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세계불꽃축제 가이드
잊지 못할 서울의 밤을 위해.

서울의 가을은 짧다. 9월 마지막 주, 그 짧은 계절의 정점을 장식하는 건 한강을 수놓는 서울세계불꽃축제다. 몇 분 남짓한 장면이지만, 해마다 수십만 명이 이 순간을 기다린다.
올해는 이탈리아, 캐나다, 그리고 한국팀이 준비한 불꽃과 음악이 하늘을 밝힌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형 불꽃을 즐길 수 있는 단 하루의 기회. 하지만 여의도 한강공원은 인파로 가득 차고, 이 북적임을 피해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불꽃이라도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되기에 <하입비스트>는 올해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자기 방식’으로 즐기는 법을 짚었다.
어디서 볼지, 어떤 음악을 곁들일지, 그리고 축제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인파 속에서도 불꽃을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모았다.

세 나라의 불꽃 심포니
올해 무대에는 세 나라의 개성이 담겼다. 각국은 15분 내외의 쇼를 선보이며, 개최국인 한국팀은 피날레를 장식하는 30분의 메인 무대를 준비했다. 영화 음악, 히어로 OST, K-팝과 추억의 가요가 불꽃과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또 다른 무대의 감동을 전한다.
이탈리아 – “FIAT LUX: 어둠 속 빛을 향해”
첫 순서를 맡은 이탈리아 Parente Fireworks 팀은 라틴어로 “빛이 있으라“는 뜻을 지닌 Fiat Lux를 주제로 한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웅장한 선율, 핑크 플로이드의 명곡, 오페라 아리아가 더해진 15분의 쇼는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빛을 향한 여정을 불꽃으로 담아낸다.
- Pink Floyd – In the Flesh?
- M83 (feat. Susanne Sundfør) – Oblivion (영화 <오블리비언> OST)
- Bruce Springsteen – Do I Love You (Indeed I Do)
- Giuseppe Puccini – 오페라 토스카 3막 中 <E lucevan le stelle (Luciano Pavarotti)>
- Ennio Morricone – On Earth As It Is In Heaven (영화 <미션> OST)
캐나다 – “SUPER-HEROS: 세상을 지키는 빛”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캐나다 Royal Pyrotechnie 팀은 슈퍼히어로를 주제로 한 쇼를 선보인다. DC와 마블 영화 OST 11곡이 이어지며, 정의와 희망을 불꽃으로 표현한다. <슈퍼맨>, <어벤져스>, <토르: 라그나로크>, <저스티스 리그>까지, 온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멜로디들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 John Williams – Main Title March
- Alan Silvestri – The Avengers (런던 뮤직 웍스 연주 버전)
- Led Zeppelin – Immigrant Song
- AC/DC – Thunderstruck
- Gary Clark Jr. & Junkie XL – Come Together (영화 <저스티스 리그> 트레일러 OST)
- Céline Dion – Ashes
- Blue Swede – Hooked on a Feeling
- Hans Zimmer & James Newton Howard – Aggressive Expansion (영화 <다크 나이트> OST)
- NerdOut – Respect My Throne
- Hans Zimmer & Junkie XL – Is She With You? (영화 <배트맨 VS 슈퍼맨> OST)
- Marco Beltrami – Carnage Unleashed (영화 <베놈 2> OST)
한국 – “GOLDEN HOUR: 빛나는 시간 속으로”
마지막 무대는 대한민국 한화팀의 30분 피날레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이 지금임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담았다.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 피아노 버전으로 포문을 열고, 잔나비의 외딴섬 로맨틱, 레이디 가가 & 브루노 마스의 Die With A Smile이 잇따라 이어진다. 라이즈, 이영지와 다이나믹 듀오, 엔믹스 등 현재의 K-팝 사운드가 무대를 채우고,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JVKE의 글로벌 히트곡 Golden Hour가 감성적인 순간을 만든다. 피날레에는 라포엠과 코리아 아트빌리티가 함께해 한강 위 밤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 2WEI – Gangsta’s Paradise
- 부활 – 네버엔딩 스토리
- 잔나비 – 외딴섬 로맨틱
- 레이디 가가 & 브루노 마스 – Die With A Smile
- 라이즈 – Get A Guitar
- 다이나믹 듀오 x 이영지 – Smoke
- 엔믹스 – Ridin
- HUNTR/X – Golden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
- Oshio Kotaro – Koino-Yume
- JVKE – Golden Hour
- 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
- 박민주 – The Fat and the Rats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OST >
- Oshio Kotaro – Koino-Yume
- 아이유 – 네모의 꿈
- 이무진 – 청춘만화
- Barns Courtney – Fire
- 박효신 – 굿바이

명당 자리와 관람 팁
불꽃을 제대로 즐기려면 자리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여의도 한강공원은 최고의 뷰를 제공하지만 늘 인파로 붐빈다. 또한 마포대교, 한강대교 남단 같은 교량 위도 명당으로 꼽히지만 이미 많은 인파가 몰려 여유롭게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조금 더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사육신공원이나 용양봉저정공원, 노량진 수산시장 근처도 고려할 만하다. 신촌 이대역 언덕처럼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빌딩 사이로 불꽃을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인적 드문 골목 옥상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멀리 불꽃을 감상하는 로컬들도 있지만, 건물 옥상은 사전 허가 없이는 오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운이 따른다면 지하철 2호선 당산역–합정역 구간에서 양화대교를 건너는 순간 불꽃이 터지는 장면을 마주할 수도 있다. 간혹 전동차 기관사가 낭만적인 멘트를 전하는 경우도 있어 낭만적인 경험이 된다.
현장에 가고 싶지 않거나, 가지 못한다면 한화 공식 유튜브 채널 ‘한화TV’에서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고, ‘오렌지 플레이(Orange Play)’ 앱을 통해 불꽃쇼 음악을 실시간으로 들으면 멀리서도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집에서 큰 스크린으로 불꽃축제 생중계 화면으로 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불꽃 사진 잘 찍는 꿀팁
“내가 찍은 불꽃 축제 사진은 왜 늘 흔들릴까?”라는 고민을 한 번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사실 촬영 전 몇 가지 간단한 준비와 작은 노하우만 있어도,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과 그 순간의 감동을 선명하고 아름답게 남길 수 있다.
삼각대는 필수
불꽃을 배경으로 인물 사진까지 남기고 싶다면 흔들림 방지가 최우선이다. 야간 촬영은 빛이 적어 작은 흔들림에도 사진이 쉽게 흐려진다. 가볍고 휴대하기 좋은 미니 삼각대나 셀카봉을 활용하면 안정적인 구도가 가능하다.
영상은 짐벌로 안정감 있게
불꽃이 터지는 순간의 웅장함과 음악의 감동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싶다면 짐벌을 준비해보자. 손에 들고 장시간 촬영해도 화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부드럽고 흔들림 없는 결과물을 남길 수 있다.
카메라 설정은 간단하게
DSLR이나 스마트폰의 전문가 모드 설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기본만 지켜도 충분하다. ISO는 너무 높이지 않고, 100~200 정도로 맞추면 불꽃의 색이 더 선명하게 표현된다. 또한 촬영 전 불꽃이 들어올 방향을 미리 가늠해 구도를 잡아두는 것이 좋다. 확대 촬영보다는 넓게 찍는 것이 불꽃의 크기와 궤적을 아름답게 담는 비결이다.

준비물과 안전 수칙
9월 말 한강변은 밤공기가 차갑다. 두툼한 외투, 담요, 방풍재킷을 챙기고 돗자리나 방석도 필수다. 삼각대를 활용해 불꽃을 기록할 수 있지만, 눈으로 즐기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안전도 빼놓을 수 없다. 행사장 내 드론 촬영은 금지된다. 어린이를 동반한다면 소음 차단용 이어머프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불꽃재가 떨어질 수 있으니 모자나 돗자리로 대비하자.
교통과 귀갓길
불꽃축제 당일, 여의도 일대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전면 통제된다. 자가용은 두고 오는 게 현명하다. 5호선 여의나루역은 혼잡 시 무정차 통과될 수 있어 여의도역이나 샛강역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피날레 직후 이동하면 개찰구 진입까지 30분 이상 대기해야 한다. 인파를 피해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한두 정거장 떨어진 역까지 걸어가 귀가하면 훨씬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