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오이글리

인터넷을 불태운, 현실을 사는 래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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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신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커졌다지만, 오이글리는 현실을 산다. 그의 음악 역시 그렇다. 솔직담백하면서도 때로는 짓궂은 가사로 채워진 그의 음악은 클럽에서 차츰 입소문을 탔다. 결국 이는 빈지노이센스의 귀에도 흘러 들어가, 오이글리의 데뷔곡에 두 아티스트가 벌스를 얹은 ‘1에서 8 REMIX‘(2023)가 탄생하게 됐다.

피처링 진 만큼이나 파격적인 가사가 담긴 그 곡은 머지않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엔 클럽보다 인터넷이 빨랐던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오이글리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곡을 정식 발매하는 대신, 디제이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 행위엔 “그 곡이 클럽에서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이 담겼다. 

<하입비스트>가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서 오이글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에 결성된 크루인 배드앳의 목표부터, 이센스와 빈지노와의 작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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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배드앳의 첫 EP가 나왔어요. 배드앳은 어떤 크루인가요?

배드앳은 오디 형이 전역하고 함께 결성한 크루예요. 저와 오디 형 외에도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프로듀서인 홀리데이, 비디오 디렉터 김영, 그리고 학창 시절 때부터 친했던 그래픽 디자이너 이재선, 그리고 비주얼 디렉터 노규완이 속해 있어요.

특별한 음악적 지향점이 있나요?

음악적으로는 사람들이 잘 놀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거요. 그리고 크루 명이 ‘나쁜 태도(bad attitude)’를 뜻하듯이, 무례할 순 있더라도 센스는 갖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크루원의 절반이 음악 외의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요. 이들과 함께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

저희 기준에 재밌고 멋있는 걸 하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요. 각자의 역할이 분명한 만큼, 저마다의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는 음악을 하고, 김영은 영상을 남기고, 노규완은 멋진 옷을 만드는 방식으로요.  

한편 배드앳과 분리된 개인으로선 어떤 활동을 보여주고 싶어요?

모든 상황을 차근차근 즐기고 싶어요. 최근 들어 저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저 자신을 증명하려고 나서고 싶은 건 아니에요. <쇼 미 더 머니>에도 나가 봤지만, 아무래도 “나 랩 잘해요” 식의 증명은 제가 추구하는 방향에선 필요 없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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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을 고의적으로 뭉개고 흘리는 랩을 선보이곤 해요. 주로 음악을 만들 땐 어떤 청각적 효과를 의도하나요?

특별히 의도하는 건 없어요. 녹음하면서 가사를 쓰는 편이다 보니 그때그때 귀에 잘 감길 것 같거나 재밌을 것 같은 시도를 해요. 

가사를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첫 마디에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쓰고 싶은 말이나 문장이 될 법한 재료를 메모하곤 해요. 그다음엔 메모한 내용을 입으로 뱉어보면서 가사를 차근차근 쌓아 나가죠. 

그 예시도 있나요?

“놀 땐 싸게 팔지 내 정신.” 최근 샤워하면서 메모한 내용이에요. 

오이글리의 음악을 무언가에 비유하자면요?

양꼬치요. 돼지고기나 소고기처럼 주식은 아니지만, 종종 찾게 되니까요. 그리고 겉은 불에 그슬려 텁텁하지만, 그 속에 부드러움이 있는 점도 비슷한 것 같네요(웃음).

어떤 사람이 오이글리의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따로 누군가를 겨냥한다기보단, 입소문을 타서 저를 찾아오게 만들고 싶어요. 굳이 꼽자면 ‘래퍼들의 래퍼’이고 싶어요.

오이글리에게도 ‘래퍼의 래퍼’가 있나요?

최근으로 뽑자면, 아이제이아 라샤드요. 그의 랩은 텁텁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 속엔 유려함이 있어요. 그래서 그의 노래가 음악적인 고민이 있을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영향을 준 인물은요?

아버지요. 아버지가 힙합을 좋아해서 초등학생 때부터 힙합을 들으면서 자랐거든요. YG 패밀리나, 무브먼트, IK 등의 노래를 특히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알게 모르게 해당 레이블과 크루 소속 아티스트의 소위 ‘네스티’하고 마초적인 랩 스타일을 수용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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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노의 <NOWITZKI>(2023)에선 피처링 아티스트 중 유일하게 무려 두 곡에 피처링했어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요?

어느 날 빈지노 형이 갑자기 저를 팔로우했어요. 그리고 며칠 후에 ‘BRAND NEW’라는 트랙이 인상 깊었다며 ‘Coca Cola Red’에 피처링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믿기지 않았죠. 그래서 곧장 집으로 달려가 여덟 마디를 녹음해서 보냈어요. 비록 말은 안 했지만, 저에게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직관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스웨덴에 있는 빈지노를 떠올리면서, 서울에 있는 제 모습을 벌스에 담았어요. 무식하지만, 과격하게 들리진 않게끔요. 

또 다른 수록곡, ‘Dope As (Interlude)’엔 오이글리의 목소리만 담겼어요.

빈지노 형이 다른 데모도 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제 습작을 보냈죠. 그런데 그 곡이 마음에 들었는지 편곡 과정도 없이 그대로 실리게 됐어요. 그러니 습작은 함부로 지우면 안 됩니다(웃음).

그리고 데뷔곡 ‘1 에서 8’(2020)의 리믹스에 빈지노와 이센스가 참여했어요. 어떻게 성사됐나요?

정말 감사하게도 ‘1 에서 8’은 처음 발매됐을 때부터 클럽에서 자주 나오는 노래였어요. 일종의 ‘클럽 뱅어’가 된 거죠. 그러다 어느 날 이센스 형이 간 클럽에서도 그 곡이 나왔고, 사람들이 잘 놀았나 봐요. 그걸 본 형이 “클럽 뱅어인 이 노래를 리믹스 해보는 게 어떻겠냐?”라고 얘기해줘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됐어요.

이센스 형은 제가 클럽 신에 가까이 있는 점을 높게 산 것 같아요. 마침 제가 클럽에서 자주 놀기도 하고, 실제로 일도 하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후 빈지노 형도 이센스 형을 통해 자연스럽게 리믹스에 참여하게 됐고요. 결과적으로 제 어깨가 으쓱해진 건 물론이고, 곡에 대한 반응 역시 굉장히 뜨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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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곡에서 팔로알토를 겨냥한 듯한 빈지노의 벌스가 화제가 됐죠. 예상했나요?

예상하긴 했어요. 하지만 너무 심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한 거니까요.

그 곡이 화제가 되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질을 흐리지 말라”라며 “선 넘지마 곡 내리기 전에”라고 말했어요. 

그 말은 협박이라기보단 과몰입한 일부 리스너들을 향한 답답함의 표출이었어요. 곡을 내리는 걸로 협박한다는 건 애초에 말도 안 되잖아요.

어떤 의도로 한 말이었어요?

저는 래퍼란 자기 할 말을 하기 위해서 가사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의 니즈를 충족시킬 순 없는 거죠. 당장 외국에서도 래퍼들의 말과 행동이 항상 이슈로 이어지지만, 저는 그걸 보고 아티스트를 평가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렇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래퍼의 모습이 멋있게 느껴지고, 설령 그게 이상한 발언이었다고 해도 왜 그랬을지 생각을 해보는 편이죠. 그런데 이번엔 일부 리스너들이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발언을 했다고 아티스트를 평가하고, 제어하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 부분이 답답해서 저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에요.

“리믹스는 클럽에서 들으라고 만들었다”라며 디제이들에게 해당 음원을 보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앞서 말했듯이 ‘1 에서 8’은 원래 클럽에서 자주 나오던 노래예요. 그랬던 곡이 리믹스 되어 클럽에서 다시 울려 퍼지는 걸 보고 싶었어요. 돈을 생각했다면 음원 유통을 했겠지만, 최대한 빨리 내서 사람들이 클럽에서 이 노래를 즐겨줬으면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정말 많은 디제이에게 음원을 전달했어요.

마침 더티 로즈 클럽에서 일하고 있기도 해요. 클럽이라는 공간은 오이글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클럽은 제 일터이자 놀이터에요. 힙합이 한국에 없던 문화인 만큼, 힙합과 가까운 클럽 신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배운 점도 많았어요. 뭐든지 직접 눈으로 봐야 와닿는 편이거든요. 

힙합 신에서 온라인 미디어의 역할이 커졌다지만, 오이글리는 오프라인 활동에 주력한다고 느꼈어요. 그 이유가 있나요?

의도는 없어요. 단지 제가 재미를 느끼는 방향으로 활동할 뿐이에요.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제 취향은 화면 속의 힙합이 아닌 것 같아요. 

종종 클럽에선 비니와 선글라스를 쓴 오이글리를 만나볼 수 있어요. 그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선글라스는 야식을 먹어서 눈이 부었을 때 껴요. 야식을 자주 먹다 보니 많이 끼게 될 뿐이에요 (웃음). 그리고 비니는 저랑 잘 어울려서 써요. 실제로 비니를 40개 넘게 갖고 있는데, 저만 알 정도로 핏이 미묘하게 모두 달라요. 

오늘 입은 옷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비니는 일본에서 산 건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핏이예요. 사파이어가 박혀 있는 목걸이는 할머니가 차던 거고, 티셔츠는 배드앳 크루의 노규완이 오늘 촬영을 위해 만들어 준 크루 티셔츠에요. 베스트랑 팬츠는 엑슬림 미발매 제품인데, 이것도 노규완이 준 거예요. 엑슬림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브레이슬릿은 루이 비통, 벨트는 B.B. 사이먼, 스카프는 옥근남이 운영하는 싯샵에서 구매한 얼웨이즈 노운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이에요. 부츠는 팀버랜드입니다.

이른 시일 내로 공개될 새로운 소식도 있나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해줄 순 없지만, 회사가 생겼어요. 개인 앨범도 준비하고 있고요. 

앞으로 오이글리는 어떤 래퍼로 비추어지고 싶어요?

나답고, 자유롭게 음악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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