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사사미

“악기를 연주할 때가 가장 편안해요. 그게 제가 가장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에요.”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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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미는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했다. 복합적인 정체성 속에서 자라난 그녀는 프렌치 호른을 전공하며 클래식 음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밴드 체리 글레이저에 합류하며 대중음악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이후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사사미는 솔로로 데뷔해 세 장의 앨범을 빠르게 발표하며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사사미는 아시아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인식했고, 이에 맞서기 위해 자신만의 사운드로 목소리를 내왔다. “악기를 연주할 때가 가장 편안해요그게 제가 가장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순간 같아요.”라는 사사미의 말처럼 드림팝과 슈게이즈를 지나 메탈과 노이즈 록으로 확장한 음악은, 프렌치 호른에서 기타 사운드로 이어지며 자신을 설명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됐다.

<하입비스트> 카메라 앞에 선 그녀의 눈빛은 음악만큼이나 강렬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겪은 편견을 음악으로 돌파해온 그녀의 이야기는 아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streetsnaps: 사사미

반가워요. 얼마만의 한국 방문인가요?

2022 10월에 가족을 만나러 왔었어요.

대학 졸업 후엔 오케스트라 편곡도 했어요. 경험이 커리어의 시작이었나요?

로스앤젤레스 레이디스 콰이어라는 합창단에서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때 친구 베키의 남자친구가 브라이트 아이즈라는 밴드에서 트럼펫과 키보드를 연주하고 작곡도 했는데, 영화 음악 작업도 하고 있었죠. 저는 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제니 루이스 같은 록이나 얼터너티브 아티스트들의 편곡 작업을 함께했고, 현악 편곡을 도왔어요. 이후에는 독립 영화 음악을 맡거나 팟캐스트 테마 음악도 작곡했죠. 대학에서 배운 음악 지식을 기반으로 록 밴드나 대중음악에 접목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작업들로 이어지게 됐어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경력이 현재의 음악 스타일에 상당히 영향을 줬을 같은데.

그렇죠. 음악 이론을 이해하고 있다 보니 여러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게 훨씬 수월해요. 각 장르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언어 안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이 생기죠. 예를 들어 팝 음악은 종종 같은 코드 진행을 반복하잖아요. 구절이 바뀌어도 코드가 같아서 익숙하게 들리는 것처럼요. 이런 구조를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건 음악 이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streetsnaps: 사사미

체리 글레이저에서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며 본격적으로 뮤지션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밴드 멤버들과 함께하던 시기와 지금 솔로 활동을 비교했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처음 밴드에 들어갔을 땐 베이스를 연주했고, 그다음엔 기타와 신스를 맡았어요. 체리 글레이져의 클램이 제가 활동하던 다른 밴드의 팬이었거든요. 그 전부터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영화 음악 작업도 하며 백업 보컬과 프렌치 호른도 연주했죠. 체리 글레이져에 합류한 건 그런 활동 중 하나였고, 그 팀에서 정식 앨범을 녹음하면서 스튜디오 작업과 장비, 프로덕션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어요. 투어도 많이 다니면서 라이브 퍼포먼스 구성도 익혔고요.

2019년부터 정규 앨범 3장을 발표할 정도로 빠르게 작업해왔어요.

저는 작업할 때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에요. 힘들고 억지로 밀어붙여야 하는 순간도 있지만,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이 엄청나거든요. 음악 작업은 저에게 무언가를 조립하거나 퍼즐을 푸는 느낌이에요. 구절, 후렴, 브릿지, 악기, 가사를 조합해서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워요.

그렇다면 작업할 악기나 장비, 작업 환경에 따른 본인만의 루틴도 있을까요?

바리톤 러버 브리지 어쿠스틱 기타로 곡을 많이 써요. 표준 튜닝과 달라서 기존의 코드 진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또 약간 클래식 작곡 방식처럼, 멜로디와 베이스 라인의 대위법적 흐름을 먼저 생각해요. 전체 곡을 만들기 전에 이 두 요소가 흥미롭게 얽혀 있어야 하거든요. 보통은 비트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코드를 얹고, 그다음에 가사를 쓰지만, 저는 그 반대로 뼈대를 먼저 잡고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더 편해요.

초기에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같은 드림팝이나 슈게이즈적 색채가 강했는데, 최근엔 헤비메탈, 둠메탈, 노이즈록 같은 강한 질감의 사운드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같아요.

첫 앨범 투어 당시, 기타 사운드는 컸지만 보컬이 작게 들렸어요. 음향 기사들은 기타 볼륨을 줄이자고 했지만, 저는 오히려 더 키우고 싶었어요. 그런 반항심(?) 덕분에 더 시끄러운 악기에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메탈에 빠졌죠. 그 에너지를 담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고, 메탈 기타 소리에 반했어요. 레이디 가가처럼 인더스트리얼 메탈을 팝에 녹여낸 사례도 많이 참고했고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사운드가 있을까요?

클래식의 뿌리로 다시 돌아가서, 오보에나 바순, 비올라처럼 흔히 쓰이지 않는 악기를 활용한 편곡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 오케스트라 악기들과 전자음을 결합하는 작업에도 관심이 많아요.

#streetsnaps: 사사미

 

2022 <SQUEEZE> 롤링스톤 선정최고의 앨범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죠. <SQUEEZE> 작업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SQUEEZE>에서는 보컬보다 악기를 먼저 작업했어요. 아이패드 개러지 밴드로 손가락으로 드럼 비트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게 실제로 가능한 비트인지도 몰랐죠. 그런데 메가데스의 드러머가 그 미디 비트를 실제로 연주해줬어요. 말도 안 되게 놀라웠죠. 디지털 사운드가 현실에서 연주되는 걸 보니까, 그림을 그렸는데 그게 현실이 된 느낌이었어요. 뭔가남자애를 부리는 기분도 살짝 들었고요. (웃음)

‘Slugger’ 뮤직비디오에서 배트를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야구를 원래도 좋아하세요?

어릴 땐 소프트볼도 했었고, 사실 운동 좋아하는 면이 저한테 있어요. ‘Slugger’는 그런 면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작업이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야구 팀도 있겠네요?

당연히 LA 다저스죠! 예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박찬호 선수를 만난 적도 있는데, 그때 제 야구공에 사인해줬어요.

#streetsnaps: 사사미

‘Slugger’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싶은데. 뮤직비디오 내에서 잘려진 자신의 얼굴과 마주하는 연출이 굉장히 강렬했어요. 이런 장면은 어떤 의도에서 탄생했나요? 본인 해석이 궁금해요.

그 장면은 일본 공포영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특히 <하우스(Hausu)> 같은 B급 호러 영화요. 거기서 머리 없는 여자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오마주했어요. 약간 유쾌하고 우스꽝스러운 느낌으로 연출했어요.

2019년에 할머니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도 만들었더라고요?

우리 할머니는 정말 아름다우신 분이에요. 티셔츠에는 산처럼 쌓인 김치 앞에서 찍은 할머니 사진이 있어요. 그 모습이 정말 대단해서 꼭 남기고 싶었어요.

부모님은 이민 1세대이고, 본인은 예술가로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잖아요. 세대 예술관 충돌을 겪은 적도 있나요?

부모님은 과거에 급진적인 종교 운동에 참여하셨는데, 그게 일반적인 사회 규범과는 달랐어요. 그런 경험 덕분인지 제가 전통적이지 않은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걸 오히려 존중해 주세요. 보수적인 신념을 갖고 계시긴 하지만, 그들 역시 마음을 따라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음악이라는말도 안 되는 길을 선택한 것도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때때로 충돌이 있긴 하지만, 서로 각자의 신념에 헌신한다는 점에서 존중해요. 부모님은 확실히 메탈보다는 팝 음악을 더 좋아하시죠. (웃음)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모두 구사할 아는데, 언어가 음악 작업에 미치기도 하나요?

가끔 영어조차도 저에게는 제2의 언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 멜로디, 악기 같은 걸 다루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거든요. 어떤 언어로든 단어를 음악에 붙이는 과정은 늘 어색하고, 가사에 대해서는 조금 자신이 없기도 해요. 그래서 악기를 연주할 때가 가장 편안해요. 그게 제가 가장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순간 같아요.

한국어 가사를 작품에 넣고 싶은 생각도 있나요?

그럼요. 언젠가는 전체 가사가 한국어인 곡도 꼭 만들어보고 싶어요.

재미교포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이 본인의 창작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예전엔 항상 새롭고, 실험적이고, 독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주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해도 되지만, 저는 괜히뭔가 있어 보여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던 거죠. 팝 음악을 한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이미지든 제가 스스로 선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가끔은내가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껴요.

#streetsnaps: 사사미

재미교포라는 정체성으로 인한 예술적 갈등도 있었나요?

여성이자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거나 권력 관계에서 불리함을 겪은 적은 분명히 있어요. 특히 남성 엔지니어, 프로듀서, 협업자들과 일할 때요. 아시아 여성은 순종적일 거라는 고정관념이 작용했겠죠. 그렇다고 해서 제 의견을 말하는 걸 포기하지는 않아요. 제가 당당하게 행동하면 놀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단지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에요. 남성이 그랬다면자기 주장 확실한 사람으로 여겨졌겠죠. 성별과 인종이 얽힌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음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아티스트로서의 비전이 있다면?

예술은 정말 다양한 이유로 만들어질 수 있고, 어떤 이유든 다 정당하다고 생각해요. 돈을 벌기 위해서든, 분노나 저항을 표현하기 위해서든 모두 괜찮아요. 그래서 저는 누구나 예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문가가 아니어도 요리하듯이, 음악도 그림도 그렇게 즐기면 되는 거예요. 저는 사람들이 제 음악을 즐겨줬으면 해요. 그래서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물론 메탈곡은 따라 부르기 쉽진 않지만요. (웃음) 브라질에서 한 남성이 제 메탈 곡을 노래방에서 부르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진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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