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달리는 러닝 크루 5
잠실부터 마포까지.

서울은 지극히 개인적인 도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퇴근길 도심까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흐름에 맞춰 살아간다. 혼자가 익숙한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이 함께 발걸음을 맞추는 모습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러닝 크루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보행자를 배려하고, 도시와 어울리려는 움직임을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다. 혼자 스쳐 지나가던 풍경도 함께 달리면 새롭고, 개인적인 시간이 공유되는 순간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그 경험은 크루를 건강한 집단으로 만들고, 도시 속에 긍정적인 흐름을 더한다. 그래서 러닝 크루는 오늘날 서울에 필요한 활력이 된다.
이에 <하입비스트>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다섯 개 러닝 크루 JSRC, EES, Seoul Venus, 1000 CAL CLUB, 와우산30의 리더들에게 물었다. 어디를,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왜 함께 달리는가. 그들의 이야기는 아래서 확인할 수 있다.
JSRC
크루 소개를 부탁드려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나요?
JSRC(Jamsil Running Club)는 이름처럼 서울 잠실에서 시작된 러닝 크루예요. 2014년 3월, 러닝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지역에 건강한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초창기에는 잠실에 거주하거나 직장이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지역에 상관없이 다양한 멤버들이 함께하고 있고, 특히 20~30대 직장인들의 참여가 활발해요.
크루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Every Freakin Friday’라는 정기 세션을 진행해요. 5~8km 정도를 함께 달리는데, 기록보다는 러닝 자체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편이라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요. 매월 마지막 금요일은 정회원만 참여하는 유대감 중심의 세션으로 운영하고요. 또 목요일 저녁엔 ‘UPTEMPO’라는 훈련 세션도 운영 중이에요. 인터벌, 롱런 등 실력 향상을 원하는 멤버들이 참여하고 있고, 해외 러닝 크루와 연결해주는 #JSRCworldrun도 다시 활성화해보려 고민 중이에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러닝 크루 활동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특히 좋아하는 러닝 코스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서울은 아직 완전히 정형화되지 않은 도시라고 느껴요. 러닝 문화 역시 그런 서울처럼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고요. JSRC도 그 과정에 함께하는 크루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코스는 올림픽공원에서 성내천을 지나 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에요. 평화의문을 출발해 강까지 달리고, 한강 위 다리를 달려 건너는 그 느낌이 정말 특별하거든요. 잠실철교, 광진교, 한강대교 등 다채로운 루트도 매력적이에요.
크루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어떤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나요?
JSRC는 세 가지 슬로건이 있어요 “Fun Run”, “No matter your pace, Enjoy”, “No Run No Life” 기록이나 순위보다, 함께 달리는 즐거움과 성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러닝은 축구나 야구처럼 실력 차이가 크지 않아서, 누구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속도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 큰 매력이죠. ‘잘 달리고 싶다’보다는 ‘같이 달리는 걸 즐기고 싶다’는 분들께 특히 추천드리고 싶어요.
최근 일부 러닝 크루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크루 리더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러닝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갈등이나 불편이 생기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몰라요. 지난 10여 년간 해외 러너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도시를 많이 달려봤지만, 사실 최근 한국 사회에서와 같은 수준의 비판적인 시각을 크게 체감한 적은 없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대표성을 가진 이해 당사자가 없어서인지 대화의 장이 열리기보다 여러 트랙이나 공원에서 단체 달리기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점입니다. 무조건적인 제약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합의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러너 스스로도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있습니다. 보행자를 밀치거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점거하는 등 보편적 상식을 벗어난 행동은 용인될 수 없죠. 이런 부분은 러너들이 스스로 자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러닝 크루에 대한 한 줄 코멘트
“함께 달리는 즐거움, JSRC의 꾸준한 가치”
EES : Eighty Eight Seoul
크루 소개를 부탁드려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나요?
EES : Eighty Eight Seoul은 2015년에 88RC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러닝클럽입니다. 우리는 공원이나 트랙이 아닌 서울 길거리 그 자체(스트릿)에서 달린 최초의 클럽입니다. 이를 통해 러닝과 스트릿 문화를 접목시키고자 하였으며, 음악, 패션, 영상,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슬로건 “Seoul, All Roads Are Our Tracks” 아래 서울의 모든 길을 우리만의 트랙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크루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정기적인 러닝 일정이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우리는 매주 목요일 저녁, Sunset, Runset이라는 이름 아래 서울 도심을 무대로 달립니다. 해가 지고 난 뒤 도시의 불빛이 켜지면, 그 안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갑니다. 내부 레이싱팀 LEGACY를 통해 멤버들만을 위한 다양한 훈련 세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한여름 폭염 속에서 펼쳐지는 도심 단거리 레이스 FFS(Fast Furious Seoul)는 우리만의 에너지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곧 발표될 도심속 자유코스 10K와 Half 레이스 또한, 우리가 어떻게 이 도시를 달리며 새로운 문화를 실험하고 확장하는지를 보여줄 또 다른 무대가 될 거에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러닝 크루 활동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특히 좋아하는 러닝 코스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리에게 서울은 ‘무대’죠. 공원이나 트랙이 아닌 도심의 길 위를 달리는 순간, 이 도시가 가진 빛과 그림자, 과거와 현재가 몸으로 와 닿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가 즐겨 달리는 코스에는 이름을 붙여두었는데요. ‘OLD TOWN ROAD’는 시청에서 시작해 덕수궁 뒷길을 지나 광화문과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루트입니다. 고즈넉한 시간의 결이 담긴 공간을 달리며 서울의 역사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줘요. 반대로 ‘NEO SEOUL ROAD’는 세운상가에서 출발해 율곡터널과 동대문을 거쳐 청계천으로 이어지는데, 마치 사이버펑크 영화 속 장면 같습니다. 하나는 오래된 서울을, 다른 하나는 미래적 서울을 달리는 경험으로, 이 두 가지 감각이 공존하는 도시가 바로 서울이고, 서울을 달린다는건 이 도시의 시간을 몸으로 통과하는 일입니다.
크루만의 분위기나 철학이 있다면요? 어떤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나요?
우리는 함께 달리기를 통해 서로 연결되지만, 사교 모임은 절대 아닙니다. 관계 속에서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내부적으로 명확한 규칙을 두고 있고, 달리기 그 자체와 그 안에서의 경험을 중심에 두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어울림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신 새로운 경험을 원하거나,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확장하고 싶거나, 그런 과정을 함께할 동료를 찾는 이들에게는 가장 적합한 팀일거에요.
최근 일부 러닝 크루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크루 리더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며, 건강한 러닝 문화를 위해 어떤 대안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부 크루들이 인도를 가득 메우거나, 소음과 사진 촬영으로 다른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가 있었고, 러닝보다 ‘보여주기’에 치중한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충분히 지적될 만하고, 우리가 스스로 경계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처음부터 존중과 책임을 원칙으로 삼아왔습니다. 인도 위, 즉 도심속을 달리는 대표적인 클럽이지만, 두 줄로 길을 가득 메우거나 통행에 방해를 주며 뛰지 않습니다. 그룹이나 페이스 구분 없이 멤버 각자 흐름대로 달리고, 행인들을 피해 빠르게 지나가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도시의 풍경과 공존하려 노력하죠. 당연히 도심의 길은 러너만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기에, 모두가 함께 나누어 쓰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우리 러닝 크루에 대한 한줄 코멘트.
“서울, 우리가 달리는 트랙.”
Seoul Venus
크루 소개를 부탁드려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나요?
서울비너스(Seoul Venus)는 2013년, 여성 러너들을 위한 트레이닝 세션 ‘비너스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러닝 클럽 PRRC(Private Road Running Club)에서 시작된 이 작은 세션은, 여성들이 러닝을 통해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에서 출발했어요.
초보 러너부터 마라톤 완주자, 육상 선수 출신의 러닝 코치는 물론, 결혼, 출산, 커리어 등 삶의 전환점을 지나 다시 러닝을 시작한 여성들까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함께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나와 가족이 러닝에 참여하는 모습도 서울비너스에서는 익숙한 풍경인데요. 이처럼 한 사람의 삶에 러닝이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 그리고 각자의 리듬으로 달리는 삶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경험하고 나누는 커뮤니티입니다.
크루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정기적인 러닝 일정이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서울비너스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한강이나 트랙을 중심으로 정규런을 진행하고 있어요. 매주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임 장소와 시간을 공지합니다. 정규런은 성별이나 러닝 경험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요.
저희는 정해진 프로그램보다는 러닝 자체의 지속성과 유연함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중시하는데, 매주 함께 달리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에는,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러닝을 이어갈 수 있도록 ‘비너스 러닝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고요. 한 달간 설정된 마일리지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매달 약 100명 이내의 러너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각자의 루틴 속에서 지속성과 성취감을 함께 쌓아가고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러닝 크루 활동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특히 좋아하는 러닝 코스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서울에서 러닝 크루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항상 빠르고, 늘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는 도시이지만, 그 안에도 속도를 잠시 늦출 수 있는 여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러닝은 그 여백을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이고, 크루는 그 여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러닝 코스는 서래섬을 지나 잠수교에서 동호대교까지 이어지는 한강 루트입니다. 강 위로 반사되는 도심의 불빛이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어주고, 일몰 시간대에 달릴 때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크루만의 분위기나 철학이 있다면요? 어떤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나요?
서울비너스는 서로의 여정을 응원하는 열린 러닝 커뮤니티입니다. 여성 중심의 러닝 세션으로 출발해, 지금은 성별, 나이, 러닝 경험에 관계없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러닝 클럽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삶의 흐름도, 러닝을 시작한 계기도, 달리는 속도도 모두 다르지만, 그 다양성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지속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어요. 우리는 러닝을 통해 건강한 동기를 나누고, 각자가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함께 확장해 나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기록이나 경쟁보다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오래 함께 달리는 여정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께 서울비너스를 추천드립니다.
최근 일부 러닝 크루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크루 리더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며, 건강한 러닝 문화를 위해 어떤 대안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러닝이 일상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스타일과 문화가 생겨났고,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크루 활동이 공동체로서의 책임과 배려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울비너스는 작고 유연한 구조 안에서도 안전하고 열린 운영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만큼, 모임의 공지를 숙지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안전하게 달리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습니다. 저희는 건강한 러닝 문화가 함께 달리는 모든 러너들의 배려와 감각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도시 공간과 타인을 고려하는 태도, 책임 있는 움직임, 열린 참여 문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공유하면서,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러닝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우리 러닝 크루에 대한 한줄 코멘트.
“나만의 러닝 리듬 속에서, 함께 만든 온기를 나누는 러닝 커뮤니티.”
1000 CAL CLUB
크루 소개를 부탁드려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나요?
1000 CAL CLUB은 지난해 10월 첫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평소 러닝뿐 아니라 고강도 기능성 트레이닝 등 다양한 피트니스 활동을 즐기며 도전하는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시작은, 크로스핏이나 HIIT 같은 고강도 운동에서 보통 한 세션에 400~600칼로리를 소모하는데, “한 번에 1000칼로리를 소모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누가 먼저 태울까?”라는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처음 7명이 모여 시작했지만 지금은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스스로를 Sweat Addicts(땀 중독자) 라고 정의합니다.
크루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정기적인 러닝 일정이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러닝과 HIIT를 기본으로 매주 일요일 세션을 진행해왔습니다. 이후 점차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운동들도 소개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무게를 짊어지고 등반하는 Ruck 트레이닝, 복싱 짐에서 1000칼로리를 소모하는 세션 등이 있습니다.
또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런클럽, 런레이브 이벤트는 매달 한 번씩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자주 선보일 예정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러닝 크루 활동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특히 좋아하는 러닝 코스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숨겨진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고, Fun-Run은 물론 훈련으로도 적합한 러닝 코스가 다양합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남산 둘레길, 한남나들목~잠수교 구간을 가장 자주 이용하고, 교대 트랙이나 반포 트랙도 훈련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뛰어 올라가 맨몸운동을 할 수 있는 한남동 매봉산도 좋아하는 코스 중의 한 곳입니다.
크루만의 분위기나 철학이 있다면요? 어떤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나요?
런클럽, 런레이브 활동으로 저희를 알게 된 분들이 많아 ‘레이브’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하지만, 저희는 훈련(트레이닝) 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늘 자신의 성장을 위해선 엄격하고 힘든 훈련이 필요하고(정기 세션), 그 보상으로 즐길 수 있는 레이브 같은 이벤트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처음 오시는 분들께도 “저희는 오늘 세션을 훈련이라 생각합니다. 힘드실 거예요. 함께 그 힘듦을 즐기시죠!”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최근 일부 러닝 크루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크루 리더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며, 건강한 러닝 문화를 위해 어떤 대안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상의 탈의, 무리지어 달리기, 고성 등으로 인해 ‘민폐 러닝 크루’ 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러닝 크루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러너들조차 배려 없는 일부 무리(크루)에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서로 간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행동이 소수나 개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자제해야 하며, 어떤 것도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멈춰야 한다면 멈추는 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원칙 안에서라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혼자 해도 되는 걸 왜 여럿이 하느냐?” 식의 무차별적 혐오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의 인터뷰를 예로 들기에는 조금 거창하지만, 그룹 러닝과 훈련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상의 탈의 문제는… 죄송합니다 (웃음). 동시에 조금 각박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해외 밈에서도 ‘체지방률과 상탈 러너의 상관관계 그래프’가 돌아다닙니다. 실제로 달리다 보면 상의를 벗는 게 정말 시원하고 자유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꼭 몸을 과시하려는 게 아니어도요. 진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면, 조금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러닝 크루에 대한 한줄 코멘트.
“Zone 2부터 Zone 5까지.”
와우산30
크루 소개를 부탁드려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나요?
와우산30은 2014년 홍대 와우산로 30길에서 시작된 러닝 크루예요. 같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야근 후 모여 뛴 게 계기가 됐고, 지금은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이름은 출발 지점의 주소에서 따왔습니다. 저희는 러닝을 통해 긍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초심자보다는 무리 없이 함께 달릴 수 있는 러너들이 모여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진짜 가족 같은 공동체로 성장했습니다.
크루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정기적인 러닝 일정이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매주 화요일 저녁, ‘Tuesday Ritual’이라는 이름으로 정기 러닝을 합니다. 홍대, 망원, 용산, 을지로, 한남, 성수 등 서울의 거리를 직접 달리며 코스를 매번 바꿔가죠. 별도의 정기적인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진 않으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가 넘는 릴레이를 하거나 WAU WAU WILD YARD 이벤트를 개최한 적도 있어요. 이렇게 러닝을 하나의 문화로 즐기려 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러닝 크루 활동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특히 좋아하는 러닝 코스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서울은 패션과 문화의 특성처럼 러닝 컬쳐에서도 빠르고, 다이내믹한 것 같습니다. 전세계가 러닝 붐이라지만 서울이 그 중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니까요. 점차 러닝에 패션과 문화 등이 결합되다보니 서울에서의 러닝크루를 운영한다는 건 거대한 트렌드 소용돌이에 휘말린 기분이에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러닝을 사랑하게된 건 좋은 붐이라고 생각해요.
흔한 이야기지만 서울의 골목 골목을 달리는 경험은 매우 재밌습니다. 한강과 평지 중심으로 뛰는 러너들이 많은데, 서울의 언덕과 계단을 코스에 포함해 달리면 그 뿌듯함과 즐거움이 배가 될거라 믿습니다.
크루만의 분위기나 철학이 있다면요? 어떤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나요?
와우산30은 퍼포먼스 보다는 리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달리든, 천천히 걷듯 뛰든 각자의 리듬을 함께 응원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합니다. 러닝을 기반으로 러닝 크루 커뮤니티와 그 크루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다양한 성장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개인의 성향과 가치관을 온전히 배려받고 이해받는 따뜻한 커뮤니티가 되길 바라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러닝 크루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크루 리더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며, 건강한 러닝 문화를 위해 어떤 대안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거대한 파도처럼 러닝붐이 덮치다보니 과거에는 보이지 않게 존재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표면화된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러닝 크루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창구가 없어서 일부 불거진 문제들을 바탕으로 매스컴과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곡해하고 이상한 이미지를 덧 씌워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모두가 “러닝 크루”는 아닌데 말이죠.
오히려 ”러닝 크루“들이 열심히 이끌어 온 문화나 멋지게 진행하는 이벤트들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앞서 언급한 과정으로 ”러닝 크루“의 이미지가 나빠지다보니 크루문화는 계속 마이너 문화가 되는 것 같아요. 막상 러닝 크루는 욕하면서, 유명 러닝 행사에는 참여하고 싶어하는 앞뒤가 다른 사람들도 많고 키보드 워리어도 많고요.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러닝은 스쳐지나가는 트렌드는 아닐 것 같아요.
우리 러닝 크루에 대한 한줄 코멘트.
“홍대 와우산로 30길에서 시작한, 따뜻한 괴짜 대안 러닝 가족.”