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통 인터뷰: 오직 직진의 종착지
“바다가 한강이랑 같은 줄 아나.”

제이통 인터뷰: 오직 직진의 종착지
“바다가 한강이랑 같은 줄 아나.”
“바다가 한강이랑 같은 줄 아나.” 제이통을 설명하는 가사 한 줄이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정훈은 힙합에서 돈과 과시가 당연시되던 흐름에도 언제나 자신의 출신과 소신을 드러냈다.
‘오 직 직 진’ 속 그가 뱉은 태도처럼, 삶에서 체감한 순간들을 곧장 가사로 옮겼고 날것 그대로의 감각을 비트 위에 쏟아냈다. 그렇게 이정훈은 힙합 신에서 제이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독보적인 아티스트로 자리잡았다.
세월이 흘러도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앨범을 위해 그는 녹음실로 개조한 차를 끌고 또 다시 바다로 향했다. 녹음을 이어가다 지루하면 물에 들어가고, 몸이 마르면 다시 마이크 앞에 앉았다.
그렇게 10년 만에 세상 앞에 공개된 세 번째 정규 앨범 <흙>은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 삶의 가치를 탐구한 결과물이다. 20대의 그는 세상을 향한 분노와 저항으로 거칠게 내달렸다면, 30대의 제이통은 일상 속 작은 순간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제이통을 만나 새 앨범 <흙>,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물었다. 제이통의 솔직하고 단단한 답변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앨범 발매를 축하한다. 개천절에 맞춰 공개했는데, 오늘 제이통의 하늘이 열린 건가(웃음).
축하해줘서 고맙다. 개인적으로도 개천절에 맞춰 발매하게 돼서 뜻깊다. 하늘이 열리는 날인 동시에, 내겐 ‘땅’이 열린 날 같기도 했다(웃음).
세 번째 정규 앨범 <흙>, 어떤 앨범인가?
<흙>은 삶의 근원으로 돌아가 내 뿌리를 탐구한 앨범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 그리고 일상의 작은 순간들까지 담았다.
먼저 앨범을 들은 루피가 ‘가장 대중적인 사운드’라고 전한 바 있다.
전작 2집 <이정훈>은 세상을 향한 분노가 담긴 앨범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20대였기에 가능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이제 2집을 낸 지도 10년이 지났지 않나. 30대가 되면서는 새로운 경험과 인간관계, 삶의 루틴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됐다.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편안한 멜로디에 집중했다.
작업 방식 역시 특별하다. 차 안에서 앨범 녹음을 했다고?
스타렉스를 캠핑카처럼 개조해서 여행하던 중에, 언뜻 차 안이 녹음실 부스랑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 차 안에서는 방음 커튼과 최소한의 전기만으로도 녹음이 가능하다. 그래서 대자연 속에서 캠핑하듯 즐겁게 작업했다.
그럼 전체 트랙을 모두 차에서 녹음한 건가?
두 곡 빼고.
두 곡 빼고?
막바지 앨범 녹음 시점이 한여름이었다. 방음을 위해 차 안에서 문까지 닫고 작업하니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너무 더워서 혈압이 올라 눈에 실핏줄까지 터졌다. 그래서 마지막 곡들은 스튜디오에서 안전하게 녹음했다.
스타렉스를 몰고 여러 장소를 다녔다고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
동해 양양 남애리 근처. 조용한 포인트를 찾아내서 녹음하다가 지루하면 바다에 들어갔다가, 몸이 마르면 다시 녹음을 이어갔다. 그 과정이 가장 즐거웠다.
지난 10월, 미디어 노출을 자제하던 제이통이 <랩: 퍼블릭>에 등장했다.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선후배들이 모여 직접 목소리를 주고받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선공개된 ‘Wolf Remix’에서 같은 2블록 크루였던 라프 산두와 노선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멋있다고 생각한 래퍼들을 한 무대에 모아보고 싶었다. 원곡 ‘Wolf’에는 내 스타일을 담았고, ‘Wolf Remix’에는 평소 교류하던 래퍼부터 <랩: 퍼블릭>에서 새롭게 알게 된 아티스트까지 모아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장으로 확장했다.
피처링진의 기준은 뭔가?
‘야생성’. 각자의 거친 에너지가 녹아들면서 원곡과 리믹스가 서로 다른 결로 완성됐다.
또한 <쇼 미 더 머니 12> 심사위원으로 밝혀져 큰 화제를 모았다.
<랩: 퍼블릭>을 통해 예상치 못한 교류가 생겼고, 그게 이번 앨범 작업의 원동력이 됐다. 물론 <쇼 미 더 머니 12>는 또 다른 결이겠지만, 그 안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힙합 신에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내게는 전부 의미 있는 일이다.
허키 시바세키와 함께하는 이번 시즌, ‘시바세통’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심사 기준은 뭔가?
기술적인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원자가 자신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무대를 뚫고 얼마나 와닿게 전달하는지가 핵심이다.
혹시 이번 시즌에서 눈여겨보는 지원자가 있나?
밝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서 리스너들이 눈여겨보길 바라는 트랙은?
‘도레미’. 이번 앨범의 메시지를 가장 잘 담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제이통은 어떤 래퍼로 기억되고 싶나?
소나무. 긴 세월 변함없이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합니다.’ 되려 묻고 싶다. 제이통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뭔가?
건강.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차갑다. 다들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