔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퍼펙트 블루>로 유명한 곤 사토시 감독 작품을 좋아해요. <파프리카>처럼 인간에 관해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내용이라든지, 영상의 색감이나 그림체도 좋아하고요.

그림에 사용되는 컬러 톤은 어디서 영향을 받은 건가요?

1990년대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가위손> 같은 작품을 보면 색이 굉장히 쨍하잖아요. 제가 1980~90년대 문화를 좋아하다 보니 그런 색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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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구찌의 DIY 서비스 프로모션을 위해 미키 킴의 그림이 올라온 적이 있잖아요. 어떻게 구찌와 함께하게 됐나요?

구찌에서 메일로 하우스의 로고와 제품을 넣어서 그림을 그려줬으면 좋겠다면서 레퍼런스를 보내줬어요. 제품이 돋보이게 그려달라고 요청해서 눈이나 손을 많이 사용해 주목도를 높였죠.

마린 세레의 경우 조금 더 동양화적 느낌이 강조됐죠.

마린 세레가 동양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내길 원했어요. 그 프로모션 자체가 동양 쪽 고객들을 위한 것이었거든요.

마린 세레와 구찌와의 작업 이후 바뀐 게 있을까요?

팔로워가 아무래도 늘었죠. (웃음) 구찌와 일을 한 후 마린 세레에서 연락이 왔고, 이후 유럽에서 개인이 하는 속옷 브랜드 같은 곳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그 정도인 것 같아요.

주로 어떤 작업 방식을 선호하는지 궁금해요.

한 4년 전까지는 종이에 그림을 그렸었어요. 그런데 해외를 나갈 때 종이, 물감, 마카 등을 챙기다 보니 짐이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방법을 생각하다가 아이패드로 작업 툴을 바꿨어요. 간편한 것도 간편한 거지만, 표현하고 싶은 걸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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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츠 스토어와 함께 본인의 그림을 활용한 여성복 컬렉션을 출시했잖아요. 그 옷을 직접 입은 기분이 궁금해요.

감동을 좀 받았어요. 일반적으로 전면에 일러스트를 프린팅하는 식으로 티셔츠를 만들잖아요. 원단 전체에 프린팅을 해서 패턴을 만드는 건 처음이었어요. 제 그림은 다 자화상이라서 제가 제 가죽을 입은 느낌이더라고요. 이번 기회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어떤 관점으로 옷에 활용된 그림을 골랐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림이 옷에 들어갔을 때 예쁘겠다 싶은 것 그리고 누군가가 봤을 때 제가 그린 그림이겠다 싶은 것들로 골랐어요.

지금 입고 계신 옷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요즘 사람들이 약을 많이 먹잖아요. 몸의 병이든, 마음의 병이든. 약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약이라는 미끼를 누군가 던지면 그걸 받아먹을 수밖에 없는 요즘 사람들을 그렸어요.

인스턴트 타투 스티커와 바이닐 토트백이 함께 출시된 것도 독특했어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타투이스트잖아요. 그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인스턴트 타투 스티커 이야기가 나왔어요. 바이닐 레코드 토트백은 제가 바이닐 레코드를 좋아해서 그에 맞는 사이즈로 만들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해외 나가면 그 나라의 레코드숍을 항상 들르는 편이거든요.

앞으로 ‘당분간 서울’에 머물며 무엇을 할 예정이신가요.

10월에 그림도시라고,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모여 하는 컨벤션 같은 곳에 참여해요. 그리고 턴테이블 매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레코드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덮는 건데 제 그림을 활용해서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 외에는 공부를 더 진득하게 해보려고 해요. 그림을 아이패드 말고 캔버스에 그리는 연습도 해보고요.

코로나19가 끝나면 어디로 떠나고 싶나요?

아이슬란드에 꼭 가보고 싶어요. 제가 비요크를 진짜 좋아하는데 비요크가 그곳 출신이에요. 항상 비요크는 왜 그렇게 특이할까 궁금했는데 아이슬란드에 가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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