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3일차 - 추석 연휴부터 주말까지 이어보기 제격인 드라마 시리즈 6
잘 고른 작품 하나, 열 명절 특선 영화 안 부럽다.
추석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래줄 이틀 간의 주말 휴일. 날을 새며 에피소드 하나 하나 곱씹기에 최적인, 방학같은 황금 휴일에는 역시 잘 고른 시리즈 하나를 시작하는 것이 묘미다. <하입비스트> 에디터들이 이를 위해 3일이면 충분히 정주행이 가능한 시리즈 6가지를 한데 모았다. 믿고 보는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미세스 아메리카>부터 미국 대중문화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스타트렉>, 마피아 시대극인 <피키 블라인더스>, 온갖 자극적 요소가 한데 똘똘 뭉친 <더 폴리티션>까지, 취향따라 골라보면 좋겠다.
<미세스 아메리카>
<미세스 아메리카>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여성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에서 말하는 여성의 권리는 평등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특권’을 뜻하는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여성’답게, ‘아내’답게를 강조하며 남편과 가정의 보호 안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삶을 말한다.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필리스 슐리플리는 1970년대 ‘성평등 헌법수정안(이하 ERA)’ 비준 승인을 물거품으로 만든 인물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차별 받은 적 없다”라고 말하며 법안 통과 반대에 나섰는데, 이게 아이러니한 것은 여성이기 때문에 좁은 입지, 독립적인 경제력의 부재 등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권력을 위해 차별을 교묘하게 이용한 인물과 진정한 평등을 두려워하게 만든 사회적 상황. 복잡하게 얽힌 여러 시대적 배경은 비단 1970년대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닌 현재와 맞닿아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쟁점이기도 하다. 김수빈 시니어 에디터
<황제의 딸>
연휴 사흘째인데 아직 뒤로 이틀이 더 남아 있다니 이것은 축복에 비할 만하다.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이렇게 긴 정주행 시간이 확보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컴퓨터나 TV 앞에 하루 종일 앉아 있을 각오라면 드라마 한 시즌은 겨우 한나절에 끝날 뿐, 대하사극 정도는 되어야 3일을 너끈히 무한으로 즐길 수 있다. 미드, 영드, 일드 모두 볼 만큼 본 사람이라면 중드에도 도전해보자. 첫 시작에서 클래식을 선택하는 건 언제나 옳은 일이고, 중드 클래식 하면 물론 <황제의 딸>이다. 1998년작이니 너무 까마득한 옛날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렴풋이 경인방송에서 틀어주던 이 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50%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한 명작인 만큼 재미 하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내에서는 기존 캐스팅이 유지된 시즌 1과 시즌 2가 서비스 중인데, 도합 72부작인 만큼 3일 밤낮을 하드코어하게 주행해도 충분하다. 최용환 에디터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스타워즈>와 더불어 미국 대중문화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스타트렉>은 그 많은 양에 압도되어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번 추석 연휴에 <스타트렉: 디스커버리>를 몰아보는 건 어떨까. 두 시즌이라는 적당한 양과 스타일리시한 전투 신, 곳곳에 숨어있는 원작에 대한 오마주 등 <스타트렉>에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가득 들어있다. 넓디넓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페이스 오페라가 취향에 맞는다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빨려 들어갈 것이다. <스타트렉> 원작과는 조금 다른 어두운 분위기와 전투 연출 방식, 극 전개 등은 오히려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오는 10월 15일부터 시즌 3도 방영되니 정주행 타이밍도 걸맞다. 부족하다면 넷플릭스에는 <스타트렉> 리부트 시리즈와 과거 TV 판도 잔뜩 있다. 그렇게 다들 ‘트레키’가 되어가는 거다. 심은보 에디터
<피키 블라인더스>
‘킬리언 머피와 톰 하디가 함께 출연하는 마피아 시대극’이라는 사실만으로 <피키 블라인더스>는 적잖은 사람들에게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한 작품이 될 듯 싶다. 작품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의 영국 버밍엄. 집시 출생의 셸비 가문 사람들은 버밍엄를 주름잡는 동네 마피아에 불과했지만, 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토마스 쉘비를 중심으로 런던을 물론 버킹엄 궁전까지 세력을 확장시켜나간다. 버밍엄 사투리를 장착한 배우들이 잘 제단된 영국식 수트를 입고 등장하는 장면은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4를 강력 추천하는데, 애드리언 브로디가 연기한 이탈리아 마피아들과의 대결은 보는 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현재 전 시즌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한 시즌 당 여섯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장시간 정주행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주현욱 어소시에이트 에디터
<더 폴리티션>
온갖 매운맛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다면 <더 폴리티션>을 추천한다. 재벌, 하이틴, 정치가 한데 섞인 <더 폴리티션>은 매 에피소드마다 입을 틀어막게 하는 엔딩으로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정주행하게 된다. 주인공 페이튼 호바트는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첫 정치 커리어인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등학생끼리 하는 선거인데 맵다면 얼마나 매워?’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치 필수품인 회유, 모함, 정보전 등이 모두 담겼기에 정치판과 똑같이 치열하고 비열하다. 페이튼이 정치계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험난하고 맵고 막장이지만, 사랑과 교훈도 살짝 가미됐으니 정주행할 가치가 충분한 드라마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면 드라마 내내 화려한 프레피 룩이 등장해 당신의 물욕을 상승시킬 수도 있다. 이주희 소셜 미디어 코디네이터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범죄와는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과거에 저지른 실수로 인해 하루 아침에 교도소에 수감된다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과거의 실수로 인해 어느날 갑자기 15개월의 감옥살이를 하게 된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회를 거듭하다보면 주인공은 사실 조연이 아닌 가싶을 정도로 수많은 사연을 가진 수감자들이 등장 하는데, 교도소라는 거칠고 생소한 공간 속에서 그들이 얽히고 섞여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어떤 때는 매우 진지하고 무거우며, 어떤 때는 시트콤을 보는 것 처럼 유쾌하다. 사랑과 갈등, 권력다툼,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과 그 속에서 만나는 작은 행복 등 철창 안의 삶은 결국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는걸 담담히 보여 준다. 정승훈 에디토리얼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