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앤파이브 인터뷰: 디지털 아트 신을 이끌어가는 선구자

그가 말하는 디지털 아트의 미래는?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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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현지시간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뉴욕에서 개최됐다. 전 세계 유명 갤러리가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 가운데, 최근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작품 <Flow>를 1백65만 홍콩 달러, 한화 약 2억7천7백50만 원에 판매하며 자신의 역대 작품 최고가’를 경신한 작가 식스앤파이브도 ‘프리즈 뉴욕 2023’에서 LG 올레드아트와 함께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나이키를 위해 에어 맥스 720 아트워크를 제작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11 테마와 배경화면을 만드는 등 근 몇 년 사이 많은 유명 브랜드와 함께 창의력을 뽐내는 중이다. <하입비스트>는 ‘프리즈 뉴욕 2023’에서 식스앤파이브와 만나 3D 디자인부터 미래 세대가 디지털 아트를 대하는 방식까지, 새로운 예술 플랫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4월 열린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Flow>가 당신의 작품 중 역대 최고가에 낙찰됐다.

소더비 홍콩 이브닝 세일에 유일한 디지털 아트 작품으로 출품됐단 점은 내 커리어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제작 기간만 5개월 이상 걸린 하나의 ‘단편 영화’이자, 내가 처음으로 물과 식물을 결합하며 자연을 표현한 작품이다. 모든 장면에 현실에선 불가능한 요소들을 넣었지만, 실제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다.

사람들이 <Flow> NFT에 열광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소더비 경매에 출품됐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전통적인 거장의 작품들이 소더비를 비롯한 유명 경매에 나오니까. 사실 대화에 NFT라는 단어가 껴있는 게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내 작업은 결국 디지털 아트라 생각한다. NFT는 이를 위한 하나의 공간이나 툴에 가깝다. 프리즈 같은 아트 페어는 모든 층이 예술품이 둘러싸여 있고, 사람들이 이를 구매하기 위해 온다. 디지털 아트 또한 다른 작품들과 동일한 과정, 노력을 거쳐 만들어진다. 다른 툴이 쓰였을 뿐이다.

NFT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궁금하다.

NFT 등장 이후 마침내 아티스트가 됐다고 느낀다. 그 전까지 예술 시장은 아티스트라 불리려면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해야만 했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도구를 사용하는 운영자’로 불렀다. 결과물에 내 창의성이 들어있어도 그들에겐 상관 없었다. 나 또한 NFT 이전까지 돈을 벌고 개인 혹은 예술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브랜드와 협업해왔다. 그 방식을 바꾼 게 NFT다. NFT는 디지털 아트를 인증하고, 사람들이 수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기술이다. 하지만 대체 NFT가 무엇인지, 어떤 게 NFT고 어떤 건 아닌지에 대한 개념이 많이 혼재돼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NFT’라는 단어를 들려주면 대부분이 암호 화폐, 트레이딩 카드, 수집용 아이템 등 투자 관련 요소를 떠올린다. 하지만 내 작업 방식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비슷하다. 한 장면을 만드는 데 몇 달을 투자하고, 애니메이션이나 음영, 조명, 색상 등을 조정하며 작품과 대화한다. 그저 붓이나 펜 대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썼을 뿐이다. 이를 인증하기 위해 NFT가 필요했다. 다만, 이게 누군가 내 작품을 수집하기 위한 유일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제작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내게 고요함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이를 위해 달리기, 수영, 산책을 한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특정 주제에 대해 조사하고, 그 개념과 관련된 이미지, 비디오, 소리, 감각 등의 참조 자료를 수집한다. 그리고 캔버스라 할 수 있는 3D 신을 만든다. 컴퓨터에서 스케치를 하고, 원하는 결과물에 도달할 때까지 세부 사항을 층층이 추가한다.

디지털 아트를 시작한 계기도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했다. 비슷한 시기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디지털 도구를 다루며 3D에 흥미를 느꼈다. 아이디어를 다른 방식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서 실제로 불가능한 영역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면서 점점 건축물이나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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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volt>나 <Japanese Garden> 같은 작품을 보면 ‘현실에 있을 법한 공간’ 만들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두 작품은 매우 다르다. <Japanese Garden>은 명상적이고 예술적인 공간이다. 이를 위해 일본 문화의 몇 가지 특징을 디지털로 구현했다. 내가 현실 세계에서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평온함과 명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작품 제작 과정이 결국 디지털로 ‘정원을 깎아내는’ 작업이었다. <The Revolt>는 아름다움, 호화, 미학과 기능성 사이 관계와 같은 개념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나는 시각적으로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초현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미니멀리즘, 기하학, 공상주의 같은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다.

당신의 작품이 현실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내게 있어 작품들은 실재한다. 그중 대부분이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현실과 그렇지 않은 것, 디지털과 물리적인 것, 가능과 불가능 등의 균형을 고려하진 않는다.

작품에 주로 어떤 의도를 녹여내는지 궁금하다.

보는 이가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상상력 넘치는 세계와 상황을 창조하려 한다. 희망, 행복, 평온, 호기심 또는 정서적으로 의외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 같은 것들을 경험했으면 한다. 내 작품은 물리적인 세계에 속하지 않지만, 우리가 상상력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 사람들을 인도한다. 관객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여정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디지털 아티스트로서 직면하는 어려움이 있나?

초창기 어려움은 CGI 또는 디지털 아트가 유효한 예술 표현 도구임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입증하는 것이었다. 특히 CGI는 상업적인 도구이자 시각화 도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디지털 아티스트를 예술가와 연관짓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창작 과정과 작품의 가치를 디지털 도구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떨어뜨릴 순 없다.

한편으로 디지털 시대의 창작자로서 느끼는 기회도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시대의 진보, 디지털 도구와 함께 성장한 새로운 세대들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디지털화된 환경 등 요소가 결합함으로써 우리 작업에 대한 더 많은 호기심과 관심이 생겼다. 동기부여가 된다. 15년간 일을 하며 상상조차 못했던 많은 기회가 있었다. 여전히 내 작품에 많은 발전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믿는다.

디지털 아트의 가치가 인정받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기술적인 발전이 극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디지털 아트의 가치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가르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활용하고, 이전에 없던 다양한 상황과 장소에서 디지털 아트를 소개하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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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뉴욕 2023’에서 LG 올레드아트와 함께 만든 <Among The Sky> 시리즈를 공개했다.

하늘엔 경계가 없다. 그 광대함은 내가 알고 있는 한계를 초월한 신성한 여정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알고, 경험하는 세상은 유한한 지평선을 가지고 있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하늘에 두는 순간 그 경계가 깨진다. 또, 사람은 무언가를 바라거나 대답을 원할 때, 혹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하늘로 시선을 옮기지 않나. 그 복잡한 아름다움을 재해석하고 싶었다. 전시된 작품 중 <Outside>와 <Inside>, <Gravity>는 NFT로 소장할 수 있다.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준다면?

<Outside>는 가능과 불가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여러 개의 건축 공간을 선보인다. 건축물이 끊임없이 변하는 구름과 얽히는데, 이는 인공적인 세계와 자연의 아름다움의 공존을 표현한 것이다. <Inside>는 외부와 내부 경계가 매끄럽게 융합되는 형태로, 내부를 엿보는 시선을 상징한다. 넓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구름들은 매혹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온화하게 내부로 들어오며 관객에게 자연 경관을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순간 벽은 경계가 사라지는 세계를 드러내는 투명한 베일이 된다.

<Gravity>는 <Inside>와 마찬가지로 내부와 외부 영역 사이 경계를 흐려지게 하여 사람들의 공간 인식 감각을 의심하도록 유도한다. 선반과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는 매혹적인 공간에 햇빛이 아름답게 반짝이는데, 이는 동시에 천장 조명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건물 안쪽과 하늘이 하나로 결합된 것이다.

부스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매우 깨끗하고 단색조인 공간을 조성해 화면을 강조하고, 몇몇 장소에서 몰입감을 주기 위해 거울을 사용했다.

일부 작품은 세로 스크린을 거울을 이용해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정방형으로 확장했다.

특정 매체나 스크린에 대해 탐구한 결과는 아니다. 지금 스크린 산업은 TV 상영을 위해 주로 직사각형으로 선보여진다. 디지털 아트는 주로 컴퓨터나 아이패드, 스마트폰으로 작품을 보게 된다. 거기서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에 대한 호기심이 비롯됐다. 그래서 스크린을 수직으로 배치하거나, 거울을 활용해 화면의 연장선을 만들었다. 관객은 스크린과 거울에 반사된 장면을 보며 새로움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디지털 아티스트에게 인터넷, 소셜 미디어는 얼마나 중요한가?

디지털 플랫폼은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내가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는 전 세계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창구였고, 이를 통해 바르셀로나로 기반을 옮길 수 있었다.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인스타그램에서 주목받은 덕에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나 윈도우즈 11 배경화면을 만드는 기회도 얻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디지털 아트의 미래가 궁금하다.

2020년 당시 사람들이 디지털 아티스트를 ‘크립토 아티스트’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이후 ‘NFT 아티스트’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 당시에는 NFT에 대한 많은 추측이 난무했고, 시장이 과열됐었다.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물론 있었다.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이상한 원숭이 그림을 NFT라고 판매하던 식이다. ‘이게 6억5천만 원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그게 주류였다.

내가 전시를 하고 싶어 갤러리, 박물관 등에 연락했을 때 대부분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묻고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다. 디지털 콘텐츠로 대체 뭘 하겠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내 세대는 디지털 문화에 입양된 경우지만, 다음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 살아간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새로운 ‘디지털 네이티브’인 셈이다. 그들은 디지털 아트를 투자가 아닌, 작품으로 수집하며 살아갈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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