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플레이리스트: 생경한 나라에서 온 특별한 음악 7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멕시코, 유고슬라비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부터.

1,119 Hypes

세계는 넓다. 그리고 그만큼 다양한 음악이 있다. 새롭거나 고유하거나. DJ, 에디터, 페스티벌 기획자 등이 추천하는, 음악에 관해서라면 어쩌면 다소 생경한 나라의 특별한 노래 일곱 곡을 소개한다.

피르포 이 수스 카리베스 – Pa’ Los Rumberos

이 노래가 곧 베네수엘라 아닐까 상상한다. 가슴이 뜨겁고도 안전한 인생은 세상에 없다. 베네수엘라는 카리브해와 면해 라틴 아메리카인데도 살사의 영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 곡 이후에 듣는 티토 푸엔테의 원곡은 동요처럼 들릴 것이다. 이 혼돈, 박력과 세계 살인 범죄율 1위, 정부 기능 붕괴로 인한 갱단 통치 체제,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넓은 슬럼가 같은 불명예가 냉장 칸과 냉동 칸 같다. 1972년 작으로 베네수엘라의 짧은 호황이 시작되기 직전,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먼저 시민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룬 시기에 발표됐다. 이 혼돈, 박력이 다른 것이 아니라 베네수엘라 시민혁명의 저력과 이어지기를. 정우영

켈빈 모모 – ‘Ivy League’

사운드클라우드틱톡을 비롯한 플랫폼에서 ‘먹히는 음악’의 조건이 있다. 가능한 짧고, ‘캐치’할 것. 하지만 틱톡의 수혜를 받으며 궤도에 오른 ‘프라이빗 스쿨 아마피아노’는 그 대척점에 있다. 곡의 길이가 10분을 훌쩍 넘길 때도 있고, 강렬한 댄스와는 쉽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잔잔한 인스트루멘탈 곡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음악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뮤지션 켈빈 모모의 ‘Ivy League’는 좋은 예시다. 첫 4분가량은 기타와 스틸팬 사운드가 이국적인 무드를 조성하고, 이후 통통 튀는 로그 드럼이 그루브를 완성한다. 곡 말미의 코러스 또한 재밌는 요소다. 제종현

바자가&인스트룩토리 – ‘Sa Druge Strane Jestuka’

DJ는 늘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데 부지런해야 하며, 클럽에서든 라디오 쇼에서든 청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악을 꾸준히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어떤 나라의 고유한 언어로 읇조리는 음악은 매우 매력적이다. 현재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여섯 개 국가로 분열된, 1990년대 초반까지 유럽 동남부의 연방국가였던 유고슬로비아의 대표적 ‘팝 록 밴드’ 바자가 & 인스트룩토리의 1985년작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 곡 ‘Sa Druge Strane Jastuka’는 DJ인 내게 좋은 무기이자 재료인 곡이다. 세르비아어로 부르는 보컬은 조금 느끼하지만 합격이다. 조금 과한가 싶은 웅장한 멜로디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다가도, 부드러운 템포와 귀에 착 감기는 드럼, 그리고 기타의 강렬한 추임새가 이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지막으로, 곡 중반부의 마림바 사운드는 디제이로서 이 곡을 믹스에 포함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재재

피클 달링 – ‘Rinse Spin Cycle’

출장에서 돌아와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려는데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84…뭐더라?” 주민 대부분이 30대 직장인인 아파트 단지라 오후 시간은 조용했고 햇살이 비추는 1층 로비는 공기마저 낯설게 느껴졌다. 이어폰에서 남반구의 여름 음악이 흘러나와서 그랬던 걸까. 뉴질랜드 아티스트 피클 달링의 베드룸 팝 앨범 <Bigness>,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Rinse Spin Cycle’은 서울의 코 끝 시려운 겨울 공기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 같다. 아티스트의 실명(Lukas Mayo)도 마침 내 반려견 이름과 같아서 더 따뜻하게 느꼈을 수도! 그렇게 힘겹게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떠올려 문을 열자 사랑으로 꽉 찬 네 발 짐승이 품에 안긴다. “그래, 그래. 마요야! 엄마 왔어!” 클로젯 이

살사, 쿰비아, 레게 톤. ‘남미’ 하면 대번 떠오르는 장르에서 발군의 아티스트를 배출해 내는 나라를 하나 꼽으라면 콜롬비아다. 요즘도 칼리 우치스나 카롤 지와 같은 뮤지션들이 남미 팝 신을 꽉 잡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콜롬비아에는 더욱 특별한 장르가 있다. 레게 톤이 대세인 북부 카리브해 지역과는 달리 서쪽 태평양 항구 도시에서 나타나는 스타일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흑인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곳은 아프로를 기반으로 한 음악이 강세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아프로 어번 언더그라운드 신을 주목할 만하며, 그 중 대표적인 예가 18세의 신예 베리토 아스프리야다. 이수정

프란시스카 피터 – ‘Kejadian Ini’

시티팝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나라가 있다. 매일 누려도 질리지 않는 여름과 바다와 도시,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말레이시아가 그곳이다. 일 년 내내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상을 만끽할 수 있고, 인도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했으며, 화려한 도시 쿠알라룸푸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84년 발매된 ‘프란시스카 피터’의 ‘Kejadian Ini’는 퓨전 재즈다. 프란시스카 피터는 ‘Fran’이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푸른 바다에서 젊은 남녀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노래로 기분 좋은 그루브와 멜랑콜리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곡이다. 미미

찰리 보이 – ‘I Want Your Body (Next To Mine)’

나이지리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이자 사회활동가 찰리 보이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정통 모던 소울 사운드를 담아낸 1985년 트랙으로 매우 섹시한 아프로비츠 팝의 원형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레코드를 세계 각처에서 발견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상태가 깨끗한 판을 본 적은 없다. DJ 소울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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