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얗게 덧칠된 얼굴, 파랗고 빨갛고 커다란 컬러 렌즈, 양옆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귀. 지난 4월,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걸그룹이 마치 엘프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케이팝 시장에 등장했다. 이들의 이름은 ‘코스모시’, 하지만 강렬한 컨셉 뒤로는 사실 투명하고 사랑스러운 평균 나이 17.8세의 소녀들이 있다.
어느 여름 날 <하입비스트>는 명동에서 코스모시를 만났다. 피부를 따갑게 스치던 햇빛 밑에서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네 소녀의 얼굴 위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이들은 흐트러짐 없이 카메라를 응시했고 렌즈 속 단단한 눈망울은 분명 프로의 것이였다.
도쿄의 거리에서, 록 페스티벌의 관객석에서, 그리고 <프로듀스 101 재팬 더 걸스>의 무대에서 각기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한 이들의 꿈은 하나였다. “케이팝 아이돌이 되고 싶다”. 단순하지만 견고한 열망 하나만큼은 같았던 코스모시는 마침내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고, 오는 7월 18일, 다음 챕터를 향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어떤 장르에도 갇히지 않겠다는 다짐, 누군가의 코드에 맞추기보다 스스로의 색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 하나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코스모시와 함께 써 내려간 인터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각자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에이메이: ‘봄햇살’같은 코스모시의 막내 에이메이.
히메샤: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히메샤.
디하나: ‘모찌 토끼’ 디하나.
카미온: ‘수다쟁이’ 카미온. 그리고 코스모시 내에서 한국어 선생님을 겸하고 있는 중.
그렇다면 코스모시는 어떤 그룹인가?
코스모시는 ‘COSMOS of Youth’의 약자로, ‘젊음의 무한한 가능성과 순수함을 지닌 우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K-POP 그룹이다.
맞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음악적 요소를 융합해 ‘코스모시’만의 팝을 표현하고자 한다. 마치 프리 데뷔곡 ‘zigy=zigy’에서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함께 사용한 3개 국어의 가사를 선보인 것처럼.
“베이비 ‘쇼지키’ 말해”, “넌 여친이 ‘무다니’ 많아” 등 개성있는 ‘한본어’ 가사로 주목 받았다. ‘한본어’ 가사는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한본어’ 가사는 코스모시만의 정체성과 차별화를 곡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기획된 아이디어다. 특히 ‘신시티’ 디렉터님의 주도로 여러 언어가 자연스럽게 섞인 독창적인 가사가 완성됐다. 이 시도가 코스모시만의 색깔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고 생각한다.
‘한본어’ 가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블랙핑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알려진 신시티의 프로듀싱은 물론 YGX 출신 댄서 무드독과도 협업했다. 이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디하나: 처음 연습생 때는 춤에 힘이 없다며 무드독 선생님께 많이 혼났다. 하지만 댄스 합숙 훈련을 다녀온 후에는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받았다. 그게 너무 기뻐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신시티님은 코스모시만이 소화할 수 있는 독특하고 독보적인 콘셉트를 제안해 주시는 분이라 늘 감사한 마음이다.
카미온: 정말 대단한 선생님들과 함께하고 있어 늘 영광이다. 무드독 선생님은 내가 연습생 시절 댄스 경험이 적어 힘들어할 때, “라인을 예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며 격려해주셨다. 신시티님은 만날 때마다 긍정적인 말로 멘탈을 케어해주시는데,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된 데에는 그분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데뷔한 프리 싱글 ‘zigy=zigy’는 현재 유튜브 천만 뷰수를 기록했다. 천만 신인이 된 격인데.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서 놀랐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프리 데뷔곡 ‘zigy=zigy’에 이어 정식 데뷔곡인 ‘Lucky=One’까지 유튜브에서 천만 뷰를 기록했다(웃음). 많은 분들이 큰 관심을 보내주신 만큼, 앞으로도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식 데뷔곡 ‘Lucky=One’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엘프’ 스타일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Lucky=One’은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소녀전사 콘셉트를 전대물처럼 표현해보고 싶었다. 새하얀 엘프 스타일링은 코스모시의 세계관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라 생각해 용기를 내 도전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주셔서 정말 기뻤다.
그렇다면 이제 개인 질문이다. 어릴 때부터 아이돌이 꿈이었나?
에이메이: 원래는 모델 활동을 하다가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댄스 배틀에도 참가할 만큼 춤에 흥미가 있었고, 블랙핑크 리사 선배님을 동경했기에 아이돌이 되기로 결심했다.
히메샤: 나도 에이메이처럼 3살 때부터 춤을 춰왔다. 원래는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댄서가 되고 싶었는데,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고 느껴 아이돌을 선택하게 됐다.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무대에서 직접 전달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너무 멋진 일이니까.
디하나: 어릴 적부터 뮤지컬을 했다. 중학생 때 일본 록 페스티벌 ‘서머 소닉’에 갔다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후 많은 오디션에 도전했고 <프로듀스 101 재팬 더 걸스>에도 출연하면서 아이돌의 꿈이 더 커졌다. 결국 지금 코스모시로 데뷔하게 됐다(웃음).
카미온: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지만 아이돌이라는 건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프로듀스 101 재팬 더 걸스>에 출연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확실해졌다.
한국에서 활동하게 된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
에이메이: 기대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국 팬분들께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히메샤: K-POP은 전 세계적으로도 수준이 높은 장르라고 생각했기에 솔직히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디하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건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었다. 지금 그 꿈을 이루게 돼서 정말 기쁘다.
카미온: 나 역시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이 꿈이었다. 특히 한국 음악 방송에 꼭 출연하고 싶다.
실제로 경험해본 한국 생활은 어떤가?
에이메이: 택시는 정말 잘 잡히는 반면, 버스 하차 타이밍은 아직도 어렵다. 일본에서는 정차 후 일어나도 되는데, 한국은 미리 준비해야 하니까 내리지 못한 적도 꽤 있다(웃음).
히메샤: 한국의 겨울 날씨는 피부가 아플 정도로 너무 춥다.
디하나: 한국의 패션 스타일이 너무 좋아서 쇼핑하는 게 즐겁다. 다만 오르막길이 많아서 조금 힘들다.
카미온: 빙수, 요거트 아이스크림, 낙곱새 등 맛있는 한국 요리를 만나게 돼서 좋다. 그리고 한국 화장실에는 샤워기만 있고 욕조가 잘 없다. 욕조에서 목욕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게 살짝 아쉽다.
‘블립’ 콘텐츠에서 한국 화장, 디저트 먹방 등 팬들이 제안한 콘텐츠로 여러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에이메이: 초반에는 멤버 각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고르는 형식이었는데, 그때 먹은 치즈 핫도그가 정말 맛있었다(웃음).
히메샤: 한국의 피시방! 게임도 했지만 식사 메뉴가 너무 풍부해서 놀랐다.
디하나: 먹방 컨텐츠 때 케이크를 5개 먹은 것. 처음으로 그렇게 많이 먹어봐서 행복했다.
카미온: 피시방. 게임뿐만 아니라 밥도 먹을수 있고, 혼자서도 재밌게 보낼 수 있을 만큼 너무 잘 돼있다. 꼭 한 번 혼자 가서 게임도 하고 먹방도 해보고 싶다(웃음).
가장 최애 한국 음식이 있다면.
에이메이: 치즈 핫도그, 치즈 닭갈비, 요거트 아이스크림.
히메샤: 꽈배기.
디하나: 요거트 아이스크림, 초코빙수, 닭강정.
카미온: 초코빙수에 치즈 큐브 토핑!
영감을 얻는 아티스트나 롤 모델이 있나?
에이메이: 블랙핑크 리사 선배님.
히메샤: 블랙핑크 로제 선배님.
디하나: 아이브 원영 선배님, SZA님.
카미온: 아이즈원 김민주 선배님.
케이팝 아티스트로서 목표나 꿈이 뭔가?
에이메이: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
히메샤: 전국 투어.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 투어도 꼭 해보고 싶다.
디하나: 도쿄 돔에서 콘서트를 하는 게 오랜 꿈이다.
카미온: 음악 방송에서 1위 하는 것. 그리고 팬미팅!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는 어떤 게 준비돼 있나?
곧 공개될 싱글 ‘BabyDon’tCry=BreakingTheLove’ 발매를 앞두고 있다. 어떤 콘셉트든 우리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내는 ‘코스모시’라는 장르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줘!
포토그래퍼
Seunghoon Jeong/Hypebe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