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트레이드 엘
다음 세대의 OG.
#Streetsnaps: 트레이드 엘
다음 세대의 OG.
쉬운 탑라인과 몽글몽글한 사운드. 겉으로 드러나는 트레이드 엘의 트랙들은 편안하고 대중적이다. 하지만 그 표면을 한 겹만 벗겨내면, 사운드 이면에 지독하게 깔려 있는 뒤틀린 마이너함과 힙합을 향한 짙은 곤조가 드러난다.
2004년 7월 21일생 이승훈. <고등래퍼 4> 우승자로 힙합 신에 등장한 그는 하이어뮤직, 1년간의 치열했던 인디펜던트 시기를 거쳐 이제 뉴 앰비션 뮤직 사운드를 구축하는 아티스트다.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서 자주 흘러나온 단어는 ‘허슬’과 ‘OG’. 어린 시절 더콰이엇과 릴러말즈의 음악을 들으며 힙합을 배운 이승훈은 안전한 정배 대신, 사운드를 비틀고 날것의 테이크를 밀어붙이는 트레이드 엘로 완성됐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2026년 7월 21일, 스물세 번째 생일을 맞이한 그를 만났다. 다음 세대의 OG를 예고한 트레이드 엘의 새로운 레거시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생일 축하한다. 생일을 맞이한 트레이드 엘,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고맙다 (웃음). 앰비션 뮤직에서 음악 하고 있는 트레이드 엘, 이승훈이다.
생일에 맞춰 새 EP를 발매했는데.
일종의 셀프 생일 선물이다. 내가 나한테 줄 수 있는 가장 나다운 선물은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언제나 내 생일에 맞춰 앨범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모든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졌다.
지난 1년 동안 쉼 없이 작업물을 내놓으면서 리스너들의 입맛을 의식하고 만들었는데, 이번 EP에서는 그걸 최대한 배제했다. 내 직관에만 온전히 집중해서, 오직 나를 위한 트랙들로.
이번 EP 타이틀은 ‘BABY CACTUS’다. 선인장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한 이유가 있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 <마음을 바꾸는 방법(How to Change Your Mind)>을 되게 심도 있게 봤다. 선인장의 한 종류인 ‘페요테’에 ‘메스칼린’이라는 환각 물질이 들어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자연적이고 투박한 식물에 인간의 정신과 무의식을 뒤흔드는 강력한 물질을 품고 있다는 기묘한 아이러니, 그 대비가 내 뇌리에 강하게 꽂혔다. 페요테가 지닌 모순적인 무드가 이번 EP의 방향성과 완벽하게 맞물린다고 생각해서 키워드로 가져왔다.
평소에도 키워드를 먼저 명확히 정해놓고 앨범 작업에 들어가는 편인가?
나한테 작업은 일상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 모든 시간은 음악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작업을 하는 매 순간마다 머릿속에는 늘 다음 앨범 타이틀, 컨셉, 커버들이 끊임없이 둥둥 떠다닌다.
가끔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아플 지경이지만 (웃음). 그렇게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파편들과 타이밍이 딱 들어맞을 때가 있다. 이번 선인장도 그랬다.
방금 말한 페요테의 성질처럼, 사운드 역시 겉은 대중적이지만 속은 지독히 마이너하게 담아냈다고.
맞다. 탑라인 멜로디는 지극히 몽글몽글하고 예쁜데, 정작 드럼은 완전히 묵직한 힙합으로 쪼개거나 랩을 거칠게 갈겨쓰듯 뱉어내면서 의도적으로 언밸런스한 무드를 만들었다. 뻔하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정배’는 솔직히 재미없지 않나.
그렇다면 스스로 가장 재미있다고 느꼈던 ‘역배’ 트랙이 있나?
만들 때 가장 재밌었던 건 7번 트랙 ‘STRAWBERRY SNOW (feat. SUNNA)’. 그래서인지 음악 하는 동료들에게 들려줬을 때도 만장일치로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사운드적으로 가장 고민을 했던 건 10번 트랙 ‘방울’.
모니터링을 해보니 첫 녹음이 너무 러프해서, 다시 깔끔하게 다듬을지 고민했다. 주변에서도 재녹음을 권유했지만, 결국 날것의 정서가 담긴 첫 테이크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게 곡의 맛을 더 살려준다고 믿었고, 결국 ‘역배’가 맞았다.
그럼에도 7번과 10번이 아닌, 5번 ‘BUBBLE GUM (feat. ksmartboi)’과 8번 ‘TT (feat. 원슈타인)’를 선공개 싱글로 발매했다.
이 두 곡이 이번 앨범 10곡 중 가장 먼저 만든 트랙들이었다. 거의 하루 텀을 두고 연달아 작업했는데, 앨범의 근원이자 시작점이 되는 트랙들이라 선공개로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앰비션 입단과 함께 발매했던 <aurora> 앨범처럼, 이번 EP 역시 피처링진이 눈길을 끈다. 선공개 싱글에는 원슈타인과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 (이하, 김감전)가 참여했는데, 피처링진을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
나는 피처링 아티스트를 정할 때 심플하다. 비트를 열어두고 벌스를 비워둔 채, 곡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스치는 사람에게 바로 연락한다. ‘TT’는 원슈타인 형이, ‘BUBBLE GUM’은 상민이가 바로 떠올랐다.
김감전은 4번 트랙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 EP에 같은 인물이 두 번 피처링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내 앨범에서 피처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구성하는 게 당연하니까. 마침 그 당시에 상민이 음악을 정말 많이 듣고 있어서 카카오톡으로 트랙을 바로 쐈다. 무엇보다 우리는 둘 다 2004년생이고, 힙합 신에서 래퍼로 살아온 지 벌써 9년이 된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다. 동갑내기 래퍼의 합작은 그림적으로도 신선하고 재밌지 않나.
정규 앨범 발매 세 달 만에 EP를 또 다시 꺼내들었다.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옛날 릴러말즈가 보인다”는 ‘허슬’에 대한 평이 이어지고 있는데.
영광이다. 릴러말즈 형은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가장 지분이 컸던 아티스트이자 깊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릴러말즈) 형은 항상 가사 속에서 ‘허슬’에 대해 이야기해 오지 않았나. 중학생 때부터 그걸 듣고 자라면서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힙합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했다. 그래서 나 역시 몸에 자연스럽게 ‘허슬’ 정신이 배어든 느낌이다.
또 다른 OG, 더콰이엇의 러브콜에 ‘3월 앨범 발매 후 합류하겠다’고 역제안했다. 신인의 당돌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인디펜던트로 움직일 때 나는 철저히 완벽하게 통제되고 계획된 모드였다. 이미 다음 해 3월까지의 발매 플랜을 꽉 채워둔 상태였는데, 앰비션 입단은 작년 12월부터 조율이 오갔다.
회사는 하루라도 빨리 합류하길 원했지만, 그건 내가 짜둔 인디펜던트의 마무리랑 맞지 않았다. 당시 나는 내 플랜에서 단 하루라도 어긋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내 플랜을 솔직하게 보여드렸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기다려 주셨다.
그렇다면 되려 트레이드 엘이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신인이 있나.
HW MUSIC의 빅 걸포. 오늘 여기 <하입비스트> 인터뷰를 하러 오는 길에도 계속 들었다. <HW MUSIC>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All White’랑 ‘DESTIE’.
셀프 생일 선물인 이번 EP에서 스스로에게 가장 선물같은 트랙은 뭔가?
2번 트랙 ‘BUCKET LIST’. 이 트랙은 오랫동안 피처링 자리가 비어 있던 곡이었다. 그러다 6월 초중순쯤 크러쉬 형이 팔로우가 왔는데, 기회다 싶어 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바로 DM을 보냈다. 4~5곡 정도 보내드렸는데, 공교롭게도 이 트랙에 벌스를 얹어 보내주셨다.
당시 앰비션 뮤직의 7월 프로젝트 촬영 중이였는데 장시간 촬영에 몸이 정말 지쳐 있었다. 근데 그 벌스를 듣자마자 기분좋게 촬영을 이어갔던 기억이 난다. 내 커리어 레거시의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게 크러쉬 형이 멋지게 들어와 줬으니까. 내게 OG들인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협업하는 순간, ‘아, 나도 어느 정도 성공의 초입에 다다랐구나’ 하는 묘한 기쁨을 느낀다.
트레이드엘에게 ‘성공’은 뭔가?
어릴 땐 명품을 잔뜩 사고 비싼 장비와 컴프레셔를 사 모으는 게 성공이라 믿었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9년 가까이 음악을 업으로 삼아오며 기준이 바뀌었다. 진짜 성공은 내가 만든 결과물을 스스로 귀에 꽂았을 때 ‘내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한다’라는 프라이드가 서는 순간이다. 요즘 내 음악을 들을 때 그런 흐름과 확신이 온다. 아주 기분 좋은 상태다.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
자이언티 형. 유일하게 아직까지 아무런 커넥션이 닿지 않은 분이라 꼭 한 번 멋진 트랙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 빌스택스 형에게 했던 것처럼 정통 메일로 제안할 생각이다 (웃음).
이번 EP 키워드는 선인장이다. 다음 앨범 키워드를 스포하자면.
‘허슬 뒤의 휴식’, 그리고 ‘큰 한 방’. 이제는 단순히 작업물을 빠르게 많이 쏟아내는 허슬을 넘어, 발매하는 음악 하나하나에 극도로 신중하고 깊은 무게감을 싣고 싶다. 내 커리어의 확실한 레거시가 될 만한 음악을 준비할 예정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트레이드 엘은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나.
다음 세대의 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