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디렉터 인터뷰: “우리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아니다”

노아 시티하우스 오픈을 기념해 브랜든과 에스텔 베일리 바벤지엔이 서울을 찾았다.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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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노아의 다섯 번째 단독 매장인 ‘노아 시티하우스’는 브랜드의 기반인 스케이트보드와 서핑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를 담고 있다. 벽에 걸린 다양한 스케이트보드 데크와 서프보드, 그리고 브랜드의 무드와 궤를 함께하는 각종 아트워크가 그 증거다. 일반적인 매장을 넘어선,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 세계 최초로 ‘노아 카페’를 품은 점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노아 시티하우스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노아 창립자, 브랜든 바벤지엔과 에스텔 베일리 바벤지엔을 <하입비스트>가 만났다.

하얗게 채색된 대문을 지나면 탁 트인 테라스와 긴 창문이 달린 카페가 보인다. 미국의 가정집을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의 해당 공간에선 다양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집처럼 편한 공간을 의도했다”라는 에스텔 베일리 바벤지엔의 말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긴 목재 식탁과 곳곳에 배치된 쿠션이 특히 눈에 띈다. 더불어 이곳에선 서울에서만 판매되는 노아 카페 전용 머천다이즈도 구매할 수 있다.

카페에서 시선을 돌리면, 노아의 무드를 담은 오브제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적을 모티브로 한 컬렉션을 출시한 바 있는 노아답게, 보물지도 형식의 뉴욕 지도, 돛단배 모형 등이 곳곳에 배치됐다. 그 밖엔 각종 빈티지 컬렉션이 공간을 장식했다. 실제로 판매되는 빈티지 바이닐과 아이웨어 컬렉션부터 과거에 발간된 <i-D>나 <더 페이스> 매거진, 그리고 빈티지 시계가 보관된 진열장까지, 모두 재미난 요소다.

한편 노아 시티하우스에선 환경을 고려한 매장 디자인 또한 엿볼 수 있다. 행거는 레더 스트랩에 황동 바를 걸어 제작됐으며, 반듯한 목재 가구들 사이로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빈티지 가구들이 듬성듬성 자리했다. 이는 “최신 트렌드와는 멀지언정, 10년 뒤에도 멋있을 클래식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브랜든 바벤지엔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든 바벤지엔은 노아가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아는 무엇을 좇을까? 그가 지속가능성을 대형 브랜드의 속임수라고 말한 이유부터 그가 꼽은 좋은 협업의 기준까지, 모두 아래에서 살펴볼 수 있다.

노아 디렉터 인터뷰: “우리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아니다”, 브랜든 바벤지엔, 에스텔 베일리 바벤지엔, brandon banezien, estelle bailey bebenzien, noah director interview, noah interview,brandon interview

서울에 노아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미국과 일본에 이은 세 번째 행선지로 한국을 선택한 계기는?

브랜든: 서울은 정말 활기찬 도시다. 이곳에 올 때마다 사람들의 패션 스타일을 보고 놀란다. 

에스텔: 서울에선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고, 존중받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 존중과 에너지를 서울에 돌려주고 싶었다.

과거 한 온라인 Q&A 세션에서 노아의 핵심은 오프라인 경험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브랜든: 만약 화폐와 상품의 교환이 매장에서 이뤄지는 상호 작용의 전부라면, 그건 실패한 매장이라고 본다. 그래서 노아 시티하우스는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교류의 장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탄생했다. 매장에 들어와서 사람들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에스텔: 노아의 모든 매장은 집처럼 편한 공간을 목적으로 한다. 아담한 뉴욕 스토어까지도. 그래서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많이 배치했다. 그냥 제품을 소비하고 나가는 공간은 원치 않거든.

노아 시티하우스엔 노아 매장 중 세계 최초로 카페가 들어설 예정이다. 해당 카페에선 소비자들이 어떤 경험을 했으면 하나?

에스텔: 이곳이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지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파티가 될 수도, 북 클럽이나 음악 감상회 같은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해 보니, 주방이 필요하겠더라. 보통 하우스 파티를 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방에 모이거든. 그래서 주방이 있는 카페를 만들었다.

지속가능성은 노아의 중요한 키워드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매장에 어떻게 접목하고 싶었나?

브랜든: 난 결코 노아가 지속 가능한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대형 브랜드들은 지속 가능한 패션이 가능하다고 착각하게끔 사람들을 유도한다. 그들은 그저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소비를 지속하길 바랄 뿐이거든. 하지만 본질적으로 패션 산업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대신 우리는 옷의 품질은 높이고, 수량은 줄이는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한다. 매장의 디자인 철학도 이와 비슷하다. 최신 트렌드와는 멀지언정, 10년 뒤에도 멋있을 클래식한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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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공개된 노아 11월 컬렉션엔 셔틀랜드 울 카디건, 재생 소재로 만든 캐시미어 비니 등이 포함됐다. 소재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   

브랜든: 품질이다. 우리의 목적은 모든 제품의 질을 더 높여서, 사람들이 노아의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값싼 원단으로 만든 옷은 옷이 아니다.

에스텔: 품질도 품질이지만, 윤리적인 측면도 있다. 그래서 생산도 대부분 유럽과 미국에서만 진행하는데, 최근에 한국도 옷을 윤리적으로 잘 만든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 시즌의 울 코트는 조슈아 엘리스와, 몽크 슈즈는 솔로베어와 함께 만들었지만, 이들의 브랜드명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다. 이러한 방식의 제휴는 일반적인 대형 브랜드와의 협업과 어떤 차별점을 가진다고 생각하나?

브랜든: 지금 대다수의 협업은 마케팅이 전부인 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의 협업은 실용적이고, 직관적이다. “너희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우리에겐 디자인적 관점이 있으니, 힘을 합쳐 보자”는 식이다. 예컨대 우리가 협업한 조슈아 엘리스는 캐시미어 울을 잘 다루는 수백 년 역사의 기업이고, 솔로베어는 19세기부터 지금까지 같은 공장에서 같은 스타일의 제품을 만드는 ‘OG’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브랜드들과 함께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이다. 

동시에 아디다스반스를 비롯한 대형 브랜드들과도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브랜든: 우리가 협업하는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가 못 만드는 멋진 제품을 만들거나, 한 분야를 정말 오래 팠거나. 전자는 스니커를 만드는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될 것 같고, 후자는 바버를 예로 들 수 있다. 협업할 브랜드가 정해지면 그 뒤부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목적은 늘 같다. 좋은 품질의 옷을 만드는 것.

한편 브랜든은 오랜 기간 슈프림에서 크리에티브 디렉터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슈프림 또한 빈번한 협업으로 유명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노아와 사뭇 달라 보인다. 해당 경험이 노아를 운영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

브랜든: 겉보기엔 슈프림과 노아가 달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노아가 슈프림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슈프림에서 보낸 시간은 내 젊은 시절의 대부분이었고, 지금도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아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그래픽 디자인이 그렇고, 우리가 스케이트보드 데크와 스케이트 팀을 만든 것 또한 그렇다. 그리고 도매가 아닌 소매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도 제임스 제비아에게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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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번 컬렉션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소개하자면?

브랜든: 인버티드 플리츠 팬츠. 플리츠가 밖이 아닌 안쪽으로 향하는 게 특징인데, 입었을 때 근사한 실루엣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소재로는 존 포스터의 플래널 울을 사용했다. 영국 원단으로 이탈리아에서 만든 미국 옷이라니, 정말 재밌는 제품이다.

서울과 어울리는 노아의 제품을 추천하자면?

브랜든: 헤링본 도네갈 수트. 멀리서는 그냥 회색 정장 같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양한 컬러가 사용된 걸 볼 수 있다. 서울이 연상되는 디테일이다.

과거 옷을 디자인할 때 빈티지 의류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요즘 관심이 가는 빈티지 의류가 있나?

브랜든: 1970년대 초에서 1980년대 초 사이, 프레피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의 프레피 스타일 옷. 신기한 건 당시엔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같은 아이템을 다르게 착용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트위드 재킷은 대학교수들이 많이 입었지만, 믹 재거도 즐겨 찾았다. 그 모호함이 참 좋다.

2015년에 브랜드를 재런칭하기 전,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노아를 잠시 전개한 바 있다. 그때의 컬렉션에 관한 정보는 많지 않은데, 지금의 노아는 당시와 무엇이 다른가?

브랜든: 이젠 그게 2002년이었는지 2003년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웃음).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이니, 정보가 없을 만도 하다. 다만 전반적인 디자인의 무드와 핵심 브랜드 철학은 지금과 비슷했다. 당장 지금도 그때 출시된 노아의 제품을 입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선 어떤 사람들이 노아의 옷을 입었으면 하나? 

브랜든: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하진 않지만, 굳이 고르자면 자신감 넘치는 개인이 될 것 같다. 줏대 있게 입고 싶은 거 입어라. 

에스텔: 덧붙이자면 젊은 친구들은 물론, 할아버지나 할머니들도 노아를 입거든. 

노아는 어떤 브랜드로 남고 싶나?

에스텔: ‘컨셔스’하고 재밌는 브랜드.

브랜든: 어떻게 책임감 있게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성공적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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