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래퍼들이 추천하는 로컬 맛집 10

망원시장부터 LA 코리아타운까지.

음식
8,211 Hypes

래퍼들이 자신의 연고지를 ‘샤라웃’하는 모습은 이제 너무나도 익숙하다. 자신의 고향을 가사로 풀어내는 것은 물론, 몇몇은 아예 연고지를 팀 이름으로 삼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가 일상을 보내는 도시나 지역은 당장이라도 근사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거나, 위험이 도사리지만 우애 깊은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변모하곤 한다.

<하입비스트>는 가슴 속에 자신의 연고지에 대한 애정을 품은 열 명의 래퍼에게 동네 맛집 추천을 부탁했다. 그들의 랩만큼이나 각기 다른 특별한 리스트가 완성됐다.

노스페이스갓, 마포구

혜성유통

처음으로 옥탑방도, 반지하도 아닌 집다운 집에 전입신고를 한 날에 방문한 망원시장의 혜성유통. 메뉴는 닭곰탕 하나뿐이다. 그 간결함과 6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이곳의 최대 강점이다. 닭고기 도소매를 겸하는 식당인 만큼, 언제나 가장 신선한 닭으로 우려낸 닭곰탕을 맛볼 수 있다. 한방재료로 닭고기 잡내를 잡았지만, 한약재 특유의 강한 향은 나지 않아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 다만 맛의 깊이는 날마다 조금씩 다른데, 그 미묘한 차이를 경험하는 재미도 있다. 진정한 망원동 로컬들의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만큼, 동네를 찾은 손님에게 이곳에서 닭곰탕 한 그릇을 대접하곤 한다. 마침 최근에도 룩북 촬영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슈프림스케이터 친구를 데려갔다.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로8길 36

릴러말즈, 서초구

장꼬방묵은김치찌개전문

한국인에게 김치찌개는 가장 익숙한 음식이다. 그러면서도 굳이 찾아 먹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꼬방묵은김치찌개전문은 바이올린을 켜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들르는 맛집이다. 한결같은 맛으로 오랜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탓에 클래식 음악을 하는 주변 친구들도 모두 이곳을 알 정도다. 나는 보통 둘이 가서 김치찌개와 양념돼지구이, 그리고 계란말이를 시켜 먹는다. 그러나 김치찌개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깔끔한 국물에 손이 계속 가는데, 왜 맛있는지는 도통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어릴 때 고기 없이 김치찌개만 먹던 그 아저씨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다. 

주소: 서울 서초구 효령로 364

최자, 강남구

가담

가담은 강남 노포 타이틀을 달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집 중 하나다. 압구정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한 이 식당은 주변에 사는 오랜 단골들만 찾아가는 곳이다. 나 역시도 돈이 없던 시절 살던 반지하 집이 근처에 있어 자주 찾곤 했다. 물론 당시엔 요리부는 먹어볼 생각조차 못 했고, 짜장면과 짬뽕 등 저렴한 식사부가 주된 선택지였다. 요리부를 시켜본 것은 어느 정도 돈을 벌고 난 뒤의 일이다. 먹어보니 오랜 세월 동안 이 식당의 진정한 장기를 못 알아본 것 같아 미안해질 정도로 맛있었다. 특히 게살스프, 난자완스, 양장피, 탕수육은 최고급 호텔 중식당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최자로드>에서 다루어 보려고도 했으나 사장님의 고사로 한동안 약간 섭섭한 맘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맘은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 모습과 함께 사라졌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67길 35

보이비, 인천광역시

다복집

지금은 송도에 살고 있지만, 식사를 할 때는 신포동의 노포를 찾곤 한다. 그중에서도 40년째 신포동의 한 구석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다복집의 스지탕은 술을 먹고 싶을 때 속 시원한 해답이 되어준다. 보통 스지탕은 맑은 간장 국물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된장 베이스의 국물을 선보인다. 덕분에 탕에서 시작해 걸쭉한 전골로 끝나는 독특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자주 방문하는 만큼, 이곳과 관련된 일화도 많다. 한 학부모가 나를 알아보고 아들이 내 고등학교 후배라며 아들의 랩을 들어봐달라고 해서 듣고 피드백을 준 적도 있다. 최근 모교 행사에 공연하러 갔는데 대기실에서 그때 피드백을 해주었던 친구를 마주쳤다. 그 친구에게 ‘호랑나비’의 1절을 불러달라고 부탁했고, 덕분에 재밌는 그림이 나왔다. 스지탕이 이어준 인연인 셈이다.

주소: 인천 중구 우현로39번길 8-2

최성, 성남시

카츄마마

일반적으로 돈가스 하면 경양식 혹은 일본식 돈가스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자동에 위치한 카츄마마의 메뉴는 별개의 장르에 속한다. 학창 시절 고등학교 주변이라 자주 가던 카츄마마는 다양한 퓨전 돈가스 요리를 내놓는다. 특히 ‘철판 치즈 누룽지 돈카츄’는 누룽지처럼 볶아낸 밥과 돈가스, 그리고 그 위에 수북이 쌓은 양배추채로 구성되어 묘한 맛을 낸다. 비록 나는 양배추를 좋아하지 않아 양배추를 다 걷어내고 먹지만, 그 속에 숨겨진 달달한 소스의 맛과 치즈 같은 누룽지의 식감이 무엇보다 일품이다. 여름에는 우삼겹 냉소바 등의 시즌 한정 메뉴도 판매하니 여름이 가기 전에 돈가스에 곁들여 먹어보길 바란다.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36 C동 113호

블라세, 수원시

이모네손칼국수

팔달구에 위치한 이모네손칼국수는 대학교 재학 시절 자주 가던 식당이다. 대학교에 다니던 당시에도 줄 서서 먹어야 하는 식당이라 알려지지 않길 바랐다. 그러나 이젠 지역 맛집으로 너무나도 유명해져 버렸다. 메뉴는 칼국수 하나뿐이라 여러 메뉴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맛 역시 간단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하다. 진하게 우려낸 멸치 육수 속 손 수제비 같은 쫄깃한 면이 특징이다.

주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중부대로223번길 20-7 1층

폴로다레드, 동두천시

교수떡볶이

교수떡볶이는 포장마차에서 시작해 동두천 ‘월드 푸드 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어머니의 가게다. 떡볶이 국물만 따로 컵에 받아서 마시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매콤한 국물이 가장 큰 강점이다. 그러나 마냥 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매콤함과 달달함의 균형이 잘 잡혀있어 쉽게 물리지 않고, 튀김류와도 잘 어울린다. 감사하게도 동두천시 축제에 공연하러 온 동료 래퍼들이 어머니의 가게를 ‘샤라웃’해줄 때가 있다. 그러면 그날은 떡볶이가 아주 많이 팔리는 날이다. 유튜브 영상에도 노출된 만큼, 팬들이 방문해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어머니께서 나를 보기 위해 동두천까지 찾아온 고등학생 팬이 있다고 하셔서 그 친구를 만나 사인 티셔츠를 준 추억도 있다.

주소: 경기 동두천시 중앙로361번길 49

제네 더 질라, 춘천시

별미당

특별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 평범함에 이따금 생각나는 식당. 가게에서 직접 빚은 튀김만두와 쫄볶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확실한 매력이 있다. 즉석에서 튀겨낸 튀김만두를 쫄볶이와 함께 먹으면 바삭함과 쫄깃함의 궁합이 좋다. 부모님도 어린 시절부터 다니던 곳으로, 대를 이어 내려 온 춘천 노포 맛집이다. 다만 같은 골목에 비슷한 식당 세 개가 나란히 붙어있어 갈 때마다 헷갈리곤 한다.

주소: 강원 춘천시 명동길 49 1층

짱유, 부산광역시

시골통돼지볶음 부산본점

부산하면 돼지국밥이 전부가 아니다. 돼지볶음도 있다. 시골통돼지볶음은 두 가지 메뉴로만 승부를 보는 맛집이다. 육수 가득한 김치찌개와 육수 없이 채수로만 조리하는 통돼지볶음은 친숙하면서도 아무나 쉽게 낼 수 없는 맛을 낸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김치,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양파에서 우러나오는 단맛은 국물의 감칠맛을 배가한다. 흰 쌀밥 위에 찌개 국물이나 돼지볶음을 몇 국자 떠서 올리고 그 위에 김 가루까지 뿌려서 비벼 먹으면 알찬 한 끼가 완성된다. 마늘장아찌와 콩나물로 구성된 간단한 반찬 역시 메뉴와 그토록 잘 어울릴 수 없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종종 단둘이 식사하던 곳이라 내게 이 식당의 음식은 집밥과도 같다.

주소: 부산 연제구 중앙대로1075번길 9

덤파운데드, 로스엔젤레스

올리비아 레스토랑

7~80년대 한국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의 LA 코리아타운의 몰 한 가운데, 올리비아 레스토랑이 최근 문을 열었다. 앤더슨 팩과 내 한국계 헬스 트레이너, 그리고 히스패닉 셰프가 함께 문을 연 이곳은 참 특이하다. 올리비아 레스토랑은 한국식 고깃집이 즐비한 한인타운의 분위기를 거스르고 비건 메뉴만을 선보이면서도, 한국인과 흑인, 히스패닉이 어우러져 사는 이곳의 지역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앤더슨 팩의 이름을 딴 앤더슨 피자, 닭고기 없이 버섯으로 프라이드치킨 맛을 낸 크리스피 치킨, 올리브 프라이 등의 메뉴를 추천한다. 한평생 육류 위주의 식단을 먹어온 내 입맛에도 만족스러울 정도다. 화창한 주말, LA 바이브를 즐기고 싶을 때 앤더슨과 함께 그의 97년식 쉐보레 임팔라를 타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

주소: 205 S Vermont Ave, Los Angeles, CA 90004, United States

더 보기

이전 글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x 온 러닝 ‘커런트 폼 1.0’ 공개
신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x 온 러닝 ‘커런트 폼 1.0’ 공개

기능과 멋을 고루 갖춘 러닝화.

2023년 전 세계 항공사 순위 공개, 한국 항공사는 몇 위?
여행

2023년 전 세계 항공사 순위 공개, 한국 항공사는 몇 위?

1위에 변동이 있었다.

배드 버니 x 아디다스 리스폰스 CL ‘트리플 블랙’이 출시된다
신발

배드 버니 x 아디다스 리스폰스 CL ‘트리플 블랙’이 출시된다

스니커를 휘감은 곡선 오버레이.

DC ‘플래시’ 감독, “조악한 CGI는 의도한 대로다”
엔터테인먼트

DC ‘플래시’ 감독, “조악한 CGI는 의도한 대로다”

전지적 플래시 시점?

LMC, 팔팔 스케이트 협업 컬렉션 공개
패션

LMC, 팔팔 스케이트 협업 컬렉션 공개

협업 스케이트보드 덱 포함.


‘체인소 맨’ 애니메이션 2기 &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루머
엔터테인먼트

‘체인소 맨’ 애니메이션 2기 &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루머

덴지가 돌아온다?

2024 SS 밀라노 남성복 패션위크 스트리트 스타일 살펴보기
패션

2024 SS 밀라노 남성복 패션위크 스트리트 스타일 살펴보기

최신 트렌드의 면면을 포착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오펜하이머’는 거의 호러 영화다”
엔터테인먼트

크리스토퍼 놀란, “‘오펜하이머’는 거의 호러 영화다”

많은 관객이 감상 후 좌절하며 떠났다고.

퍼렐 윌리엄스의 데뷔 컬렉션, 루이 비통 2024 SS 살펴보기
패션

퍼렐 윌리엄스의 데뷔 컬렉션, 루이 비통 2024 SS 살펴보기

상징적인 다미에가 카무플라주로 재탄생했다.

‘크레이븐 더 헌터’ 공식 예고편 공개
엔터테인먼트

‘크레이븐 더 헌터’ 공식 예고편 공개

스파이더맨 세계관 최강 빌런의 등장.

More ▾
 
뉴스레터를 구독해 최신 뉴스를 놓치지 마세요

본 뉴스레터 구독 신청에 따라 자사의 개인정보수집 관련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