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 코넬라 인터뷰 & <조안 코믹스> 서울 전시 정보
스튜디오 콘크리트 개최.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바르셀로나 출신 아티스트 조안 코넬라가 두 번째 국내 개인전을 개최한다. 피프티피트티 서울에서의 전시에 이어 이번에는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조안 코믹스(Comix)>를 진행.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새로 작업한 포스터를 비롯해 총 66점의 그림이 공간을 꾸민다. 항상 논쟁의 여지가 많은 그의 작품은 웃음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낸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전시에 앞서 <하입비스트>가 코넬라에게 물었다. 왜 작품이 그리 냉소적이고 과격한지.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는 그의 머릿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한국에서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지난 방문은 어땠나?
난 아시아에 팬이 더 많지만, 솔직히 서울보다는 홍콩 개인전에 방문자가 훨씬 더 많았다.
왜 아시아에 유독 팬이 많은 것 같나?
잘은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얘기하더라. 아시아인은 정서적으로 파격적이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말로 옮기지 못한다고. 충돌이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돌려 말한다고. 그래서 직설적인 내 작품에 더 끌리는 게 아닐까.
작품의 캐릭터는 거의 항상 표정과 헤어스타일이 같고, 심지어 지극히 평범한 양복과 넥타이를 유니폼처럼 입는다. 어쩌다가 이런 시그너처를 만들었나?
난 원래 지금의 작품과 상반되는 흑백 만화로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았다. 5, 6년 전에 페이스북을 시작하며 컬러 코믹스와 실험했는데, 밝은 색감과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사람들의 반응이 나아졌다. 그냥 재미로 한 거지만, 인기를 얻기 시작해서 그 감성을 그대로 가져간 거다. 어떠한 생각 끝에 다다른 스타일은 아니다. 영감의 원천이 있다면, 20세기 초반 미국의 광고, 특히 치약 광고의 해맑은 미소에서 아이디어를 얻긴 했다.
시그너처가 너무 강렬하다. 다른 식의 작품을 시도할 계획은 없나?
지금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똑같은 것만 그리는 게 질리겠지.
왜 캐릭터의 몸을 항상 절단하나?
난 보기와는 달리 몸을 자르는 걸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다크 유머’를 접근하는 방식일 뿐이다. 피나 폭력적인 걸 많이 보이는 게 무조건 웃기다기보다는 ‘사고를 당하거나 다쳐도, 안 좋은 일을 당해도 항상 웃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사고를 당하거나 다쳐도, 안 좋은 일을 당해도 항상 웃자.”
말 그대로 당신의 작품은 ‘다크 유머’ 감성이 특징이다. 당신은 시니컬한 사람인가?
나도 스스로에게 항상 던지는 질문이다. 나의 작품은 다소 냉소적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가 생각보다 조용하고 진중해서 놀라더라.
피나 총은 무서운 건데, 당신은 안 무섭나?
무섭다. 특히 죽음이 두렵다.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피와 관련된 얘기를 하면 못 듣는다. 많은 피를 보면 기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포와 유머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어떠한 것에 반응할 줄 모를 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다. 난 내 작품을 보는 이가 웃었으면 한다. 대부분 웃은 뒤에는 왠지 모르게 껄끄럽다고 한다. 하지만 인생 자체가 그러하지 않은가.
정치적,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하다.
일부러 노골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 아니다. 보는 이가 직접 해석해줬으면 한다. 누군가 내 작품에 대해 내가 못했던 해석을 하면 아주 기쁘다. 애매모호한 의미를 전하는 작품이 진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상에서는 같은 작품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일 때가 많다. 단, 내가 인종 차별을 한다거나 동성애 혐오증이 있다고 비난받을 때는 억울하다. 나의 작품은 아이러니와 유머를 표현하는 것뿐이다.
“인종 차별을 한다거나 동성애 혐오증이 있다고 비난받을 때는 억울하다.”
왜 대부분의 작품은 제목이 없나?
제목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제목이 있는 작품도 그냥 랜덤하게 정했다.
이번 전시의 조각 설치물에 관해 이야기해달라.
작년에 작업한 것들인데, 회화에서 벗어난 입체적 설치물은 전시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셀카를 찍는 작품의 경우, 그 행위를 비웃는 건데 사람들이 앞에서 셀카를 많이 찍더라. 전시에 아이러니를 더해줘서 좋다.
인터넷 문화와 미디어를 비판하지만, 당신이 작가로서 인기를 얻은 건 소셜 미디어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것 역시 아이러니하지? 솔직히 난 지금의 ‘미디어 서커스’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내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데, 많은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본인만 뽐낸다.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안 코넬라가 즐기는 음악이나 영화 장르가 궁금하다.
어릴 때무터 하드코어 펑크 록 밴드의 멤버로 활동했다. 현재 나의 작품과 연관성이 있는 거 같다. 내 그림도 록 음악처럼 충격적이고 과격하지 않은가. 그리고 광고 처럼 빨리 흡수하고 해석할 수도 있고.
그림 작업 외 주로 무엇을 하나?
일만 하는 것 같다. 책 읽기나 음악 만들기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림만 그린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다.
“일만 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다.”
당신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나?
평화, 사랑 같은 ‘bull shit’를 얘기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의 생각을 남에게 투영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딱히 어떠한 이상도 없다.
조안 코넬라의 <조안 코믹스> 개인전은 오늘부터 4월 30일까지 아래에서 개최된다. 이번달 놓쳐선 안될 국내 전시 14선도 확인하시길.
스튜디오 콘크리트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