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아카데미 후보작 17
10개 부문 후보작부터 채드윅 보즈만의 유작까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시상식 아카데미 어워즈의 개최가 한 달 남짓 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가 사실상 문을 닫으면서 개봉된 작품수가 감소된 만큼, 이번 후보작 목록은 여러 넷플릭스의 작품들로 자연스럽게 채워졌다. 그간 개봉일을 놓쳐서, 극장에 갈 시간이 없어서 아카데미 후보작을 여럿 놓쳤다면, 올해는 집에서 간단하게 감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후보작은 총 17개. 아래의 목록에서 트레일러 및 소개를 확인한 후, 마음에 드는 작품을 감상해보자.
<맹크>
지금 미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역사상 최고의 영화’ <시민 케인>을 집필한 작가 허먼 J. 맹키위츠를 다뤘다. 흑백으로 그려낸 1930년대의 할리우드, 게리 올드만과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명연기, 총 10개 부문 후보 선정 등 <맹크>를 봐야 할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재구성을 천재 각본가가 무려 10년에 걸쳐 진행했다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는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감독 에런 소킨이 펼쳐 놓은 길을 따라 영화의 끝에 도착하면, 관객은 ‘재판 방청객’과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 ‘행위’가 무엇인지는 직접 확인하길 추천한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1세대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의 앨범이 제작되고 그녀가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는다. 주로 각 인물의 발화를 통해 영화가 진행되어 관객에게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을 주는 만큼, 뮤지컬이나 재즈 바에 가지 못해 답답한 사람이 즐기기에 걸맞다. 참고로 본작은 지난 2020년 8월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스만의 유작이기도 하다.
<뉴스 오브 더 월드>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플레이하며 ‘앨리’를 향한 ‘조엘’의 부성애에 감동한 적이 있다면, 분명 이 영화를 좋아할 것이다. 텍사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제퍼슨 카일 키드’가 고아 소녀 ‘조한나 리안버거’를 집에 데려다주며 겪는 힘든 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절정에 다다른 톰 행크스의 부성애 연기는 덤이다.
<힐빌리의 노래>
백인 하층민 집단 ‘힐빌리’로 태어나 성공을 거머쥔 젊은 사업가 J.D. 밴스의 자서전을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실제 하층민의 삶을 겪은 사람이 묘사한 ‘미국’은 충격적이었고 책은 아마존닷컴 종합 1위에, 영화는 아카데미 어워즈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여기에는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힐빌리의 적극적인 지지로 인해 당선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녀의 조각들>
다짜고짜 시작되는 롱테이크의 출산 장면과 이로부터 비롯되는 여러 갈등 등, 영화는 보는 이를 숨 막히게 만드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영화 내용이 과할 정도로 현실적인 이유는 감독과 작가가 실제 경험한 일을 토대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사’의 감정선에 집중하다 보면 왜 이 영화의 제목이 <그녀의 조각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화이트 타이거>
주인공 ‘발람’은 인도의 신분제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으로 태어나 30대 중반에 자신의 택시 사업 ‘화이트 타이거 드라이버’의 CEO로 발돋움한다. 이렇게만 보면 흔한 자수성가 영화 같지만, 그 이면에는 인도 사회를 향한 비판과 어마어마한 범죄 등이 숨겨져 있다. 이 이상의 언급은 스포일러다.
<오버 더 문>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포카혼타스>, <타잔>, <라푼젤> 등을 그려낸 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글렌 킨이 연출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중국 설화 ‘항아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되어 작품에 동양적인 색채가 가득 담겨있으며, 실제로 성우 또한 존 조, 샌드라 오, 켄 정 등의 아시안 배우가 다수 참여했다.
<Da 5 블러드>
블랙 시네마의 대표적인 감독 스파이크 리는 베트남 전쟁을 통해 미국 내의 인종차별을 꼬집는다. 영화 제목에 ‘더(The)’ 대신 사용된 ‘다(Da)’, 영화에 꾸준히 언급되는 흑인 인권 운동, 실제 베트남 전쟁에는 없었던 ‘흑인만으로 이루어진 분대’ 등은 모두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장치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스토리>
후보작 중 맘껏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가 정답이다. 아이슬란드의 어촌 주민이 유럽 최대 음악 콘테스트 우승을 위해 도시로 떠나며 겪는 해프닝은 뻔하지만, 역시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다. 주연 역시 윌 페럴, 레이첼 맥아담스 등 로맨스와 코미디에 적합한 배우로 꾸려졌다.
<자기 앞의 생>
이탈리아의 대배우 소피아 로렌의 스크린 복귀작. 성 노동자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마담 ‘로사’와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 흑인 고아 ‘모모’는 우연한 사건으로 함께 지내게 된다. 각자의 배경이 좋지 않기에 둘은 여러 부분에서 부딪히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강렬한 캐릭터, 이와 상반되는 잔잔한 감동이 있는 작품.
<미드나이트 스카이>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궤도 비행 중 “지구는 푸르다”고 말했지만, <미드나이트 스카이> 속 지구는 새하얗다. 작중 배경이 이유를 알 수 없는 환경 재난이 찾아온 북극이기 때문. 시각효과상 부문에 오른 만큼 영화에서 표현되는 북극과 우주의 모습은 압도적이다. 이는 예고편에서 살짝 맛볼 수 있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후보작은 보고 싶은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이 13분가량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된다. 작품은 단 한 줄의 대사 없이 특정 사건으로 인해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절망을 전달한다. 제목 그 자체가 작품 안에서 중요한 문장으로 나오니, 감상 전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라는 문장을 기억해두자.
<크립 캠프: 장애는 없다>
본작은 1971년의 장애인 시설 ‘캠프 제네드’를 다룬다. 이곳에 모인 10대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의 차별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마음껏 펼치고, 이때의 경험은 곧 미국 장애인 인권 운동의 시초로 발전한다.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아름답다. 이 작품도 그렇다.
<나의 문어 선생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본 후 축산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의 문어 선생님>도 비슷하다. 한 남성이 1년간 매일 바다에 들어가 문어와 우정을 쌓는 과정을 보고 난 이후로는 문어를 음식 재료로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엠마>
<오만과 사랑>으로 유명한 작가 제인 오스틴이 가장 사랑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 삼아 만들어진 <엠마>에는 파스텔 톤의 인테리어, 화려한 서양 전통 의복 등의 볼거리가 가득하다. 화제의 드라마 <퀸스 갬빗>의 주인공, 안야 테일러조이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점 또한 감상을 유도하는 포인트다.
<러브 송 포 라타샤>
1991년 3월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상점에서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가 한국인 이민자 두순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러브 송 포 라타샤>는 피해자의 주변인들이 회상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이 겪은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2021년에 적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를 분명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