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화보로 만났네요.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그간 월드투어를 열심히 돌았습니다. 그리고 <ICY BABY>라는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몰두했고요. 오랜만에 새 앨범으로 인사를 올리게 됐네요.
3년 전 인터뷰에서는 “이별마저 사랑”이라며 어쿠스틱하고 미니멀한 음악을 선보였었는데. 이번 앨범은 사운드도 비트도 훨씬 강렬해진 느낌이에요. 그 사이 무슨일이 있었나요?
투어 중에 접한 낯선 풍경과 사람들, 도시마다 보고 느낀 수많은 정서가 좋은 자극이 됐어요. 그 시간들 덕분에 내 안에 있던 이야기와 사운드를 훨씬 솔직하고 과감하게 내지를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 과감함이 엘비스 프레슬리 기타 샘플링에 90년대 올드스쿨 비트, 짱유랑 최원빈과 함께한 합으로 나타난 것 같네요.
재작년 미국 투어를 앞두고 사뒀던 엘비스 프레슬리 빈티지 목걸이를 부적처럼 챙겨 갔어요. 근데 LA 투어 중에 방문한 지인의 집이 알고 보니 과거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던 고택이었던 거죠. 너무 영화 같은 순간 아닌가요? 거기서 시작해 큰 그림을 그리고 꿈을 나누는 ‘BIG TALK’에 관한 노래를 구상했고, 이 메시지엔 짱유와 최원빈의 목소리가 직격이겠다 싶었죠. 존경하는 아프로, 콕재즈 형들의 프로듀싱까지 더해지면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세고 압도적인 에너지가 나왔습니다.


재킷과 팬츠는 신키아. 레더 재킷은 준야 와타나베 맨. 베스트는 느와 케이 니노미야. 이어 커프는 이더섬. 벨트는 앙팡 리쉬 데프리메. 슈즈는 발렌시아가.
콜드하면 차갑다라는 인식이 강하고 또 이번 앨범명이 <ICY BABY>잖아요. 이 앨범명을 택한 이유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이름은 ‘Colde‘지만 사실 저는 누구보다 뜨거운 사람이거든요 (웃음). 그 역설적인 대립이 마음에 들었어요. 가장 콜드답고 솔직하게, 결국 무엇보다 뜨거울 수밖에 없는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앨범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해외 프로듀서 ‘Pdubcookin’과의 작업도 눈에 띕니다. 어떻게 인연이 시작됐나요?
Pdubcookin의 트랙들을 원래부터 유심히 들었거든요. 비트를 청취하다가 제가 생각하던 ‘ICY’라는 단어의 결을 완벽하게 구현한 사운드를 들었고, 바로 다이렉트로 연락해서 일사천리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Pdubcookin과 TY라는 친구가 함께 만든 트랙인데, 다른 곡들도 진짜 좋으니까 꼭 들어보세요.
그럼 타이틀곡 ‘PULL UP’은 어떤 곡이에요?
‘PULL UP’을 만들 때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게 감정의 고조, 그러니까 점차 분위기와 술에 취해가는 느낌이었어요. 녹음부터 트랙 편곡, 사운드 믹싱까지 거기에 포커스를 맞췄죠. 비주얼 팀과도 그 질감을 맞추려고 대화를 진짜 많이 나눴어요. 아웃트로가 이 노래의 정서가 가장 극적으로 고조되는 구간이에요.
‘GIRLS’ 타이틀 옆에 붙은 하얀 하트도 눈에 띄어요. 전작 <LOVE 1 Part> ‘와르르’는 검은 하트였는데.
네, 저는 이모지를 좋아해요. 때에 맞춰 잘 쓰면 텍스트가 담아내지 못하는 미묘한 뉘앙스나 디테일을 훨씬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단순하게 귀엽잖아요. 이모지. ♡ (웃음).


이번 앨범에선 예전 클럽 에스키모 동료들도 등장하더라고요.
영신이(펀치넬로)랑은 오프온오프 때 피처링 이후로 진짜 오랜만이었어요. 작업실로 불러서 옛날 추억도 풀고 앨범 얘기도 한참 나눈 뒤에 작업을 맡겼죠. 신기하게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하더라고요. 그렇게 얘기 나누고 트랙을 넘겼는데, 하루 이틀 만에 녹음본이 왔어요. 듣자마자 “이거지 영신아!” 하면서 단번에 끝냈죠 (웃음).
디모렉스(방예담)가 참여한 곡도 합이 새로웠어요. 두 분 조합의 만족도는 어땠어요?
디모와는 작업 전에 먼저 만나서 제 앨범을 전곡 청음하고, 아티스트로서 서로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깊게 대화를 나눴어요. 그 뒤 녹음본을 따로 보내왔는데.. 들을 필요도 없이 너무 완벽해서 피드백할 게 없었습니다. 앞으로 디모와 보여줄 케미가 더 많으니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DOLLAR BILLS’에서는 오래전에 보여주던 타이트한 랩과 ‘Money Swag’을 다시 꺼내 들었잖아요. 이런 ‘빡센’ 랩을 다시 시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내가 가장 근본적으로 동경하고 사랑해 온 힙합의 태도를 제대로 담고 싶었어요. 사실 보컬보다 랩 가사를 써온 세월이 훨씬 길거든요. 그 모습을 더 자유롭게 보여주지 못했던 아쉬움이 늘 있었죠. 저와 우리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이 국경 너머로 만들어내고 있는 흐름이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이걸 날것의 힙합으로 피력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WAVY에서 힙합의 멋을 가장 유연하게 보여주는 카키와 자연스럽게 트랙의 그림을 완성했죠.


타이틀곡 ‘SHUT DA FXXKA AND GO’는 SKOPE, APRO, Charming Lips까지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오래 맞춘 합이라 말 안 해도 통했겠어요.
메인 프로듀서 SKOPE는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라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게 있죠. 이번 앨범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파트너예요. 여기에 설립 초기부터 저의 중심을 늘 잡아주던 아프로 형이 합류하면서 뼈대가 더 단단해졌습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비주얼 팀(이디엇츠, 썬번키즈, 하형이즈히어) 라인업도 화려하던데요.
평소 유심히 봐오던 멋진 창작자들과 합을 맞출 수 있어 좋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업에 들어가기 전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앨범 전체를 듣고 감상을 나누던 순간이에요. 제 첫 앨범을 준비하던 시절의 순수한 설렘이 다시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SHUT DA FXXKA AND GO’는 제목부터 직설적이에요. 이 제목으로 진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뭐였나요?
“망설이고 주저할 시간에 그냥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자”라는 뜻이에요. 누군가 이렇게 강렬한 에너지로 밀어붙여 주면 없던 용기도 생기지 않나요? 저 역시 10대 때 음악을 들으며 직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니까요.
화이트 슬리브리스는 장 폴 고티에. 팬츠는 슈프림. 암 커프, 네크리스는 앙팡 리쉬 데프리메. 링은 이더섬.
마지막으로 <ICY BABY>를 들으며 저마다의 차갑고 뜨거운 시절을 통과하고 있을 팬들에게 한마디.
저마다 가고자 하는 길 위에 제 음악이 스며드는 사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저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계속해서 에너지를 보낼 테니 잘 받아주세요. 사랑합니다.




















헤어/메이크업
Hyunmi Koo스타일리스트
Ninaweirdo & Sicheolpark포토그래퍼
Seunghoon Jeong/Hypebe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