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문수진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돌아온 문수진의 다음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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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snaps: 문수진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돌아온 문수진의 다음 챕터.
애완동물을 정말 많이 키운다고 들었어요. 총 몇 마리예요?
멍멍이와 고양이 둘씩 해서 총 네 마리예요. 멍멍이는 엄마는 사랑이, 아기는 태양이. 사실 강아지는 함께 사는 친구네 강아지인데, 제 집과 친구의 본가를 오가며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고양이는 둘 다 길거리 출신이에요. ‘냥줍’을 한 셈이죠. 고양이는 종종 작업실에서 제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하는데, 너무 많이 울어서 녹음할 때 소리가 자꾸 들어가요(웃음).
동물 친구들 때문에라도 작업실을 비우긴 힘들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작업하고, 이 친구들 보는 낙으로 살고 있어요. 취미도 딱히 없어요. 그나마 집과 작업실이 같은 건물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원래는 작업실과 집이 떨어져 있어서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동하는 게 귀찮았거든요.
작업실 밖의 일상은 어때요?
친구들과 밥도 먹고, 가끔은 파티도 가요. 그런데 요즘은 재미가 없어요. 너무 많이 놀러 다녔나 봐요(웃음). 그래서 이젠 꼭 나가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다 작업실로 불러요.
평소 일상이 음악에도 녹아드는 편인가요?
전혀 아니에요. 가사는 제 실제 삶과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에요. 전 내용보단 듣기 좋은 발음의 가사를 쓰는 데 집중해요. 작업 방식만 봐도 그래요. 멜로디를 먼저 뱉어내고, 가사는 마지막에 라임이 가장 잘 살게끔 쓰거든요.
그럼, 라임 외적으로 가사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있나요?
너무 사적인 내용보단,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법한 흔한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최대 다수에게 다가갈 수 있게.
최근 EP 앨범 <BLESSED>를 발매했어요. 앨범 이름이 ‘BLESSED’인데, 삶에 축복받았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었나요?
무작정 작업부터 하던 와중 갑자기 떠오른 단어였어요. 사실 작년은 축복과는 거리가 먼 최악의 해였어요. 작업도 재미없었고, 일 관련해서도 골치 아픈 일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현실조차 과거에 제가 갈망하던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어쨌든 지금은 음악으로 돈을 벌고 있고, 작업실도 집과 가까운 곳으로 얻었으니까요. 알고 보니 전 지금까지 복에 겨운 소리를 하고 있었던 셈이죠.
‘복’에 겨웠다는 점에서 ‘BLESSED’였군요.
사실은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었는데, 모든 걸 무심코 지나쳐버린 거죠. 그리고 앨범이나 곡 제목은 평생 남는 단어인 만큼 최대한 좋은 단어로 정하려고 한 것도 있어요. 무의식적으로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었거든요.
앨범 제목과 달리, 수록곡의 가사엔 고독하고 처절한 내용도 많이 담겼더라고요.
그런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결국엔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고 믿거든요.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여덟 곡에 조금씩 다른 감정을 담았어요.
이번 앨범에서도 가사를 대부분 영어로 썼어요.
평소에 가이드 작업을 영어로 해서 그런지 확실히 제 귀엔 영어 가사가 더 ‘트렌디’하게 들려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제 노래를 들어줬으면 하는 의도도 있어요. 실제로 제 음악 청취자 중 절반이 외국인이거든요.
그럼 이 앨범에 부제를 붙인다면요?
원래는 제목 뒤에 ‘777’을 붙이려고 했어요. 제목은 짧은 게 나을 것 같아서 안 넣었지만요. 혹은 당장은 구체적으로 안 떠오르지만, 플레이리스트 같은 앨범이라는 의미가 담긴 부제도 좋을 것 같네요.
플레이리스트?
작업 마치고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 이 앨범이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처럼 느껴졌거든요. 보통 플레이리스트 안엔 서로 비슷하진 않더라도, 저마다의 취향에 맞는 곡을 넣잖아요. 이처럼 이번 앨범도 각 곡의 테마나 장르는 서로 달라도, 이어서 들었을 땐 말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앨범에서 한 곡이라도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갔으면 하는 소망도 있고요.
<BLESSED>의 라이너 노트엔 ‘문수진이 진정으로 즐겨듣는 알앤비의 요소를 담았다’라고 적혀 있어요. ‘진정으로’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고요.
저는 음악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엄청난 현실주의자예요. 그래서 평소 음악을 만들 땐 소비자의 관점에서 먼저 생각하고, 작업 막바지에는 그 제품을 어떻게 팔지 고민해요. 그런데 <BLESSED>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많이 녹여냈어요.
그래서 최근엔 어떤 노래를 자주 듣고 있나요?
다니엘 시저의 <Never Enough>, 스티브 레이시의 <Gemini Rights>, 그리고 체이스 샤커의 음악이요. 이젠 힙합은 예전만큼 잘 듣지 않고, 다양한 사운드가 섞인 음악을 더 자주 찾아요. 지금까지 제가 정통 알앤비 가수로 분류되긴 했지만, 이젠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거든요.
마침 이번 EP 앨범에선 여러 새로운 도전을 한 것 같아요. 제미나이와 박재범 등과는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고, 또 ‘STAY 911’에선 처음으로 하우스 장르를 시도했더라고요.
앨범 단위인 만큼 더 많은 도전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사운드에도 변화를 주고, 새로운 아티스트와도 함께했어요. 똑같은 사람이랑 또 작업하면 재미없으니까요.
음악 외 분야의 트렌드에도 민감한 편인가요?
밈이나 요즘 뜨는 식당 등은 같이 사는 친구가 알려주면 그제야 알게 되는 편이에요. 계속 따라가려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대신 새로운 뮤직비디오나 영화, 그리고 패션처럼 비주얼과 연관된 건 최대한 챙겨 보려고 해요. 그런데 쇼핑은 잘 안 해요.
의외네요.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패션은 다 하이 패션이잖아요. 당연히 다 살 수 없으니 작품 보듯이 바라보고, 참고하는 정도에요. 요즘엔 슈슈/통과 엘리엇 에밀 옷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아직 둘 다 산 적은 없어요.
문수진과 아티스트 문수진의 모습은 얼마나 다른가요?
두 모습은 반대에 가까운 것 같아요. 예컨대 인스타그램 속 제 모습은 화장도 짙고, 애티튜드도 ‘센 언니’ 같지만, 실제로 전 그런 사람이 전혀 아니에요.
그런 차이를 좁히고자 하나요?
그게 요즘 제 고민거리 중 하나에요.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센 이미지는 원치 않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비주얼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드세고 화려한 캐릭터가 생긴 거 같은데, 앞으론 제 실제 모습처럼 더 친근하고 재밌는 이미지가 됐으면 해요.
한편 <BLESSED>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 내는 첫 EP 단위의 작업물이에요. 회사가 있을 때와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의 경험은 어떻게 달랐나요?
일의 강도가 더 세진 정도에요. 회사가 있을 때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은 제가 직접 했거든요. 대신 인디펜던트인 만큼 제가 하고 싶은 걸 더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엔 회사에서 하는 말에 일단 “네”라고 대답하고 제 맘대로 했다면, 이젠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사람조차 없으니까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나요?
굳이 비슷한 환경의 회사로 옮겨 가서 똑같은 걸 하는 건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전 회사에서도 혼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능력을 많이 익혔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단련한 스킬을 100% 발휘해 보고 싶었어요. 큰 도전이었죠.
일련의 도전 끝에, 문수진은 어떤 아티스트가 되어 있었으면 하나요?
신곡이 나오면 믿고 듣는 아티스트요. 카페에 비유하자면 동네 한구석을 굳건히 지키며 잘 만든 커피를 파는 블루보틀처럼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