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패션 커뮤니티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동물의 숲’ 내 스트리트스냅이 유행하고 있다.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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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되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중에서도 때마침 출시된 닌텐도스위치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두고 벌어지는 현상은 하나의 신드롬을 방불케 한다. 모두가 물리적으로 고립된 지금,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제공하는 친근한 가상 세계는 친구 혹은 가족과 연결될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데 인기의 이유가 있다.

한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또다른 인기 요인은 어떠한 목표도, 폭력도, 정치도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를 받을 요인이 전혀 없다. 플레이어들은 그저 사냥, 낚시, 채집 등으로 생활을 영위하며 가구 제작, 여행 등의 취미생활을 즐긴다. 이는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로 이어지는데 플레이어들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제공하는 ‘프로 디자인’ 기능을 통해 그들만의 의상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가상 세계 신드롬은 소셜 미디어로 번졌다. 홍콩을 기반으로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이자 시각 예술가 카라 정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이같은 유행에 주목하고 일찌감치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자랑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지 @animalcrossingfashionarchive를 개설했다. @animalcrossingfashionarchive은 전세계에서 도착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유저들의 선별된 ‘데일리룩’을 태그와 함께 포스트한다. 유저들의 캐릭터가 입은 브랜드는 슈프림, 캑터스 플랜트 플리 마켓, 비즈빔, 샤넬, 스투시 등. @animalcrossingfashionarchive은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속 스트리트스타일의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하입비스트>는 @animalcrossingfashionarchive의 카라 정에게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바탕으로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한 ‘설정 샷’을 부탁했다. 그리고 왜 지금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화제인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게임은 어떤 이점을 제공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나 제약 없이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고, 그를 통해 개성을 확립하게 된다.”

언제 처음 게임을 접했나?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당신의 예술 작업에 영향을 미쳤나?

나의 첫 예술적 경험은 엄격한 피아노 레슨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클래식 음악만을 강요했는데 당시 유행하던 게임 <파이널 판타지>,  <젤다의 전설>, <드래곤 워리어> 시리즈의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 노부오 우에마츠, 요코 시마무라 등 일본 게임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사람들의 음악과 디자인은 내 시청각 어휘를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파이널 판타지 5>의 평행 우주 세계관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어쩌다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됐을까? 그 게임이 지금의 자가 격리 상황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나?

실제 세계에서 옷의 역할이란 의도적인 레어어를 통해 저마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당신의 재킷은 게임 속에서 일종의 전설의 갑옷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패션은 곧 게임 속 갑옷이고, 갑옷은 능력에 따라 얻게 되는 보상이다. 하지만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는 그런 ‘능력치’가 무효하다. 누구나 제약 없이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고, 그를 통해 개성을 얻으며 나아가 가상 세계 속 사람들과 섞이며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한편, 1990년대 게임과 유사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캐릭터 디자인은 내 또래의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인스타그램 패션 아카이브 페이지는 언제, 어떤 생각으로 시작됐나?

여느 패션 포토그래퍼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처럼, 게임 내 사진작가로 활동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때마침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고 동시에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출시됐다. 지금 <하입비스트>와의 이 기획도 내게는 꽤나 큰 도전이자 전환점과 같은 사건이다. 우선 나와 함께 일하는 패션, 음악, 미디어, 디자인 분야의 지인들을 게임 내로 불러모았고 몇몇 단체 사진을 패션 화보처럼 기획했다. 흥미로운 경험이다.

당신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게시된 유저들 중 기억나는 것이 있나?

브랜드 포춘 W.W.D의 아트 디렉터 아라네타 이사이는 자신의 첫 패션 위크 데뷔 무대가 취소되는 가운데 온라인 컬렉션을 진행했다. 디자이너 칼 얀 크루즈는 포토그래퍼 렌조 나바로 및 디렉터 사이먼 테와 함께 자신의 작품들을 담은 가상 캠페인 비디오 전시장을 선보였다. TOQA의 일러스트레이터 니콜 콘셉시온은 브랜드의 리조트를 게임 내에 재현하기도 했다.

“게임이 과연 어떻게 물리적인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

<모여봐요 동물의 숲> 외 또 즐기는 게임은 없나?  

사실 친구들과는 <에이펙스 레전드>를 즐긴다. 50명이 플레이어가 한 데 모여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배틀로얄은 <모여봐여 동물의 숲>과 너무나 동떨어진 성격의 게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초유의 화두인 지금, 게임은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코지마 히데오는 세계 종말 후의 배달부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스 스트랜딩>을 출시했다. 게임은 적과 장애물을 헤치며 생존을 위한 아이템을 다른 캐릭터에게 운반하는 내용으로 사회적 고립이 화두인 지금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무엇보다 <데스 스트랜딩> 내 가장 희망적인 부분은 다른 유저들이 게임 내 곳곳에 남기고 간 희망과 격려의 표시들이다. 그것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이어 놓을 뿐만 아니라, 관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깨닫게 한다. 한편 레드불 음악 아카데미의 알럼 호르헤 위네케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마인크래프트> 플랫폼을 이용해 실제 예술가들과 함께 정교하게 코드화된 가상 라이브 공연을 펼쳐왔다. 그는 <마인크래프트>의 디지털 홈을 만들어 정기적인 파티를 열기도 한다. 또한 비앙카 카라그는 집단 치유와 웰빙을 바탕으로, 정신 및 정서를 치유하는 가상 테마파크, 프로젝트 범프 갤럭시를 운영하고 있다. 열거한 모든 것들은 게임이라는 기술이 어떻게 물리적인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로서, 당신은 현재의 상황이 음악, 미술, 패션 등의 콘첸츠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매일 인스타그램과 유투브를 통해 1분짜리 노래를 올리는 ‘사운드 스케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직접 비디오를 제작해 집에서 라이브로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기에 사람들이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많은 연락을 주고 받기를 희망한다. 또한 우리에게 이 공백 기간은 우리의 작품을 어떻게 디지털로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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