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e Mates: 쿨레인과 나이키 에어 맥스 1

릴 야티와 버질 아블로가 ‘샤라웃’한 한국의 1세대 토이 아티스트.

신발 
4,022 Hypes

토이 아티스트 쿨레인은 신발을 만든다. 차이점이라면 사람이 아닌 피규어가 그 신발을 신는다는 것이다. 퍼렐 윌리엄스부터 카시나의 이은혁 대표까지, 쿨레인은 근사한 스니커를 신은 다양한 인물의 피규어를 제작하며 그 이름을 세상에 확실히 알렸다. 

한편 쿨레인은 2008년부터 나이키와 작업을 이어오며 2백 켤레에 달하는 스니커를 모으기도 한 스니커 애호가다. 그의 스튜디오엔 나이키 에어 맥스 1이 유독 많았다. 가장 자주 만든 신발은 아니지만,  토이 아티스트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찾게 해준 뜻깊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은 이제 웃돈을 주고도 쉽게 사지 못할 진귀한 모델. 그러나 쿨레인은 이를 원래의 모습으로 보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이 드러나는 것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난히 뒷부분이 많이 닳은 몇몇 스니커가 이를 증명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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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레인에게 나이키 에어 맥스 1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2014년에 에어 맥스 탄생을 기념하는 ‘에어 맥스 데이’가 처음으로 열렸는데, 그때 맡은 ‘우주인 프로젝트’가 큰 귀감이 됐어요. 약 세 달 동안 에어 맥스 1 ‘3.26’과 에어 맥스 루나 1의 작업을 진행하며 에어 맥스의 역사와 스니커를 디자인한 팅커 햇필드에 대해 계속 찾아봤어요. 원래 저는 아트 토이만 좋아했는데 그 과정을 거치니 스니커와 디자이너에 대한 정이 생기더라고요. 비록 인물을 실제로 만난 건 아니지만, 작업을 끝내고 나니 그 사람이 마치 친구처럼 느껴졌달까요.  

그리고 창작자로서의 아이덴티티 고민을 많이 해결해 주기도 했어요.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작품의 우주인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걸 보고 피규어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스토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거든요.

피규어를 만들 때 에어 맥스 1을 신는 사람으론 누굴 설정하나요?

주로 에어 맥스 1을 디자인한 팅커 햇필드를 만들었어요. 피규어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서 특정 스니커를 신기기보단, 인물이 실제로 디자인했거나 신은 스니커를 신겨주는 편이에요.

스니커가 많아서 아예 창고에 스니커를 보관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총 몇 켤레의 스니커를 갖고 있나요?

작년에 이사할 때 세어봤을 땐 1백50 켤레 정도 됐고, 그사이에 받거나 산 것까지 합치면 총 2백 켤레 정도 될 것 같아요.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받는 샘플이 많거든요. 그리고 에어 맥스 1은 총 20 켤레 정도. 지금 갖고 있는 모델들은 현재까지 발매된 에어 맥스 1중에 가장 재밌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 있는 ‘3.26’이나 파라 협업 모델, 에어 맥스 1/97 ‘션 워더스푼’처럼요.

에어 맥스 1과 97의 실루엣을 합친 나이키 에어 맥스 1/97 ‘션 워더스푼’처럼 나이키 에어 맥스 1은 컬러웨이 외에도 소재와 디테일을 변주한 다양한 파생 모델이 있어요. 그중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 있나요? 

에어 맥스 1 파라를 제일 좋아해요. 파라 작가의 팬이라 비치 타월부터 스케이트보드 덱, 가방 등 파라가 만든 제품은 다 사 모으거든요. 워낙 아끼는 모델이라 안 꺼내고 있었는데, 오늘 촬영을 위해 꺼냈네요. 

신은 흔적이 없는 스니커가 많아요. ‘실착’보다는 소장을 선호하는 편인가요?

한 켤레만 있는 스니커는 되도록 안 신는 편이에요. 스니커 피규어만 있으면 허전해 보여서 전시회에서 실제 스니커도 함께 디스플레이하거든요. 그렇다고 소장용 스니커를 어떻게든 원래의 상태로 보존하려고 애쓰진 않아요. 세월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멋지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제 전시의 주인공은 실제 스니커가 아니니까요. 

가장 갖고 싶은 에어 맥스 1을 꼽자면요?

예전에 나온 파라 x 나이키 에어 맥스 1을 갖고 싶어요. 지금까지 스니커 피규어로 만든 모델은 다 갖고 있는데, 제가 본격적으로 아트 토이를 만들기 전에 나온 제품은 리셀가로 사야 하거든요. 그리고 에어 맥스 1은 아니지만 오프 화이트 x 나이키 에어 맥스 90 ‘더 텐’을 가장 갖고 싶어요. ‘더 텐’ 시리즈 스니커는 패턴도 복잡하고, 재질도 원래 모델과 달라서 피규어를 만들려면 실물이 있어야겠더라고요.

주로 어떤 순간에 에어 맥스 1을 신나요? 

에어 맥스 1이 라이프스타일 스니커로 분류된 만큼, 에어 맥스 관련 행사는 물론이고 일상 전반에서 많이 신어요. 

나이키 에어 맥스 1은 어떤 사람과 잘 어울릴까요?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들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유선형 디자인이 워낙 아름답기도 하고, 에어 맥스의 발전사에서 중심이 되는 요소가 다 녹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스니커와 비교했을 때 나이키 에어 맥스 1의 구조적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구조가 복잡해서 만들기가 어려워요. 당장 어퍼만 보더라도 나이키 덩크나 에어 조던 1은 디자인이 대칭이지만, 에어 맥스 1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렇게 디자인한 이유를 추측해 보기도 했나요?

엄지발가락이 있는 안쪽 측면을 더 편하게 하기 위한 목적인 것 같아요. 신발을 해체하다 보면 디자이너가 따로 설명해 주지 않아도 그 디자인 의도가 보여요. 절개를 왜 여기에 넣었는지, 원단을 어디에 덧대면 좋을 지 등이요.  

피규어로 구현하기 어려운 스니커의 특징도 있을까요?

아웃솔이 복잡하거나, 어퍼에 디테일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리고 피규어를 만들면서 알게 된 점은 스니커를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발매가가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나이키 에어 우븐 풋스케이프가 대표적이에요. 어퍼가 직조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데, 그걸 저도 피규어를 만들 때 일일이 손으로 짜야 해서 다른 스니커에 비해 시간이 세 배는 더 들거든요. 대신 고생해서 만든 만큼, 애정도 생겨서 실제 스니커를 많이 구매하기도 했어요.

나이키 에어 맥스 1은 나이키 에어 맥스 시리즈의 첫 모델이에요. 쿨레인이 처음으로 피규어로 구현한 스니커는 무엇인가요?

DC 슈즈에서 출시한 브라운 컬러 보드화였을 거에요.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땐 DC 슈즈나 그라비스를 비롯한 보드화 피규어를 많이 만들었거든요. 아트 토이 문화 자체가 1990년대 말, 홍콩에서 시작된 건데 그 주제는 힙합이나 스케이트보드를 비롯한 서브컬처였어요. 그걸 보고 저도 스케이터의 피규어를 제작하고, 보드화도 만들게 된 거죠. 그리고 나이키와 처음 진행한 작업은 2008년 덩크 23주년 프로젝트였어요. 왜 덩크의 23주년 기념행사를 연 건진 모르겠지만 그해 발매된 덩크의 1백 개 컬러웨이와 관련 옷의 피규어를 모두 만들었어요. 

애니메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피규어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지금도 목표 중 하나로 남아있는데, 원래는 <월레스와 그로밋>이나 <크리스마스의 악몽> 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첫 단계가 캐릭터의 실물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원서를 찾아보면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모델을 실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아트 토이 분야에 도전하게 됐어요. 

피규어와 아트 토이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우선 피규어는 포괄적인 개념이에요. 그중 기존에 있는 캐릭터의 모습을 본뜬 피규어를 만드는 사람은 원형사라고 부르는 반면, 자기만의 캐릭터로 아트 토이를 만드는 사람은 토이 아티스트라고 불러요. 대신 그만큼 아트 토이는 수요나 공급이 훨씬 제한적이에요. <포켓몬>처럼 대형 프랜차이즈 캐릭터의 피규어를 수십만 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소수를 겨냥한 피규어를 만드는 거니까요. 그렇다 보니 제작 수량도 적고, 자연스럽게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2004년, 처음 커리어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엔 아트 토이를 만드는 피규어 아티스트가 없었죠. 당시 귀감이 된 아티스트가 있나요?

홍콩의 1세대 토이 아티스트인 마이클 라우와 에릭 소우의 작품을 좋아했고, 실제로 많이 모으기도 했어요. 다만 앞서 언급한 아트 토이 산업의 한계로 근원지인 홍콩에서조차 1세대 아트 토이의 부흥기가 3 ~ 4년 만에 끝났어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당시엔 유튜브가 없어서 책을 많이 참고했어요. <크리스마스의 악몽> 제작 과정을 다룬 책이 2백 페이지라면 그중 두 페이지 정도에 ‘스컬피’라는 찰흙 피규어를 만드는 과정이 아주 조금 나와요. 그럼 그걸 보면서 따라 해 보는 식이었어요.

스니커 피규어를 제작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실제 스니커를 만드는 과정과 거의 동일해요. 사용하는 파트 개수도 똑같고요. 어퍼는 슈트리 위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 다음에 디자인을 그리고, 마스킹 테이프를 뜯어요. 그리고 스니커 도면을 만들고, 그 모양에 맞춰서 자른 원단을 어퍼 위에 씌워요. 실제 스니커와의 차이점이라면 귀여운 느낌을 내기 위해서 어린이용 신발처럼 가로를 1백10퍼센트 정도 늘린다는 점 정도에요. 

어퍼 패턴을 만드는 건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솔은 다소 복잡해요. 실제 제품을 활용해서 아웃솔의 형태를 3D로 모델링하고, 에어 맥스 1의 경우 실리콘 틀에 투명 레진을 부어서 에어솔 디테일을 구현해요. 다행히 3D 애니메이터로 10년 넘게 일한 덕에 아웃솔 모델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요. 다른 부분에선 큰 도움이 안 되는데 말이죠.

지난달 세븐에잇언더와 협업해 실제 스니커인 ‘X-1’을 출시했어요. 실제 스니커를 제작하는 과정과 피규어를 제작하는 과정은 무엇이 달랐나요?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외형적인 부분을 디자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실용성을 갖춘 스니커를 만드는 건 조금 다르더라고요. 우선 저는 X-1에 우주복 원단인 타이벡을 사용하고 싶었어요. 말은 쉽게 했죠. 하지만 타이벡이 스니커에 많이 사용되는 소재가 아니다 보니 타이벡 중에서도 내구성이 있는 원단을 찾아야 했어요. 다행히 세븐에잇언더에서 많은 도움을 줬고, 스니커도 ‘솔드 아웃’되며 잘 마무리됐어요. 작은 걸 만든다는 것에 더 큰 감사함을 느끼게 된 계기였어요. 

제리 로렌조버질 아블로를 비롯한 인물을 만나 피규어를 선물하기도 했어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나요?

실제로 만난 인물 중에선 치넬리라는 이탈리아 자전거 브랜드의 회장, 안토니오 콜롬보. 회장 부인의 부탁으로 자전거 피규어를 선물한 것을 계기로 맺어진 인연인데, 이후 제 전시에 깜짝 방문해서 실제로 만나게 됐어요.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좋았어요. 정이 넘치는 할아버지 같았달까요. 그리고 실제 자전거의 프레임도 답례로 받았어요. 그게 한 1백80만 원 정도 하는데, 그래도 제가 손해였어요. 피규어가 더 비싸거든요(웃음). 

그리고 실제로 만나진 못했지만, 팅커 햇필드와 영상 통화를 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에어 맥스 시리즈와 에어 조던 시리즈의 유명 모델을 디자인한 ‘마스터’이니까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스니커나 인물의 피규어가 있나요?

특정 인물이나 스니커는 없어요. 대신 인물과 스니커 품목을 확장해서 문화 전반을 다루는 전시를 만들고 싶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키 에어 맥스는 알더라도 누가 그걸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는 모르잖아요. 그런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도 와서 즐길 수 있는 전시를 여는 게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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