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알린 & 파미 인터뷰: 태국 인디 팝이 한국에 닿기까지

서로의 롤모델이자 최고의 동료인 두 사람.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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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첫 내한 솔로 무대이자 호흡을 맞춘 첫 협연 무대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제임스 알린: 스테이지를 내려오자마자 관객들의 미친 에너지 때문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바로 파미를 돌아보며 “야, 진짜 재밌었다!”라고 소리쳤다. 솔직히 무대 위에서 너무 미쳐 놀아서 그런지, 세트리스트 전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기분이었다.

파미: 마지막 곡 ‘all in’을 부를 때, 가사가 ‘파알린(P’Alyn)’ 오빠 이름이랑 발음이 비슷하게 들리더라. 그래서 관객분들한테 내 이름 대신 알린 오빠 이름을 목청껏 불러달라고 했다 (웃음). 진짜 너무 재밌었고, 둘 다 무대를 온전히 즐겼다.

같은 레이블 식구로서 아시아 주요 도시를 도는 투어를 함께 소화하고 있다. 여정을 함께하며 서로에게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제임스 알린: 파미가 팬들을 챙기는 방식이 진짜 인상 깊었다. 꽤 오랜 시간 팬들과 눈을 맞추고 고마움을 전하면서, 그들이 공연장에 와서 최상의 경험을 가져갈 수 있게 공들이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파미: 알린은 나한테 일종의 로드모델 같은 존재다. 오빠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내가 배우려고 노력하는 부분 중 하나다. 늘 프로페셔널하고, 무대 위에서 놀 줄 알고, 그만의 라이브 맛이 확실하다. 게다가 평소엔 아주 침착하고 스윗하다. 보컬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스튜디오 음원 버전이랑 똑같다… 아니, 솔직히 라이브가 훨씬 더 좋다.

제임스 알린 & 파미 인터뷰: 태국 인디 팝이 한국에 닿기까지

방콕, 푸켓부터 런던, 서울에 이르기까지 도시마다 고유의 에너지가 있을 텐데, 이번 서울의 무대는 어땠나?

제임스 알린: 뜨거운 에너지와 따뜻함이 기가 막히게 조화된 무대였다. 관객들이 현장을 완전 라이브한 기운으로 가득 채워줬는데,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안늑하고 편안한 느낌도 줬다. 무대 위에 서 있는 내내 전율이 느껴지면서도,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을 동시에 받았다.

파미: 맞다. 도시마다 방출하는 에너지가 확실히 다르다. 사실 서울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무대가 그리 크지 않았고 아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편안한 동네 공연 느낌이었다 (웃음). 하지만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나한테도 진짜 한국 팬들이 생겼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아서 놀랐다. 어떤 팬분이 “I LOVE YOUUUU” 하고 소리를 질러줬는데 순간 심쿵했다 (웃음).

이번 내한 공연의 타이틀은 ‘Spot the GIG’였다. 한국 관객들에게 이번 공연이 하나의 잊지 못할 ‘스팟’이 되었듯, 당신들 인생에서 누군가의 라이브를 보고 “아, 나도 내 음악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게 된 찰나의 순간이 있었나?

제임스 알린: 어릴 때 그린데이 라이브를 직관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본 공연 중 가장 미친 에너지를 뿜어낸 쇼였다. 무대를 씹어 먹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확신했다. ‘나도 라이브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이런 날것의 전율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

파미: 나는 그레이시 에이브러머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인 것 같다. 현장에서 직접 보진 못했지만 유튜브 라이브 영상을 찾아봤는데, 특유의 소탈하면서도 아름다운 아우라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녀의 노래가 내 마음을 아주 깊게 건드렸다. 그 순간부터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 앞에서 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제임스 알린 & 파미 인터뷰: 태국 인디 팝이 한국에 닿기까지

페스티벌 무대와 달리, 이번 스탠딩 홀은 관객의 숨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밀도가 높았다. 이런 물리적 거리가 무대 위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제임스 알린: 관객과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너무 사랑한다. 모두의 얼굴과 표정을 선명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자극이 된다. 그렇게 필터 없이 바로 전달되는 교감이 공연 내내 도파민을 솟구치게 만들었다. 단순히 쇼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 공간에서 다 같이 거대한 순간을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파미: 노래하는 동안 관객들 얼굴이 너무 잘 보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차올랐다. 관객들의 감정이 훤히 보였다. 모두가 나를 보며 웃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노래 중간중간 멘트를 할 때는 무대가 아니라 내 방 거실에 친구들과 모여 앉아 수다 떠는 기분이었다. 팬들의 에너지가 내 안에 있는 최고의 모습들을 끄집어내 준다.

HYBS의 대성공 이후 솔로 아티스트로서 첫 행보를 시작했을 때, 기대감과 부담감 사이에서 스스로를 움직이게 한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이었나?

제임스 알린: 솔직히 말해 팬들이 보내주는 진한 사랑, 그리고 무대 위에서 그 특유의 특별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다시 나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게 나를 계속 웃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 가장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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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작업을 하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가장 매서운 질문은 무엇인가?

제임스 알린: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이게 진짜 나다운 음악인가, 아니면 그저 안주하고 익숙한 대로 가는 건가?’ 로맨틱하고 그루비한 텍스처를 유지하는 건 사실 나한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정형화된 공식을 복제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100%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는지는 항상 경계하며 작업한다.

솔로 트랙들 외에도, HYBS 시절의 아이코닉한 트랙들을 선보였다. 과거의 명곡들을 혼자 무대에서 부를 때 느껴지는 감정이나 의미의 변화가 있나?

제임스 알린: 투어 중에 그 노래들을 부르면 몽글몽글한 추억들이 피어오른다. 특히 HYBS로 처음 방문했던 도시들에 다시 서면 더욱 그렇다. 관객들이 그때만큼이나 목청껏 떼창을 해줄 때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트랙들이 여전히 모두에게 이렇게 큰 의미로 남아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은 순수한 환희 그 자체다.

신곡 ‘all in’은 미련해 보일지라도 사랑을 선택하는, 자기객관화가 확실한 인물을 그린다. 삶이나 음악에 있어서, 결과를 알 수 없음에도 망설임 없이 모든 걸 내던지는 순간이 있나?

파미: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가 바로 ‘올인’이다. ‘파미’라는 아티스트로서 음악이라는 꿈을 좇는 것에 내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 요즘 세상엔 매일 수많은 신인 뮤지션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나. 대중에게 각인되거나 눈에 띄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 엄청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만족스러우니까. 그런데 감사하게도 나를 알아봐 주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태국을 넘어 해외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건 상상 그 이상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 기회를 절대로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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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ty dirty’가 한국 리스너들 사이에서 바이럴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방에서 혼자 작업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곡을 한국의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떼창하는 모습을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파미: 발매된 지 1년 반밖에 안 된 곡인데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 ‘아기’ 같은 곡이라 더 기쁘다. 세상에 나올 때부터 애지중지했던 노래인데, 다른 사람들도 이 곡을 사랑해 주는 걸 보는 건 세상에서 가장 최고의 기분이다. 관객들이 다 같이 따라 불러줄 때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언어의 장벽 따위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걸 느꼈다.

한국 리스너들은 태국 인디 팝 특유의 세련되면서도 아련한 텍스처에 깊게 매료되어 있다. 씬의 중심에 있는 아티스트로서, 이 고유의 결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제임스 알린: 우리의 로컬한 오리진이 아주 쿨하게 믹스된 결과라고 본다. 태국 전통 음악과 로컬 사운드를 듣고 자라난 배경에,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을 제약 없이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독보적인 음악적 팔레트가 완성된 것 같다.

파미: 우선 한국 팬들이 태국 인디 씬을 지지해 줘서 너무 기쁘다. 지리적으로 멀지 않기도 하고, 사실 태국 사람들은 항상 한국 음악 씬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류하는 관계랄까. 어떻게든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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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 콘서트 세트리스트 중, 가장 공들여 준비했거나 관객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워서 기억에 남는 트랙을 하나 꼽는다면?

제임스 알린: 모든 트랙의 합주에 영혼을 갈아 넣었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My Friend’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곡이라 라이브로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완성도를 딱 맞춰 끌어올리고 싶었다. 현장에서 터져 나온 관객들의 에너지를 보며 피땀 흘린 보람을 느꼈다.

파미: 관객 반응만 놓고 보면 내가 부른 모든 곡이라고 하고 싶다. 다들 너무 잘 놀아줬으니까! (웃음) 하지만 호텔로 돌아와 인스타그램 스토리 태그를 확인해 보니 ‘let it out’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것 같다. 피아노를 직접 치면서 불렀던 유일한 곡이자, 그런 스타일의 퍼포먼스는 처음 보여준 거였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건, 한국에서는 내 앨범 <puffette>보다 EP <out of nowhere>의 인기가 더 높다는 점이었다. 진짜 뜻밖이었지만, 나의 내추럴한 포크 감성을 좋아해 줘서 너무 행복했다.

서울 공연의 막이 내렸다. 한국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음악으로 다시 찾아올 계획인가?

제임스 알린: 모두가 따뜻한 위로와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갔길 바란다. 친한 친구와 가슴 깊은 대화를 나누고 한바탕 목청껏 노래 부르며 춤추다 간 기분이었으면 좋겠다. 내 음악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밝게 만들어 주었다면, 나는 내 할 일을 다 한 거다.

파미: 팬들이 나와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느끼고, 이전보다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알게 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대 위에서 내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그 진심과 내가 느꼈던 행복이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길 바란다. 앞으로도 내가 사랑하는 음악, 내 솔직한 감정을 담은 트랙들을 계속 써 내려갈 생각이다. 들으시는 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받게 하고 싶다. 조만간 한국에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 다음번엔 진심으로 더 미쳐 놀 수 있을 거다. 이번 무대도 미쳤었지만, 다음엔 더 큰 에너지, 더 많은 눈물과 웃음, 그리고 함성으로 가득할 테니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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