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곳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톰 삭스 서울 전시'

현대 사회의 면면을 일상적 소재로 표현해내는 조각가 톰 삭스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톰 삭스는 의도적으로 흠집과 이음새 등 불완전함을 드러냄으로써 현대적 공정의 생산품을 재해석하는 ‘브리콜라주’ 기법으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다. 합판과 글루건 등을 이용한 그의 작품들은 조각부터 회화, 영화까지 다양한 형태로 미국 문화와 사회를 비롯해 예술, 과학 기술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표현한다.

<하입비스트> 독자들 중에는 ‘마스 야드 슈’, ‘오버 슈’, ‘제너럴 퍼포스 슈’ 등 톰 삭스가 나이키와 협업해 선보인 스니커를 통해 그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러한 협업 스니커 또한 톰 삭스의 다양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그는 “조각이나 스니커 모두 같은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각각의 스니커는 우주 탐사 등 톰 삭스의 작품 세계에서 자주 다뤄지는 테마를 담고 있다.

톰 삭스의 첫 전시는 이처럼 폭넓은 그의 예술 세계를 한국 관람객들에게 오롯이 전달하고자 세 곳의 전시관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각각 아트선재센터, 타데우스 로팍 서울,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개최되는 세 개의 전시는 모두 톰 삭스의 핵심적인 예술 세계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각각의 전시관에 걸맞은 전혀 다른 기획으로 꾸며졌다. 세 전시의 주제와 주요한 작품, 관람 정보 등을 아래에서 살펴보자.

아트선재센터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인독트리네이션>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인독트리네이션>은 오랫동안 톰 삭스 작품 세계의 중심적 테마였던 우주 여행과 달 탐사를 다룬 ‘스페이스 프로그램’ 시리즈의 첫 한국 전시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관람자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개별 작업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작품 제작의 이면에 감춰진 철학이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는 두 개의 파트로 나눠서 진행된다.

1전시실은 인류의 달 탐사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미술 프로젝트’라고 표현한 톰 삭스의 시각이 그대로 담긴 ‘달 박물관’과 아폴로 프로그램의 새턴 5 호 달 탐사선 브리콜라주 버전을 비롯해 우주복, 우주 탐사 도구 등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특수효과’로 이뤄졌다. 덕트 테이프, 합판, 글루건, 폼보드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전시실의 수많은 작품들은 실제로 각 주제에 맞는 기능이 있고, 발사나 점화 등을 가동할 수 있다.

2전시실의 ‘인독트리네이션 센터’는 일종의 훈련소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톰 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는지 검증받는 시험을 치른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경우, 지하 아트홀에 마련된 ‘재교육 센터’에서 다양한 필수 시청 영상 자료를 관람하면 재응시의 기회가 주어진다. 기존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목적이 우주 탐사의 과정을 목격하고 경험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톰 삭스의 우주 탐사를 위해 필요한 것을 배우고 그 배경을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한국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TV 부처>를 오마주한 신작 <TV 요다>를 만나볼 수 있다. 우주라는 테마와 연결되어 등장한 <스타워즈> 캐릭터는 우주 탐사와 대중 콘텐츠, 소비주의 사회의 만남이라는 작가의 작품 세계 교집합 위에 교묘하게 자리한다. 이 또한 ‘인독트리네이션 센터’ 교육 과정의 일환인 만큼 현장에서 직접 스페이스 프로그램 임무를 수료하고 만나보자. 수료자에게는 멤버십 자격이 부여된다.

아트선재센터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전시 기간: 2022. 6. 22.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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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우스 로팍 서울 <로켓 팩토리 페인팅>

타데우스 로팍의 전속작가로서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펼쳤던 톰 삭스가 <로켓 팩토리 페인팅>로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펼친다. 이번 전시는 그의 ‘로켓 페인팅’ 연작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세계 최초의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로켓 부품을 그린 작품과 세 가지 부품으로 구성된 완성 로켓 작품 총 15점을 선보인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톰 삭스의 ‘로켓 팩토리’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로켓 팩토리는 그가 2021년 설립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로켓의 세 부품인 뿔, 몸체, 꼬리를 각각의 NFT로 구매하여 완전한 형태의 로켓 NFT를 조립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각 부품은 30가지 브랜드 로고로 이루어져 있으며, 10만 가지 이상의 조합 가능성을 지닌 1천 개의 NFT가 탄생할 수 있다. 그 중 모든 부품이 같은 브랜드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퍼펙트 로켓’, 다른 브랜드 부품이 섞인 것은 ‘프랑켄 로켓’이라고 부른다.

<로켓 팩토리 페인팅>은 이렇게 조립된 로켓 NFT를 물리적 공간에 구현한 전시다. 이미 존재하는 물리적 예술 작품을 디지털 버전으로 전환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NFT 시장의 작품들과 달리, 톰 삭스는 가상 로켓 부품을 먼저 구매하도록 하고 사용자의 임의대로 조합된 로켓 구성에 상응하는 물리적 회화 작품을 만드는 방식을 선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톰 삭스는 “<로켓 페인팅>은 디지털 아트를 기반으로 한다. 흥미로운 점은 나는 단순히 가이드 라인을 제공했고, 로켓의 실질적인 조합은 커뮤니티가 만들었다. 나는 이를 다시 캔버스에 옮겼을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디지털상의 로켓에서는 느낄 수 없는 두꺼운 붓질과 펜티멘토가 돋보이는 ‘로켓 페인팅’ 회화들은 실물로 봐야 특유의 거친 질감을 정확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작품들은 판매되기 때문에 다음 전시에서도 같은 작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전시 방문 전 이곳에서 ‘로켓 팩토리’ NFT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가면 더욱 좋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주소: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22-1 2층
전시 기간: 2022. 6. 25. ~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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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인사이트 <톰 삭스: 붐박스 회고전>

하이브 인사이트에서는 <톰 삭스: 붐박스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음악을 기반으로 한 기업 하이브가 운영하는 뮤지엄에서 음악을 테마로 한 전시가 펼쳐지는 것.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전시에서는 1990년대 등장한 초기작부터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까지 톰 삭스를 상징하는 브리콜라주 방식으로 제작된 13점의 붐박스를 만날 수 있다.

스트리트 컬처를 대표하는 붐박스를 예술, 과학, 신화 등 다양한 주제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우산, 안테나, 에펠탑 미니어처, 모래시계 등 다양한 요소들과 결합하여 완성되는데, 그 표면에는 의도적으로 드러낸 연필 자국, 접착제, 나사못, 거친 이음새 등 톰 삭스 작품의 특징들이 드러난다. 자메이카의 길거리 파티 문화를 담아낸 <구루스 야드스타일>부터 인공위성을 떠올리게 하는 <퐁키>까지 전혀 다른 맥락에서 만들어진 역대 붐박스 시리즈 가운데는 서울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커다란 <빅 핑크>와 <모델 세븐티 식스>도 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의 청각적 요소와 전시품의 시각적인 감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향을 고려한 정교한 배치로 인해 각 붐박스를 마주할 때마다 다른 사운드에 방해를 받지 않고 완전히 그 작품의 비주얼과 사운드에 몰입할 수 있다. 톰 삭스 본인이 직접 “지금까지 붐박스 시리즈 전시가 열렸던 세 곳 중 최고의 음질을 선사한다”고 이야기했을 정도.

갤러리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비롯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큐레이션된 24시간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된다. 이는 노-웨이브 라디오의 니모 리브리지가 직접 큐레이션한 것으로, 스포티파이에도 그 일부가 공개되지만 전체 플레이리스트는 전시장에 방문해야만 들을 수 있다. 사전 방문 예약이 필수이며, 기획전시실만 관람을 원할 경우에는 매주 목요일, 일요일 오후 7시부터 입장 가능한 단독 관람 회차를 예약해야 한다.

하이브 인사이트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42 지하
전시 기간: 2022. 6. 22. ~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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