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는 지난 2008년 싱글 앨범 <싸구려 커피>를 내놓은 이래 대한민국에서 대체불가능한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결성, 찰진 한국어 가사와 다채로운 록 사운드를 앞세운 그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특기할 만한 족적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장기하는 스스로 “장기하와 얼굴들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 자평한 앨범 <mono>를 끝으로 밴드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새 앨범에 관한 팬들의 기대가 쌓이는 동안 장기하는 패션쇼 런웨이에 모델로 서고, <무진기행>과 같은 한국 근현대 소설 오디오북에 낭독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렇게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은 내려두는가 싶었던 장기하가 4년 만에 솔로 앨범 <공중부양>을 들고 다시금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장기하는 스스로 이번 앨범에 대해 “뮤지션 장기하를 기다린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이자 자기소개서”라고 설명했다. 장기하는 그간 어떤 시간을 보내며 이번 앨범을 준비했을까? 또 앞으로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솔로 가수로서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장기하에게 그간 묵혀둔 질문들을 건네고 왔다.

앨범이 전부 완성되고 본인이 직접 감상했을 때, 개인적인 첫 소회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저는 제 앨범이 완성되고 나서 처음 들을 때 반응은 늘 똑같아요. ‘개쩐다’, ‘이건 명작이다’ 싶죠(웃음). 물론 그 뒤로 매일매일 생각이 달라지긴 해요. 지금도 그렇고요.

이번 앨범과 함께 서체 ‘기하’도 함께 공개하셨죠.

채희준 디자이너와 함께 만든 서체에요. 이번 앨범 소개서도 ‘기하’ 폰트로 작성했고요. 다음달부터는 서체 ‘기하’는 채희준 폰트샵을 통해서 정식 공개될 예정입니다.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에는 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 대목이 들어있죠. 이 협업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해요.

사실 이자람 누나는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요. 군대 시절에 이자람 누나의 <심청가>를 들으면서 정말 놀랐어요. 우리말의 확장성과 운유의 가능성이 정말 크다는 것을 느꼈고요. 실제로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는 국악에서 큰 영향을 받아 완성한 곡이에요.

참고로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는 제가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가사로 꼭 한번 쓰고 싶었어요. 이 문장을 쓰고, 두 번째 줄을 쓰려는 순간, 또 말하고 있더라고요.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솔로 앨범 작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점이 있다면요?

밴드 음악을 할 때와는 다른 사운드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실제로 다섯 곡 전부 베이스가 빠져있는데, 이건 저도 곡을 완성한 후에 알게 됐어요. 목소리도 무척 신경 썼죠. 제 정체성은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목소리를 먼저 녹음하고 그 위에 최소한의 소리만 요것저것 더하면서 완성했어요.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장기하는 어떤 장르에 속한 뮤지션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K-팝’이 맞겠네요. 저는 한국말로 노래를 하고, 한국 대중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니까요.

앞으로 협업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공중부양> 발매 하루 전날 윤석철 트리오 앨범이 나왔어요. 기가 막히게 좋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같이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난 <쇼미더머니 10>에서 제 ‘최애’ 래퍼였던 머드 더 스튜던트. 언젠가 같이 작업해보면 참 재밌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로 가수로서 첫 발걸음을 내디디셨는데 앞으로 장기하는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됐으면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오래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기억된다는 건 왠지 죽은 뒤의 일 같네요. ‘작든 크든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이다’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오는 3월 예정된 단독공연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3월 17일부터 총 8차례에 걸쳐 공연이 열립니다. 장소는 서울 용산에 있는 더줌아트센터이고요. 안무가 윤대륜, 디제이 디구루와 뭉쳤어요. 셋이서 한 땀 한 땀 만들다 보니, 공연은 음악과 움직임뿐 아니라 이야기와 침묵과 놀 거리가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갔습니다. 혹시나 기대하실까봐 그러는데, 공중부양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재밌을 거예요. 놀러 오세요. 오랜만에 얼굴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