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아시아의 패션 브랜드 7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까지.

패션 
5,840 Hypes

한국에선 국내와 일본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만, 유독 그 외의 아시아 국가들의 패션 디자이너들에 대해선 정보가 적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려 보면 아시아 출신이거나 아시아를 기반으로 근사한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이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하입비스트>가 당장 주목해야 할 아시아의 패션 브랜드 일곱 개를 모았다.

딕슨 림, 쿠알라룸푸르

Dickson Lim

종종 창의성은 제한적 환경에서 빛을 발하곤 한다. 말레이시아 태생의 디자이너, 딕슨 림의 경우에도 그렇다. 버질 아블로가 디자인한 수트를 살 돈이 부족해 이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 그는 지난 2020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런칭하기에 이르렀다. 딕슨 림의 정체성은 테일러링에 기반하고 있지만, 정작 그가 내놓는 제품들은 클래식한 남성복의 무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의 제품엔 중후한 뉴트럴 컬러보단 선명한 레드, 퍼플, 블루 컬러 등이 비중 있게 사용된다. 패턴 역시 신선하다. 라펠의 모양을 연상케 하는 컷아웃 디테일이나 여러 겹의 비대칭적인 레이어가 재킷을 구성한다. 턱 심이 반복적으로 들어가거나, 플리팅 디테일로 가득 채워진 팬츠처럼 ‘정도껏’을 모르는 듯한 과감함 또한 이 브랜드의 매력이다.

피기 스튜디오, 하노이

Figi Studio

하노이를 거점으로 하는 피기 스튜디오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아직 입점 매장이 없는 것은 물론, 미디어 노출도 전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지 스튜디오의 쿠튀르와 레디투웨어의 회색지대에 선 듯한 의류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부채의 주름을 연상시키는 나선형으로 접힌 데님 재킷처럼 익숙한 아이템을 재해석한 제품부터 튜닉을 닮은 드레이피한 탑까지, 모두 평범한 기성복 브랜드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임이 분명하다. 밑단에 손 모양 디테일을 달아 옷을 벗고 있는 과정을 연출한 후디나 여러 개의 스트랩을 꼬아 만든 눈이 달린 봄버 재킷을 비롯한 여러 위트 있는 아이템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윈도우젠, 상하이, 파리

WINDOWSEN

윈도우젠의 제품은 평범하지 않다. 어깨에 뾰족한 가시가 달린 후디, 피뢰침이 달린 듯한 금색 왕관, 여러 겹의 팬티를 뒤집어쓴 것처럼 보이는 가면 등, 모두 일상 속에서 편하게 입기엔 어려워 보이는 아이템이다. 대신 ‘보는 맛’이 일품인 윈도우젠의 옷은 화보나 강렬한 조명이 내리쬐는 스테이지 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실제로 다양한 패션 잡지 속 모델들은 물론, 블랙핑크뉴진스를 비롯한 한국의 여러 셀러브리티들도 윈도우젠의 제품을 착용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윈도우젠의 제품을 길거리보단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더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이유다. 2000년대의 컴퓨터 게임 화면을 연상케 하는 캠페인 영상과 특유의 과장된 무드가 돋보이는 아이템은 지금도 수많은 팬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햄커스, 광저우

Hamcus

많은 테크웨어 브랜드가 눈으로 보이는 기능적 디테일을 덜며, 고프코어 트렌드에 걸맞은 의류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햄커스는 시류를 따르는 대신, 묵묵히 복잡한 고기능성 의류를 선보인다. 그 뚝심의 원천은 브랜드 런칭 훨씬 이전에 만들어 둔 햄커스만의 확고한 세계관이다. 마치 하나의 공상과학 장르 게임처럼, 햄커스의 옷은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석 버클이 달린 푸퍼 재킷엔 얼음 행성에 거주하는 종족의 복장이라는 스토리를, 모래바람을 맞은 듯한 워싱이 들어간 점프수트엔 사막 행성의 고물 채집가 작업복이라는 설정을 부여하는 식이다. 더불어 가먼트 다잉 기법으로 완성한 오묘한 색감과 제품 곳곳에 달린 세심한 부자재는 햄커스가 트렌드와는 별개로 좋은 만듦새를 추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프로페서.E, 타이베이

Professor.E

타이베이 기반의 브랜드, 프로페서.E는 동서양의 미학이 어우러진 옷을 만든다. 그리고 그 영감은 옷의 전반적인 실루엣이 아닌,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린넨 팬츠엔 일본의 전통 패치워크인 ‘보로’ 디테일이 들어가며, 재킷은 비즈빔에서 영감을 받은 핸드 다잉 기법으로 완성된다. 한편 웨이스트코트엔 일정하지 않은 패턴으로 단추가 달리며, 셔츠의 밑단은 주로 거친 마감을 한다. 캐롤 크리스찬 포엘을 비롯한 유럽의 아티저널 브랜드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누구나 프로페서.E가 될 수 있다”라는 모토 하에 룩북 속 모든 모델에게 마틴 마르지엘라의 상징적인 마스크를 닮은 헤드피스를 씌워 얼굴을 가리는 점도 재밌는 특징이다.

노어블랙노어화이트, 뭄바이

NorBlack NorWhite

노어블랙노어화이트는 메이저 레이저의 히트곡, ‘Lean On’(2015)의 뮤직비디오 의상을 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인도의 전통 의상을 입고 몸을 휘젓는 메이저 레이저를 향한 관심이 이 브랜드로 옮겨 간 셈이다. 하지만 노어블랙노어화이트의 두 디렉터가 처음부터 인도의 전통 복식에 통달한 것은 아니었다. 일생을 캐나다에서 보냈다고 하니,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대신 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뭄바이에 정착했다. 그리고 인도의 전통 염색 기법인 ‘반하니’를 비롯한 전통 의상 제작 방식을 익히고, 몇 세대에 걸쳐 손으로 방직기를 돌리는 인도 곳곳의 장인들을 찾아 나섰다. 그 모든 노력의 결실은 노어블랙노어화이트가 내놓는 형형색색의 드레스와 셔츠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디스, 델리

Bodice

인도 델리에 둥지를 튼 브랜드, 보디스는 착용자의 입장에서 옷을 만든다.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리를 재해석한 드레스와 루즈한 핏의 팬츠 등엔 편안함을 고려한 다양한 디테일이 녹아들어 있다. 팬츠엔 둘레를 조절해 입을 수 있는 더블 버튼을, 찰랑거리는 플리츠 드레스엔 주머니를 다는 게 그 예시다. 그 밖에 보디스의 제품군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배색 스트라이프 디테일은 캐주얼웨어부터 스트리트웨어까지, 그 어떤 스타일에도 포인트를 더하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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