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라드 피셔 갤러리에서 펼쳐지는 마틴 마르지엘라의 경계적 미로 속으로
첫 베를린 전시를 기념해 조각과 회화, 아상블라주를 친밀하게 연출한 이번 전시는 12월 19일까지 열린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떠나기 전부터 마르지엘라는 패션계에서 가장 베일에 싸인 인물로 통했다. 업계를 은퇴하고 순수 미술에 전념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익명성에 대한 고집과 대중의 시선을 경계하는 태도는 이 벨기에 출신 거장의 개인 작업에 여전히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콘라드 피셔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독일 내 첫 전시 《마틴 마르지엘라 인 베를린(Martin Margiela in Berlin)》에서 선보인 신작 조각 ‘오디언스(Audience)’(2026)가 대표적인 예다. 수거된 20개의 영화관 좌석은 덮개가 모두 벗겨진 채 차가운 석고와 아크릴 캐스트로 교체되었다. 다 함께 무언가를 관람하기 위해 고안된 사물이 이제는 그저 바라보는 대상 그 자체로 전락한 셈이다.
지난봄 도쿄 구단 하우스(Kudan House)에서 열렸던 전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베를린 전시 역시 한 편의 예술적인 미로를 연상케 한다. 파티션과 장막으로 이루어진 미로 사이로 회화와 조각, 아상블라주가 펼쳐지며, 건축물 자체에 은밀하고 사적인 분위기를 단숨에 불어넣는다.
이외에도 거대한 화이트 퍼 게이트, 납작하게 눌려 원형 부조가 된 트렁크 팬티, 피보나치 나선형이 덧그려진 머리카락 왕관, 욕실 타일 같은 소재로 제작된 새로운 ‘볼텍스(Vortex)’ 조각 등이 자리한다. 이 작품들은 프라이버시와 부재, 그리고 인간의 존재라는 마르지엘라 예술 세계의 핵심 주제 속으로 관람객을 한층 깊이 끌어들인다.
《마틴 마르지엘라 인 베를린(Martin Margiela in Berlin)》 전시는 오는 12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콘라드 피셔 갤러리
Neue Grünstraße 12.
10179 베를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