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동차 마니아들의 드림카, ‘포르쉐 911’의 모든 것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들었다는 바로 그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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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자동차를 꼽자면 그 주인공은 단연 911이다. 포르쉐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911은 당대 최고로 손꼽히는 주행성능을 앞세워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 차’라는 별명을 지닌 포르쉐의 기함 911은 성능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63년부터 지금까지 8세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911은 어떤 길을 닦아왔을까? 자동차 마니아들의 드림카로 손꼽히는 911. 그 찬란한 역사, 그리고 우리가 911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한데 모아 정리했다.
1963년부터 시작된 포르쉐 911의 역사
포르쉐 911이 세상 앞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 9월 12일의 일이다. 포르쉐는 프랑크푸르트 국제 모터쇼에서 356 모델을 계승할 새로운 후속작 901을 최초 공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포르쉐는 4기통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포르쉐 911에 들어 최초로 6기통 공랭식 수평대향 엔진을 얹어 자동차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1세대 911의 코드네임은 ‘901’이지만, 당시 푸조가 이미 901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901이 아닌 911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911은 엄청난 주행 성능을 앞세워 곧장 전 세계에 팔려나갔고, 지금까지 지구상 최고의 스포츠카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911이 ‘964’, ‘993’, ‘991’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
이따금 911을 두고 911이 아닌, ‘964’, ‘993’, ‘991’ 등 세 개의 숫자 조합으로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911이 아닌 각 숫자는 세대별 911에 부여되는 코드네임을 뜻한다. 비슷한 예는 국산차에도 있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8세대에 걸쳐 출시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예나 지금이나 쏘나타라고 부른다. 하지만 각 세대별 소나타에는 새로운 코드네임이 부여된다. 1세대 쏘나타는 ‘Y1’, 5세대 쏘나타는 ‘NF’, 현재 출시되고 있는 8세대 쏘나타의 코드네임은 ‘DN8’이다.
911에게도 세대마다 다른 코드네임이 있다. 1세대부터 8세대까지의 코드네임은 ‘901’, ‘G 시리즈’, ‘964’, ‘993’, ‘996’, ’997’, ‘991’, ‘992’이다. 여기서 각 세대 중간에 걸치는, 이를테면 7세대 ‘991’과 8세대 ‘992’ 중간에 걸친 7.5세대에 해당하는 모델은 ‘991.2’로 부른다.
외계인이 만든 자동차, 포르쉐
포르쉐의 가장 유명한 수식 중 하나는 ‘외계인이 만든 차’, 또는 ‘외계인을 고민해서 만든 차’일 것이다. 포르쉐는 당대 최고의 자동차 기술을 뛰어넘는 기술력을 앞세워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왔다.
그중에서도 911의 핵심 요소는 RR 레이아웃과 수평대향 엔진에 있다. RR 레이아웃은 차에서 가장 무거운 부품인 엔진을 차 뒷바퀴 축에 놓은 채 뒷바퀴 굴림을 장착했음을 뜻한다. 수평대향 엔진은 엔진 피스톤이 위아래가 아니라 가로로 서로를 마주 본 채 움직인다. 엔진이 가로로 넓어지면 차체 역시 넓어진다. 늘어난 바퀴 간격만큼이나 차는 원심력에 강해지고 접지력과 코너링 역시 좋아진다.
참고로 911의 RR 레이아웃과 수평대향 엔진은 폭스바겐의 비틀에서 비롯된 것인데, 히틀러의 주문에 의해 비틀을 처음 설계한 이가 바로 포르쉐의 창립자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다. 비틀은 작은 차체에도 넓은 실내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이 두 가지를 적용했지만, 포르쉐는 반대로 이를 사용해 극강의 주행성능을 빚어내는데 성공했다.
엔진 역시 세대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해왔다. 3세대 타입 964는 전자식 유압 제어 시스템을 통한 동력 분배로 시대를 앞서 나갔으며, 5세대 모델인 996부터는 공랭식 엔진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새롭게 설계한 수랭식 시스템을 탑재했다. 997에 들어서면서 포르쉐는 다채로운 라인업을 준비해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모델들을 쏟아냈다.
911을 상징하는 4가지 요소
포르쉐 911은 60년 가까운 역사 동안 디자인이 그대로 이어져오는 지구상 몇 안 되는 자동차 중 하나다. 1세대 911부터 지금까지 911에 단 한차례도 바뀜 없이 적용되는 것은 총 4가지가 있다. 그중 두 가지는 앞서 언급한 수평대향 엔진과 RR 방식이다. 물론 엔진은 세대를 지나면서 공랭식에서 수랭식으로, 자연흡기에서 터보로 바뀌었지만 그 성능만큼은 당대 최고를 자랑한다. 현재는 모델에 따라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911은 후륜구동을 채택하고 있으며 엔진룸은 언제나 운전석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나머지 두 가지는 일명 ‘개구리눈’이라 불리는 헤드램프와 5개의 원형 클러스터다. 901부터 992까지 911의 외관이 일맥상통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이 헤드램프다. 911의 운전석 맞은편에는 5개의 동그라미를 나란히 이어 붙인 클러스터가 있는데, 이 역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하다.
‘카레라’부터 ‘터보S’까지, 911 뒤에 오는 수식은 무엇을 뜻할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 중인 포르쉐 911의 종류는 총 21종에 달한다. 911 배지 뒤에는 ‘카레라’, ‘카레라 4S’, ‘카레라 4 GTS’, ‘터보’, ‘터보 S’, ‘GT3’와 같은 이름이 붙는다. 포르쉐는 각기 다른 엔진 및 세팅을 적용해 다양한 라인업으로 911을 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엔트리 모델에 해당하는 것이 카레라다. 여기서 ‘S’가 붙게 되면 좀 더 높은 출력의 엔진이 탑재됐다는 뜻이며, ‘4S’가 붙으면 높은 출력에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음을 의미한다. 디자인에 따라 이름도 달라진다. ‘타르가’는 일반 모델과 달리 두툼한 너비의 B 필러가 적용되며, 탈착식 루프 섹션을 통해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지붕을 개방했을 시 B필러가 없는 모델에는 여느 자동차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카브리올레’가 붙는다.
고성능 라인업에는 ‘GTS’, ‘터보’, ‘GT3’가 있다. 고성능 라인업 중 막내 격에 해당하는 ‘GTS’는 말 그대로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 즉 장거리 여행을 고려해 만든 차로 고성능과 승차감을 모두 겸비했다. ‘GT3’는 터보 엔진이 아닌 자연흡기 엔진이 특징으로, 공도용 차보다는 서킷에서 달리는 레이싱카에 초점을 맞춰 제작된 모델이다. 마지막 포르쉐 911의 ‘끝판왕’으로 통하는 ‘터보 S’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911 중 가장 강력한 엔진 출력과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가격 역시 가장 비싼데,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비싼 모델인 ‘911 터보 S 카브리올레’의 가격은 3억6백50만 원부터 시작한다.
911을 사랑했던 아이콘
911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아이콘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 명성을 알려왔다. 영화 속 911이 등장하는 장면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나쁜 녀석들> 오프닝 시퀀스다. 1995년 개봉한 <나쁜 녀석들>에서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는 964 터보를 타고 처음 등장한다. 영화 막바지 자동차 추격신 역시 964의 진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 중 하나.
레이싱과 자동차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 스티브 맥퀸은 영화 <르망>에서 1970년식 포르쉐 911 S를 탔다. 디즈니와 픽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카>의 등장했던 ‘샐리’는 포르쉐 996을 본떠 만들어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최근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의 연인 페니는 1973년형 오리지널 포르쉐 911 S를 몰기도 했다.
한편 스크린 밖에서는 <분노의 질주> 폴 워커가 죽기 진전까지 포르쉐 카레라 GT를 몰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