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주목해야 할 국내 뮤지션 10명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둔 김심야부터 넷 갈라, 불고기디스코, 이도이까지.
Adios 2019, Hola 2020. 이제 조금 늦은 인사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보여줄 게 많은 뮤지션들에게는 새로운 해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2020년에 주목해야 할 해외 여성 뮤지션 10명에 이어, 이번에는 국내에서 올 한 해 크게 활약할 뮤지션 10명을 선정했다. 순서는 가나다순이다.
Kim Ximya
2020년에 김심야를 주목할 뮤지션이라고 소개하는 건 ‘뒷북’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이센스의 첫 음반 <The Anecdote>의 유일한 피처링, 프랭크와의 듀오 그룹 XXX 등, 한국 힙합 팬이라면 누구나 다 알 만한 커리어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를 지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얼마 전 김심야의 첫 솔로 앨범의 실마리가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김심야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05 WORK ORDER>에 수록될 뻔한 곡들을 살짝 들려주었는데, 이 곡들의 퀄리티가 상당했다. 앨범 발매가 미뤄지지만 않는다면, <05 WORK ORDER>는 한국 힙합 팬들에게 올 한 해 가장 인상 깊은 앨범으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
Net Gala
넷 갈라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Net gala for Internet Losers’라고 소개한다. 그의 이름에서 멧 갈라가 떠오르는 점에서 이 소개는 마치 ‘인터넷 루저들을 위한 축제’처럼 읽힌다. 넷 갈라는 지난 몇 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DJ, 파티 프로모터 등으로 활동해왔다. 그런 그가 음악가로 발을 내디딘 건 2019년 5월 첫 EP <re:FLEX*ion>을 발매하면서부터다. 이 앨범에서 넷 갈라는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의 요소를 거칠고 날이 서 있는 사운드 디자인으로 표현한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 앨범을 만들 때 화가 많이 났었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경험과 감정이 사운드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넷 갈라는 이 EP를 발매한 당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bela
벨라는 이 리스트에 수록된 열 명 중 가장 덜 알려진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국내외로 다양한 아티스트와 매체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소위 말하는 씬이 사랑하는 뮤지션이다. 벨라의 음악은 소위 디컨스트럭티드 클럽이라 불리는 장르부터 테크노, 트랜스, 하드코어, 개버 등 다양한 스타일을 넘나든다. 아쉬운 점이라면 아직 공개된 음악이 많지 않다는 것이지만, 올해 새로운 EP를 발매할 것이라고 하니 그 아쉬움도 곧 해소될 예정이다. 벨라는 앞서 소개한 넷 갈라와 ‘Womena World’라는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확인해보자.
MIXXXD BY
믹스드 바이는 예리, 프레뮤즈가 손을 잡고 만든 프로젝트팀이다. 음악과 영상을 아우르는 이 프로젝트팀은 뮤지션의 음악에 아티스트가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믹스드 바이는 조금 다르다. 둘의 작업은 어느 한 명이라도 빠질 경우 성립되지 않을 만큼 유기적이다. 이는 음악이 아닌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리는 무대 위의 음악을 책임지고, 프레뮤즈는 브이제잉을 통해 믹스드 바이의 무대를 완성한다.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영상들은 믹스드 바이의 유튜브에 존재한다. 믹스드 바이의 결과물들을 21세기의 포스트-인터넷 아트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믹스드 바이는 최근 일러스트레이터 코코가 합류하며 또 다른 믹스의 준비를 마쳤다.
BULGOGIDISCO
작년 인디록 씬에 까데호가 있었다면, 올해는 불고기디스코가 있다. 칵스의 이현송, 블락스의 김형균, 향니의 이준규, 댐선의 김동현이 만든 이 밴드는 첫 싱글 ‘가을이 왔어’를 시작으로 흥겨운 디스코 사운드를 무대 위로 끌고 왔다. 이후 엔지니어 허정욱이 멤버로 합류하고 발매한 <BULGOG!D!SCO>에서 밴드의 정체성은 더욱 명확해졌다. 이들은 7~80년대 디스코 사운드를 토대로 음반을 만들면서도, 펑크나 얼터너티브 록 등 자신들이 지금껏 해온 음악을 놓지 않는다. 전자의 경우 ‘춤추자’나 ‘잊은줄 알았는데’를, 후자의 경우는 ‘F5’를 들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밴드가 기대되는 건 모두가 뛰어난 연주자라는 점. 2020년에는 더 많은 무대에서 불고기디스코의 연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Salamanda
살라만다는 예츠비와 우만 서마의 엠비언트 프로젝트 팀이다. 이 프로젝트 안에서 우만 서마는 살라를, 예츠비는 만다를 담당한다. 이들의 음악은 명확히 엠비언트 장르를 겨냥한다. 실제로 토탈 유니티에서 발매된 첫 EP <Our Lair>의 소개글에는 ‘살라만다는 우만과 예츠비의 엠비언트 프로듀싱 그룹이다’라는 설명이 있다. 작년 한 해 유럽에서 엠비언트가 주요 장르로 떠오른 만큼, 이들도 그 흐름을 따라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Our Lair>의 수록곡들에는 살라만다만의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Our Lair>는 최소한의 악기만으로 다양한 질감을 표현한다. 동시에 엠비언트 음악의 장벽 중 하나인 어려움 또한 재기발랄한 사운드로 해결한다. 클럽과 그 바깥의 사이에 위치한 살라만다는 올해 첫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다.
wnjn
음악계에는 경력자와 신인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다. 원진은 정말 좋은 예다. 음원 사이트에서 원진을 검색하면 ‘설렘’과 ‘xy’ 두 곡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2017년 케이블타이의 보컬로 이미 리스너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솔로 곡인 ‘설렘’ 역시 네오 소울풍의 멋진 곡이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접한 사람들은 보다 활발한 활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그는 이번에 바밍 타이거의 새로운 멤버로 합류하며 2020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얼마 전 공개된 바밍 타이거의 ‘Kolo Kolo’에서 그의 목소리를 확인해보자.
YUZION
2020년 1월, 영앤리치 레코즈와 계약한 유시온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는 없을 듯하다. 첫 앨범 <Young Trapper>를 시작으로, 싱글 ‘UNSTABLE’을 발표하며 유시온은 한국 힙합의 새로운 얼굴로 빠르게 떠올랐다. <Young Trapper>가 릴 야티의 버블검 트랩이나 도쿄의 엘르 테레사를 연상케 하는 앨범이었다면, ‘UNSTABLE’은 좀 더 이모 힙합의 영향을 드러낸 곡이었다. 이렇듯 유시온은 최근 힙합의 유행을 빠르게 흡수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은 ‘Look At Me!!’ 속 “Young trapper, look at me 내가 원하는 건 저기 하늘 위”라는 가사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이도이
이도이의 가능성을 점칠 만한 곡은 많지 않다. 사실 지금 찾을 수 있는 것만으로는 ‘요즘 기분이 안좋아서 미안해’ 한 곡뿐이다. 하지만 이 곡만으로 충분하다. 이도이는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과 함께 이별 혹은 그 직전에 놓인 사람의 감정을 일상적인 소재들로 풀어낸다. “문자에 왜 하트가 없어”만큼 쉽고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표현을 또 찾을 수 있을까. 비록 아직 많은 결과물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대되는 아티스트다.
최가은
최가은의 음악은 독특하다. 알앤비가 기저에 깔려 있으면서도 전자음악의 색이 뚜렷하다. 그의 첫 EP <The Life, The Love>는 앞서 말한 두 장르를 기반으로 최가은의 감정을 풀어낸다. 가장 가까운 아티스트와 음반을 꼽으라면 뱅크스의 <III>를 이야기하고 싶다. 사운드와 보컬의 유기성을 중시하는 독자라면 이 음반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실제로 최가은이 작년 싱글로 발표한 ‘Thinking About You’는 해외에서 약 10만이 넘는 재생수를 기록하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