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빗 레스토랑 조셉 리저우드부터 정하완, 진우범까지.
에빗 레스토랑 조셉 리저우드부터 정하완, 진우범까지.
당신은 누구십니까?
2025 미쉐린 가이드가 주목한 이름들

미쉐린 가이드는 매년 묻는다. “멀리서라도 찾아가야 할 가치가 있는가?” 뛰어난 맛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비스, 공간, 그리고 한 끼에 깃든 시간과 철학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 치열한 물음 앞에 진심으로 답해낸 이들에게 비로소 미쉐린의 ‘별’이 주어진다.

별을 거머쥔 셰프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별은 기쁨이 아니라, 무게였다.” 이들에게 별은, 오랜 시간 쌓아온 노력의 산물이자 앞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하입비스트>는 이번 미쉐린 가이드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셰프들을 만났다. 그들은 스스로의 성취를 말하기보다, 하루하루를 지탱해온 힘, 식재료에 대한 진심을 이야기했다. 에빗, 소수헌, 레귬, 이스트, 기가스, 에스콘디도. 이 레스토랑 이름들 속에 깃든 셰프들의 이야기는 아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에빗, 조셉 리저우드 셰프

 

현재 운영 중인 레스토랑 소개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에 위치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에빗의 오너 셰프 조셉 리저우드입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주방을 거쳐 결국 한국에 정착하게 됐는데, 이곳의 풍부한 식재료와 전통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어요. 에빗에서는 한국의 땅과 계절, 문화를 이야기하는 요리를 선보이고 있어요.

미쉐린 승급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처음에는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 같아요. 믿기 힘든 감정, 감사, 깊은 되새김이 한꺼번에 밀려왔어요. 함께해온 팀, 매일 내려온 수많은 선택들, 그리고 개인적이고 의미 있는 비전을 끝까지 지켜온 시간에 대한 의미가 컸습니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꼭 하나만 골라야한다면, 냉이와 갑오징어 요리를 꼽고 싶네요. 한국의 제철 식재료와 고요한 우아함을 제가 사랑하는 이유가 모두 담긴 요리에요. 국물은 냉이 뿌리로 우려내고, 갑오징어는 마치 면처럼 활용했어요. 섬세하고 다층적인 식감 속에 한국의 봄이 찾아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 안에는 자연에 대한 솔직한 존중과 경외가 깃들어 있는데, 그 점이 저에게는 특히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요.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의도입니다. 접시에 담긴 모든 요소는 분명한 이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맛이든, 식감이든, 감정이든 말이죠. 진정성과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요리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요리는 식재료에 대한 존중이기도 해요. 특히,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가치를 지닌 한국 식재료들을 더욱 소중하게 다루고 싶어요.

최근에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최근에는 발효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고 있어요. 장(醬)뿐만 아니라 숙성 과일이나 토종 허브 같은 재료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이닝룸 구조도 약간 바꿨습니다. 팀과 손님 사이의 거리를 조금 더 가깝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물리적인 거리뿐 아니라, 음식과 이를 맛보는 사람 사이의 감정적인 거리도 줄이고 싶었거든요.

요리 외에 즐겨 하는 일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최근 골프에 빠졌어요. 묘하게 명상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인내심, 타이밍,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요리와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해요. 등산을 하거나, 식재료를 채집하거나, 전통시장을 그냥 거니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느껴요. 그런 순간들이 제게는 영감의 시작이 되곤해요.

앞으로 셰프님과 레스토랑의 최종 목표 혹은 비전이 있다면요?

에빗이 한국 식재료를 보존하고, 더 널리 알리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한국 손님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요. 진정성 있는 이야기 위에 기반해, 존중을 잃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경계를 확장해나가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셰프로서, 한 사람으로서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 늘 호기심을 품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발견의 기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기가스, 정하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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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하완입니다. 서울에 위치한 레스토랑 ‘기가스’ 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경기도에서 ‘기가스 팜’이라는 이름으로 농장을 가꾸고 있습니다. 저희 레스토랑은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기다리고, 수확하는 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재료로 음식을 완성해요. 레스토랑과 농장은 서로 다른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호흡을 나누는 유기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땅의 변화와 계절의 리듬을 요리로 이야기하고, 그 순간을 손님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기가스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에요.

미쉐린 선정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어떤 감정부터 떠올려야 할지 모를 만큼 복잡했어요. 기쁨이나 성취감이 아니라, 오래도록 쌓아온 작은 선택들과 노력들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게 전해졌다는 사실에 깊은 울림을 느꼈어요. 농장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여정, 눈에 보이지 않는 땀과 시간을 알아봐주었다는 데서 더 큰 가치를 느꼈어요. 이 별은 저와 제 팀, 그리고 땅에서 함께 일구어온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봄 시즌에 선보였던 ‘기가스 팜 그린스’라는 메뉴를 가장 아끼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직접 키운 다양한 채소들을 각자의 개성에 맞게 조리해 하나의 접시로 풀어낸 요리인데요. 어떤 채소는 흙을 머금은 향을 살리고, 어떤 채소는 짧은 불에 닿아 자연스러운 단맛을 드러냅니다. 모든 조리 과정은 인위적인 조작이 아니라, 재료가 가진 본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이 메뉴에는 땅의 기억, 계절의 흐름, 그리고 우리가 농장에서 보내온 긴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식재료와 얼마나 깊은 대화를 나누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구매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과, 씨앗부터 키워낸 재료를 다루는 것은 전혀 다른 감각이니까요. 비바람을 견디고, 계절을 버텨낸 식물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식재료가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요리는 조리법 이전에, 땅을 향한 이해와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농장 운영 방식에 큰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기존에 재배하던 작물 외에도, 토종 채소와 허브, 그리고 덜 알려진 재래 품종까지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어요. 또한 농장에서 수확한 식재료를 레스토랑 코스 흐름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재구성하고 있고요. 한 접시 한 접시가 농장에서 시작된 하나의 긴 서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도하고 있어요.

요리 외에 즐겨 하는 일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농장에 머무는 시간이 제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흙을 만지고, 싹이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일,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 제게는 요리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때로는 도시를 떠나 다른 지역 농장을 견학하거나, 오래된 전통 시장을 찾기도 하고요. 사람들의 삶과 자연이 맞닿아 있는 현장에서 얻는 감정은, 어떤 요리책에서도 찾을 수 없는 소중한 영감이 되는 것 같아요.

셰프님의 최종 목표가 있나요?

기가스는 앞으로도 ‘땅에서 시작된 요리’를 이어가고 싶어요. 더 많은 시간을 농장에서 보내고, 뿌리 깊은 재료를 키우고, 그 뿌리를 닮은 요리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레스토랑 규모를 키우기보다, 깊이를 더하고 싶어요.

 

소수헌, 박경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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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경재입니다. 1989년 3월에 스시 세계에 입문해, 어느덧 35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오롯이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소수헌’은 한국의 전통 한옥이라는 공간에서 일본 스시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입니다. 한옥의 따뜻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안에서, 신선하고 정갈한 스시를 편안하게 경험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스시라는 일본 음식 문화와 한국 고유의 미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미쉐린 선정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코지마 시절 2스타를 받았던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감정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소수헌을 위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찐 전복을 가장 아끼고 있습니다. 특히 디너 코스에서는 첫 번째로 나가는 요리라 손님에게 가장 처음 전하는 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찐 전복은 단순해 보이지만, 재료 자체의 신선도, 삶는 시간, 온도 하나하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첫 요리에서 좋은 인상을 드리기 위해 매일 가장 신경 쓰는 메뉴입니다.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의 정점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각각의 생선, 해산물, 채소가 가진 본연의 맛을 가장 빛낼 수 있는 순간을 찾아내기 위해 늘 고민합니다. 좋은 재료를 그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상태로 이끌어내는 것이 요리사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최근에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코스 흐름 안에 야채 요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넣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야채의 표정과 맛을 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채소도 단순히 곁들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접근하고 있습니다.

요리 외에 즐겨 하는 일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차를 마시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차를 마시며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침에는 가벼운 수영이나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몸과 마음을 맑게 정리하는 일이 결국 요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믿어요.

셰프님의 최종 목표가 있나요?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스시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도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스시. 한 점 한 점에 진심이 깃든, 소수헌만의 스시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통해 한국 안에서 스시 문화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조금 더 넓힐 수 있기를 바래요.

 

레귬, 성시우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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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스토랑 레귬의 성시우 셰프입니다. ‘레귬’은 프랑스어로 채소를 의미하는데요. 이름 그대로 저희는 100%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계절의 흐름을 담아낸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육류나 해산물 없이도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 질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믿음 아래, 한 접시 한 접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미쉐린 선정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솔직히 말하면, 믿기지 않았습니다. 오픈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기쁨도 있었지만, 그보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먼저 들었습니다. 미쉐린 스타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어요.

레스토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가장 애착이 가는 요리는 ‘아위버섯’입니다. 두툼한 아위버섯에 표고버섯 리덕션 소스를 여러 번 발라가며 천천히 구워내는데, 그렇게 해서 얻은 깊은 얼시한 풍미와 쥬시한 식감이 저희가 추구하는 채소 요리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버려지는 채소와 과일 껍질로 만든 제로 웨이스트 소스를 곁들여요. 한 접시 안에 지속가능성, 맛, 철학을 모두 담고자 했기에 더욱 애정이 가네요.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항상 ‘왜 이 요리를 만드는가‘를 생각합니다. 맛있기만 한 요리가 아니라, 그 요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믿어요. 이 의도가 선명해야만, 재료를 고르는 일부터 조리 방식, 플레이팅까지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최근에 <The VEGAN PANTRY>라는 비건 레시피북을 출간했어요.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일상적인 채식 요리를 소개하는 책인데요.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접근했습니다. 레스토랑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채식이라는 세계를 넓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요리 외에 즐겨 하는 일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합니다. 음식 사진은 물론이고, 자연 풍경이나 거리의 일상적인 장면들을 담는 걸 즐깁니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새로운 요리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메뉴를 구상할 때에도, 직접 찍어둔 사진 속 색감이나 느낌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셰프님의 최종 목표가 있나요?

우리 땅에서 자라나는 제철 채소의 가능성을 더 깊게 탐구하고 싶습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품종들을 발굴해, 한국 농산물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통해 한국적인 채식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전하고 싶어요.

 

이스트, 조영동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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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압구정 로데오에 위치한 13석 규모의 바 테이블 레스토랑 ‘이스트(Y’east)’를 운영하고 있는 조영동입니다. 한국과 호주, 덴마크를 오가며 다양한 주방을 경험했고, 2022년 11월 이스트를 오픈하게 되었어요. ‘Y’east’는 제 이름 영동(Young East)과 동쪽(East), 그리고 발효(Yeast)라는 뜻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음식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모던 이스트 아시안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을 지향하고 있어요.

미쉐린 승급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요리를 시작했던 15년 전부터 언젠가는 별을 따고 싶다는 꿈을 꾸어왔거든요. 시상식 초대장을 받았을 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렸고, 막상 1스타 승급이 확정되었을 때는 기쁨보다 눈물이 먼저 났습니다. 그 순간 느꼈던 벅찬 감정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레스토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가장 애착이 가는 메뉴는 ‘갈비스톤’입니다. 이스트를 오픈한 이후 메뉴를 여러 번 바꿨지만, 갈베스톤 만큼은 꾸준히 함께하고 있어요. 덴마크 108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시절의 미트 도넛볼과, 일본 견습 시절 접했던 돌 형태의 요리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식 갈비찜과 결합해 만든 요리입니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깊은 맛을 품고 있어서, 제게는 초심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메뉴예요.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맛’은 당연히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이스트만의 색’을 갖춘 요리를 만드는 걸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이스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요리를 고민하고 있어요. 메뉴를 짤 때마다 ‘이 요리는 과연 이스트가 아니면 존재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요.

최근에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요즘은 과감하게 양식적인 요소를 덜어내고, 동아시아 식재료와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과거 유럽 스타일 레스토랑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았지만, 지금은 더 동양적인 색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고요. 또 다음 달부터는 이스트 건물 5층 공간을 확장해서 드라이에이징, 발효, 주류 셀렉션까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요리 외에 즐겨 하는 일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최근 몇 년 동안은 거의 모든 시간을 레스토랑에 쏟아부었어요. 그래도 틈틈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나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관련 다큐멘터리, 유튜브 영상을 챙겨보는 걸 좋아합니다. 여행도 항상 ‘가고 싶은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계획하는 편이고요. 와인, 위스키, 사케 같은 다양한 주류를 즐기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예요.

셰프님의 최종 목표가 있나요?

‘더 나은 레스토랑, 더 나은 삶’을 함께 이루는 게 제 목표예요. 일에 몰두하면서도 행복하고 여유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고, 함께하는 팀원들이 이스트에서 동기부여를 얻으며 성장했으면 합니다. 레스토랑으로서는 ‘서울을 방문하면 꼭 들러야 하는 동양권 파인 다이닝’으로 자리 잡는 것이 꿈이에요. 언젠가 외국인 손님들이 “서울에 가면 이스트는 꼭 가야 한다”고 말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뛰뚜아멍, 김도현 셰프

 

현재 운영 중인 레스토랑 소개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도현입니다. 저는 ‘뛰뚜아멍’이라는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송정동,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단 6석의 바 테이블만을 갖춘 아주 작은 공간입니다. 레스토랑 이름은 프랑스어로 ‘모든 것이 하나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파리의 피에르 갸니에르 본점에서 수셰프로 일했고, 이후 피에르 갸니에르의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 가야에서 총괄 셰프로 근무했는데요. 이곳 서울에서는, 제가 직접 생각하고 요리하는 프렌치를 선보이기 위해 뛰뚜아멍을 시작했어요.

미쉐린 승급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사실 너무 얼떨떨했습니다. 뛰뚜아멍은 규모도 작고, 아주 조용하게 시작한 곳이라 미쉐린 스타를 받을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쁨보다도 놀라움이 컸습니다. 그만큼 저희가 해왔던 방식, 작은 공간에서 한 분 한 분께 집중했던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게 다가갔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동시에 더 책임감을 갖고 지금의 마음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관자 리올레’라는 요리를 가장 애정해요. 리올레는 본래 프랑스식 디저트인데, 우유와 쌀을 함께 끓여 만드는 달콤한 요리입니다. 저는 이 전통적인 리올레를 디저트가 아닌 식사용 메뉴로 변형해보고 싶었습니다. 단맛을 모두 빼고, 관자와 조합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했죠.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맛의 균형을 잡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수없이 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완성된 요리라 그런지, 제게는 가장 깊은 애착이 남아 있습니다.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노력과 고민이 모두 담긴 메뉴입니다.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요리에는 맛, 식감, 향, 온도, 질감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균형을 이뤄야 비로소 완성도 있는 요리가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요소 하나가 튀어버리면 전체 흐름이 깨져버리기 때문에,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도 민감하게 조율하려고 하죠. 그만큼 어렵고, 그래서 더 매력적인 일이기도 해요.

최근에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뛰뚜아멍은 3개월마다 코스 메뉴 전반을 새로 바꿔요. 전체 코스 구조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각 계절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늘 고민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프렌치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가 한정적이고, 주방에 저 혼자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요리에도 제약이 많아요. 이 상황에서 매번 ‘이전 코스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래서 새 코스가 시작될 때마다 저에게는 늘 또 하나의 도전이에요.

셰프로서 요리 외에 즐겨 하는 일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미술관을 가거나 영화를 보며 영감을 얻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레스토랑 운영과 준비가 너무 바빠져서, 취미라고 부를 만한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웃음). 가끔 짧은 시간이라도 미술 전시를 보거나, 좋은 영화를 한 편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을 환기하고 싶어 해요.

셰프님의 최종 목표가 있나요?

뛰뚜아멍은 제게 ‘나만의 요리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크게 레스토랑 규모를 키우거나 화려하게 확장할 생각은 없어요. 오히려 지금처럼 소박하고 진심이 오가는 작은 공간 안에서, 뛰뚜아멍을 아껴주는 분들에 진심 어린 요리로 보답하고 싶어요. 손님들과 밀도 높은 경험을 나누고, 제 안에 흐르는 요리에 대한 질문과 꿈을 조금씩 구체화해 나가고 싶어요.

 

에스콘디도, 진우범 셰프

 

현재 운영 중인 레스토랑 소개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진우범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멕시코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에스콘디도의 오너 셰프를 맡고 있습니다. ‘에스콘디도’는 스페인어로 ‘숨겨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그 이름처럼, 한국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멕시코 미식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자 시작한 공간이에요. 멕시코 음식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멕시코의 깊은 식문화 속 가치를 끄집어내어 지역성과 계절성, 그리고 저희만의 창의성을 녹여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해요.

미쉐린 승급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사실 시상식에 참석할 때까지만 해도 별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기쁨보다도 놀라움과 벅참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무거운 책임감이 따라왔습니다. 미쉐린 스타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가 진짜 이 자리에 걸맞은 음식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어요. 이번 수상은 축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동력으로 삼고 싶어요.

레스토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단연 ‘몰레’입니다. 몰레는 멕시코 전통 요리 중에서도 가장 자부심이 강한 음식인데, 여러 가지 재료를 섬세하게 섞어 깊은 풍미를 만들어내는 요리에요. 처음 몰레를 접했을 때, 저 역시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한국 손님들에게 몰레를 소개하고 이해받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항상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합당한 음식을 하고 있는가’를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수십 년 전통을 이어온 노포도, 빠르게 허기를 채우는 간편식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식당도 모두 각자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이든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에 진심으로 부합하는 음식을 해야 한다는 것. 요리라는 것은 결국 ‘내가 왜 이 음식을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최근에는 전체 메뉴를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물론 에스콘디도는 늘 제철 식재료에 따라 메뉴를 조정해왔지만, 이번에는 저희 음식 철학을 더욱 명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흐름과 방향을 다시 설계했어요.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저희가 추구하는 깊이와 진정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또한, 이스턴 에디션과 함께 라운지 공간을 리노베이션했어요. 이제는 음식뿐 아니라, 공간과 서비스까지도 온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이 작은 변화들을 멈추지 않고 이어갈 예정이에요.

요리 외에 즐겨 하는 일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원래는 바다를 좋아해서 서핑을 즐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레스토랑 운영에 집중하느라, 그 좋아하던 바다에도 자주 가지 못했습니다 (웃음).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나가고 싶습니다. 자연 속에서 몸을 맡기고 흐름에 몸을 실는 그 감각이, 요리와도 어딘가 닮아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셰프님의 최종 목표가 있나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또 발전하는 레스토랑이 되고 싶어요. 완벽한 음식은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천하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에스콘디도라는 공간 안에서 저희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멕시코 요리가 가진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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