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지미 페이지 & 샤이보이토비
더 나이스한 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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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페이지와 샤이보이토비, 의외라면 의외의 조합이다. 어떻게 인연이 됐나?
지미 페이지(이하 지미): 우리가 속한 레이블인 더 나이스 뮤직을 통해 처음 만났다. 물론 래퍼로서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샤이보이토비(이하 토비): 나는 더 나이스 뮤직이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부터 레이블과 함께 협업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미 형이 치프 디렉터로 함께하게 됐다.
서로 첫인상은 어땠나?
토비: 랩을 하기 전부터 지미 페이지 형을 알고 있었고, 멋진 래퍼라 생각했다. 첫인상은 역시 톱 모델답게 키도 크고 멋졌다. 같은 회사에서 함께하게 됐다는 걸 듣고는 나는 신인으로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보다 선배이자 한참 ‘위’에 있는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 자체로 새롭고 동기 부여가 됐다. 또한 래퍼로서는 물론 모델로서도 대단한 업적을 이룬 형이라 더욱 멋지다. 나도 열심히 해서 형을 따라잡고 싶다.
지미: 토비는 현재 힙합 신에서 팬은 물론 래퍼들에게도 ‘하입(hype)’을 받는 신인이라 나 또한 존재를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라임을 비롯한 랩의 기본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본도 안 되는 랩 음악은 듣지도 않는 편인데, 토비의 음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들렸다. 잘하는 친구니까 2024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로 꼽혔을 거다.
지미 페이지의 개인 인스타그램 프로필엔 더 나이스 뮤직의 치프 디렉터라고 쓰여있더라. 디렉터로서 어떤 일을 하나?
지미: 말 그대로 디렉터의 일을 한다. 나는 모델로도 오랫동안 활동했기에 엔터테인먼트 관련 일에 다양한 의견을 내고, 브랜딩이나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앞으로는 신인 뮤지션 발굴 및 육성 등의 업무도 보게 될 거다.
더 나이스 뮤직과 먼저 함께한 토비가 회사를 소개한다면?
토비: 사회 초년생인 내게는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회사가 어떻다고 판단하기에는 내가 사회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추구하는 색깔이나 방향성이 뚜렷한 회사인 것 같다. 그리고 남다른 멋이 있다. 뮤지션으로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도 좋다.
두 사람 각각 더 나이스 뮤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토비: 몇 년 전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이주했을 때 만난 지인이 있는데, 서로 함께할 일을 도모하다 여기까지 왔다. 그 지인도 현재 더 나이스 뮤직의 일원이 됐다.
지미: 이전 소속사와 서로 좋은 협의 후 나오게 됐는데, 더 나이스 뮤직으로부터 디렉터 자리로 제안을 받게 됐다. 나 또한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고, 여러모로 함께 만들 그림이 멋질 거라 판단했다.
지미 페이지와 샤이보이토비는 래퍼로서는 다른 성향처럼 보인다. 샤이보이토비는 가사를 쓰고 녹음하는 게 아닌 프리스타일로 뱉은 걸 레코딩하는 식이고, 지미 페이지는 가사의 내용부터 라임을 비롯한 랩 스킬까지 촘촘히 구성해 녹음한다. 서로 협업하면 어떨 것 같나?
토비: 나 또한 지미 형처럼 가사를 쓰고 녹음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ADHD가 있어서 그런지 가사를 쓰다 보면 생각이 이상한 곳으로 나아가다 결국 중요한 걸 잊게 되더라. 그래서 프리스타일로 당장 생각나는 가사를, 몸이 반응하는 라인을 뱉는 거다. 그런 면에서 지미 형의 작업 방식처럼 라임, 펀치라인, 메타포 등을 잘 구성한 랩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지미: 나는 반대로 일면 토비가 부럽다. 스스로 맘에 드는 비트를 고르고 거기에 좋은 원고를 쓰려 노력하는 사람 같다고 생각한 적 있을만큼 오래 고민하기 때문이다. 더 나은 문장을 생각하며 라임 배치 등 랩 스킬도 고려하다 보니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우리가 협업할 때는 토비의 프리스타일 녹음 방식도 시도할 의향이 있다.
함께 만든 곡도 있나?
지미: 아직 없지만, 곧 같이 만들기로 했다. 나는 가사를 혼자 있을 때 작업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에서 노래 크게 틀어놓고 함께 놀면서 작업하는 스타일이 아니긴 하다.
토비: 나는 형과 반대로 혼자 있으면 작업이 안 된다. 곡 녹음이라는 약속으로 모여 약속된 시간 동안 사람들과 ‘이걸 오늘 안에 멋지게 만들어야 해’라는 부담을 느껴야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지미: 당장 우리가 협업한다면 사전에 비트를 정하고 내가 가사를 써서 토비와 녹음실에서 만나 작업하는 식이 될 것 같다.
두 래퍼가 함께하면 어떤 곡이 탄생할까?
지미: 토비가 얼마 전에 믹스테이프 <ARCHiiVE>를 냈는데, 앨범 중 다수의 트랙에 여유로운 랩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협업곡은 서로 랩 스킬로 한계를 뛰어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따발총’을 쏘듯 타이트한 랩이 아니라 랩을 얼마나 듣기 좋게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야말로 나이스한 랩이지.
토비: 지미 형과 나의 장기가 잘 드러나는 곡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한 축구팀에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만 필요한 게 아닌 것처럼, 서로의 매력을 잘 살린 음악을 하고 싶은 거다.
래퍼로서 경쟁심도 있나?
지미: 시너지가 먼저고, 그다음은 선의의 경쟁이다. 우린 래퍼니까.
토비: 당연하다. 상대보다 잘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이 비트에 나만의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이다. 지미 형도 같은 마음일 거다.
래퍼로서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지미: 앞으로도 랩을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나아가 언제나 랩을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항상 세련되고 멋진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랩만큼은 순수하게 좋아하고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토비: 성장하는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 살면서 처음 녹음한 곡이 1년 반 전에 발표한 ‘My Team’인데, 나름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큰 잠재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아가 나 자체로 영향력이 큰 사람이 되면 좋겠다.
한편으로 지미는 세계적인 성과를 낸 모델임에도 몇몇 인터뷰를 통해 모델로서의 성과와 별개로 래퍼로서는 오직 랩으로만 승부를 보고 싶다 말한 적 있다.
지미: 맞다. 내가 모델로서 이룬 성과를 래퍼로서 활동하는 데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걸 ‘치팅(cheeting)’이라 여겼다. 반대로 어떤 이득도 없기를 바라며 기본기부터 탄탄히 다졌다. 오히려 처음 래퍼로 데뷔했을 때는 모델 박성진으로서의 이미지와 거기서 오는 어떤 의미의 ‘거품’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좋은 랩을 하는 데 몰두했다. 다만 이건 내가 선택한 방식이고, 다른 누군가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하며 나아가는 건 자유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멋진 래퍼는 어떤 래퍼인가?
지미: 그런 대상을 정하지 않는다. 모델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어떤 대상을 보며 따라 하고 싶지 않다. 남 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토비: 퍼렐 윌리엄스는 뮤지션으로서는 물론, 루이 비통의 디렉터로 패션계에도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인데, 나 또한 나만의 방식으로 그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반대로 어떤 래퍼를 싫어하나?
지미: 라임도 못 맞추는 래퍼들. 힙합은 트렌드가 매우 중요한 장르인 걸 인정하지 않고 뒤처진 래퍼들. 기본 소양도 부족한 랩은 못 듣겠더라. 그러면서 랩 연습은 안 하고 SNS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과연 래퍼다운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일이다.
토비: 대놓고 다른 래퍼의 랩 카피하는 래퍼들. 미국에서 유행하는 어떤 랩을 한국어로 번역해 비슷한 비트에 거의 같은 플로우로 랩을 하는 사람을 보면 추해 보인다. 만약 그런 랩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존중한다. 하지만 그런 래퍼가 나와 협업할 일은 없을 거다.
뮤지션 ‘풀 업 22’와 격투기 선수 ‘사쿠라’도 더 나이스 뮤직 소속으로 알고 있다.
지미: 풀 업 22는 음악성도 뛰어나고 재능 있는 친구다. 현재 차기작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왕성하게 활동할 거다. 사쿠라는 나와 10년 정도 알고 지낸 격투기 선수다. 더 나이스 뮤직은 그의 선수 생활을 돕는 스폰서십 관계라 생각하면 된다.
더 나이스 뮤직의 컴필레이션 음반을 기대해도 될까?
지미: 머지않아 협업곡을 낼 거다. 곡 수는 중요하지 않다. 더 나이스 뮤직의 치프 디렉터로서 소속 뮤지션들과 다양한 곡을 만들어 그중 좋은 퀄리티의 음악만 엄선해 발매할 거다.
지미 페이지는 약 6년, 샤이보이토비는 약 2년 정도 래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래퍼로서 어떤 단계에 와있다고 생각하나?
토비: 점수로 표현하면 1점. 랩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아직 보여줄 게 더 많으니까. 지금도 배우고 있고, 내 그릇은 아직 더 채울 게 많다.
지미: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최근 발매한 ‘THE NICE Freestlye’은 만족한다. 이 곡을 기준으로 앞으로 더 만족스러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
두 사람은 각각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나?
지미: 최근에는 디트로이트 비트에 관심이 간다. 보스맨 디로우나 베이비트론처럼 재밌게 하는 래퍼도 요즘 디트로이트 래퍼인데 그들의 음악을 관통하는 특유의 사운드가 있다. ‘THE NICE Freestlye’에도 그런 사운드를 일부 적용했다. 하지만 추구하는 음악 장르가 있다는 건 아니다. 랩은 트렌드와 디깅이 중요한 만큼 다양하게 듣고 그때그때 꽂히는 랩을 만들 뿐이다.
토비: 장르를 따지지 않고 몸이 반응하는 비트를 선호한다. 시카고 드릴 장르가 유행이라고 해서 그런 랩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어떤 장르든 상관없고, 아이코닉한 면이 있는 비트를 좋아한다.
지금 한국 힙합 신은 어때 보이나?
토비: 남 일에 큰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보다 어떤 ‘무브먼트’가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동료, 회사 식구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아직 어린 신인 래퍼인데, 한국 힙합이 어쩌고 저쩌고 할 바에 랩과 음악에 더 집중해 좋은 음악을 발표하는 게 신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지미: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더 나이스 뮤직을 출범한 거다. 이후로는 우리의 미래만 골몰하고 있고, 우리가 함량 높은 결과물을 내고 나아가는 게 한국 힙합 신을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기준은 간단하다. 우리가 만든 음악에 주인의식을 갖는 것 그리고 우리의 음악을 누구에게 들려줘도 자랑스러울 것.
더 나이스 뮤직에서 함께하고 싶은 래퍼는 어떤 래퍼인가?
지미: 특정하지 않는다. 다만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랩 기본기가 출중한 래퍼를 찾고 있다. 여기에 비주얼도 멋지면 더할 나위 없다.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없지만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다.
토비: 래퍼로서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사람. 음악은 당연히 좋아야 하고, 자신만의 느낌이 있는 래퍼면 좋겠다.
두 래퍼의 올해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지미: 가능한 많은 곡을 발매하는 것. 이제는 레이블의 치프 디렉터이기도 하고, 예전과 책임감의 무게가 다르다. 제작자로서 동료들에게 모범이 되어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목표는 특정할 수 없지만 내가 상상하는 내 모습이 되고 싶다. 지금의 나는 예전에 상상하던 내 모습인데, 미래의 나도 지금의 내가 꿈꾸던 모습이면 좋겠다. 이제 래퍼로서 수련기는 지났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정진할 일만 남았다.
토비: 앞서 말한 것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언제나 좋은 노래를 만드는 래퍼로 오래 활동하는 것.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행복하도록 일조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