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에서나 봤던 동시통역 이어폰, '파일럿'
Sit down, please. 앉아라, 플리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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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에 ‘May I help you’를 검색하자 ‘5월에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엉터리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 웃지 못할 유머도 다 옛말. 공상 과학의 산물로만 여겨졌던 동시통역 이어폰이 현실로 다가왔다. 스타트업 기업 웨이버리 랩이 개발한 ‘파일럿’ 이어폰은 외국어를 번역해서 들려주는 인이어 웨어러블 장치다.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바벨피쉬’나 <스타트렉>에서 봤던 ‘유니버설 트랜스레이터’ 그대로다.
파일럿은 담화를 인식하는 앱과 연동하여 시스템 번역 후, 실제 음성으로 전환한다. 이 과정을 거쳐 번역된 버전을 착용자에게 바로 들려주기 때문에 스마트폰 번역 앱이나 일상 회화 사전의 고질적인 어색함을 최소화한다. 아래 영상에서 볼 수 있듯, 발화와 통역 간에 단 몇 초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심한 사투리나 지방색이 깊은 억양의 경우 초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사용 빈도에 따라 기계가 적응하는 원리로 설계되었다.
이 첨단 번역기는 이번 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프로토타입으로 신고식을 치렀다. 시험모델에서 몇 가지 사항을 개선하여 올해 말 정식 출시된다. 프로토타입은 작동을 위해 인터넷에 연결해야 하지만 오프라인 버전을 개발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이이폰을 착용한 두 사람 간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추후 여럿이 이용할 수 있게 기능을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파일럿은 무선 이어폰 역할을 수행해 대화 중인 상대방에게 음악을 공유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웨이버리 랩은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를 통해 약 46억 3천만 원을 투자받았다. 가격은 34만 원대. 현재 영어, 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아어와 포르투갈어 기능을 제공하며 다국어 기능을 계속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