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내쉬 인터뷰: 기존의 의식을 무너뜨리다

패션 & 액티브 웨어 브랜드에 충성도를 가지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컬러와 디자인, 가치와 방향성 등 무수히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최종 선택은 단연코 내 몸을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에 정착하게 된다. 런던 베이스 디자이너 사울 내쉬의 룰루레몬 ‘SLNSH’ 컬렉션이 그렇다. 경계를 두지않고 상황에 가두지 않는다. ‘TPO’ 패션 공식은 이미 허물어진 지 오래다. 누구나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SLNSH’ 컬렉션은 룰루레몬과 사울의 공통된 비전인 움직임과 디자인에서 비롯됐다.

사울은 춤을 추며 패션과 의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가 집에서 계속 춤을 추자 어머니가 제 에너지를 감당 못 하겠다며 댄스 수업에 보냈는데요. 그렇게 춤은 자연스럽게 제 삶의 일부가 되었고, 움직임을 위한 옷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어요.” 관절 마디를 섬세하게 제어하는 ‘춤’을 매게체로 패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맞이한 것이다. 그가 만드는 옷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젠더’ 대신 ‘스펙트럼’으로 소통된다. 기존의 의식을 벗어난 관점은 ‘언제, 어디서, 누가’라는 장벽까지 무너뜨렸다. <하입비스트>가 사울 내쉬를 만나 ‘SLNSH’ 컬렉션의 의의와 비전 그리고 그 철학 속에 숨겨진 비하인드에 대해 물었다. 

저는 성별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며, 모든 사람들이 그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별을 스펙트럼으로 보는 접근 방식이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요? 
저는 성별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며, 모든 사람들이 그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SLNSH 컬렉션은 남성복과 여성복으로 구분되지만, 특정 성별을 위한 옷이라기보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컬렉션을 지향하고 있어요.

성별은 직관적인 개념이라 경계를 허물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울의 노력이 실제 어떤 반응을 이끈다고 느끼나요? 
제 작업은 주로 스포츠웨어를 기반으로 하는데, 스포츠웨어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특정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 많다는 점이에요. 덕분에 사람들은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죠. SLNSH 컬렉션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깊이 고민하며 디자인했어요. 이번 봄 컬렉션의 여성복 중에는 개인적으로도 입고 싶은 아이템들이 많았어요.

SLNSH 컬렉션을 소비하는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컬렉션을 즐겨야 할까요?
저는 항상 제 옷을 입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떤 상황에서 이 옷을 착용하게 될 지를 고민해요. 단순히 멋을 내는 것을 넘어, 다양한 환경에서 실용적으로 입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SLNSH 컬렉션에서는 룰루레몬의 대표 아이템인 에브리웨어 벨트 백을 재해석했어요. 기존의 기능성을 유지하면서도, 색다른 가죽 소재를 적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핸드백처럼 들 수도 있어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죠.

그렇게 춤은 자연스럽게 제 삶의 일부가 되었고, 움직임을 위한 옷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어요.

댄서로서의 배경이 이번 컬렉션에 도움이 됐다고 들었어요. 
저의 패션과 의류에 대한 관심은 춤에서 시작됐어요. 어머니가 카리브해 출신이셔서, 저희 가족에게 춤과 음악은 늘 일상의 일부였어요. 제가 집에서 계속 춤을 추자 어머니가 제 에너지를 감당 못 하겠다며 댄스 수업에 보냈는데요. 그렇게 춤은 자연스럽게 제 삶의 일부가 되었고, 움직임을 위한 옷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어요.

‘사울 내쉬’와 룰루레몬 모두 ‘움직임’에 대한 깊은 열정을 공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SLNSH 컬렉션이 탄생했어요. 룰루레몬의 디자인 팀과 협력하며, 룰루레몬만의 기술적인 원단과 제작 방식을 저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퍼포먼스와 스타일의 넘나드는 컬렉션을 완성했어요.

룰루레몬과의 협업에서 접했던 새로운 점이 있다면요?
이번 컬렉션을 통해 평소에는 다뤄볼 수 없던 소재들을 접할 수 있었어요. 룰루레몬의 혁신적인 원단인 에버럭스(Everlux™)와 우븐에어(WovenAir™)를 비롯해 프렌치 테리, 자카드, 메쉬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했어요.

SLNSH 컬렉션에서 특히 자랑하고 싶은 디테일이 있나요?
이번 컬렉션은 기본 티셔츠부터 투명한 디파인 재킷(Define Jacket)처럼 대담한 스타일까지, 다양한 취향을 아우르는 구성으로 완성했어요. 그리고 저는 룰루레몬 로고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스며들길 바랬어요. 그래서 컬렉션의 모든 아이템에 로고를 반영하되, 디자인에 은은하게 녹아들도록 배치했어요. 저는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번 컬렉션의 프린트가 특히 마음에 들어요.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지만, 가까이에서 봤을 때는 시각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도록 디자인했어요.

중요한 것은 기능성과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며, 일상의 다양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로서 창의적 비전과 상업적 성공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있나요?
저는 창의적 비전과 상업적 성공이 반드시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몸의 움직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제가 디자인한 옷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크리에이티브 비전을 타협하고 싶지는 않지만, 동시에 패션은 실용적이고 접근 가능하며, 분명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SLNSH 컬렉션에서는 저의 개념적인 접근 방식과 룰루레몬의 기술적 노하우를 결합해, 혁신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결국 중요한 것은 기능성과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며, 일상의 다양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성을 디자인 과정에 통합하는 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인에서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자재를 조달하는 단계부터 지속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려해요. 하지만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 또한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믿어요. 오래 착용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패션 업계에서 이루고 싶은 변화나 도전적인 목표가 있나요?
지금까지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나아가야 할 길이 멀어요. 특히 제 브랜드에서는 지속 가능한 소재 개발에 더욱 집중하여 연구를 심화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