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1일차 - ‘하입비스트’ 에디터들의 킬링 타임용 영화 추천 6가지

2020년 추석은 코로나19 재유행의 분기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외출과 장거리 이동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무려 5일간의 휴일이 주어지는 황금 휴일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야하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나름의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추석 첫째 날을 위한 영화 추천 목록의 주제는 ‘킬링 타임’을 위한 작품.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하입비스트> 에디터들이 고른 만큼, 각 작품의 장르도, 또 관전 포인트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흥미로운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6개의 작품 중 첫 번째로 소개할 것은 메릴 스트립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줄리 앤 줄리아>다.

<줄리 앤 줄리아>

귀한 여유 시간, 특히 5일 연속으로 쉬는 올해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할 수 있는 한 평화롭게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이럴 땐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혹은 드라마 시리즈를 고를 때에도 재밌고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살펴본다. 그래서 고른 것이 <줄리 앤 줄리아>다. 발그스레한 볼과 달콤한 웃음소리, 그리고 버터 풍미를 연상시키는 부드럽고도 온기 넘치는 에너지. ‘이토록 사랑스러운 여인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줄리아 차일드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행복한 기운을 불어넣는 힘이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외교관인 남편과 함께 파리로 건너가 그야말로 먹는 즐거움을 즐기던 줄리아가 르꼬르동 블루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요리에 입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가 전설적 프렌치 셰프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과 뉴욕에 살고있는 요리 블로거 줄리가 그의 요리책에 담긴 5백24개의 레시피를 1년 안에 도전하는 장면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도전’이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이어지는 두 여성의 여정은 따뜻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지피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은 영화로 황금 휴일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김수빈 시니어 에디터

<뜨거운 녀석들>

기왕 시간을 죽인다면 양손에 총을 들고 난사해 죽이는 편을 선호한다 하는 사람은 <뜨거운 녀석들>을 찾아가자. 머리 아픈 일상을 잊어버릴 수 있을 강한 몰입력과 쉬지 않는 블랙 코미디, 액션 영화라면 필수불가결한 화려한 총격전, 자동차 추격전 그리고 반전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평소 <나쁜 녀석들> 시리즈나 <폭풍 속으로> 같은 버디 무비를 좋아한다면 등장 인물과도 취향이 딱 맞으니 더할 나위 없는 선택. 한적한 시골로 좌천된 유능한 엘리트 경찰 그리고 액션 영화에 로망을 품은 어설픈 시골 경찰의 만남은 뻔한 시작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주의깊게 모든 복선들을 확인한다면 그것을 깨알같이 회수해 나가는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역량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몰입 끝에 어느새 예상 못한 그림의 총격전을 마주하고 나면, 당신의 2시간은 이미 벌집이 된 채로 쓰러진 뒤다. 영국의 박력 넘치는 ‘아이스크림 맛’ 버디 무비가 맘에 들었다면, 같은 감독과 주연이 함께한 이른바 ‘코르네토 3부작’의 다른 두 작품까지 정주행해보기 바란다. 최용환 에디터

<장고: 분노의 추적자>

<장고: 분노의 추적자>가 생애 처음으로 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였다면 부끄러운 이야기일까. B급 성향이라는 타이틀, 폭력적인 구성, 그의 선곡을 향한 시네필들의 찬사 등 내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지 않았던 이유는 무수히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보게 된 이유도 사운드트랙 때문이었다. 우연히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듣게 되었고 음악이 영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그렇게 접한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절묘하게 비틀어 깎아내리는 구성, 원작 영화 <장고>를 향한 오마주, 제이미 폭스와 크리스토프 발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무엘 L. 잭슨의 열연까지 모든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원작 <장고>에서 장고 역할을 맡았던 프랑코 네로와 제이미 폭스가 장고(Django)의 ‘D’는 묵음이라고 주고받는 장면은 내 기억에 남은 영화 장면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이 영화 이후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을 보느라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모르겠으니 말 그대로 시간을 다 잡아먹은 작품인 셈이다. 심은보 에디터

<캡틴 필립스>

최근 유튜브 <가짜사나이>의 인기와 더불어 주목받게 된 이들이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부대로 손꼽히는 해군 특수전전단(이하 UDT)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 UDT의 가장 유명한 작전은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진행되었던 여명작전이다. 그러나 소말리아에서 대형 선박이 피랍되는 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영화 <캡팁 필립스>는 UDT의 모델이 된 미국 네이비 실이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리차드 필립스 선장을 구출했던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연은 ‘캡틴 전문 배우’, 톰 행크스. 영화 속 해적들은 놀라우리만치 진짜 해적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해당 배우들은 실제 소말리아 출신이라고 한다. 한편 <캡틴 필립스>는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6개 부분 후보에 올랐는데, 킬링 타임용으로 추천한 영화지만 단순히 킬링 타임에 그치지 않는 완성도 때문에 더욱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주현욱 어소시에이트 에디터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영화는 왜 하나의 결말로만 이루어졌을까? 하나의 이야기에서 다양한 결말을 보고 싶다면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에 주목하길 바란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블랙 미러>의 영화 판으로, <덩케르크>로 주목받은 핀 화이트헤드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건 시청자가 고른 선택지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라서 그런 것 만은 아니다. 게임 마니아라면 알만한 게임회사 아타리의 1982년작 <E.T>를 연상케하는 스토리와 <블랙 미러> 시리즈의 이스터에그까지 담겨있어 몇 번을 봐도 새로운 재미 요소가 발견된다. 영화는 당신의 선택에 따라 40분짜리 혹은 2시간짜리가 될 수도 있다. 엔딩의 수는 10~12가지로 추정되고 있으니, 이왕이면 모든 엔딩을 보는 건 어떨까? 이주희 소셜 미디어 코디네이터

<공각기동대>

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온 내게 2020년은 현재임과 동시에 먼 미래의 숫자 처럼 다가온다. 슈프림과 협업 했던 애니메이션 아키라 속 미래도시의 배경은 2020년 이었고, 놀랍게도 작중에서 도쿄 올림픽은 전염병으로 중단 되었다. 1995년 개봉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매트릭스>나 <블레이드 러너> 같은 사이버펑크 영화와 마찬가지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계의 이야기다. 스마트 워치와 고어텍스, VR 선글라스, 자율 주행 자동차까지 현재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최신 기술들이 25년 전 작품 속에서 태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영화 같은 카메라 앵글 속 모든 장면을 한 장 한 장 손으로 그려냈으며, 기술의 한계에 부딪힌 제작진이 상상으로 그려낸 특수 효과는 <제5원소>를 비롯한 수많은 SF 영화의 탄생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히사이시 조에 버금가는 콤비로 평가받는 단짝 음악 감독 카와이 켄지가 만든 기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도 몰입을 배가 시킨다. “기계도 영혼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흥미로운 주제와 함께, 영상미 자체만으로 바로 지금 2020년에 걸맞은 훌륭한 킬링타임 영화 중에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정승훈 에디토리얼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