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야 인터뷰: 비우고 지워 I move my feet
“맘대로 해 but I donʼt wanna buy it.”
김심야 인터뷰: 비우고 지워 I move my feet
“맘대로 해 but I donʼt wanna buy it.”
정말 오랜만의 음악이자 만남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평안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평안을 말했지만 앨범 작업 과정이나 근황을 보면 여전히 고민이 많아 보인다. 과거엔 악플러를 보면 “찾아가서 죽인다” 주의였지만, 요샌 상처받고 ‘직업을 잘못 골랐나’ 자책도 한다고. 멘탈 방어막이 얇아진 상황에서 평안을 찾기 위한 김심야만의 생존법이 궁금하다.
모기 물린 곳은 긁지 않는 것이 가장 빨리 낫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긁지 않고 참아내는 고행인 셈인데. “과거엔 리스너들과 싸웠다면 지금은 석가와 싸운다”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인지, 그 고행의 과정에 대해 더 들어보고 싶다.
석가와의 언쟁은 결국 나 자신과의 언쟁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맞서면서 성장하고 비워내는 것 같다. 다만 명상을 하고 석가의 철학을 실생활에 옮기는 것이 굉장히 평안하고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에고와 싸우고 선입견과 싸우고 과하게 부정적이며 현혹되기 쉬운 사상들과 싸우다 보면 이걸 왜 고행이라고 이야기하는지 알 것도 같다.
석가의 철학을 공부하고 에고를 비워내다 보면, 래퍼로서 가사를 쓸 때 엄청난 자기 검열이 올 수밖에 없다. 예를들면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원하는 것도 원해서는 안 된다” 같은 가르침과 힙합이라는 장르 사이의 인지 부조화를 어떻게 극복했나?
확실히 석가의 철학을 공부한 이후로 가사가 잘 안 나온다. 이것 또한 거스르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가사를 줄여도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다.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과거에 썼던 가사들을 많이 가져다 썼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신보다. 앨범 공개 전 박찬경 감독과의 26분짜리 아트필름을 선공개했으나 막상 정규 음원은 영상 속 음악과 달랐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이러한 파격적인 구성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정규 음원은 음악을 비교적 가볍게 소비하는 분들을 위하였고 뮤직비디오에 쓰인 음원에서는 조금 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했다.
박찬경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 앨범의 불교적 세계관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두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나?
회사를 통해 처음 감독님의 존재를 알게 됐다. 감독님의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함께 작업하게 된다면 정말 멋진 게 나올 것 같았고 불교에 관련된 작업들도 해오신 점에서 이번 앨범을 잘 해석해 주실 거라고 믿었다. 영상의 초안을 받았을 때 거의 완성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기에 저는 그저 감독님과 회사의 방향을 신뢰하며 공개되는 날만 기다렸던 것 같다.
아트필름과 음악을 작업하며 두려움은 없었나? 과거 프리다이빙을 배우며 “내려갈 때 숨의 50%를 남겨둬야 올라올 수 있다”고 했는데.
그보다 오히려 내가 너무 대중적인 사람이 되면 어쩌나를 더 걱정하는 것 같다.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여가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시스템에 대한 분노나 질문이 줄어드는 것 같다. 다만 내 앞에 놓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순응하는 것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성에 대한 경계 때문인지 어느 정도의 타협을 인정하기도 했다. 10년 전의 김심야가 지금의 김심야를 본다면 뭐라고 했을까?
아마도 “너는 글렀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릴 적 원했던 힙합의 3대 요소(돈, 명예, 여자)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It’s That> 속 “Your money stinks like downy”라는 라인은 과거의 자신을 향한 자조인가?
돈 주고 멋 사서 본인의 예술성을 세탁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가사였던 것 같다.
가치관이 유해진 지금, 한국어와 영어를 배치하는 발음이나 단어 선택의 기준도 달라졌나.
내용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지만 기준은 비슷하다.
가사 내용 중 첫 곡 ‘Me Life & Nothing Else’은 내 삶,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라는 비움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 곡 ‘Keep Counting’에선 끊임없이 계산을 한다. 이 수미상관 구조가 곧 본인이 느끼는 삶의 아이러니인가?
‘Keep Counting’은 계산적이고자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쓴 곡이다. 비록 비관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해석했지만 이 세상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만을 앞세워 미움을 키우기보다는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이틀곡 ‘Keep Counting’의 “Ticking never stops, you running out of time”이라는 가사처럼 시간에 대한 조급함도 느껴진다. 해탈을 추구하면서도 시간에 쫓기는 건, 결국 아직 이뤄내야 할 세속적 목표가 남아있나?
수명이 한정되어 있으니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면 죽음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교 경전을 읽으면서도 돈이나 명예욕이 없으면 삶의 엔진이 안 굴러간다고 했고, 항상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엔 어떤 음악이 돈을 많이 벌어다 줄 것 같나.
어떤 음악이 돈을 벌어다 주느냐는 저에게 중요하지는 않다.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가 줄 수 있을까가 궁금하다.
타이틀곡 가사 중 “멋진 것은 안 멋져 다시 멋져”처럼 트렌드가 순환하듯, 김심야가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멋 기준은 무엇인지, 지금 한국 힙합 씬에서 가장 안 멋진 행동을 꼽아달라.
현재 한국 힙합 씬을 잘 몰라서 감히 넘겨짚기가 망설여지긴 한다. 씬을 떠나 아티스트로써 멋지지 않은 것은 본인의 작업에서 본인을 찾을 수 없을 때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작업에서 본인을 찾아가는 과정 중, 스스로의 힘 외에 어떤 영감이나 외부의 힘에 의존한다고 느낄 때가 있나?
가사를 쓸 때 결국 나라는 사람이 드러나기 때문에 자신이 평소에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지가 전부 외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김심야의 가장 날것의 본성은 무엇인지. 20대 때 증명하려 했던 남성성과 자존심을 내려놓은 지금의 모습이 궁금하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발견한 것은 나의 나태다. 매사가 귀찮다. 열심히 하기 위해 제가 아끼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행복을 위해 움직인다.
앞으로 10년 뒤 김심야의 음악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10년 뒤에도 항상 나에게 집중하며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