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육상 경기 연맹, 마라톤 신기록을 깬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조사 착수한다
마라톤 2시간의 벽을 깼던 바로 그 신발.

국제 육상 경기 연맹(이하 IAAF)이 올해 초 나이키가 출시한 러닝화 ‘줌 엑스 베이퍼플라이’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다. IAAF가 이번 조사에 착수한 이유는 프로 마라톤 선수들이 ‘특정 선수가 특정 브랜드의 신발을 착용함으로써 부당한 혜택을 얻는 것’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줌 엑스 베이퍼플라이 발매 당시 ‘신기록을 깨는 레이싱 슈즈’라는 문구를 내세웠는데, 실제로 해당 신발을 착용한 선수들이 세계 신기록을 연이어 수립하면서 논쟁이 일게 된 것이다.
베이퍼플라이의 미드솔에는 탄소섬유판이 박혀 있는데, 이 섬유판는 일종의 스프링 역할을 해 기존 러닝화보다 13% 가량 내딛는 힘을 높여준다. 스포츠 과학자 로스 터커에 따르면 여러 명의 선수가 똑같은 코스를 뛴다고 가정했을 때, 일반 러닝화를 착용한 선수가 평지를 뛰는 것이라면, 베이퍼플라이를 착용한 선수는 1%에서 1.5% 경사진 내리막길을 뛰는 것과 같다고 한다. 또한 베이퍼플라이 앞부분과 뒷부분의 높이 차이는 9mm인데, 이는 주자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수치다.
최근 마라톤 2시간의 벽을 깬 엘리우드 킵초게가 해당 기록을 세웠을 때 착용한 신발은 나이키가 특수 제작한 베이퍼플라이 프로토타입이다. 그 다음날 브리짓 코스게이가 마라톤 여자 세계 신기록을 수립할 때 신었던 신발 또한 베이퍼플라이였다. 이에 IAAF는 베이퍼플레이 관련 기술 도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무팀을 꾸렸다는 소식을 <THE TIMES>를 통해 전했다.
줌 엑스 베이퍼플라이와 비슷한 기술 도핑 논란 사례로는 스피도의 전신 수영복이 있다. 1998년 수영복 브랜드 스피도는 수중 저항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폴리우레탄 소재의 전신 수영복을 개발했는데, 이 수영복 때문에 2008년 한 해에만 무려 108개의 세계 신기록이 쏟아졌다. 이후 전신 수영복으로 인한 비난이 커지자 세계수영연맹은 2010년부터 전신 수영복을 국제대회에서 퇴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