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던 인터뷰: 예술과 패션, 그리고 웰던의 독창적 미학
권다미와 제시카 정이 직접 말하는 브랜드의 모든 것.
2014년, 권다미와 제시카 정은 서울 기반의 편집숍, 레어 마켓을 공동 설립했다. 레어 마켓은 그동안 국내에서 보지 못한 브랜드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일찌감치 들여오는 감각적 안목으로 업계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자크뮈스, 마린 세레, 나마체코 등 트렌드의 최전선를 달리던 여러 브랜드가 바로 그 대상이었다. 그렇게 안목을 증명해온 권다미와 제시카 정은 정확히 숍 론칭 1년 후 브랜드 웰던을 선보였다. 지금이야 편집숍에서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행보는 아니었다.
웰던은 트렌드와 대중성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대신 예술적 영감을 탐구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고려한 컬렉션으로 이분법적 경계를 넘고 하이엔드 패션과 웨어러블의 간극을 메운다. 현재 권다미와 제시카 정이 레어 마켓이라는 반짝이던 비전을 잠시 접어두고 웰던에 집중하는 목적은 매우 뚜렷하다. 자신들의 감각을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대조적인 것들을 파헤쳐 선을 흐리려는 욕망에 기반한 둘의 미적 관점은 이제 국내의 젊은 세대들로 구성된 팀을 통해 더 단단하고 창의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두 분이 공동 설립한 레어 마켓과 브랜드 웰던은 독창적 아이덴티티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분의 성장 과정이 더욱 궁금해요.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나요?
제시카: 저는 보수적인 부모님과 함께 지방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제 성장 과정은 패션과 접점이 거의 없어요. 어렸을 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잡지들을 친구들과 돌려보곤 했는데 어쩌다 <보그>를 접하게 된 거예요. 그 잡지를 통해 제가 여태껏 모르던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패션이 얼마나 전위적일 수 있는지 깨닫고 난 이후부터는 패션에 집착하게 됐고요. 패션은 제게 더 큰 꿈을 갖도록 영감을 주었고, 제가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어요.
웰던 론칭 이전에 운영한 편집숍 레어 마켓은 국내에 생소하던 브랜드를 소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편집숍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권다미: 우리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자 했고, 더불어 국내에 유망한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레어 마켓을 설립한 것 같아요.
제시카: 레어 마켓은 자크뮈스, 마린 세레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의 첫 컬렉션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는데요. 이러한 브랜드를 발 빠르게 선점한 것에 대해 매우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아직도 발굴에 열정이 있지만, 현재는 웰던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레어 마켓 운영을 멈췄습니다.
직접 디자인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출발했나요?
권다미: 우리는 레어 마켓을 공동 설립하면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가 되었어요. 국내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집숍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의 브랜드를 선보여 차별화를 하고 싶었죠.
제시카: 우리는 미적 관점을 공유하는 사이에요. 그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 수단을 마련한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브랜드를 론칭하고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은 우리에게 필수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웰던에는 어떤 디자인 미학을 담았나요?
제시카: 웰던은 현대적인 시각으로 모든 현상과 역사 속 예술에 경의를 표하는 브랜드예요. 핵심은 영감을 주는 다양한 레퍼런스를 모아 이를 진보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인데요. 매우 ‘웰던’스러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흔히 못생겼다고 일컫는 것에도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웰던의 컬렉션엔 하이엔드급 감도, 테일러링, 스트리트웨어의 요소 등이 공존해요. 몸에 얽매이지 않는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단연 돋보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특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긴 건가요?
제시카: 우리는 어떤 장르를 통해 우리의 미학을 특정하는 대신 무엇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지, 그것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컬렉션 제작 과정은 미술, 문학 등 특정 예술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하죠. 이후 실루엣, 컷, 컬러 등을 만들기 위해 영감과 아이디어를 탐구하고요. 우리는 이런 단계에서 컬렉션의 내러티브를 구성해 나갑니다.
2023 봄, 여름 컬렉션은 마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고 펑크의 정서도 반영합니다. 다소 상충하는 두 요소를 한 컬렉션에 담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시카: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역행적 걸작인 <풀밭 위의 저녁 식사> 그 자체는 영감이자 추진력이 되어준 작품이에요. 작품 자체는 빅토리안 시대풍을 보여주지만, 근본적 주제는 저에게 매우 펑크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두 가지를 웰던의 방식으로 풀어보았죠.
권다미: 이번 컬렉션 명이 ‘Rough Strokes’인데요. 펑크를 표현한 ‘Rough’와 이번 컬렉션의 토대인 마네의 화풍을 집약한 ‘Strokes’ 두 단어를 결합한 구절이에요. 컬렉션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로맨스와 에로티시즘의 미묘한 경계를 잘 드러낸 컬렉션 이름이라고도 생각해요.
이번 컬렉션에서는 구겨진 소재, 플라워 패턴, 하이브리드 레더 등 각각의 스토리가 있는 듯한 원단과 프린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에 담긴 의도가 있나요?
제시카: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대비입니다. 상반된 두 개의 아이디어나 소재를 결합하면 꽤 삐딱한 매력이 생겨요. 섬세한 레이스 보디수트와 울 코트를 매치한 룩, 낡은 듯한 모헤어 니트에 PVC 플리츠 스커트를 스타일링한 룩에서 그런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권다미: 마네의 회화 스타일과 특색이 있는 붓 기법을 표현한 요소도 주목할 만해요. 물결을 형상화한 듀체스 실크 새틴 드레스와 팬츠, 구겨진 종이처럼 연출되는 패브릭 기법인 ‘프로아세’를 활용한 테일러드 피스들이 그 예죠.
마지막으로, 웰던이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제시카: 우리는 앞으로도 독창적이고 자극적인 질문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만드는 컬렉션을 보여줄 거예요. 또 내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멈춘 오프라인 쇼를 파리에서 선보일 예정이고요. 생각만으로도 기대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